黃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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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놓고 싶지가 않았어도 어쩔 수가 없는게 몇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 본인 혼자서만 괜히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속이 상한다.
이른 아침이 되어 잠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안부를 보고하는 태연의 이쁜짓에 실실 웃으면서도 좋지가않다. 어젯 밤에 전화를 끊자 여관 주인이 말을 전해 온다는 것이 이틀 뒤 새벽에 대륙과 작은 섬 사이를 오가는 쪼만한 선착장에 배 하나가 올 것이란다. 그래두 미련이 남으면 토끼굴로 직접 들어가 보라는 것 이다. 그 말을 하면서도 간간히 말이 뚝 끊겼다 하는 것이 말을 전하는 사람도 엥간히 긴장이 되나 보다.
아무래도 속꿍꿍이가 없지는 않을 것 같아 맘졸이고 있었는데 그리 신신당부 했건만 말을 한번에 들어쳐먹는 일이 없어 또다시 속을 긁어부스럼 놓는다.
타박을 하자마자 타지에 있는 서러움땜에 말문이 막혔는지 숨소리만 들리는 게 화악 미안해져 가슴께가 팍팍 찔려왔다. 어깨가 뻐근해 쭈물거린다.
그래두 있는 흔적이 이것 하나 뿐이라 차마 이것이 오래되었다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애틋한 마음이었다.
태연은 기억이 나는 아주 작았을때부터 고아였다. 저어쪽 전라도 북쪽에 작은 고아원에서 고만고만한 아이들과 부둥켜서 보살핌 받았다. 그리 나쁜사람은 아니어서 부족했어도 그것 덕에 한이서릴만큼 부족하진 않았다. 그냥 남들보다 덜 먹고 덜 자라고 덜 빨리 글을 읽고 그런 것 뿐이었고, 고기라는 것두 복날이나 돼어야 동네 부랑자들이 모여 개몇마리 잡아먹는것 얻어먹어보고 어쩌다 한번 닭고기 모가지라도 뜯어보는것이 다였다.
그래두 애초에 뭐 경험해본 것이 없으니 부러워해본적도 없었고 딱히 제가 딱한 팔자인지 정말 모르고 살았다. 헌데 태연이 중학생이나 될까 싶을 나이일 때 고아원에 새로운 원장이라면서 사람 좋게 생긴 늙은이가 나타났었다.밥두 고기를 주는건 아니어도 풍족하게 주었고 옷도 새로이 맞추어 주기도 하고 눈이 마주치면 방실거리며 웃어대 아빠같다고 느끼었었다. 근데 이놈들이 못해줘야 사는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 별안간 고아원에 아이 하나 둘이 죽어나갔다. 말이 죽는것이지 아이들은 송장이 되어 실려나가는 제 친구들을 보며 눈물을 채 흘리지도 않고 그냥 손에 들린 누룽지를 아그작거리는것이 다였다.
태연이 밤늦게 물을 떠다 놓으려구 수돗가를 알짱거리다가 저쪽 벽 모퉁이에서 소간거리는 소리를 듣고 다가가보았더니, 어린놈들이 쑥덕대는 것이 무어냐면 새로 온 원장 놈이 죽어 나간 아이들을 남들 몰래 파출소장과 뒷산에 묻는걸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유난히도 벌이가 좋아 팔았다가 다시 되찾아오기를 반복한다는 아이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딱히 마주치지도 않아 아는척은 안했던 황미영이라는 여자애였다. 그후로 왠지 모습을 보면 날이 갈수록 수척해 있는것이 괜히 말을 붙혀주고 싶고 챙기고 싶지만 선뜻 그러지를 못해 속앓이만 하였었다.
그러다가 세상이 그리 저들 생각만키로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됬을 즈음 밤이 되어 미리 수개월이 걸려 파놓은 개구멍을 통해 한 놈씩 차례를 맞추어 기어가고 드디어 태연 순서가 가까울 쯤에 저쪽에 인기척이 들리어 놀라고 전등을 비추니 미영이 곧 쓰러질 듯한 몸으로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원장 방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냅다 손을 잡아채어 끌고와 개구멍으로 넣었다. 그런뒤에 서울로 상경해 소매치기나 신문배달을 하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가다가 서로 음식을 몰래 챙겨놓았다가 일갔다온 사람에게 쥐어주고 번 돈을 몰래 꿍쳐놓았다가 쥐어주기도 하며 서로 풋풋하니 맘을 주고받았다가 우두머리에게 들키어 죽지않을만큼 악소리나게 얻어맞고 맨몸으로 둘이서 쫓겨났다.
그리하여 그간 번 돈으로 쌀집 창고를 빌려 잠을 자면서 다니다가 이대로는 이사람이 병이라도 걸릴거 같아 서로 맘이 좋지 않았나 보다.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서로 얼굴에 또 실실대고 나름 알콩거리며 버텼다.
그런데 이사람이 대뜸 중국으로 가서 일을 하구 오겠다고 하는것이 태연은 탐탁치가 않았다. 당연히 안된다구 안된다구 길길히 날뛰었더니 그럼 어찌하냐구 이대로는 안된다구 공부도 하고 돈도 벌어서 꼭 너를 찾아 따뜻한 집에 넣어줄테니 몸이 찬병에 걸리지않게 잘 있으라는 말을 하고 훅 떠나버리었다.
그러고 나서 눈물로 버티며 근근히 해오는 연락으로 맘을 달랜지 좀 됬을까, 이때쯤이면 전화가 올 것 같은데 전화가 왔었다는 말이 없어 속은 타들어 가기만 했다. 그래서 몇달을 방에 붙은 벽지가 불어터질수 있을정도로 쳐울고 당장 내일이면 그놈의 중국에 가보겠다 하면서도 혹시나 날 찾아왔는데 길이 엇갈려 자신을 기다리지 못해 떠났다고 생각할까봐 꾸욱 살이 문드러지는 것을 참은지 이년이었다.
드디어 그사람을 이제야 본단 생각에 지긋지긋하면서두 숨이 떨리고 자꾸만 턱턱 막히는것이 미련하게 이러다 심장마비로 죽어버릴까봐 침만 꼴깍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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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
이제 새픽을 슬슬 준비해야 될 것 같은데.. 준비 해놓은 건 있는데 그래도 혹시 뭐 바라시는 장르 있으신가요? 시험기간 오기 전에 쓰거나, 아님 아예 시험기간 끝나고 들고 오거나 하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