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 01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일상. 지극히 조용하고 따분한 삶. 왕따도 은따도 아닌 조용한, 그저 그런. 내 이름 옆 늘 붙어 다니는 말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신경 쓰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너무 오랜 기간 혼자지내기도 했고 더 이상 인간관계에 대한 애착이 있는 편도 아니었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이런 상황들에 대해 이렇게 덤덤 했 던건 아니었다. 지금의 나로 지낼 수 있었던 건 모든 아픔을 감당했어야 했던 과거 덕분이니까. 그 사이 간간히 손을 내밀어주던 이들도 있었으나 금방 떠나버리기 일 수 였다. 더이상 이런 것들에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
“ 안녕 ”
어느날, 소름끼치게 매일 같은 하루를 살던 나에게, 샛노란 머리를 한 애가 말을 걸어왔다. 당연히 무시했다. 그 애는 아무렇지 않게 내 앞자리에 앉아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안녕, 나는 박지민이야. 너는 김여주지? 어쩐지 마주 하는 게 버거워 고개를 숙였다. 그 애는 그런 나를 보고도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나 있지, 어제 좋아하던 영화를 또 봤는데 –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이야기하며 꽤나 즐거운 듯 웃어보였다.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뒤에서 그 애의 친구가 박지민! 하고 불렀다. 다음에 보자. 괜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그 애의 한마디는 내 가슴에 와 닿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왜, 내게?. 박지민은 학교에서 소위 노는 편에 속했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일탈을 즐겨했으며 가끔 학교를 빠지기도 했다. 비어있는 그 애 자리를 보며 저런 애는 나중에 뭐가 될까 싶기도 했다. 우습게, 자기 처지는 생각 안하고서. 머리색은 심심하면 바꾸는 듯 했고 여자애들과 잘 어울려 놀았으며, 깊은 관계의 친구는 없어 보였다. 또, 그 애의 학교에서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양아치, 그 애는 그저 양아치 그 정도였다.
“ 박지민 쟤는 왜 자퇴 안한대? ”
“ 몰라,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고 싶은가보지 ”
“ 진짜 아직도 중이병이야 뭐야, 유치한 새끼 ”
박지민은 그날 이후로도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어제 본 영화이야기, 책 이야기, 좋아하는 계절 .. 생각보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거나 하는 등의 모습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별 반응을 보였던 건 아니다. 그저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는 정도. 물론, 박지민이 반응을 원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박지민은 내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나는 듣고 그게 다였다. 박지민은 영화 ‘이터널 션샤인’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몬탁에서 만나자 속삭이는 장면을 제일.
“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 ”
너무 꿈이 큰가? 호탕하게 웃어버리는 박지민의 미소가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슬퍼보였다. 그 뒤로도 꾸준히 봄, 여름, 가을 그렇게 세 번의 계절이 바뀔 동안에도 박지민은 내 옆에 있어주었다. 어느 날 박지민이 아무 말 없이 학교를 빠지고, 그제야 내게 있어 박지민의 빈자리가 꽤나 크다는 걸 느껴버렸을 때, 박지민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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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처음 뵙겠습니다. 아직은 서툴고 실수도 많은 허 석 입니다 !
허 석은 제가 좋아하는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라 필명으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호 (tim ..)
간간히 또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 많은 관심 댓글 사랑 주신다면 .. 사, ㅅ, 사 는 동안 많이 버시오 !
열심히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