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10시에 수술시작할꺼야. 개복하고 심장 도려내고, 혈류 기계하고 연결하는데 2시간 걸리니까, 최소 12시까지는 심장 가져올 준비해.
아이스박스하고 얼음 충분히 가져가고. 아, 경수 갈꺼야. 그 사람한테 심장 적출할 사람 있어야 하니까. 경수가 한 두세번정도 집도 해봤으니까 할 수 있을꺼야.
경수는 여기 둘려고 했는데, 딴놈을 믿을수가 있어야지. 그쪽에서 준비는 해놨을 거니까 들어가자마자 열어서 가져오면 돼. 과장한테 심장 뺏기지말고."
"근데, 거기도 개복할텐데 어떡하죠?"
"과연 그럴까.. 지들도 찔리는게 있어서 개복 못할껄? 아니, 개복은 해도 심장을 빼내지는 못해. 당연하지. 원래 찔리는 구석이 있으면 막판에 진전을 못해. 개복하고 심장 도려냈으면 다시 붙여야지."
"저희..가 못가져오면요?"
"가져올건데?"
9시, 수술가운을 입고 수술 회의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심장을 가져오는 부분으로 화제가 돌아갔다.
뭘 믿고 당당한진 몰라도, 여튼 표정하나 안바꾸고 개복 다 하고 심장 도려낼거니까 가져오라는 박교수의 패기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긴장감에 우리가 못가져오면 어쩌냐고 했더니,
의자에 허리를 쭉- 대고 기지개를 펴면서 '가져 올건데?-' 라며 당연한 듯이 한마디 내밷는다.
그래, 가져오는거야 우리가.
"민지야, 한숨 자고 일어나면 심장이 건강해져 있을꺼야. 약 넣어줄테니까 잘 수 있지?"
"네에-"
마취과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깊은 잠에 빠져든 민지의 몸에 수술기구를 붙인다.
호흡기와 심장 박동 지시기, 여러가지를 붙이고 개복할 부분에 소독약으로 고정을 시킨다.
"박교수님 오십니다-"
소독한 손을 위로 들고서는 들어오니, 마스크를 씌워드리고, 장갑을 끼워드린다.
"심박수"
"정상입니다"
"마취상태"
"양호합니다"
"혈압은"
"아이라 약간 낮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혈압 체크 잘하고. 애라서 혈압떨어지는거 한순간이야. 체크 잘해. 시작하지. 여주하고 세훈이, 경수는, 갈 준비해."
"네"
수술용 안경을 쓰고 여러가지 건강상태를 체크하고는, 메스 범위를 체크해 몸에 표시한다.
안경 너머로 동글동글거리는 눈동자가 나른하게 풀렸지만, 그 눈꼬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메스"
하얀 손을 내밀고는 낮게 나에게 메스를 달라 까딱거린다.
메스를 드리니, 본격적으로 수술이 시작된다.
"어디야. 몇분쯤걸릴것같아?"
"한 20분이면 갈것같다. 출근길 아니여서 빨리가겠어"
"과장님이 하는 수술방이 몇번이라고?"
"3번방. 아직 거기서는 출발 안한것 같아."
개복이 시작되는 것을 보자마자, 세훈과 경수쌤과 함께 구급차에 뛰어 올라탄 우리였다.
다행히 막히지 않는 차였지만, 시원한 도로를 보아도 마음 한구석이 꽉 막혀있다.
"긴장돼?"
앞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리던 경수쌤이, 하얗게 질린 내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는다.
"....가지고 와야되는데"
"할수 있어. 내가 그대로 적출을 하면, 여주랑 구급팀이랑 먼저 가. 세훈이랑 나는 그쪽에서 마무리 짓고 올테니까."
",,제가 가지고 뛰어요??"
"구급팀 바로 앞에서 대기시킬거야. 아이스박스 같이 들고 뛰기만 하면 돼. 아무래도 우리는 여기서 정리를 해야하니까."
"네.."
"긴장 안해도 돼. 뭣하러 긴장해-"
유독 말이없는 세훈이나, 하얗게 질린 나나,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어깨를 툭툭, 쳐주는 경수쌤의 격려에 간신히 어깨를 핀다.
"한국병원? 5번 수술방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혹시 또 다른 일행 왔나요?"
"아뇨."
아- 다행이다. 경수쌤이 한숨 돌렸는지, 한숨을 쉬더니, 곧바로 지시를 내린다.
"수술 들어갑니다.수술 안경 세개 준비해 주시고. 인턴들, 소독준비해. 아이스박스 챙기고, 얼음 부어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무슨 일인지, 경수쌤이 개복을 하고 심장을 적출하는데까지도 과장팀은 오지도 않았다.
"됐어..!"
정말 현란하다- 라는 표현이 맞을정도로, 정확히 환자 몸을 열어서 필요한 부분만 잘라 심장을 꺼내는 경수쌤이다.
순식간에 꺼내진 심장을 잡아 식염수로 씻고, 바로 얼음을 이용하여 4도를 유지해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가! 조심하고!. 뛰어!"
아이스박스가 정리되자 마자, 수술 장갑만 벗고 그대로 들고 뛰쳐나왔다.
4시간 이전에 심장 이식을 해야하기때문에 원래 긴급한 수술이건만, 과장팀이 언제 나와서 가로챌지 몰라서 더 급했다.
중간에 한번 돌기라도 해봐.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수술실을 바로 나오니, 구급팀이 박스를 끄는것을 도와주는데,
"야!!!!"
순식간에, 코너에서 튀어나와
우리쪽을 향해서 오는 우리와 같은가운을 입었지만 우리팀이 아닌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나온다.
미친, 새치기에다 소매치기까지 하겠다고? 한마디로 어이가 털리는 유치하기까지한 설정이었다.
아무리 응급팀이 에스코트 하고 미친듯이 달리고는 있지만, 현관 앞에도 다른 팀이 포위하듯이 서있는 실정이다.
"선생님, 그냥 들고 뛰죠?"
현관 앞 포위하듯 서있는 과장님네 팀을 뚫기위해, 응급팀원 한명과 상자를 나눠 잡고 무작정 뛰다가 팀원한명과 부딪혀 상자를 놓쳐버리고 만다.
응급 팀원들은 눈치가 빨랐다. 다행히도,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구분을 한 듯 싶었고, 내가 놓쳐버린 손잡이를 다른 응급대원이 잡고 뛴다.
앞서 뛰는 응급대원들 뒤를 바짝 쫒아서 구급차에 타고 문을 닫자마자 차가 출발했고, 그제서야 숨이 돌아간다.
"와...와.....미친거아니에요?"
"또라이들이지.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어디서 되도않는 수법을 쓰고 난리야"
뒤에 점이되어 보이는 하얀 가운들을 보면서 응급대원들이 한마디씩 하는데, 도대체 뭐 저런놈들이 다있냐며 혀를 끌끌댄다.
"미안해요, 내가 좀 더 빨랐어야 하는데"
"에이 됬어요. 안뺏겼으면 됬지 뭐. 사실 이런일이 있을거라고 연락은 받았었는데, 진짜 그런줄은 몰랐네. 그나저나, 상처 많이 난것 같은데."
"에? 아....."
그제서야 얼굴에 흐르는 피가 느껴지고 아까 넘어지다 돌부리에 걸렸는지 발목이 욱신거린다.
"심장 온도는요"
"4도입니다. 아주 정상이에요"
"일단 수술먼저 하고. 병원은 언제쯤 도착하죠?"
"이제 들어갑니다."
병원에서는 과장 팀이 난동을 부릴수가 없다. 체면이 있지....
우리쪽 사람들이 와서 심장을 가져가고, 나도 서둘러 수술장을 들어가려고 준비를 한다.
"너 얼굴 상처 뭐야."
수술실도 장난 아니었다. 심장이 꺼내지고 인공심폐기가 돌아가고 있었으며, 아까 들어왔던 심장을 식염수로 씻어내고 있었다,
석션이 돌아가는 중에, 흘긋, 들어오는 내 얼굴을 보고 박교수가 결국 한소리를 한다.
"오다가 넘어졌어요"
"...다리는 왜 절어?"
"삐어서..."
"...수고했어. 수술 레지던트 교체해. 다리가 안좋은데 3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서있으려고 그래? 간호사. 흉부외과에 가능한 레지던트 한명 구해와요."
터덜터덜. 도저히 레지던트실까지 갈 힘이 없어 그대로 수술실 앞 의자에 벌렁. 누워버린다.
눈을감고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악!"
"뭐야. 너 다리 왜이렇게 부은거야? 얼굴에 피딱지는뭐고?"
김.....민석 교수님 오랫만이네요....허허
근데...그 다리좀 놔주세요......아프다고요!!!
얼굴을 확 찌푸리면서 눈을 뜨니, 나와 비슷한 표정으로 찡그리며 날 보는 김교수. 아프다고 버둥대니가 아차- 하고 떼어주는데, 순간 찾아온 정적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아...안녕하세요"
"뭘 안녕해, 새삼스럽게. 저번주에도 흉부과 어시스트로 들어와놓고는"
"그,,,러게요? 하하"
"심장이식수술잡힌것 아니었어?"
"그랬다가, 지금 발목이 뼈서,,..박교수님이 교체 오더 내리셨어요"
"그럼 발목 치료해야지 왜 이러고 있어"
".....음,,"
반박할수가 없다..ㅋㅋㅋㅋ 동그랗게 눈을 뜨고 왜 이러고 있냐며 나한테 묻는데, 할말이 없어 눈동자를 굴리니, 피식- 하고 웃는다.
"걸을수 있겠어? 정형외과 가보자"
"아,,,그정도는 아닌것 같은데..."
"속 인대가 어떻게 됬는지 모르잖아. 의사 맞아?"
아니..그게..!! 당신이랑 가면 어색하다고..!!!
온몸으로 거부해 보지만, 이미 내 손목을 잡고 일으키는 김교수다.
아니, 키는 작은데 무슨 힘이 저렇게 센지, 엉덩이에 힘을 줬는데도 그대로 딸려 일어선...
"으아"
오른쪽 발을 타고 전기가 찌릿해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 하니, 허리를 확 잡아 끌어 지탱해준...다?
순식간에 김교수와 내 거리가 가까워 지면서, 쌉싸름한 스킨 냄새가 훅- 하고 다가온다,
본능적으로 잡은 김교수의 가운이 민망해져서 놓으려고 하니, 자세를 고쳐서 내 어깨를 잡아 지탱해준다.
"넌 왜 나한테 맨날 이런 모습만 보이는거냐?"
"그러게요..."
"꽉잡아라. 넘어진다"
진심으로 부끄러운 순간이다. 절뚝절뚝거리면서도 스킨향에 현기증이나서 피하려고 용을쓰는 나나, 거의 안다시피 해서 나를 부축하는 김교수나.
여간 답답한게 아니었는지 그냥 꽉 잡으라고 내 손을 끌어다가 제 가운에다 갖다 댄다. 잡으라고 좀!
아니...나도 잡고싶다고....!!! 이사람은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나, 의사가 향수를 쓸일은 없고(향수알레르기 환자 때문에),
스킨향이나 로션 향 같은데,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정형외과에 가서도, 니 성격에 깁스를 하라해도 안할것같다며(어머 찔림)
직접 접수부터 해서 진료를 받는 그 순간까지 옆에 있어준다.
"뭐 골절 이런건 아니고, 인대가 살짝 늘어났는데, 깁스정도는 아니고 보호대정도만 하면 되겠네"
"이런 놈이 병원을 안갈려고해? 병원에서 일하는애가?"
"...알았어요..."
보호대 소리에 눈썹을 확 치껴뜨면서 나한테 말하는데, 알았다고, 알았다고요...!!!
보호대를 착용하는데, 입술을 비죽이니, 그새 그 표정을 보고는 볼을 꾹- 누른다. 쪼끄만게 많이 커서 삐쭉대기도 한다고.
"감사합니다"
"반창고 있나?"
아니...이보세요....구십도로 인사한 내 허리가 민망해지게, 인사하는 순간 간호사한테 반창고 있냐고 물어서 하나를 얻더니만, 간호사실에서 알콜솜과 연고도 얻어온다.
뭐...뭔데...저사람 오늘 약먹었나...
"앉아봐"
레지던트실에 앉히더니, 알콤솜으로 볼 부근에 난 상처를 닦고, 연고를 발라준다,
살은 따갑고, 눈 앞에 남자 한명이 떡- 하니 내 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얼굴에 열이 올라온다.
"응? 다쳤으면 그때그때 치료를 해야할것 아냐.. 듣고 있냐?"
"생각보다 목소리가 미성이시네요-"
",,,응?"
"아니, 박교수님 목소리만 듣다가 김교수님 목소리 들으니까 목소리가 굉장히 얇으신것 같...아 뭔말이냐,"
분명히, 갑자기 50cm 앞으로 다가온 그의 얼굴 때문인지, 아까부터 내 코를 간지럽히던 그의 스킨향인지는 몰라도 여튼 그때문에 내 언어중추에 문제가 온게 분명했다,
걔속 나즈막하게 고나리를 던지는 김교수의 목소리를 듣다가 무심코 목소리가 미성이시네요- 이 지랄을 했더니,
크하핰 하고 웃는다.
"다 됐다. 한 3일은 떼지 마라. 상처 안아물면 골치아파. 시집은 가야지?"
죽을때가 다되가나..... 시집 운운하면서 내 머리를 톡톡, 두드리는 김교수의 행동에 벙쪄서 바라보니,
"가끔 열받을 때 와. 커피 한잔은 줄수 있어"
이러면서 후다닥- 나간다.
뭐지, 이건.
김교수가 나간 한참동안이나 퍼져있는 그의 스킨냄새 덕분에, 수술이 끝났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 묘한기분에 빠져 있어야 했다.
"수술 잘 끝났어요?"
"어. 이제 경과 지켜보고, 부작용 안나기를 기도해아지. 아 참. 너 발목하고 피...어? 다 치료했네?"
"네- 발목은 그냥 보호대만 해도 된데요."
"그 불편한 다리로 정형외과까지 갔어? 같이 가줄려고 했는데"
"김민석 교수님이 도와주셨어요"
"....민석이가 도와줬다고? 준면이도 아니고?"
가운을 정리하고 차트를 정리하다가, 김교수가 도와줬다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김준면 교수도 아니고 김민석이 도와줬녠다.
"..네"
"....설마 이 반창고도?"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니 빤히 그 반창고를 쳐다보다가,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가, 고개를 갸웃- 거린다.
"여튼, 이제 붕대 드레싱 잘 갈고. 심박도 이런거 잘보고. 염증반응 오면 빨리 콜 하고. 나는 과장한테나 가봐야겄다. 거기는 지금 난장판일텐데"
과장한테나 가보겠다며 정리한 차트를 넘겨주고는 나가는데, 화이팅! 포즈를 취하니 큭큭대면서 오케이 표시를 한다.
힘내요 교수님. 가루만 안되면 되는거야!
"야이 미친 왈가닥아. 그렇게 말을 했으면 들어야지!"
"뭐에요. 멱살은 놓고 얘기합시다. 과장님. 내가 뭐 죄진것도 아니고. 잘못한거라고는 부사장님한테 심장안드리고 제대로 가져간것밖에 없는데"
"아, 모르겠고, 박교수 따라와. 니가 얘기한다 했잖아? 가서 사과 해"
"사과는 모르겠고, 하여간 뵐께요. 몇홉니까?"
더러운 손이 어딜 만지는거야- 여주의 화이팅을 받고 기분이 한껏 좋아져 있었는데, 멱살을 잡히니 찬열의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과장은 부들부들 떨면서 vip실을 가는데, 도대체 왜 저렇게 떨고 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찬열이다.
그렇다고 내가 잘못한것도 아니고, 게다가 여주 얼굴에 생채기까지 내놓고서는 뻔뻔하게 사과를 하라니, 어이가 없어서 할말이 없어질 노릇이었다.
"저, 부사장님...하하하...우리 박교수가 말씀드릴게 있다합니다"
"안녕하세요. 흉부외과 박찬열 교수입니다."
"자네가 심장 가져간 사람인가?"
가져갔다, 참 개념이 어디서부터 잘못됬는지 모를 표현이다 싶었다. 머리가 띵해지는 상황에 다 때려치고 싶지만, 그것은 의사로써의 도리가 아니다.
환자의 도리를 알려주는것도 의사의 역할이지.
"아니요. 저는 순서를 지켰다고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뭐?"
"박교수!"
"그 당시, 심장이 안좋은 제 환자는, 먼저 이식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심장을 찾은것이고. 그래서 정당하게 수술절차를 받으려고 한 것이고요.
부사장님께서는 제 환자보다 늦게 등록되어 계십니다. 그럴경우, 법에도 나와있듯이, 먼저 등록된 순서...."
쾅!!!!!
화분하나가 와르르 깨져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찬열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는 부사장이 가증스러워 지는 순간이다- 아 여주가 보고싶어지네- 그가 문득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미뤄?"
"네"
"당신 흉부외과라며. 우리그룹이 지금 당신네 흉부외과에 많은 돈을 붓고 있는지는 아나? 당신이 쓰는 수술도구 하나조차도 다 우리회사 공정을 거쳤을 텐데?
그리고, 당신은 내일이 없나? 내년 신축공사때 흉부외과가 들어가는데에 가장 많은 돈을 쏟는게 우리야. 아 그야 내가 늦었지만, 이정도 공이면 당연히 먼저가 아닌가?
사람이 말이야. 융퉁성이 있어야 살수 있는거에요. 시퍼렇게 젊은게 앞뒤가 꽉막혀가지고는..쯧쯧"
"투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내로 심장 찾길 바라겠습니다."
"....저 자식이 그런데, 사과 안하나? 내가 배가 헛으로 열렸다가 닫혔는데? 그중 팔할이 당신때문이잖아!"
"제 판단으로는 도저히 제 사과가 어디에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꼭 쾌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부사장은 투자에 손을 땔 수가 없을 것이다. 뭐라고 하면서 이 거대한 투자를 뺄건데? 단순히 심장이식 순서를 빠르게 배치를 안해줘서?
이 무슨 웃긴 생때에 치사한 방도일까.
아무리 여론을 조작한다 할지라도, 우리쪽도 만만찮게 큰 병원이기 때문에 진실을 규명하면 된다.
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내일'을 바라본다면, 99퍼센트 병원에 투자를 줄이지 못한다. 병신같은 과장은 그것도 모르고 원칙을 깨 가면서 비위를 맞추려한다.
그냥 처음부터 원칙 딱 들이밀고 갔으면 속 편하잖아. 왜 배는 열었다 닫아가지고 골치아프게 일을 한번 꼬는건지.
김민석도 만나봐야할것 같고. 지금까지 그가 여자한테 필요 이상의 호의를 보인적은 거의 없었다.
그가 판단할 때에, 여자 레지던트에게 반창고까지 붙여줄 정도의 호의는, 김민석이 약을 먹었거나, 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내가 걱정하는 것이거나.
무슨일인지, 준면이가 조용하다. 기업투자 쪽으로 말이 많아서 분명히 아버지 등쌀에 시달릴텐데. 무슨일이 있나 걱정되기도 하고.
뭔 걱정이 이렇게 많은지. 술이 땡기는 하루구나- 싶다.
"여기서 뭐해-"
"어- 경수쌤. 그쪽 마무리 잘 짓고 오셨어요?"
"응. 너 발 다쳤다며. 어휴. 생채기까지 났네. 넘어졌었어?"
"네....ㅎㅎ.."
"그니까 잘 보고 뛰었어야지. 으휴"
경수가 수술 후 민지 상태를 상시로 점검해야 해서 아예 민지 병실로 와서 작업을 하고 있는 여주를 보자마자 연구실로 가던걸 잊고 병실로 들어온다.
언제부터였나. 경수가 여주만 보면 기분이 이상해진게.
제작년, 별 뜻없이 집에 데려다 주려 했는데, 차안에서 밝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고,
항상 모던 클래식만 듣는것 보다는 그녀의 얘기를 들을까 싶어 퇴근을 같이 하자 말했던 그다.
레지던트 1년차야 뭐 숨가쁘게 가니 1년에 퇴근이 10번도 채 되지 않았지만,
또 얘기하라 했다고 꼬박꼬박 저한테 들려 "저 퇴근하는데에" 이러는게 여간 기억에 남는게 아니다.
어쩌면, 좋아하는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지만, 바쁨이라는 감정도 처리하지 못할정도로 숨가쁜 시절이 레지던트 1,2년차라는것을 알기에,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볼수록 매력있는 사람이구나- 라는것을 느꼈던 것 같다. 환자들이 오면은 꼭 눈을 맞추고 얘기하는 버릇이나, 친해졌어도 꼭 '쌤'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나.
신나게 기분나쁜 얘기를 털어 놓고 결국 마지막엔 '그래도 제가 잘못한것 같아서 짜증나요ㅠㅠ'로 끝나는 말투나. 모두가 경수에게는 매력포인트로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설마 싶어서 가본 민지 병실에 아예 자리를 펴고 책을 보고있는 여주가 보였고, 무작정 들어가서 옆에 앉는다.
",,,안가세요...?"
소근소근, 얘기를 하다가 잠깐 침묵이 흐르니, 살짝 충혈된 눈으로 안가냐고 물어보는 눈에 피곤이 뭍어있어 안타까웠다.
"좀 눈 좀 붙이지 그래?"
"...음...자는 순간에 민지가 아프면...."
"내가 보고 있을께. 한 세시간만 자. 어짜피 나 가서 할것도 없어"
"아....그럼...조금만..조금만 잘게요. 꼭 가실때 깨워주세요!"
들고있는 논문책을 빼앗으며 자라고 하니, 그럴까요-? 하면서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서 잠에 빠져든다.
진짜 피곤했는지, 경수가 논문책을 읽는 척을 하다가 한장을 딱 넘기니, 낮게 코를 골며 골아 떨어졌다.
큭큭 대며 그녀 옆으로 바짝 붙어서 쳐다보는데, 입술을 오물거리는게 예뻐서
제 입술을 한껏 하트를 만들며 웃는다 (백현은 항상 경수보고 발칙한 입술이라 그랬다. 웃으면 하트가 된다고)
그녀의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어깨에 기대도록 조정하니, 또 부비적거리면서 어깨에 편하게 기대는 모습이 귀여워 죽는다.
"아진짜....미치겠네?"
볼을 쿡쿡, 찌르니, 도리질을 치면서 계속 제 쪽으로 오는데, 크게 웃지도 못하고 그냥 음소거 웃음만 짓는다.
"환자 회진 중 이상은 없었고?"
"네. 오늘 수술한 민지 봐야되는데..?"
"여주가 주치의로 들어갔어. 이제 그만 들어가봐. 당직이야?"
"네. 죽겠습니다"
"안죽어 임마. 수고해 그럼"
"네....어, 저거 경수쌤 아니에요?"
"도경수가 왜 저기있어......옆에 여주야?"
응급수술이 잡혀 늦게까지 수술실에서 찌들었던 세훈이, 밤 늦게 환자 회진을 돌고 천천히 박교수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드레싱도 완벽하고, 심박수, 약투여 오더도 완벽합니다. 굳굳.
이제 당직도 수고하라는 박교수의 말을 들으며 무심코 한 병실을 보다가,
별로 보고싶지 않은 것을 봤다.
세훈이 제 주머니에 있는 핑크색 편지를 구겨버린다.
박찬열도 마찬가지다.
세훈의 시선을 따라가다 별로 보고싶지 않은 것을 봤다.
갑자기, 걱정이 하나가 더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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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이렇게 달아주세요!!
나는 한국사람이다. 독자들도 한국사람이다. 연애는 중요하다. 고로 나는 연애를 쓴다. 음하하
많은 분들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연애내용과 의학내용의 비중에 대해서......그리고...저는답을찾지 못했습니닼ㅋㅋㅋㅋㅋ그냥 제맘대로 갈래욬ㅋㅋㅋㅋㅋㅋ
아웅, 왜이리 잘써지는지, 신명나게 쓰고있는 작가입니다! 자소서도 이렇게 써지면 참 좋겠건만........(쿨럭)
ㅋㅋㅋㅋㅋㅋㅋ심장이식수술 쓰는데 그래도 현실성있게 써보겠다고 네이버에 치고, 구글도 들어가고..ㅋㅋㅋㅋㅋㅋ 의대준비하는 친구한테 대뜸 "야, 심장이식수술 어떻게 하냐" 이랬다갘ㅋㅋㅋㅋㅋㅋㅋ뜬금포라고 자소서나 쓰라고 고나리 듣고 (ㄸㄹㄹ)....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행복합니다
여튼, 이제 다음주부터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자소서 검토를 받게 되면서 하루에 하나씩 연재하는 미친 연재텀은 못보여 드릴것 같네요....(그래도 삼일에 한번은 오겠죠)
아, 드디어 비밀 하나 풀고 가네요. 편지의 주인 (못찾았으면 다시 정독하고 오세용^^). 많은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당....ㅜㅜ
그래도 오늘은 각각 인물에 대해서 설렘 포인트 팍팍 던져드리고 갑니다!!!
하...씨 원하는 사진하고 짤찾는게 제일힘드러....어엉ㅇ엉. 시간나면 찾을께요..결국 눈물을 훔치며 글만 쓴다....
오늘도, 읽었으면 흔적남기기! 응원의 댓글 한줄은 작가의 손가락을 춤추게합니다!!!!!
모두모두, 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