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흐익!"
"왜 놀래? 내가 귀신이야?"
"아, 아니."
"놀라는 것도 예쁘네."
"..."
아침에 문을 열었더니 엘레베이터 앞엔 오세훈이 서있었다. 귀신이라 놀란건 아니지만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오세훈과 함께 등교하기로 했다는걸 잊고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억지로라도 늦잠을 잤어야했다. 어째 오늘따라 눈이 더 일찍 떠졌다 했더니, 나년. 그건 그렇고 오세훈 이 자식은 아침부터 나를 놀린다. 나 놀리는게 그렇게 재밌나. 아직 안 친해서 그렇지, 친해지기만 해봐라. 존나 팰꺼야. 엘레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이럴꺼면 왜 같이 가자고 한거야, 겁나 어색하네. 차라리 혼자가는게 더 재밌을 것 같다.
"근데, 너."
"어?"
"어젠 왜 우리랑 밥 안 먹었어."
"어제?"
"응, 어제."
길을 걷다가 먼저 입을 연건 오세훈이었다. 오세훈의 말에 어제를 떠올리니, 아. 친구들이랑 먹었었구나. 왜긴 왜야, 김준면 때문이지. 그건 그렇고 왜 내가 자기들과 밥을 같이 먹었어야 했는지가 의문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난 너희와 친구가 아니란다.
"아, 그냥. 내 친구들하고 먹으려고.."
"오늘도?"
"..응."
내 말에 아, 하더니 왜?하고 묻는다. 내 친구들하고 먹겠다고 흐쓸튼드..?^^
"아, 그럼 나랑도 친구해."
"..에?"
"친구해, 이제. 친구다. 어? 그니까 우리랑 밥먹어."
"..내가, 왜?"
"친구랑 밥먹는다며, 너랑 나랑 친구니까."
오, 주여. 이 미친놈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난 아직 대답도 안했는데 지 혼자 나를 자기 친구로 만들더니 밥을 같이 먹잰다. 누가 지랄견 아니랄까봐 생각하는 것도 참신하게 지랄맞다. 나에게 자퇴지름길이라도 뚫어주려는건지, 나 원 참.
***
'쟤 뭐야? 첫 날부터 쟤네랑 놀더니. 이제 오세훈하고 등교도 하네.'
'내 말이, 뭐 돈이라도 줬나.'
'야, 쟤네가 돈이 없어서 저런 애한테 돈을 받냐.'
"..."
오세훈과의 첫 등교는 아침부터가 짜증폭발이었다. 저 년들은 언제 날 봤다고 저렇게 당당하게 날 까고있는지 모르겠다. 저건 지들 나름대로 뒷담화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난 다 들린단 말이다. 저걸 앞담화라고 할 수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년들에게 아침부터 신명나게 까이는 기분이란 참 주옥같다, 뭔 소리냐면 좆같다고. 안그래도 학교에 올때까지 오세훈은 같이 밥을 먹자는 둥, 친구하자는 둥 별 난리를 다치는걸 겨우 참고 왔건만.
"아, 듣자 듣자 하니까."
'...'
'...'
"씨발, 깔꺼면 앞에 와서 까던가. 예쁘지도 않은 년들이 지랄이야."
'...'
'...'
"뭘 꼴아, 안 꺼져?"
"..."
그래, 나한테도 들린게 오세훈에게 안들렸을리가 없다. 난 원래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니지만 여긴 부자학교가 아닌가, 잘못 건드렸다간 우리 엄마 아빠한테 피해가 갈까봐 성격 죽이고 살았더니 기분좋게 욕을 먹었다. 뭐 이런 상황이 언젠간 올 줄 알았다. 근데 왜 하필 오늘인데. 오세훈이 먼저 나서주다니 처음으로 고마웠다. 저런 친구는 한 명쯤 두어도 될 것 같다. 이미 변백현이라는 무섭고 무서운 애가 있지만 말이다. 오세훈 덕분에 그 두 년은 초고속으로 도망가버렸고, 오세훈은 정말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귀환했다.
"신경 꺼, 괜히 열폭질하는거야."
"응, 나도 알아. 고마워."
"고마우면 나랑 친구하던가."
"그 놈의 친구, 그래."
"어, 진짜?"
까짓거 친구쯤이야. 니가 지랄견 중 하나라는 것만 빼면 완벽한 친구니까.
"그럼 친구니까 밥도 같이 먹는거야?"
"...있잖아."
"왜?"
"이제 친구니까 욕 한 번 해도 돼?"
"욕?"
"응, 가까이 와 봐."
나는 오세훈에게 까딱까딱 손짓을 했다. 그러자 오세훈이 고개를 숙여 내게 귀를 기울였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싫어, 씨발."
***
"뭐?! 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그 년들 누군데?!"
"워워, 진정해. 난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내가 괜찮다는데 지들 마음대로 날 안 괜찮은 애로 만들어 버린다. 밥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었는데, 괜히 이런 얘기를 꺼내서 나한테 밥풀이 튄다. 다행히 여자인 친구들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오세훈에게 욕을 한 방 먹이고 온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그나저나 오세훈 대박이다."
"그니까, 걔가 원래 그런 애였나."
"저번에 김민석도 그러더니, ○○○ 너 능력 좀 있다?"
"뭔 소리래."
내가 능력있다는 소리는 몇 년 전 엄마한테 넌 사람을 청소부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소리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난 이해할 수 없는걸?
"넌 도대체 전생에 무슨 복을 타고나서.."
"나라라도 구했나보지."
"아, 몰라. 욕먹은거 짜증나 죽겠어."
"괜히 말 돌리는거봐라, 부러운 년.."
"야, ㅇㅇ아. 나중에 잘되면 나도 한 명 소개시켜주는거 잊지마."
"..."
이 것들 결국 목적이 그거였어, 하지만 장담하는데 난 절대 그 중 한 명과 잘 될리가 없거든. 내가 그들 중 한 명과 멱살을 잡고 싸우는 일은 생겨도 그들 중 한 명이 내 남친이 된다던가,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을 굳게 확신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지금 매우 화가난다. 우리 집이 조금 더 부자였더라면 벌써 그 년들을 잡아다 족치고도 남았을텐데. 괜히 나혼자 전투의지가 샘솟아 보리밥을 전투적으로 퍼먹었다.
"헐, 지랄견들 지나간다."
"와, 역시 잘생기긴 했구나."
"저기 변백현도 있는데, 인사 안 해?"
"멀라, 시뿔."
괜히 밥을 다람쥐처럼 우겨넣었더니 볼이 빵빵해져 발음도 이상했다.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내 뒤 쪽을 보고 얘기 하는걸 보니 내 뒤로 그 애들이 지나간다는거겠지. 하지만 그 것들이 지나가던 말던 내 알 빠람. 지랄견이고 나발이고 난 화가 난다니까, 괜찮다곤 했지만 화가 나. 욕먹고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있어!!!
"야, 너 그러다 니 혀까지 씹어먹겠어.."
"아, 화나. 화나 죽겠어!"
"어이구, 화나 죽겠어?"
"...켁"
뒤는 쳐다도 안보고 계속 밥만 퍼먹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쟤 며칠 굶었나, 하는 사람처럼 아주 전투적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연신 화난다는 말만 내뱉고있는 나의 머리를 누군가가 가볍게 헝클였다. 그것도 나를 애기처럼 어르는 듯한 말투와 함께.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져 먹던 밥을 내려놓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지랄견 무리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시끌벅적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나를 바라보며 웃고있던건 김, 김민석?
"..뭐야? 내가 방금 뭘본거야?"
"○○아, 너 김민석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야?"
"..."
"야, 얘 얼빠졌어."
"○○아, 정신차려!"
"...어?"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놀란 것보다 도대체 저 미친놈은 또 나한테 왜 그럴까, 내가 뺨맞을때 구해준걸 저런 식으로 복수하는걸까,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이 학교에서 최소한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걸까. 하는 잡다한 생각들이 먼저 들었다. 아무 생각이 없다곤 했지만 이 상황에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이 어디있나, 어항에서 뻐끔뻐끔 모이만 받아먹는 금붕어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지금 내 표정은 존나 병신같을테지. 엄마, 교복값 내가 벌어올게, 전학만 시켜줘요. 제기랄.
***
"너 걔랑 그렇게 친했어?"
"아니라고 했지."
"에이, 아닌게 아닌데? 친하지도 않은데 누가 머리를 그렇게 사랑스럽게 헝클여? 그것도 말투 개대박."
"어궁, 화나 죽겠썽?"
"...따라하지마, 먹은거 다 토할 것 같으니까."
"그건 니가 많이 먹어서 그래."
"...이씨."
여자저차 다 퍼먹어서 잔반 없는 급식판을 놓고 교실로 올라오는 계단은 내겐 정말 지옥이었다. 아직도 반쯤 얼빠져있는 나에게 달려드는 이 나쁜계집애들 때문에. 김민석의 말투가 대박이었다는 자타공인 김민석 빠수니 최진리가 김민석의 말투를 되뇌이고 있을 때 귀척 오지는 방민아는 김민석의 말투를 따라하며 나를 희롱하고 조롱하고 우롱했다. 그리하여 내 상태는 더욱더 메롱이 되었다. 내 김민석 이 새끼를 그냥...하지만 현실 속 나는 매번 말하지만 쭈구리였다. 김민석도 친해지면 존나 팰꺼야.
"오, 마침 반에 김민석도 있네."
"...하지마라했다."
"왜, 이 참에 친해져 봐. 쟤도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걸수도 있잖아."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넌 애가 다 좋은데 참 답답해. 그게 문제야."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제발 그만 ㅈ.."
"..."
결국 교실에 들어와서까지 시달리던 나는 같은 반도 아닌데 우리 반에 와서는 지랄견무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민석 덕분에 나는 더 시달려야만 했다. 애써 김민석을 무시하고 내 옆에서 쫑알대는 소리를 무시하며 내 자리로 가려했지만. 순간 내가 도경수 짝궁이었단 사실을 망각했었다. 왜 하필 도경수는 지 자리에 지랄견들을 모아둬서 김민석이 내 자리에 앉아있게 된걸까. 그리고 난 왜 김민석과 눈을 마주쳐야 했으며 김민석은 왜 그런 나를 보며 웃고 있는걸까.
"○○아, 넌 니 자리 가야지~"
"아, 그만 해ㅡㅡ."
"왜~? 아~김민석 있어서 그래~?"
"..."
방민아 이리와. 일단 너부터 맞고. 좀. 결국 나는 내 자리에 가지못하고 그 곳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방민아의 자리로 갔다.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저따구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방민아를 노려보니 그제서야 미안,한다. 진작 그럴 것이지. 하마터면 오늘 누군가는 내 손에 저 세상 구경갈 뻔했다.
"근데 너 진짜 니 자리 가야될 걸?"
"...왜?"
"다음 시간 이동수업인데, 교과서 챙겨야지."
"...도대체 왜?"
"뭐가?"
"왜 이동수업이야..왜.."
어째 손에 교과서를 끼고 나에게 다가오는 이지은이 불안했더라니, 역시 슬픈예감은 틀린적이 없나보다. 그래 이동수업을 하려면 난 책을 챙겨야겠지, 책을 챙기려면 난 내 자리로 가야겠지, 그럼 어쩔 수 없이 김민석과 마주쳐야겠지? 시발행복해ㅎ
"야, 너 김민석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피해. 그냥 당당하게."
"..."
"빨리, 이러다 종침."
"..."
"종치고 가면 우리 인생 종치는거야."
"...그래."
그래, 결심했어! 는 무슨 생각해보니 내가 왜 쟤를 피하고 있었는지ㅋ. 김민석이 나한테 뭘 하던 내가 신경안쓰면 그만인거 아니겠어. 이내 용기를 얻은 나는 성큼성큼 내 자리로 걸어갔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뜻밖의 패기로 몰려있던 지랄견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기까지했다. 좋아. 개멋있었어. ○○○. 존나 멋져. 넌 짱이야. 지랄견들이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 같긴 했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에 더불어 자신감까지 얻은 나는 내 자리에 앉아있는 김민석에게 말했다.
"야, 비켜."
"넌 부탁하는 사람 태도가 그게 뭐냐?"
"내 자리거든."
"싫다면?"
"나 책 꺼내야 돼."
"아, 장난이야. 너무 정색하는거 아니야?"
그럼시발진작에좀일어나던가개객끼야. 김민석은 그런 내 모습에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새끼 그 와중에 잘생기긴 잘생겼다. 솔직히 아주 조금도 안설렌건 아니지만 그래도 별로 안친하던 애가 갑자기 이러면 당황스러운건 나 뿐만이 아니잖아. 애써 무시하고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려 손을 넣었다. 그렇게 잠시 책을 찾고 있는데, 익숙한 손이 또다시 내 뒷통수를 습격했다.
"뒷통수 귀엽다."
"..."
"진짜 귀엽네."
"..."
오세훈에 이어 욕먹을 인물이 여기 한 명 더 있는 것 같다. 도대체 김민석은 나한테 왜 이럴까.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나 암만 생각해봐도 그렇다할 잘못은 한적이 없는데.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오늘따라 지랄맞은듯 진짜 지랄맞은 지랄견들의 목소리.
"김민석 뭐하냐, 썸타냐?"
"저 새끼 작정했네."
"..."
"우리 ○○인데."
"우리같은 소리하네 시발, 아까 이쁜이가 나한테 욕했어."
"니 얼굴만 봐도 욕이 저절로 나와."
"닥쳐, 개새끼야. 근데 욕하는것도 이뻐."
"변태냐?"
"지 소리하네."
"김민석 존나 적극적."
시발, 내가 듣고 있는 저 대화들이 내 귀에 안들리게 해주세요. 당장이라도 청각을 잃었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았다. 저걸 못들은 척 할 수도 없고, 그 와중에 김민석은 그런 지랄견들에게 말한다. 얘 진짜 귀엽지 않냐?
"..."
"○○○, 못 들은 척 한다."
"이쁜이, 수업 잘 들어."
"변백현 빨리 와. 이동 수업이야."
"아, 헐. 같이 가!"
하루 사이에 이상해진 김민석과 지랄견들 덕분에 오늘은 참 우울한 하루가 될 것 같다.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내 대변인.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한거 취소.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나를 놀린다. 그만 좀 놀렸으면.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은줄 알았더니 존나 세.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선도부. 이상한 애.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나를 싫어함.
♥ 디스 이즈 암호닉! ♥
모카 님, 권지용 님, 희수씽 님, 토익 님, 알 님, 기린뿡뿡이 님, 루루 님, 삼지창 님, 예찬 님, 유민 님
크림치즈 님, 세젤빛 님, 이리오세훈 님, 엑소영 님, 둥이탬 님, 순살 님, 뿅뿅망치 님, 헤헿 님, 계란찜 님, 김민석 님
짝짝 님, 하트 님, 롯데월드 님, 렛잇꼬우 님, 됴큥 님, 뚱바 님, 마름달 님, 망부석 님, 라임 님, 삼지창 님
규야 님, 블루베리 님, 미어캣 님, 꺄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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