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해당 작품의 내용 및 결말에 대한 스포를 상당히 많이..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 꼭 저 작품을 읽어야 한다던가 하는 부분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Medical Court
세일러문 변호사와 악당 의사
BGM :: 울랄라세션 - Love Fiction (괜찮아 사랑이야 OST)
“재판에서 절대로 흥분하시면 안돼요.”
“알았다고. 그만.”
“네.”
재판이 코앞인데 아직도 분노에 손을 파르르 떠는 의뢰인을 보며 어떤 변호사가 안심할까. 만약 형사재판이었다면 검사가 꼬투리잡기 참 좋을 모양새다. 넥타이까지 바로해준 뒤 뒤돌아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의뢰는 아주 ‘꿀 의뢰’라고 볼 수 있다. 증거도, 정황도 충분히 이쪽의 승리라 굳이 내가 해야 할 일은 별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법정 안에서 말만 잘 하면 문제없이 마무리할 수 있는 재판이란거지. 그래도 모두가 기피해서 내게 온 이유는, ‘죽일 거다.’라고 말하는 듯 한 상대편의 표정일까. 한때 우리나라 국민들이 I’ll be there이라는 문구만 봐도 덜덜 떨 정도로 그 영향력이 셌던 민준국이 실존인물이었다면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나도 수하가 필요한 시점일까.
성공적으로 재판을 끝마친 후, 껄껄 웃으며 악수를 청하기에 나는 반갑게 응했다. 근데 웬걸, 악수한 손 그대로 잡아당겨져 나는 영문 모른 채 의뢰인의 차에 탑승한다. 납치인가, 납치라고 하기에는 접대가 너무 후하다. 이렇게 챙겨주는 물에 약이 들어가 있고 그런. 아, 공부한답시고 미드를 너무 봤나. 자꾸 이상한 쪽으로 스토리를 그려나가는 것 같다.
“우리 변호사님 위해서 건배!”
이렇게나 순수한 의도를 흑심으로 해석해 버리다니. 넘치게 흘러주는 소주를 넘기자니 간에 무리가 오는 것만 같다. 원래 술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잘 마시지도 못하는데. 여기 앉은 사람들은 모두 완벽한 주당으로 보인다. 정말로 횟집에서 회식을 하는구나. 한낱 드라마 설정 혹은 클리셰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내 지나친 착각이었다. 그냥 맛있어서 먹는다나.
정말로 한 게 없어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무안할 정도다. 얼떨결에 비싸다는 참돔을 한 다섯 마리쯤 해치운 것 같다. 이분이 먹이고 나면 이쪽분이 건네고 내 입은 쉴틈없이 오물거리고 목구멍은 덜 씹힌 음식들을 나르느라고 혼쭐이 났다. 덕분에 장기는 호화로운 몇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그게 감당할 수 있는 폭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팽팽해진 위가 느껴질 정도로 과식하고야 말았다. 당장 내일 또 다른 의뢰인과의 상담이 있는데 미쳤다고.
그래도 이 자리에서 거절하는 것은 미친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약 3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내 입만 쳐다보는데. 어둠의 업계(?)에서 종사한다고 다들 우락부락한 몸집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의뢰인만 그랬던 것 같다. 준수한 외모에 큰 키. 그리고 근육질의 몸까지. 여러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래도 특유의 검은 아우라는 숨길 수 없, 아니 굳이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 아우라에 체할 것 같은데.
“변호사님, 많이 드셨습니까?”
이제 정말로 한계가 다다랐을 무렵, 구세주처럼 느껴지는 말이었다. 정말로 많이 먹었다고 강조하며 대답하니 살짝 웃으며 차키를 든다. 저건 무조건 우리 집 앞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몸짓이다. 나는 거절의 의사를 표하려고 했지만.
"위험하실텐데."
그 너머에 있는 무언의 협박을 인지했다. 빠른 포기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안녕히 가세요, 변호사님! 우렁찬 함성이 조용한 거리에 울려 퍼진다. 나도 덩달아 구십도 폴더인사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기대하면서 재판을 준비한 게 아니었는데. 정말로 집주소를 불러야 출발할 기세기에 나도 모르게 병원 이름을 댔다. 친구와 함께 사는데 그 친구와 함께 가겠다고. 친구까지 태워서 집에 데려다 줄 기세기에 바쁜 의사의 하루일과도 읊어줬다. 사실 메디컬 드라마에서 주워들은 어려운 용어들을 마구잡이로 들이댄 것뿐이지만 그래도 통했다니 다행이다. 아니면 알고서도 속아준 걸까. 아니…. 그런 인간들로는 안 보였어.
위기상황에서 떠오른 것이 병원이라니. 내 인간관계 참 알만하다. 차라리 루한의 가게 이름을 대는 것이 나을 뻔했나. 시간이 늦어져 가게 문이 닫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지금 시간을 보니 내가 너무 설레발을 쳤던 것도 같다. 걔 요새 연애하느라고 가게에 몇 시간이고 남아있던데.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여자에 관심도 없어보이던 것이 우리 중에 가장 먼저 장가가게 생겼다. 형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게.
“민호야. 바쁘냐.”
병원 안에 들어서는 것을 주저하길 여러 번. 결국 민호에게 전화를 건다. 응급실은 여기서 거리가 있으니까 섣불리 행동하지 않으려는 거다. 바쁘다고 대답하는 민호의 목소리는 입 안에 뭐가 가득한 듯 웅얼거리기 바쁘다. 생각해보니 바쁜데 전화를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의문도 든다. 결론은.
“너 거짓말하지 지금.”
-들켰다.
정말로 거짓말이 맞았다. 응급실 앞에서 다시 전화를 거니 털레털레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은지 곧 들어가 봐야 한다며 내게 할 말을 재촉했다. 그냥 대피 처로 병원을 고른 사람에게 할 말이 어디 있을까. 소화제라도 달라고 하니 저 너머의 편의점을 가리킨다.
"까스활명수라도 사 드세요."
"내 거까지 두우개."
이게 6년 지기 우정의 결과라니. 세상이 많이 차가워졌다.
“어? 악쌤 오늘 오프잖아요.”
“내가 오프에 갈 곳이 어디 있어. 가볍게 반납했지.”
내 뒤에 악쌤이 있었나보다. 당황하며 인사했더니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응대하는 악쌤이다. 저 사람이 나처럼 인사하는 것이 더 어색할지도. 저렇게 인사하는 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편의점에 다녀왔는지 한손에는 캔 커피. 한손에는 편의점 봉투를 들고 있다. 홀짝 마시다가 내게 마실 거냐고 건네기에 정중히 거절한다. 참 별난 사람이다.
“그나저나, 요즘 변호사들은 그.. 조폭도 부업으로 하나 봐요?”
“네?”
“아니, 뭐…. 되게 많은 수하들을 거느리고 다니시기에.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최민호 너.”
악쌤이 민호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민호만 밝게 웃었다. 형 진짜 조폭이에요? 나는 그냥 울고 싶을 뿐이다.
-ㅋㅋㅋ
-수고해
-악쌤이랑 조폭이랑 사귀면 진짜 웃기겠다.
엿 먹어라 최민호. 분노를 담아 꾹꾹. 죄 없는 핸드폰 화면에 화풀이를 하는 중이다. 괜히 병원에 내려달라고 했어. 그냥 애초부터 집 앞에 내려달라고 했으면 그런 모습을 보일 일도 없었을 텐데.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뭘 어쩔까. 그냥 악쌤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본 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밤이 너무 늦어졌다. 발걸음을 재촉해보지만 내게 동력이 없는 이상 거기서 거기로 느껴지지만. 보통 이런 늦은 시간에 여자 주인공들이 혼자 밤거리를 거닐면.
“김 변호사님 맞으시죠?”
젠장.
“변호사님이 일을 너무 잘해주셔서. 우리가 이렇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닌데.”
그럼 원래 하던 대로 해주셨으면 더욱 좋았을 뻔 했어요. 속에서 맴도는 말을 애써 삼키려 노력한다. 그렇게 산업혁명을 겪고 대 발전을 한 서울에 이런 폐공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긴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미국에서도 분지마다 하나씩 폐공장이 있을 정도니. 어쩌면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망하게 되는 산업구조의…. 내가 너무 많이 갔지.
가녀린 여자 주인공처럼 쓰러져 덩치 큰 남자의 품에 안겨졌을 때도 괜찮았다. 그건 굴욕이라기 보단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 가까웠으니. 근데 이렇게 인질로 잡혀 누군가 나를 구해주러 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야 하다니 이건 좀 불공평하다. 묶인 손은 중학교 때 산악부에서 배웠던 매듭풀기로 단번에 풀어버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한 매듭이다.
“귀한 분 모신만큼 귀한 대접 해드려라.”
세상이 바뀌었다던 내 의뢰인의 말은 순 뻥이었다. 90년대 느와르 영화와 지금 풍경이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이제 여기서 잭나이프만 들어 내 턱선을 묘하게 훑으면 완성이 될 것 같다. 사냥개 몇 마리 풀어주고. 공포감 조성을 위해 환하게 빛을 발하는 형광등 몇 개를 터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귀한 대접을 한다는 건 사실이었는지 나는 의자채로 상석에 오르게 되었다. 하하. 웃음만 나온다.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의자가 흔들거린다. 아마 재채기라도 한다면 나는 바로 고꾸라져 저 까끌까끌한 시멘트 바닥에 이마를 박겠지. 그럼 과다출혈로 사망하기라도 하려나. 의뢰인이 도착하기 전까지 최대한 긍정적인 상상을 해보려고 했는데 말했듯 미드를 너무 많이 봤다. 잠이라도 자자.
***
“변호사님!”
정말 잠에 들었구나. 나의 태평함을 반성해본다.
“제가 곧 구해드리겠습니다!” 썩 믿음직스럽다.
눈을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 영화 한편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마 내가 할리우드 파파라치였으면 진짜 패싸움을 담은 사진으로 돈께나 벌었을 텐데. 지금 이 순간, 손에 카메라가 없음을 한탄한다. 이러자고 변호사를 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들다마다. 이 상황에서 정신 잃고 잠…. 아, 지금 저 남자는 내가 잠들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는 잠들었다는 가정보다는 여러 가지 고문에 의해 쓰러진 인질정도로 보이는 게 보편적이긴 하다. 그런데 잠깐 잠든 동안 얼마나 숙면을 취한건지 목이 잠겨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 결과로 아래의 남자는 잔뜩 오해한 듯싶다. 개새끼 무슨 새끼 각 개체의 어린 짐승들을 찾고 있다. 조금은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를 올려둘 때 사용했던 사다리를 멀리 치워놓은 것으로 보인다. 정말 공장 입구 쪽에 널브러진 사다리가 보인다. 이 걸 알려줘야 하는데. 손을 일단 뻗어야 하니 조금씩 꼬물거려본다. 푸는 동안 아래를 보는데 도무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누가 이기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우리 편은 빨간색, 상대편은 파란색 조끼를 입어줬으면 좋겠다. 널브러진 양복무리가 우리 편이면 나한테 너무 가혹하잖아, 세상이.
“혹시 뛰어내리실 수 뛰어내리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요새 내 주변 사람들은 내게 왜 가당치도 않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자 곤란한 듯 한숨을 쉰다. 또 다시 죄송한 마음이 든다.
풀어낸 매듭을 땅바닥으로 던지고, 우선 이 위태로운 의자에서 내려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의자보단 책상이 면적이 넓어서 조금 더 나을 것 같으니까. 물론 ‘조금’ 더. 몇 겹으로 쌓아뒀는지 아직 아래는 까마득하다.
겁이 많은 스타일은 아닌데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아무래도 이 탑을 쌓은 조직원은 장래희망이 건축설계사쯤 되는 것 같다. 인간이 느낀다는 극한의 공포. 7m 기준을 준수해서 탑을 쌓은 것 같으니 말이다. 두 다리를 겨우 내렸는데 이마에서 땀방울이 주룩 흐른다. 회사 돌아가면 일단 휴가부터 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 손가락에 힘을 너무 줬나. 저 끝에서 투둑 소리가 났다. 야무지게 봉합을 했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나는 급격하게 몰려오는 고통에 불가항력으로 손을 놔버리고야 말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실밥 푸는 날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악쌤한테 풀어달라고 하려했는데 다 망해버렸다. 진짜 이정도면 휴가 줘야한다. 우리 로펌 각성하라.
***
“안면부 출혈이 너무 심합니다.”
“기도부터 확보해. 맥박이 너무 약해.”
“튜브 삽입하겠습니다.” (*호흡관 삽입)
“미쳤어? CPR해. 지금 환자 죽일 일 있어?” (*심폐소생술)
“ECMO 가져올게요.” (*이동 가능한 인공심폐기)
“내가 할게.”
***
아아. 아프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우선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괜찮은 것 같다. 그 다음에는 팔꿈치. 이건 좀 아프다. 어깨. 죽을 맛이다. 허리…
“아!”
너무 아팠다.
“일어나셨습니까!”
대기하고 있었는지 양복무리들의 소리가 들린다. 이런 환영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썩 기분이 좋다. 파들거리는 눈꺼풀을 진정시키고 시야를 제대로 확보해 보았다. 역시나 병원이 맞다.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고 나서부터 쭉 기절해있던 것이 분명하다. 내가 완전히 깨어났다는 사실이 메아리마냥 전달되어 의사 쌤을 불러온다. 악쌤?
“요즘 변호사는 현장도 뛰어요?” 차트를 들고 악쌤이 가까이 다가온다. 애써 대답하려고 입을 여는데 상상도 못할 만큼의 통증이 나를 감싸왔다. 입술이 찢어졌다. 아니, 그냥 찢어진 게 아니라 뚫린 정도. 내 몸 어디어디가 아픈지 감도 안 잡힐 만큼 온몸이 쿡쿡 쑤시긴 한데. 우선은 제일 아픈 건 허리라서. 허리의 고통이 자잘한 고통들을 막아주고 있던 것.
“성형외과 컨택을..해서..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봉합은 문제가 없는데 입술선이 사람 인상을 참 달라지게 하는데요.”
“우리 변호사님 많이 안 좋습니까?”
“여러분은 여기서 삼일동안 밤을 꼬박 새고도 체력이 남아 넘치나봐요. 일단 조용히 있으세요.”
확실히 보통 여자는 아니긴 하다.
내가 3일이나 잠들어 있었구나. 나는 새삼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악쌤이 친절하게 내 얼굴 위로 가져다 준 차트에는 읽기 힘들만큼의 의학 용어들이 가득하다. 법률 용어 외우는 데도 한참이나 걸렸는데 의대생들 고생 꽤나 하겠고만. 의대생들 대단하다. 물론 그렇다고 연수원 동기들이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나도 대단하고.
기본적인 영어는 내가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facial에 문제가 많고, 대충 뼈 몇군데가 부러졌고 이런 내용이긴 한데…. 방황하는 나의 눈동자를 본 건지, 악쌤이 차트를 다시 가져가서 글자를 끄적인다. 정리된 내용은 이렇다.
1. 여기, 여기가 부러졌어요. - 골격을 나타낸 그림에서 내 팔과 다리를 크게 동그라미 쳤다. 정강이인지 허벅지인지 알 수는 없어도 대충 부러졌다는 사실만 알아듣기로 한다.
2. 여기 아픔 - 허리. 그래 나는 지금 허리가 아프지
3. 여기 CT - 머리? 머리는 왜 CT? 물어보려는데 또 다시 입술이 말썽이다. 나는 그냥 악쌤이 말하는 걸 기다려본다.
“얼굴 미세 골절은 X선으로 확인이 안 되거든요. 일단 골격 구조가 워낙 복잡해서. 떨어질 당시에 얼굴로 떨어지셨는데 여기. 봉합한 부분 뒤쪽에 골절 생기면 골치 아파져서 facial bone 봐야해요.” (*안면부 CT)
악쌤이 차트에 쓰던 펜을 가져다가 닿지 않도록 내 얼굴 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린다. 굳이 안 찍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하려다가 나는 입을 꾹 다문다.
“사실 기절상태에서 찍으려고 했는데.”
무서워..
“내일 성형외과에 연락해드릴게요. 일단 일반 병실로 옮기고 문제없다면 회복만 잘 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터진 손가락도 다시 봉합해드렸어요.”
“감사합니다!”
“아저씨들은 가만히 계시라니까. 환자 골 울려요.”
“아, 말하면 머리 아파하십니까?”
“부러진 게 한두 군데가 아닌데 안 아프겠어요. 뼈 사이에 지금 빈 공간이 얼마나 많은데.”
갑자기 악쌤이랑 누나랑 싸움을 붙이면 누가 이길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미친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나를 옮겨주는 건 남자 레지던트들의 몫이 되었다. 끙차, 부러진 뼈들이 어긋나지 않도록 살살 다뤄주는 레지던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저 멀리서 두유팩을 쪽쪽 빨아들이는 최민호가 보인다. 친한 형이 이리도 아픈데 저렇게 태평하다니. 나는 화를 버럭 내려다가 아픈 입술을 깨닫곤 애써 삭힌다. 쟤 저렇게 얄미운 이미지 아니었는데 변백현이 다 망쳐 놨다. 경수랑 둘이서 놀 때만 해도 정말 괜찮은 애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모임이 지속되면서 개그를 좀 배우더니 이제 둘이서 깐죽킹 자리를 먹었다.
그냥 차라리 눈을 감고 모르는 척을 하자. 내 마음에도 그게 편할 것 같았다. 민호를 계속 보고 있다가는 내가 열불이 나서 안 부러진 뼈까지 부러트릴 것만 같았다. 근데 움직인 것은 민호 쪽이다. 민호가 왔다는 사실은 잔뜩 경계를 갖춘 양복 아저씨들의 목소리로 알게 되었다.
“형, 진도 진짜 빨리 뺀다.” 얘는 또 뭐라는 거야.
“하필 그때 에크모가 없을게 뭐람. 사귀기 전에 키스부터 하고.” 에크모?
“형이랑 악쌤이랑 찐하게 뽀뽀했어. 대박이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최민호의 목소리. 어찌나 ‘찐’에 강세를 두었는지 골이 울린다. 아까 악쌤이 말한 게 이거였구나. 내가 뽀뽀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곰곰 생각해보니 심폐소생술이 떠올랐다. 헐, 나는 순식간에 감았던 눈을 번쩍 뜬다.
“이제야 나를 봐주네. 악쌤이랑 뽀뽀했다는 게 그리 좋나.”
내가 입을 열 수만 있었다면 비속어를 한 아름 선물해줬을 것이다. 루한이랑 지내면서 비속어란 비속어는 다 배웠기 때문에, 안한다 뿐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악쌤이 근데 단단히 형 오해하고 있던데. 어둠이랑 손잡은 변호사라고. 나한테 형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래. 그래서 나는 어떻게 알았냐고, 알겠다고 했어.”
이 미친놈이.
“잘했지?”
죽일 거다.
( + 마지막의 죽일거다. 는 feat. 민준국
민석이는 민호보다 형입니다. 약 2년 차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민석이는 30, 민호는 28. 그리고 악쌤은.. 비밀. 이라고 설정해두고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편수로는 4화인데 전개 짱 빠르다데스.. 아고물은 6편 가까이 되도록 이틀이었는데
만난 날 (호프집 모임날)부터 세면 지금 한 2주정도 됐지 말입니다.
저는 아직 러브픽션이 질리지 않아서 그대로 가고 있습니다 메코에는 러브픽션만한 브금이 없어요..
메코에 딱 어울리는 브금같아요.. 하 너무 좋다..
암호닉은 $$ 사이에 넣어서 신청해주세요. 아고물이랑 따로 받습니다.
1-2편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제 독자님들을 여러가지 호칭으로 부릅니다. 아직 적응이 안 되는 분들이 계실까..
우리 콩덕들, 개구리들. 그리고 성실한 추천요정=꾹꾹이들 모두 고맙고 사랑해요! 이번 한 주 행복한 한 주 되시길! ♡)
메코 (메디컬 코트) 암호닉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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