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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물 11
: 애딸린 아저씨와 나물파는 고딩물
BGM :: 길구봉구 - 뭘 해도 예쁜
하준이는 이불을 살포시 걷어 눈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본다.
벽면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하준이의 눈을 살짝 찌푸리게 만든다.
부엌에선 달그락달그락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나가 맛있는 밥을 하고 있나보다!
큰 이불을 낑낑대며 걷어낸 하준이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양치도 한다.
작은 손에 꽉 잡히는 어린이용 칫솔을 꾹 잡고선 아래위로 치카치카.
배운 대로 하지 않으면 나쁜 세균들이 이를 썩게 한다고 선생님께 주의를 잔뜩 듣고 겁을 먹은 하준이는 하루 세 번 양치는 잊지 않고 꼭 한다.
“너 그러다가 학교 지각한다!”
여자는 이가 부서져라 양치를 하는 하준이를 말리고 헹구는 것을 돕는다.
교복을 갖춰 입은 채로 앞치마까지 두른 여자의 모습은 영락없는 주부의 모습이다.
여자는 하준이가 옷을 입을 동안 보글보글 끓인 찌개를 식탁 위에 옮겨둔다.
두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이 가족이 비어있던 오피스텔에서 살게 된 것은 오늘로 3개월이 다 되어간다.
남자가 여자에게 오피스텔 열쇠와 핸드폰을 주고 떠난 그 날, 여자는 두 개의 물품을 상자 안에 넣어 집안 깊숙한 곳에 봉해뒀었다.
자신이 받아선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후, 3개월이 지나면 고스란히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둘의 이사를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운 것은 지호였다.
평소에도 두 사람이 허름한 집에서 사는 것을 반대했던 지호는 여자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운동장에 환호라도 지르고 싶어 했다.
그 집은 우선 위생적으로 좋지 않을뿐더러 언제 천장이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던 집이다.
거기서 십여 년을 살아온 여자가 용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집.
게다가 곧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도 들려와서 더욱 걱정을 했었다.
지호는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여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럼 어떡해, 실천을 하는 거지.
여자가 집을 비운 사이에 하준이와 작당하고 짐을 모두 옮겼다.
여자는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을 되돌릴 순 없었다.
삐- 소리와 함께 현관 벨소리가 울린다.
“오빠 왔다!”
우지호. 개학식 이래로 한 번도 빠짐없이, 이 시간만 되면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여자는 지호의 자전거 뒤에 하준이를 앉힌다.
밥을 다 먹지 못해 볼 한가득 음식물이 가득한데도 아랑곳 않고 그들의 임무 수행은 계속된다.
지호가 여자에게 인사를 하고, 여자는 바로 앞치마를 벗고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아침은 이런 식이다.
그렇게 여자가 정리를 마치고 학교로 향하면, 가는 길에서 하준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온 지호를 만난다.
그럼 여자는 냉큼 지호의 자전거를 탄다.
제일 수고하는 지호를 위해 여자는 아침마다 요구르트 하나를 준비해 둔다.
오피스텔과 학교가 조금 거리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아마 거리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계속 지호에게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다.
“우기사님, 팁 여기요.”
이제는 제법 만담 분위기도 낼 줄 아는 둘이다.
여자가 지호의 춘추복 주머니에 조그만 요구르트를 꽂으면, 지호는 신사 인사를 하며 받아친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자기들끼리는 꺄르륵 난리가 났다.
어느덧 여름은 가고, 쌀쌀한 날씨에 춘추복을 입은 학생들만 운동장에 가득하다.
그리고 여기. 김포공항에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몰려있다.
각종 플랜카드를 든 학생들과 일명 대포카메라라 불리는 DSLR을 들고 있는 팬들.
그리고 그들과 외형의 차이는 없지만 노련미가 느껴지는 기자들.
그리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남자가 등장한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도 밝은 미소를 유지하던 남자는 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을 찾는다.
여기 어디 넣어뒀던 것 같은데, 찾았다.
핸드폰을 꺼냈지만 배터리가 없어 남자를 반겨주는 것은 까만 화면뿐이다.
남자는 좌절한다.
-이씽. 한국 도착했어?
“응. 종대 언제 와?”
결국 예약해둔 호텔에 와서야 핸드폰을 켤 수 있었다.
전원이 연결되자마자 바로 날아온 메시지에 답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내일은 남자 혼자서 한국 예능에 출연하는 날이다.
10부작 서바이벌식 예능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남자의 특징을 살려 섭외에 응했다고 소속사에선 그랬다.
남자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언젠가 한 번 요리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게다가 그 장소가 한국이니.
예정보다 조금 더 빨리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종대는 프로그램의 첫 시작을 응원하는 방청객으로, 조금 있다가 출국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종대가 한국에 도착하는 시간까진 자신은 자유라는 뜻이 된다.
경호원들도 호텔에 남자를 보내고 나선 흩어졌다. 남자가 호텔 밖으로 나올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남자는 용기를 내서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세 번째 걸어도 받지 않자, 남자는 조금의 오기가 생긴다.
남자가 잊고 있는 것 한 가지.
남자는 오늘 아침 10시에 입국했고 방학은 예전에 끝났다는 것.
풀이 잔뜩 죽어 침대에 엎어져있던 남자는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켜본다.
-여보세요?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목소리인데, 막상 듣고 나니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져서 그저 가만히 듣고 있다.
아저씨 맞아요? 되묻는 여자의 질문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자신의 신분을 인증하고 겨우 대화를 이어나가던 남자는
혼란스런 머릿속을 진정시킴과 동시에 말을 하려니 발음이 더 꼬여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본론부터 말하자고 생각한다.
“비눗방울.”
-네?
“비눗방울 하로 가요.”
퐁퐁. 방울방울 맺힌 비눗방울들은 사르르 눈꽃처럼 내려 폭, 하고 사라져버린다.
작은 놀이에도 그렇게나 즐거운지 하준이는 방긋방긋.
그를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의 입도 덩달아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여자는 남자가 이곳에 오기 위해 007 비밀 작전을 방불케하는 추격전을 찍었다는 것을 알까.
아니, 남자도 여자가 남자를 만나기 전에 생전 바르지도 않던 립밤을 친구에게 빌렸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그러므로 둘은 피차일반.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을 고른다고 골랐는데 결국 오게 된 곳은 여자가 살던 동네의 언덕 제일 꼭대기에 있는 작은 공터다.
방송국에, 여러 기업의 본사가 줄줄이 있는 동네 바로 옆엔 다 무너져가는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자의 동네가 있다.
마치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것처럼 축축한 분위기와 높은 건물들에 가려져 햇빛도 받지 못해
사람들은 여자의 동네를 밤하늘 동네라고 이름 지었다.
정식 명칭은 아니었으나 도로명 주소에는 ‘밤하늘로’라고 이름 붙여질 정도.
하준이야 신이 나서 공터 여기저기를 누비는 중이지만, 둘은 어색한 침묵 속에서 침만 꼴깍 삼키고 있다.
그리고 여자는 생각한다. 애초에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것도 비눗방울이라는 약속이 있어서였다.
오늘로 그러면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당장 오늘 하루 장사를 하지 않았다고 내일의 식비를 걱정해야하는 나와 이 사람의 만남이 가당키나 할까.
“저기, 있잖아요.”
남자는 깊이 고민하던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른다.
여자는 애써 침착하며 고개를 돌리고 뜬금없이 남자가 내미는 비눗방울 통을 받아든다.
해보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호호 공기를 불어넣자, 비눗방울은 몽글몽글 피어올라 통- 하고 튕겨나간다.
어렸을 적부터 흔한 장난감 하나 없이 살아왔던 여자는 문득 동네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불며 재밌게 놀던 장면을 부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아까부터 하고 있던 생각에 가세를 더한다.
“그, 저희 더 이상 안 도와주셔도 돼요.”
비눗방울 통 안에 막대를 집어넣고, 뚜껑까지 꾹 잠그고 나서야 여자는 입을 열었다.
“집에서 살게 해주시는 것도 감사한 일인데. 저 곧 졸업하면 제대로 돈 벌어서 하준이 중학교도 보낼 거구요. 임대료는 어떻게 갚아볼게….”
“잠시만.”
남자의 해석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그래도 여자가 지금 하고 있는 말들이 자신과 여자의 사이에 길고 높은 벽을 쌓는 말임을 알고 있다.
남자가 여자와 만나지 못한 근 3개월간, 여자 못지않게 남자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직업 차이가 가장 컸다.
자신은 직장인이고, 여자는 아직 가능성이 많은 학생이다.
그런 학생을 자신의 마음 하나로 잡아두고 열애설과 같은 괴로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자신은 연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기는 많지만 아직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처음이니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한국어를 잘 못해요.”
자신의 마음으로 잡아둘 순 없다고 해도.
“그래도 노력해볼게요.”
그 사람의 미래정도는,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남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중국에서 왔고, 나이가 이만큼 많아요.”
‘이만큼’에 강조를 하듯, 손을 넓게 벌리며 남자가 말을 시작한다.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해야 하고 TV에 나오려면 머리도 해야 하고.
나는 하준이가 좋아요. 그리고 그만큼 당신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당신은 웃는 게 참 예뻐요. 그리고 동생을 아껴주는 모습도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조금은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당신의 마음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내 마음 때문에 자꾸 욕심이 생겨요.
이것도 해주고 싶고, 저것도 해주고 싶고. 부담스러우면 어떡하지.
나는 정말로, 당신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도 좋아요.
남자의 말은 미리 경고했던 바와 같이 조금은 어색하고, 서툴렀다.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또박또박 전달하기 위해서 남자는 최대한 집중해서 말을 이어나갔고
손에 비눗방울 장난감을 꼭 쥔 여자는 믿을 수 없는 말들에 집중하느라 제 손이 하얘진 것도 모르고 있다.
“내가, 그래도 될까요?”
남자는 자연스럽게 여자의 손을 풀어주며 이야기한다.
피가 통하기 시작하면서 여자는 손이 저릿저릿한 나머지 인상을 찌푸린다.
자신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방금 막 끝냈음에도 남자는 여자가 아픈가 걱정이 되어 구부려진 손을 하나씩 펴본다.
그런 남자의 정수리만 내려다보던 여자는 비눗방울을 잡기 위해 손을 오물조물 움직이는 하준이를 한 번 쳐다보곤 조용히 이야기한다.
“저는 생각보다 되게 이기적인 사람이거든요. 지긋지긋한 가난도 싫고, 나 혼자 견뎌야하는 이 현실도 싫고. 되게 나쁜 사람이에요.”
“아니요.”
“마음속에서는 하준이를 두고 열 번도 넘게 도망갔나 모르겠어요. 돌아가신 부모님 욕도 엄청 많이 했고 어렸을 때 찾아오던 빚쟁이 아저씨들 죽여 달라고 기도도 했어요.”
“…”
“그런 내가 아직도 좋아요?”
여기. 남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여자의 눈가를 매만진다.
그리곤 검지로 닿지 않게 눈을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여기가 이렇게 반짝반짝.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당신은 예쁜 사람.”
남자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여자의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남자의 손을 타고 흘러내린다.
남자는 그 눈물을 닦아낼 생각도, 여자의 눈가에서 손을 뗄 생각도 않고 말한다.
“좋아요. 고마워요, 예뻐줘서.”
“눈이 삐었죠.”
퉁명스럽게 남자의 손을 떼어낸 여자는 눈을 흘기며 말한다.
그런 여자가 귀여운지 남자는 어깨를 으쓱할 뿐 답을 하지 않고,
괜히 여자는 솜주먹으로 남자의 어깨를 때리는 시늉을 하다가 푸흐. 웃음을 뱉어버린다.
“조굼만. 기다려죠요.”
“아저씨 조금만 발음 신경 안 써도 이렇게 되는구나.”
“아, 안 돼.”
“괜찮아요. 고마워요, 귀여워줘서.”
그리고 저 너머엔, 이런 남자와 여자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작은 꼬마 하나가 있다.
밝게 빛나는 달도 이 셋을 비추는 것이 좋은지 더욱 찬란하게 더욱 아름답게.
그리고 이들의 내일도 찬란하고 아름답게.
♧자 이제 풍악을 울려라!!!♧
으 정말 기쁜 순간이 아닐 수 없읍니다 ㅠㅠㅠ
내사랑들 얼마나 비글넘치게 풍악을 올리는지 지켜보겠어요 (예리)
완전 늦은 밤..으슥한 밤.. 나는 글을 올린다.. 후후..
여러분의 신남+기쁨을 발산할 시간입니다! 후후
같이 달려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추천요정들, 꾹꾹이들, 청개구리들, 콩덕들 모두 싸랑해요!
남은 이야기도 잘부타캐!! ♡
(+ 완결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아따.. 슬품..)
레이/여자/지호 에서 레이로 아예 바꿔버린 거슨..점점 지호의 비중이.. (먼산)
원래 계획은 이렇지 않았는ㄷ...
암호닉은 $$ 안에 넣어주셔야 해요.
안그러면 목록에 추가하지 아느꼬얌. ★이거 진심★
그리고 '가장 최신편'에서만 신청해주셔야 해요! 안그러면 확인 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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