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저런 것들이랑 무슨 말을 하겠니.... 걱정도 안되나 보다. 그래 남자들이 그렇지 뭐.....
어제 미열이 있던 태형이를 집에 데려다 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심해질 줄은 몰랐다. 그렇게 방방 뛰어다니던 김태형이 엎드려있다는 건 엄청 심각한 거다.
또 한 명 감기에 심각하게 걸린 민윤기도 내 옆에 엎드려있다.
얼마나 열이 많이 나는지 옆에 있는 나한테까지 뜨거운 기운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렇게 아프면 집에 가서 쉴 것이지 왜 안 가고 버텨, 버티길. 어차피 수업도 자주 빠지는 애가.
미동조차 안 하고 가만히 엎드려 있는 민윤기를 괜히 콕 찍어보았다.
"야"
"....."
"그렇게 아프면 집에 가던가"
"....."
"왜 저렇게 고집이래"
"시끄러"
더럽게 예민하네.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고 태형이 반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반인 정호석은 아마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을 거다. 아님 밥 먹으러 벌써 튀었거나.
민윤기를 그냥 두고 가자니 마음에 걸렸다.
"남준!"
"어?"
"나 태형이네 반에 갔다 올 테니까 윤기 좀 봐줘"
"너 밥 안 먹어?"
"이따 갔다 와서"
"글쎄 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난 아니야! 알겠지? 빨리 갔다 올게"
남준이에게 윤기를 맡기고 태형이네 반으로 갔다. 역시나 정호석은 없었고 태형이 혼자 가방에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었다.
"비켜봐"
"어? 아미다"
마스크를 썼는데 얼굴이 얼마나 작으면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아.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도 엄청 잠겨있고 눈 밖에 안 보이는데 눈웃음도 희미하게 짓는다. 너 무슨 죽을 병 걸린 애 같아.
"괜찮아 내가 할게 콜록"
"그러면서 뭘 해"
"나 가면 아미 심심해서 어쩌나"
"안 심심하니까 걱정 말고 집 가서 쉬기나 해"
나한테 감기가 옮을 거라며 가라고 가라고 하는데 고집을 부려서 결국 정문까지 태형이를 데려다 주고 얼른 우리 반으로 올라왔다.
역시 애들 중에서 제일 착하고, 석진이 오빠 빼고, 제일 정상인 남준이는 내 말대로 얌전히 날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오냐. 얼른 가자"
"하.하.하. 윤기 윤기, 밥 먹으러 가자"
"안 가"
"뭐래. 아플 때 더 먹어야 돼"
"안 먹어"
"밥 먹어야 빨리 났는데..."
"시끄러 머리 울려 나가"
"안 먹는다는데 그냥 놔 둬"
"어? 응..."
저러면 안 되는데.... 괜히 마음에 걸려서 애들 중에 밥을 가장 빨리 먹고 매점에 들려 빵이랑 따뜻한 캔음료를 사서 반으로 올라갔다.
저러고 계속 있었는지 나가기 전이랑 똑같은 자세다. 죽은 거 아니야?
"야 이거 먹어"
"......"
아무 말도 안 한다. 배고플 텐데... 빵과 음료수를 윤기 책상에 놓아도 미동조차 안 한다. 하....
결국 수업은 다 듣고 보충이 시작되기 전에 민윤기는 짐을 싸서 집으로 갔다.
하필 내가 교무실 가서 선생님을 도와주는 사이에 가서 보지도 못 했다. 그래도 책상 위에 없는 걸 보니 빵이랑 음료수는 챙겨 갔나 보다.
옆에 민윤기가 없으니까 여간 심심한 게 아니다. 한숨만 푹푹 내쉬며 보충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나 혼자 가야 되잖아.....
늘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라서 몰랐는데 윤기가 없으니까 외롭고 허전해 죽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냉장고를 열었다.
소고기! 때깔도 좋고! 분명 엄마가 오늘 저녁거리로 사오신 거겠지만... 좀 쓸게 엄마....
둘 다 고기는 좋아하니까. 소고기로 죽을 끓여서 보온통 두 개에 나눠서 담았다.
윤기네 집이 더 가까우니까 윤기네 먼저 들려야겠다.
보온통을 덜렁덜렁 들고 윤기네 집으로 향했다. 아, 가는 길에 감기약도 사고. 분명 둘 다 안 먹었을 거다.
초인종 누르면 분명 나오기 귀찮아서 무시하겠지? 그냥 비번을 누르고 들어갔다.
하도 친하고 집도 많이 드나들어서 윤기네 집 비밀번호를 나는 알고 있지만 윤기는 우리 집 번호를 모른다. 불안해서 내가 안 알려 줬다. 불쑥불쑥 쳐들어올 거 같아. 마치 지금 나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깜깜하다. 윤기 방도 깜깜하다. 자나?
윤기 방에 들어가서 불을 켜니까 안 잤는지 바로 눈을 뜬다. 저기 책상에 내가 준 빵이랑 음료수가 올려져 있었다. 안 먹었나 보네.
"뭐야"
"안 잤어?"
"왜 왔어"
"일어나 죽 먹어"
"안 먹어"
"뭐 자꾸 안 먹는데. 내가 친히 죽을 쒀왔으니 일어나"
"할매도 아니고"
"뭐 인마? 기껏 끓여오니까"
"너 감기 옮는다. 얼른 나가"
"그건 내가 알아서 하고"
주방에 가서 그릇이랑 숟가락을 가져오니까 어느새 몸을 일으켜 앉아서 날 빤히 본다. 뭘 봐. 죽을 덜어 숟가락을 꽂아주니까 받긴 받는다.
"여기가 니네 집이냐? 왜 맘대로 뒤져"
"우리 집이지"
"뻔뻔하기는"
먹지는 않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길래 얼른 먹으라고 하니까 한술 뜨려 하는데 숟가락 들 힘도 없는지 숟가락을 잡고 또 가만히 있는다.
"아!! 답답해, 줘봐!!!"
죽을 뺐어들고 숟가락으로 조금 떠서 윤기 입에 가져다 대니까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뭐. 안 먹어?"
"내가 얘냐?"
"먹여주는 게 싫으면 진작 퍽퍽 퍼먹던가 답답해서 진짜. 빨랑 아 해!"
"뜨거..."
"뭐?"
"뜨겁다고. 김이 펄펄 나는데 이걸 어떻게 먹냐?"
"아."
그렇구나. 다시 가져와서 후후 불어 주니까 얌- 하고 그제서야 한입 먹는다. 뭐지 이 뿌듯함은.
안 먹을 것처럼 하더니 내가 먹여주는 걸 야금야금 잘도 받아먹는다.
"맛도 더럽게 없네. 니가 만들었냐?"
"그럼 이 맛있는 걸 누가 만드냐"
"맛 없다니까"
"먹기 싫냐?"
"아-"
맛없다고 하길래 숟가락을 내 쪽으로 당기니까 아하고 입을 벌린다. 귀여운 놈이.
깨끗하게 싹싹 다 먹이고 태형이 집에 가기 위해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냐?"
"가라며"
"아"
"맞다. 잠깐만"
다시 주방으로 나가서 수건에 찬물을 묻혀 가지고 왔다.
"야, 누워"
"뭐? 상당한 도발적인 말이다?"
"뭐래. 누워봐 빨리"
얌전히 누울 거면서 뭔 말이 저렇게 많아. 침대에 누운 윤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에 수건을 올려주었다.
"찬 거 사라지면 다시 뒤집고. 뒤집어도 식으면 귀찮아도 다시 찬물 묻혀서 이마에 올려놔. 아니다, 가는 길에 다시 해주고 갈까"
"어디 가?"
"어. 태형이네도 들려서 죽 좀 주고 오게"
"왜"
"뭐가 왜야. 걔도 아프단 말야"
"....."
"나 간다. 이따 태형이네 갔다가 올 수 있으면 다시 오고. 아, 약 사 왔으니까 이따가 그것도 먹고"
.
윤기네 집에서 나와 태형이네로 갔다.
태형이네는 비밀번호 모르는데... 아파서 누워있을 텐데 누워있는 애를 여기까지 나오게 할 수도 없고. 근데 방법이 없네....
띵동-
결국 벨을 눌렀다. 좀 있다가 인터폰에서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콜록콜록"
"나 아미. 문 좀 열어봐"
"아미!?"
바로 문이 열린다. 근데.... 얘는 무슨 그 큰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콜록 여기 무슨 일이야? 것도 니가?"
"아 좀 들어가 봐"
내가 먼저 태형이 방에 들어가니까 따라 들어오더니 그 큰 이불을 여전히 둘둘 말은 채 질질 끌고 와서 침대에 걸터앉는 태형이다.
"그냥 이불 펴고 누워 바보야. 아니다. 나 죽 가져왔으니까 눕지마"
"뭐 죽? 죽!? 콜록콜록"
"어 죽"
"허... 감동이야 나 눈물 좀 콜록 흘려도 콜록"
"아오 말하지마 너"
이번에도 주방으로 가서 그릇하고 숟가락을 들고 왔다. 태형이 집엔 많이 온 건 아니지만 친구 집이 내 집이고 내 집이 내 집이지 뭐야.
죽을 그릇에 덜어서 주니까 받더니 얘도 쳐다만 보고 있는다. 악!! 왜 이러는 거야!!
"먹여줘"
"뭐?"
"먹여줘. 나 퍼먹을 힘도 없다, 아미야~"
하..... 내가 니들 하인도 아니고.... 이것들이 진짜.....
하는 수 없이 한 숟가락 퍼서 주니까
"호호 불어줘"
가지가지 하네. 나무나 되라 이 새끼야
"어? 아미야 여기"
손가락으로 자기 입 쪽을 가리키길래 보니까 묻었단다. 예 예 닦아드려야죠
그릇을 내려놓고 휴지를 가져와서 태형이의 입 주변을 톡톡 닦아주는데 내 손목을 탁- 잡길래 왜 하며 쳐다보니까 씨익 웃더니
쪽-
"야!!!"
갑자기 내 입술에 뽀뽀를 한다.
"히이"
그래놓고 아까보다 더 크게 씨익 입이 네모가 되게 웃는다.
"너 진짜!! 아픈데 한번 맞아볼래? 내가 때려서 아픈거 잊게 해줘? 이게 진짜!!"
"히히히"
"웃지마!! 니가 먹어!!!"
그릇을 손에 쥐여주니까 받더니 우걱우걱 잘만 퍼먹다. 아깐 숟가락 들 힘도 없다면서 아오....
"나 갈 거야! 약 먹든지 말든지!!! 악!!!!"
약을 침대에 던지면서 말하니까 먹던 걸 멈추더니 날 쳐다본다. 뭐 뭐
"갈 꺼야...? 아플 때 혼자 있는 거 싫은데...."
지금까지 혼자 있었으면서.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런다고 내가 안 갈 줄 아냐? 좀 있다 가야지.
나도 참 너무 착해서 문제야..... 근데 나도 알아 아플 때 아무도 없으면 얼마나 서러운데...
결국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다가 또 먹여달라고 해서 그냥 한대 때렸다, 윤기처럼 이마 위에 찬 수건을 올려줬다.
"나 이제 간다. 좀 있다가 약 먹고. 수건 식으면 다시 물 묻히고."
"가지 말지...콜록콜록"
"갈 거야"
"뽀뽀 한 번만 해주면 콜록 깨끗하게 나을 거 같은데, 히히"
"아까 강제로 했잖아, 망할놈아"
"치! 그럼 나 잠들 때까지만 있어라"
"하... 별 아주.... 아프니까 해주는 거다."
들고 있던 보온병을 다시 내려놓고 침대에 앉았다.
"자, 빨리. 나 가게"
"안 자야지~"
"갈래"
"아! 알았어..."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더니 내 손을 잡고는 깍지를 낀다.
"뭐야, 안 놀래?"
"난 아프니까"
"아오.... 났기만 해봐 넌 아주 죽을 줄 알어"
결국 김태형이 잠들 때까지 있다가 겨우 빠져나왔다.
집에 가던 중 윤기네 집에 다시 들릴까 하다가 아까 일이 생각나 괘씸해서 그냥 지나쳐 버렸다.
아주 이것들이 내가 제일 만만하지. 장난도 정도껏이지 말이야!! 내가 지들 걱정돼서 죽까지 끓여다 바쳤는데, 흥. 앞으로 내가 어디 니들 장난 받아주나 봐라!
안 갈 거야 더 아프든지 말든지 내 알 바 아니야!!
윤기-
도저히 못 참겠어서 보충까지는 듣지 못하고 집에 와버렸다.
말로는 혼자가 좋다 쿨한척하지만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아미를 나 없이 집에 가게 하고 싶지 않아서 버텼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집으로 돌아와 가방에서 아미가 사다 준 빵과 음료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나 배고프다고 밥도 느리게 먹는 애가 그렇게 빨리 먹고 이걸 사 온 게 기특하고 예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옷 갈아입는 거고 뭐고 몸이 너무 무거워서 그냥 바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잤다가 깼다가. 잠들만하면 머리가 지끈거려서 다시 깨고. 제대로 잠을 못 잤다.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구지 하고 있는데 내 방 불이 탁하고 켜졌다.
"뭐야"
"안 잤어?"
"왜 왔어"
"일어나 죽 먹어"
아미였다. 갑자기 지끈거리던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 어떻게 죽을 끓여올 생각을 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안 예쁜 구석이 없다.
죽을 다 먹고 아미가 가려고 일어나는데 보내기가 싫었다. 게다가 태형이 집에 간다니.
"나 간다. 이따 태형이네 갔다가 올 수 있으면 다시 오고. 아, 약 사 왔으니까 이따가 그것도 먹고"
몸을 일으켜 가려는 아미의 손목을 붙잡아서 침대에 앉혔다.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미워. 내가 누구 때문에 감기에 걸렸는데. 내가 어제 널 얼마나 찾아다닌 줄 알아? 그것도 모르고 넌 태형이랑 내 눈앞에서 그러고 있고.
그래놓고 죽 하나 끓여준 걸로 내가 용서해 줄 거라 생각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진 못할망정 지금 태형이 집이 간다고. 그래봐, 어디
"뭐. 보지만 말고 말을 해"
아미를 내 쪽으로 당겨 입을 맞췄다. 이번엔 뽀뽀로 안 끝네.
놀라서 살짝 벌어진 입 사이에 혀를 집어넣으니까 몸을 움찔하더니 잡지 않은 손으로 나를 밀어내려 하길래 그 손도 잡아버렸다.
도망 다니는 혀를 잡아 빨아 당기고 치열을 훑는데 처음엔 뻣뻣하게 버티더니 이젠 혀를 부드럽게 움직인다. 어쭈?
키스를 끝내고 입술을 떼는데 아쉬워서 짧게 촉 하고 뽀뽀를 했다.
고개를 떨구는 아미의 얼굴이 빨갛다.
"이......이...!! 야!!!!"
"뭐"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나를 노려본다. 그 모습마저 이뻐죽겠다.
"너!! 뭐 하는 거야!! 누가 이러래!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
"거절 안 하고 자기도 받아준 주제에"
"그... 누가...누가..!!"
부끄러운지 얼굴은 빨개져 가지고 말을 더듬는데 너무 귀여워서 웃으니까
"웃지마! 씨!! 나 갈거야! 나 감기 걸리면 니 탓인 줄 알아!!"
씩씩거리면서 가져 온 보온통을 들더니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하고는 쾅 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그러라고 한 거야. 너도 한번 걸려봐, 감기. 그땐 내가 걱정해줄 테니까. 너무 많이 아프진 말고
내일 보자. 내일은 꼭 나아서 갈게. 오늘처럼 너 혼자 안 보낼게
그리고 다음 날. 나와 아미와 태형이는 나란히 셋이서 감기 때문에 골골거렸다고 한다.
"콜록콜록"
"큼큼..."
"에취!"
"얘네 셋이 뭐 있어.... 니들끼리 뭐했냐!!"
안녕하세요!!! 저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고보니 아미 거참 나쁘네. 그죠? 태형이랑 윤기 사이에서 저게 뭐하는 거야 부럽게 ㅡ,.ㅡ
왜 때문에 카톡이 점점 줄어드는 건지.... 이제 생각해둔건 다 썼으니... 다음에는 카톡을 더 길게 해 오겠습! 니! 다!
감사합니다ㅠㅜㅠㅜㅠㅜ 감사해요ㅠㅜㅠㅜㅠ
그럼 저는 이만ㅠㅠㅠㅠ
아.....안썼다....윤기 언능 감기 났길 바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프지 마요ㅠㅠㅠㅠㅠ 다른 멤버들도 제발 아프지 말고ㅠㅠㅠㅠ 독자님들도 아프시면 안돼요!! 이제 수능이 딱 일주일 남았는데 수험생분들 힘내세요!!!!
♥♥♥♥♥♥♥♥♥♥암호닉♥♥♥♥♥♥♥♥♥♥
마루님♥여지님♥정수정님♥현기증님♥루이지님♥영웅호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