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까 나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던 윤기 모습이, 이제까지 나와 항상 함께였던 윤기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서 잠을 들 수가 없었다.
그만. 나도 알아. 이제 그만. 저리 가라고 손을 들어 휘저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윤기가 나한테 했던 모든 행동들이,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여겼던 그 행동들이 의미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니까 더 미안하고 내가 미워지는 거다.
"흐....흐흑.."
결국 또 눈물이 흐르고 만다.
그러다 옛 생각이 나버렸다.
너는 처음부터 그러면 안 됐어. 이렇게 된 건 니 탓도 있다고 민윤기 이 바보야. 너는 언제부터 였는지 몰라도 내가 먼저였어. 널 좋아한 건.
같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함께 같은 중학교에 지원을 했다.
방학 동안 난 가족들과 여행을 가느라고 한동안 윤기를 못 봤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윤기 생각에 이것저것 사들였고 돌아와서 그걸 주려고 잠깐 나오라고 했는데 훌쩍 커버린 윤기가, 이제 더 이상 어린 티가 나지 않는 윤기가 새삼 멋있어 보여서 심장이 쿵쾅 쿵쾅거렸었다.
그 뒤로도 윤기를 보면 괜히 누가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끔 따끔거렸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내가 윤기를 좋아하는구나!
윤기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연히 궁금해졌고 심심지않게 윤기 앞에서 일부러 이 남자 저 남자 얘기를 했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고백해보던가' 였고 그럴 때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었다.
그러다 재현 오빠가(그래 맞다. 저번에 백화점 앞에서 태형이와 함께 본 옆집사는 오빠라는 그 사람) 고백을 했었고 그때도 윤기의 반응은 시큰둥 했었다. 홧김에 고백을 받았고 그렇게 실망만 하다가 윤기한테 나는 그냥 친구일 뿐이구나 하고 마음을 접었었다.
확실히 접었었다. 조금의 감정이라도 남아있으면 윤기랑 친구조차 하기 힘들 거 같아서.
그 뒤로 윤기는 내게 진짜 친구였다. 작은 스킨십에도 두근거렸던 마음은 친구니까, 날 친구로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며 단정 지었다.
그게 익숙해져서 지금의 나에겐 윤기를 향한 두근거림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그 마음 접었는데 이제 와서 내가 좋다니. 너도 미워.
내가 그때 덤덤한 윤기를 보고 느낌 감정을 윤기도 느꼈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내가 너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좋아했더라면 그냥 내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우리 어땠을까.
어디부터 어긋나버린 걸까. 어째서 우리 마음은 맞지 않았을까. 왜 틀어져버린 걸까.
...
"뭐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미친듯이 부어있는 저 눈이라니 가관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문 밖을 나서려는데 엄마의 등짝 스매싱에 다시 벗었다. 아 이런 눈으로 어떻게 학교에 가.. 다 티 나잖아 울었다는 거... 오늘은 학교에서 엎드려만 있어야겠다. 최대한 윤기.... 랑 마주치지도 말고. 는 짝꿍인데 어쩌지... 진짜 큰일이다.
어제 일 때문에 윤기가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 차라리 오지 말지. 예상과 달리 평소처럼 윤기는 우리 집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빨리 안 나올래?"
평소처럼. 너는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냐? 나는 어제 밤새.....
"근데 너 벌한테 쏘였냐?"
"웬 벌"
"눈이 아주 팅팅 부어서 더 못생겨졌네"
이게 누구 때문인데.
세월이 정말 무서운 게, 평소처럼 날 대하는 윤기의 행동에 나도 평소처럼 나왔다.
"누구 때문인데"
".....울었냐"
"어"
"왜 우냐 바보같이"
"누가 바본데"
...
민윤기는 무슨 생각이지. 우린 이대로 끝인 건가. 이대로 우린 여전히 친구인 건가.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면 되는 건가
"멍 때리면 얼굴 커진다"
한참 누구 때문에 멍 때리면서 생각하고 있는데 꿀밤을 놓으면서 그걸 방해하는 민윤기다. 세게도 때리네!!
아픈 머리를 누르며 민윤기를 째려보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내가 먼저 눈을 피해 고개를 숙여버렸다. 뭐야? 나 왜 이래?
"너 지금 내 눈 피했냐?"
윤기가 내 양볼을 감싸고 숙여버린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추려 하는데 얼굴이 빨개지는 거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눈썹을 찡긋거린다.
"너 얼굴 뜨거워. 어디 아파?"
왜 이러지? 나... 왜 이러지!!
윤기의 손을 뿌리치고 얼른 반을 나와버렸다.
고개를 숙이고 뛰느라 앞을 못 봐서 누구랑 부딪혔다.
'죄송합니다'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태형이었다.
"아미야"
"태형....아...헐"
태형이가 있었구나!!! 아... 어쩌지... 어제 태형이 품에서 막 울었는데... 아.... 뭐라고 하지.... 어쩌지...?
"얼굴이 빨개"
아.. 아직 빨갛니? 얼른 얼굴을 감싸 쥐고 톡톡 두드렸다.
그런 나를 빤히 보더니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나를 데려갔다.
매점.
얼굴 좀 식히라며 태형이가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넌 천사야
근데 평소랑 같긴 한데 태형이가 좀 달라진 거 같은 건 그냥 내 착각인가?
"저...어제 일은..."
"과자도 먹을래?"
"응..? 어 응!"
나를 배려하는 건지 아님 그냥 그 얘기를 하기 싫은 건지 내 말이 채 끊나기도 전에 내게 묻는 태형이다. 그렇게 정말 어제 일은 우리 셋에게 없었던 일이 되는 건가...?
과자라니. 나야 좋지!
태형이가 사준 과자를 깨끗하게 비우고 반으로 올라왔다.
아... 나 아까 윤기 피해서 뛰쳐나온 거지..
과자 먹고 기분이 좋아지는 바람에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들어온 내가 정말....싫었다.... 넌 진짜 답이 없어....
"어디 갔다오"
"나 잔다"
자리에 앉자마자 윤기의 눈을 피해 얼른 엎드려버렸다.
오늘 하루 종일 이러고 있어야지...하....진짜 이게 뭐지...
하루 종일 엎드렸다가, 민윤기 말 잘라먹었다가, 피해다녔다가 한 것 같다. 오늘 눈도 한번 제대로 안 봤다. 아까 아침에 빼고. 그것마저 내가 피해버리긴 했지만.
집에 가는 것도 문제다... 또 민윤기랑 둘이 가야 하는데 이걸 어쩌지...
"민윤기 오늘은 너 먼저가"
"왜"
"그... 선생님이... 나 남아서...그 하라고! 뭐 시켰어!"
"너....하... 알았어"
결국 같이 못 갈거 같다는 결론이 나왔고 되도 않는 거짓말로 윤기를 먼저 보냈다.
한 이십분 정도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던가. 이 정도면 윤기랑 안 마주치겠지? 내가 민윤기를 왜 피하는 건지.
"아미야"
누가 날 부르길래 뒤돌아봤더니 태형이였다. 아직 안 갔네?
"너 왜 아직도 안 갔어?"
"뭐 좀 안 한게 있어서. 윤기는?"
"윤기...? 갔지! 나도 오늘 뭐 할게 있어서...하하 먼저 보냈어"
"같이 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 이것저것 내게 질문을 해대던가 온갖 스킨십을 퍼붓던가 해야 할 태형이가 아무 말 않고 조용히 걷기만 한다.
"태형아 오늘 기분 안 좋아?"
"아니야"
왜 저러지.....
그 대화를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집에 도착했다.
"조심히 들어가, 아미야"
"응 너도..."
머리를 쓰다듬던가 날 안던가 뽀뽀를 하던가 손을 잡던가 이런 거 안 해?
걱정될 정도로 오늘 태형이는 이상하다. 정말 그대로 그 말을 하고 뒤돌아서 바로 가버렸다.
뭔가 허전해서 가는 태형이를 보며 셀프 머리쓰담쓰담을 했다.
윤기-
내가 이럴까 봐 말 안 한 거다. 아미가 어색해할까 봐, 혹시 내가 어제 한 말 때문에 신경 쓰일까 봐 일부러 아침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했는데 아미도 평소처럼 대해주길래 괜찮을 줄 알았다.
근데. 오늘 아미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본 것 같다. 게다가 나 혼자 집에 가라니. 그 뻔한 거짓말에 말이야. 다 티 나, 멍청아.
내가 거기에다가 왜 그러냐고 한마디 더 던지면 아예 내 얼굴조차 안 보려고 할거 같아서 그냥 알겠다고 속아주었다.
결국 태형이에게 또 아미를 부탁하고 말았다.
태형이 반에 가서 태형이를 찾으니까 혼자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아무 말 없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태형아
태형-
아미네 반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매시간마다 아미네반에 찾아가는 나였다. 보고 싶으니까. 윤기랑 둘이만 있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오늘도 아미가 보고 싶어서 결국 여기 이렇게 있지만 막상 들어가기가 싫었다.
윤기랑 아미도 어젯밤, 잠 한숨 못 잤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단지 미안해서 운다고, 아미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그거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자꾸 아닌 거 같았다.
애초에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아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문 앞에 계속 서있기만 하는데 누가 뛰어나오더니 나와 부딪혔다. 아미였다.
얼굴이 빨갛다. 왜. 왜. 한 번도,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이었다.
그게 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수업이 다 끝나고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윤기가 우리 반에 왔다. 같이 가야 할 아미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혼자였다.
아미가 먼저 가라고 한 듯싶었다.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니까 '고맙다, 태형아'
널 위해서가 아니야. 네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고. 니가 왜 고마워하는데.
집에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분이 안 좋냐고 물어보는 아미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나도 널 좋아한다고. 윤기에게 가지 말라고. 나 너무 불안하다고. 널 정말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불안해. 니가, 니가 윤기에게 갈까 봐. 윤기가 좋다고 할까 봐.
오늘은 카톡이 정말 한개도 없어요......한개도.......한개도 없어.......하하핳하ㅏ하핳 죄송해요ㅠㅜㅠㅜㅠㅜㅠ
일이 왜 이렇게 됐지~!!!!아하하하하하하하핳하 무슨 스토리가 이렇게 생긴거지~!!!?!?!!?와하ㅏ하ㅏ하하하
뭐어쩌려고 저렇게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쓸데없이 살이 많이 붙어버렸어요....분위기도 암울하고... 얼른 설렘설렘 달콤달콤 하고 싶은데.... 곧!!! 그렇게 할거에요ㅠㅜㅠㅜㅠㅜ
점점 끝을 달리고ㅋㅋㅋㅋㅋㅋㅋ 있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카톡보러 오시는 분들께 정말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 얼른 카톡 들고 오겠습미다!!!
저는 또 물러갑니다!
♥♥♥♥♥♥♥♥♥♥암호닉♥♥♥♥♥♥♥♥♥♥
마루님♥여지님♥정수정님♥현기증님♥루이지님♥영웅호걸님♥충전기님♥슈가입님♥쿠우님♥권지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