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
"석진 오빠가 그러는데 그 언니 얼굴만 이쁜게 아니고 착하다는데!"
"........"
"아 생각할수록 아깝네.... 너한테 진짜 과분한 언니인데..."
"......."
"근데 너 언제부터 좋아했대? 왜 갑자기 오늘 고백한 거래? 넌 왜 거절했어? 응? 야, 민윤기!"
우뚝.
가만히 듣고 있자니 화가 나서 죽겠는 거다. 도저히 그냥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야"
"어?"
"그만해"
내가 화가 났다는 걸 눈치챈 건지 눈을 한번 크게 뜨더니 알겠다고 한다.
집에 가는 길이 항상 이렇긴 했었다. 맨날 같이 있으면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집에 가는 내내 쫑알쫑알 말을 해대는 아미와 그걸 가만히 듣고 있는 나.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진 않았다. 단지 그 주제가 화가 날뿐.
내 말에 좀 조용히 가나 싶더니 이내
"내가 남자였으면 그 언니랑 사겼다."
결국 터져버렸다.
가던 길을 다시 멈춰버렸다.
"김아미"
"왜"
"너는,"
"뭐"
"너는 다른 여자가 나한테 고백했는데 아무 느낌이 없어? 다른 여자랑 내가 사겨도 아무 상관 없냐, 넌?"
"뭔 소리야? 당연하지! 니가 언제 나한테 여친이라고 소개시켜 준 사람이 있냐, 누굴 좋아한다고 얘기해준 적이 있냐?"
"그러니까 너한테 나는 그냥. 그냥. 친구네"
"그럼 친구 아니고 뭐야?"
"하.... 오늘은 너랑 같이 집에 못가겠다"
"왜 화를 내? 나 지금 하나도 이해 안 되거든?"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라"
이대로는 화가 나서 있는 말이고 없는 말이고 속에 있는 말을 다 해버릴 거 같았다. 걱정은 되지만 아미를 혼자 보내야 할거 같다.
뒤돌아서 가려는데 아미가 자꾸 내 팔을 잡아왔다.
"서봐"
"왜, 할 말 있어?"
"이렇게 가버리면 나는 어쩌라고 왜 화내는지 이유나 좀 들어보자"
"그런거 없어"
"나는 니가 여자친구라는 것 좀 만들었으면 좋겠고 꽤 좋은 사람이 너 좋다고 해서 잘 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문제야?"
"어. 그게 문제야"
"왜?"
"나는 니가 다른 남자랑 있으면 불안하고 걱정돼서 죽겠는데"
"야"
"다른 남자가 너 좋다고 하면 질투 나고 화가 나서 미치겠는데"
"....."
"항상 니 옆에 있던 건 난데 나는 너만 보는데 넌... 넌 지금 나한테 그런 말이 나와? 둔한 것도 그 정도면 병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왜 너만 몰라?"
"너 지금..."
"내가 지금 너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잖아!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어. 멋있게 이벤트 따위 하면서 고백하는 건 아니었어도 적어도, 적어도 지금처럼 화가 나서 다그치면서 말하고 싶진 않았다고"
"......"
"이제 됐어? 하... 잘가라"
내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아미를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바보같아. 결국 말해버렸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말이었는데. 홧김에 말하려고 아껴두었던 말이 아닌데.
머리를 마구 헝클면서 아미에게서 멀어졌다.
아미가 보이지 않을 때쯤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하....."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생각나는 사람이 태형이밖에 없었다. 믿고 아미를 부탁할 수 있는.
솔직히 믿으면 안되는 거 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태형이한테 부탁하는 건 태형이에게 아미를 안겨주는 꼴이라는 거.
하지만 이제 끝났다. 항상 느꼈지만 애써 부정하고 있었던 게 확실해졌다. 아미가 내게 마음이 없다고, 나는 그저 다른 애들이랑 같은 친구일 뿐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느끼긴 했었다. 아무렇지 않게 내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하는 그 아이의 마음을. 내 앞에서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그 아이의 마음을. 너는 왜 항상 내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내탓이기도 했다. 아미를 대하는 내 행동은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자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게. 그게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었나봐. 내가 너무 오랫동안 너에게 친구였나봐.
태형-
지민이와 같이 집에 가고 있는데 핸드폰 울리길래 봤더니 윤기였다.
아미라면 윤기랑 같이 가는 걸 똑똑히 봤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싸웠나... 싸웠다면 이유가 뭐였는지 대충 알 거 같긴 했다.
지민이에게 놓고 온 게 생각났다고 하곤 아미에게로 달려갔다.
터벅터벅 느리게 걸어가는 아미의 뒷모습이 보였다. 항상 같이 있던 윤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미야!"
내 말에 가던 길을 멈추더니 뒤돌아 나를 보는 아미다.
왜 울고 있는건데
왜,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보는건데
"태형아...."
날 보더니 똑똑 천천히 흐르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버린다.
"흐앙....!"
다가가서 울고 있는 아미를 안아주었다.
더 크게 울어버리는 아미. 아미는 울 때 참 아이처럼 운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지마"
그렇게 얼마를 내 품에 안겨서 울었을까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음을 그치는 아미였다.
"왜 우는데"
아미를 안고 있을 때면 참 기분이 좋고 행복했는데 오늘은 마냥 그렇진 않았다.
"윤기가...."
"응"
"너도.... 알았어...?"
"......"
"나만.... 나만 몰랐어... 나는 윤기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나한테 한 번도 화낸 적 없었는데... 그렇게 소리친 적 없었는데....미안해서, 나 윤기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아미야"
"응..."
"이제 집에 가자"
안고 있던 아미를 내 품에서 떼어놓고 차가운 아미의 볼을 감싸 쥐고 아직 남아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활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난 지금 웃을 기분이 아니야, 아미야
빨갛게 충혈돼있는 아미의 눈이 보였다. 그 눈 안에 비치는 나도 보였다.
...
"집에 가서 또 울지 말고"
"안 울어"
"거짓말"
"......나쁜놈아"
"잘가"
눈을 올려 나를 째려보는 아미를 보고 웃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아미를 계속 쳐다보았다. 아미가 들어간 후에도 계속 그 자리에 서있었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니가 우는 이유가 단지 미안해서가 맞는지. 윤기 말을 듣고 지금 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니가 그러면 내가 너한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잖아.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일찍ㅋㅋㅋㅋㅋㅋㅋㅋ왔죠?ㅋㅋㅋㅋㅋㅋㅋㅋ
실은 요번주 아주 머리속에 있는걸 글로 써내려가지 못해서 시간 좀 끌었는데 오늘은 왜 쭉쭉 써질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자님들 덕분이야ㅠㅜㅠㅜㅠㅜㅜㅠ
정말 댓글 하나하나가 저한테 힘이 되는거 아세요?ㅠㅜㅠㅜㅜㅠㅜㅠ
맘 놓고 조각글도 올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해요ㅠㅠㅜㅜㅠㅜ 엄청 엄청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저는 자러 가야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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