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중한 외모는 물론이고 이왕이면 몸매도 착하면 좋겠어. 연기도 잘해서 나쁠건 없잖아? 가수가 노래만 부르라는 법이라도 있나? 드라마가 좀 안될 것 같다 싶으면 급하게 아이돌이라도 투입시켜서 시청률 덕좀 보고 영화 출연으로 관객수들 좀 매꿔 보는게 요즘 추세지 뭐. 그리고 얼굴은 가능한 손을 댄듯 안 댄듯 하게 자연스럽게 가자. 또 과거 사진 불러들여서 성형 의혹만 생겨나면 골치 아파진다. 노래 실력 기를 시간에 그냥 헬스장이나 다녀, 정 부르기 싫다 싶으면 대리녹음이라도 알아볼게 넌 목소리가 흔하니까 비슷한 목소리 가진 사람 구하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아. 좋은 소속사 만나서 데뷔 못하면 어디 스폰서라도 한 번 알아봐. 요새들어서 티비에 주구장창 나오는 걸그룹 걔 알지? 걔도 스폰서 한 번 잘 두니까 요즘 광고며 드라마며 영화까지 다 꽂아주잖아. 요즘 누가 노래실력으로만 아이돌을 해? 그냥 겉모습으로만 화려한게 최고야. 대중들한테는 그게 관심을 받는거고 인기를 얻는거라니까!
연예인의 조건
이렇게 하는게 맞나 싶어서 아무거나 써서 올려보긴 했는데..올린지 몇시간이 지나도 댓글도 없고 팔로우라고 하나? 아무튼 친구신청을 하는 사람도 없길래 금방 재미를 잃어버렸다.
누가 SNS가 재밌다고 했는지..아무튼 내 취향은 아니였다. 그 이후로 인스타그램에 잘 안들어가게 되었는데 거의 방치를했다고 해도 될만한 계정에 무슨일인지 가입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여러 알림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것이다.
팔로우며 댓글이며, 그리고 저 하트를 엄청 눌렀는지 좋아요 수도 굉장히 많았다. 뭐지? 나는 그냥 딸랑 떡 사진 한장 올려놓고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만 써서 올렸을 뿐인데..
이런 관심 꽤 낯설었다. 많은 알림들을 하나하나 읽으려고 거슬러 올라가보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를 팔로우한 저 두 계정을 눌러보니
역시나.. 내가 알던 그 사람들이였다.
이 계정이 나인걸 어떻게 알고 찾았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였다. 1주전에 알림인걸 보아하니 내가 가입한지 얼마 안되서 바로 팔로우 한 모양이였다.
사실 엄청 친한사이는 아니지만 나도 일단 저 계정으로 팔로우를 누르긴 했다.
이로써 나도..
연예인과 맞팔을 한 사이인건가..?
그 다음으로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글도 하나씩 써드렸다.
헐 우와 진짜 김여주 맞아요? 오..
└ 네! 저 맞아요!
인스타 시작하셨네요! 신기하다
└ 저도 신기해요~ㅋㅋ
왜 프사 없어요?
└ 프사가 뭐에요?
올~
└ 올~
떡 사진은 왜 올리셨음ㅋㅋㅋㅋㅋㅋㅋ
└ 가입기념으로 여러분들한테 떡좀 돌리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웃으시지?)
앞으로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 네!!
인스타 입성 축하. 이제 중독되서 못 빠져나오실거임
└ 헐..진짜요?
언니 아육대에서 다치셨다면서요ㅠㅠ괜찮아요?
└ 네ㅠㅠ괜찮아요ㅠㅠ
우리 이그조랑 대체 무슨사이야!!!!!!으아아앆ㄲㄲㄲ!!!
└ (이그조의 뜻을 몰라 답글을 쓸 수가 없다.)
언니 되도록이면 셀카는 올리지마요ㅋㅋ별로 보기좋은 비주얼은 아니잖아여ㅋ
└ 네 알고있어서 저두 안올리려구요..ㅎㅎ
컴백 언제해요?
└ 글쎄요..ㅠㅠ
헐 백현이랑 찬열이가 팔로우 해줬네..;; 뭐지..
└ 연예인한테 팔로우 받은거 처음이라서 저두 신기방기..
└ 너도 연예인이자나ㅋ
나레이션 또 안해요? 목소리 좋던데..
└ 불러만주시면..^^..
인스타 하면 욕 많이 먹을텐데..ㅠㅠ 조심해요 여주씨..
└ 정말요..? 조심해야겠네요...
└ 헐 답글 달아주셨어..!! 이렇게 하나하나 답글 해주시면 나중에 악플달릴 땐 어쩌시려구...ㅠㅠ
왜 성형 안해요?ㅋㅋㅋㅋㅋ
└ 아프잖아요ㅠ
티비에서 김여주 볼때마다 연예인 아닌것 같음 너무 친근하게 생겨서ㅋ
└ 오..친근하면 좋죠..고마워요
안녕
└ 안녕하세ㅛ
└ 아 오타!
답글을 하나하나 쓰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스케줄 갈 시간이 되어 하던일을 멈추고 나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저번 부상 이후로 처음으로 잡힌 스케줄, 다름 아닌 라디오 방송이였다. 사실 데뷔 이후로 첫 라디오 출연이라 긴장이 되기도 했다.
급하게 나갈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니 매니저 오빠는 먼저 도착해서 차에 들어가 있었고 나도 차에 탔다. 방송국으로 가는 길 차안에서는 아까 집에서 못다한 인스타그램 댓글들을 보고 있었다. 휴대폰을 한번 보기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하기 때문에 몇분 지난 것 같지도 않았는데 금새 방송국에 도착을 했다. 작가님께 간단히 오늘 해야 할 라디오 방송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대본을 받아 생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본을 읽다가 오늘 나를 포함해 함께 출연하는 출연자를 소개 받았다.
"여주씨 인사해요. 이 분은 오늘 같이 녹음하기로 한 ○○○씨에요."
아, 티비에서 본적 있다. 요즘 인기많은 모델겸 여배우 ○○○.. 외모도 예쁘고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데다가 연기도 잘해서 한창 인기많은 연예인이다.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김여주라고 합니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었지만 그는 약간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내를 내려다보기만 하고 인사를 무시했다.
약간 민망해진 나는 올리던 손을 다시 내렸다. 그리고 그는 언짢은 얼굴로 앞에 있는 작가에게 다가가 따지기 시작했다.
"이봐요 작가님, 저 사람이랑 같이 라디오 해야한다고 말한적은 없으셨잖아요. 지금 굉장히 기분나쁘네요?"
"네? 아니 ○○씨 매니저분한테 사전에 알려드렸는데.."
"..아, 진짜 맘에 드는게 하나도 없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라는 사람은 굉장히 성품이 좋으며 기부천사라는 별명이 있을정도로 평소 봉사와 기부를 일삼는 외모도 성격도 아주 바람직한 연예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보고있는 저 사람이 과연 내가 알던 그 ○○○가 맞는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 성품이 안좋아도 기부천사는 맞을수도 있지..
사실 친해지고픈 생각은 없었다만 지금처럼 이렇게 서로 칼바람 불듯이 경계하는 사이를 바란것도 아니다. 오늘 하루 두 시간동안 함께 방송을 해야하는 사람으로써 잘 보이려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마음에 안드는게 틀림 없었다. 그건 오늘 라디오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일단 오프닝 멘트는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하지만 위기는 DJ의 질문에서 튀어나왔다.
"요즘 한창 인기있는 두 분을 이 자리에 모셨잖아요. 서로 오늘 처음 보는 사이실텐데 ○○씨는 여주씨 어떠세요?"
"저는 오늘 인기있는 게스트분이 나온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했는데..음..누구 기준으로 따진 인기인지 좀 궁금해지네요.
"..네? 하하. ○○씨가 아직 여주씨에 대해서 모르셔서 그렇구나..네 뭐 그럴수도 있죠!"
"네? 저 잘알고 있어요. 요즘 엑소분들 때문에 여주씨도 좀 이름이 알려진 것 같던데.. 맞죠? 솔직히 목소리로 뜨기전에 이런저런 일로 말 많으셨잖아요"
표정관리..표정관리..표정관리..표정..관리..관..리.....
'^^'
"근데 여주씨를 보고 있자니 참 예의가 없는 것 같아요."
"네? 무슨소리죠? 여주씨가 예의가 없다니.."
"아니 적어도 연예인으로써 갖추어야 할 자질들이 있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걸 빼먹었잖아요. 외모라던가..그냥 외적으로 말야. 그런거 보면 연예인에 대한 예의가 없는거 아닌가요? 호호!"
최대한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일단 내가 먼저 해탈해야했다. 기분나쁜 말을 들어도 무조건 웃고, 기분좋은 말을 들어도 무조건 웃고.
표정관리가 급급했다.
장차 두 시간 동안 ○○○씨로 부터 연속으로 총을 맞은 것 처럼 공격아닌 공격들만 받다가 라디오가 끝나버렸다. 결국 내 노래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라디오가 마무리 되었다.
세상 다 잃은 듯 탈탈 털린 표정으로 정리를 하고 라디오 부스를 나가는데 오늘 같이 라디오를 했던 DJ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음..여주씨 미안해요. 오늘 정말 분위기 좋게 하려 했는데 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네요. 너무 상처받지 말고, 원래 연예계 일 하나보면 이런사람도 있고 저런사람도 있는거지. 사실 이 바닥에 ○○○씨 보다 더했음 더했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거든..그러니까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은 마음 비우고 싹 잊어버려요."
이 한마디를 하고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신 후 나갔다.
1층 로비에서 매니저 오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며 말이다.
"빨리가요"
내가 옆에 온 줄 모르고 있었는지 내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란 매니저 오빠는 급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ㅇ,어 그래! 근데 여주야..오늘 하루는 인터넷이랑 휴대폰 다 끊어야 될 것 같아"
그 이유를 듣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보나마나 방금 끝난 그 라디오 방송 때문에 난리가 났겠지 뭐. '사상 최악의 라디오 생방송!' 이라는 말도 있을게 분명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고 그 안에는 익숙한 누군가가 타고있었다. 방금전까지 함께 라디오를 했던
○○○씨였다. 우리는 서로 마주쳤다.
매니저 오빠는 당황하며 'ㄷ,다음거 탈까?' 라고 얼버부렸고 나는 무시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F2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자 어색한 기류의 분위기가 엘리베이터 안을 멤돌았다.
○○○씨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를 기분나쁘게 쳐다보며 통화를 하는게 거울을 통해 보였다. 그때 ○○○씨의 입에서 익숙한 듯한 이름이 불려졌다.
"응 세훈아~ 누나 스케줄 지금 끝났어~"
설마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아니겠거니 싶었다. 세상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데.
"아까 누나 나온 라디오 들어봤어? 되게 웃기지 않아?크크. 아쉽다 이럴줄 알았으면 작가님한테 너희 노래좀 많이 틀어달라구 부탁하는 거였는데~"
'띵- 지하 2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내렸다. 그리고 그 뒤에 들려오는 ○○○씨의 높은 웃음소리를 끝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혔다.
연예인의 조건 08 完
싸워라 (짝) 싸워라 (짝) 그냥 아무나 다 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