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바비아이] Should B , Should K 04 完 (부제: 거짓과 진실)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쇼파에 누워버렸다. 띵 한 머리에 배가고픈 줄도 모르고 잠들어 버렸다.
축축한 바지가 기분이 나빴지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즐긴 것 같다.
익숙해진 것 같다.
그런 내가 웃겨서 몇 번 피식피식 웃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헛 된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상하리만치 우울한 날이다.
촬영도, 노래도 올 스톱이다. 밥도, 물도 입도 대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눈을 감으면 그 기분이 생각나서 좆같은 그 기분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뱀이 온 몸을 기어다니는 것 같이 근지러웠다. 샤워를 하루에 몇 번 씩 해도 깨끗해 지지 않는 느낌.
그렇게 세상과 단절한 후 몇 주를 보냈다. 죽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는, 고장난 장난감처럼.
죽여버리고 싶어.
촬영도 광고도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 한빈의 모습에 사실 당황했다.
며칠 째 일 까 벌써. 개같은 년. 니 목숨보다 중요하다던 연기를 버리겠다고? 니가? 하루하루가 시간이 가질 않았다.
촬영장에서의 귀엽고 털털한 나의 이미지엔 금이 가고 있었다.
“지원씨- 스탠 바이 하세요-”
“씨발!”
내 심상치 않은 욕지거리에 놀란 스태프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하- 변명할 기운도 없다. 어느덧 내던져진 대본을 주운 스태프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이런 개같은, 어느하나 맘에 드는 게 없다. 이건 무슨 기분인데. 대체.
오늘은 죽어도 널 보고 만다.
한빈의 집을 알아낸 후로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바로 오늘 실행에 옮겼다.
혹시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나 주위를 연신 살 핀 후 문을 세차게 두들겼다.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미동조차 없는 집에 조금 당황하고 있을 무렵 한빈의 가는 목소리가 인터폰을 향해 울렸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나야.”
‘...’
“문 열어”
아무 반응이 없는 인터폰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 이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연결이 끊어졌다.
“뭐야..”
그 뒤로 하염없이 기다렸다. 누가 지나가건 말건, 그냥 기다렸다.
하늘이 깜깜해지고 공기가 살짝 선선해졌다.
처음엔 화가 나더니 이젠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다리가 아파 대문 앞에 그냥 앉아 버렸다.
깜깜해진 이 곳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이런 곳에 집을 샀나 하는 기분도 들었다. 아, 얘 남자지.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다, 이내 그 기분은 다시 가라앉고 조용한 집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샤워만 하는지 배수관으로 물흐르는 소리만 크게 공명했다. 사슬에 목이 묶인 듯 답답해져왔다.
이 감정은 분노가 아니다.
연민또는 슬픔 아니면 애증. 착잡해지는 기분에 손톱을 탁탁 괜히 바닥에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지금 한빈에게 용서받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그저 섹스를 하고 싶은 것인가.
나를 향해 좋다고 다리를 벌리던 한빈이 생각났다.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었다. 금방 그 열은 식어버렸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거지. 다리를 덜덜 떨며 티나게 초조한 척을 해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알 수가 없어 내 감정을 이해할 수가없어.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이 곳에서 벌써 여섯시간 동안 있었다. 차가운 버튼에 손이 닿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치직 거림만 들렸다.
“김한빈”
‘...대체 왜 이래.’
"....."
'얼마나 더 괴롭혀야 되는데, 나 좀 내버려둬, 제발.'
“미안해.”
‘.....’
“내가 개새끼였어.”
아무 대답이 없는 김한빈에게 주렁주렁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점, 나는 너에게 용서받고 싶고 보고싶다는 점, 나는 너와의 섹스를 핑계로 너를 안을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 등등 모든 걸 말했다. 그래도 아무 말이 없는 한빈의 침묵이 야속했다.
“나는 죽어도 오늘 너를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왔었어, 그치만 오늘은 그냥 돌아갈게.”
‘....’
“내가 마음 먹은 것을 참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야. 딱, 그만큼 진심이야.”
반응이 없는 인터폰에 대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갈게.”
힘없이 버튼에서 손을 떼고 걸음을 옮겼다. 한 발 두발이 떨어질 때마다 살짝 눈가가 시큰 했지만 흐를 정도는 아니었다.
달이 차다. 내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나. 괴기스러웠다.
그때 핸드폰이 밝게 빛나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다. 비밀번호를 누르자 이내 떠지는 메시지 창엔 몇 글자 적혀있지 않았다.
[들어와요.]
발신자는 김한빈이었다. 김한빈이라는 세글자를 의심하며 여러번 뒤를 돌아봤지만 대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이건 무슨 종류의 복수일까. 생각하며 집 쪽으로 다가갔다.
새까만 대문은 열릴 생각을 않는다.
타고 넘으라는 뜻인가? 그 생각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문을 잡았다. 어쩌라고! 그 때 배수관을 흐르던 물 소리가 멈췄다.
대문에 딱 붙어서 무슨 소리라도 들으려 노력하고 있는 데 대문이 열렸다. 동시에 핸드폰에 뜬 문자의 발신자는 김한빈이었다.
‘안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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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성격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의 전 매니저였던 구준회를 통해서, 지금은 우리 사장이지만.
나한테만 피해안주면 됐지 하는생각과 어차피 나도 같은 입장이니 하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도 있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주제에 실실웃고 다니는 꼴이 재밌었다, 그래서 김지원이 나에게 쉽게 다가오도록, 내게 관심을 가지게 하도록 행동했다.
드디어 넘어왔다.
네 말대로 처녀인척 굴어보려고 했었는데, 처음 김지원과 섹스를 한날, 나보고 처음이 아니냐고 물어봤을땐 들킨줄알고 심장이 덜컹했다.
당연히-
처녀가 아닌 나한테 남자를 받는일이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내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 김지원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답게 명연기를 펼쳤고, 김지원은 의심조차 하지않고 넘어왔다.
이정도면 대상감이지-
김지원과 관계를 맺은후, 의외로 질척하게 붙어오는 김지원때문에 좀 피곤했지만 뭐, 김지원이라면 얼굴도 나쁘지않고 일단 지금은 나도 안좋아하는건 아니니까.
슬슬 김지원과의 관계를 정리할만한 전환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연락도 씹고, 그렇게 데뷔이후로 한번도 펑크낸적없던 스케줄도 다 째버렸다.
이러다가 나 소문 더 나빠지는거 아닌가 몰라.
몇일 안되서 김지원은 미끼를 물었고, 결국은 우린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네?"
"혼자 웃고 있길래."
"아, 잠깐 재밌는게 생각나서."
싫든 좋든, 이런 사이가 된거지.
작가의 말 |
결국은 지원이랑 한빈이는 행쇼했다는 썰ㅋㅋㅋ이번에는 일부러 씬을 넣지않았어요 좀더 진지하게 끝맺고싶어서!ㅎㅎ 사실은 지원이가 한빈이한테 걸려든거죠 , 진짜 여우는 김한빈이었다는 사실.ㅎ 지원이가 보는 순둥순둥 한빈이의 이미지가 이렇다면 사실은 이렇게 블랙블랙한 애였던거죠, 사실은 헛똑똑이 김지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