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coffee
written by.허니찬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수고하세요. 슬쩍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돌아가는 남자의 목소리는 참 감미로웠다. 오늘로 정확히 170번째만남이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남자의 곁엔 항상 책 한 권과 노트북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평일엔 매장에 잠시도 머무르는 일이 없었지만 주말엔 오전 열한 시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 저녁이나 되서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고로 일주일 중에 이틀은 항상 나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 손님 목소리 진짜 좋은 것 같지 않아?"
"응. 그러게요."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쏜살같이 내게 달려와 쫑알거리기 시작하는 수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시리 말을 덧붙였다간 꼬투리를 잡힐 것 같아서였다. 이름은 뭘까, 나이는 어떻게 될까. …여자친구는 있을까? 괜한 마음에 걸레질을 하던 손을 멈춘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접점이 없었다. 기껏해야 주문을 받을 때, 음료를 건내줄 때. 정말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
6개월 전, 한 학기 학비를 충당하기도 벅찬 집안형편상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게 된 나는 선배의 부탁으로 그의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부터였다. 그를 만나게 된 것도, 그를 보면 설레게 된 것도.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드는 사람. 내겐 그가 그랬다. 수연의 말에 의하면 내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모습을 더욱 자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주말이 되면 항상 하루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책을 들여다보거나 노트북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웃기도 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보기도 하면서.
"OOO, 우유 다 튀잖아."
"어, 어.. 앗, 뜨거!"
일주일의 끝을 준비하는 토요일. 열한 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남자가 신경 쓰였다. 덕분에 데우던 우유가 모두 에이프런에 하얗게 물감을 칠했다. 내가 못 살아. 이거 오늘 빨아온 건데. 한숨을 푹 내쉬고 개수대 안 쪽에 스팀피처를 가져다두고 에이프런을 벗었다.
그때,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3600원 입니다."
"오늘은 머그컵에요."
좀 오래 있다 갈 거거든요. 웃으면서 카드를 내미는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달디단 꿀과도 같았다. 아이보리색 셔츠와 함께 가디건을 걸쳐입은 그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네? 아, 아뇨."
"얼굴 빨개졌다."
평소 수줍음을 잘 타는 나는 좋고 싫은 것을 잘 감추지 못하는 편이었다. 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걸까. 귀까지 새빨개진 나를 바라보며 큭큭거리는 남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카드를 건내받고 창가쪽 자리에 자리를 잡는 남자. 그는 다른 손님들은 춥다고 피하는 창가자리를 유독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창가자리는 유독 내가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존이 잘 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
"이제 통성명은 할 때 되지 않았어요?"
음료를 가져가려던 행동을 멈추고 내게 질문을 해오는 남자. 그의 질문에 눈이 절로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네?"
"내 이름 안 궁금한가 해서요."
"아, 그게…."
도경수예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남자의 입에선 도경수라는 이름이 흘러나왔다. 도경수, 도경수, 도경수. 세 글자가 가슴 언저리에 콕, 박혔다.
* 마지막 달달물일지도 모르는 단편. 상, 중, 하 세 편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어린 신부랑 청혼하는 거예요. 둘 다 좋아해주셔서 뿌듯합니다. 그치만 번외는 없어요;ㅁ; 제발 번외 요청하지 마세요. 난감합니다..ㅠ0ㅠ..!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갈게요. 뿅!!!!!!!!!!!!!!
* ♡아이스크림님, 삐뽀삐뽀님, 코딱지님, 린현님, 자녈워더님, 헤헹님, 거북이님, 멍멍개님, 지안님, 쿵니님, 사탕님, 미카엘님, 설리님, 여랴님♡ 사랑해요. 워아아니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