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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43l 1

01. 어쩌다 마주친 그대

 

 

 


  차선우, 이정환, 그리고 정진영. 이 셋은 유치원 때 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긴 인연이었다. 어렸을 때 같이 소꿉놀이를 하면 아빠는 진영, 엄마는 다른 여자애 -그때그때 진영이 좋아하는 아이로- , 선우와 정환은 아들로 항상 자기가 형이라고 싸우며 놀곤 했었다. 엄마들끼리도 친해져 같이 놀러도 가곤 하는 흔히들 말하는 불X친구.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치한 선우와 정환 바보콤비에게 성립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둘보다 나이가 한살 더 많은 진영은?

 

 

그깟 한살 차이 가지고 뭘 그러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신연령. 초딩보다도 더 유치하게 싸우는 선우와 정환을 언젠가부터 친구가 아닌 형으로서 말리게 되었을 때, 그때부터 진영의 위치는 애매해졌다. 혼자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돼 더 크게 느껴지는 소외감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중학교 3학년의 겨울 끝자락.

 

 


진영은 찬식을 만났다.

 

 

 

 

"어서와, 우리 학원은 처음이지? 교재가 없으니까 오늘은 찬식이 꺼 봐라. 잠깐이면 되니까."

 

 

엄마를 겨우 졸라 산 기타를 들고 찾아간 기타학원에는 눈에 확 띄는 외모의 아이가 있었다. 강아지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모 초통령 애니메이션의 공룡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잘생긴 애였다. 근데 생긴거랑 다르게 이름이 찬식이야. 진영은 나오려는 웃음을 꾹 누르고 의자에 앉았다. 학생의 진도에 맞춰 선생님들이 나뉘어 일대일로 가르쳐 주는 시스템이라 벌써 수준급으로 치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진영처럼 생초보도 있었다.


선생님들이 다른 아이들을 봐 주느라 바쁘신 탓에 진영은 기타를 들고 덩그러니 앉아 있어야 했다. 교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찬식과 눈이 마주친 진영은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찬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자기 기타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찬식이 조율을 끝낼 때까지 진영은 계속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선생님들이 혹시 자기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의심될 무렵, 갑자기 찬식이 말을 걸어왔다.

 

 

"기타, 조율 할 줄 알아요?"


"아, 오늘 기타 처음 잡아봐서..."


"해줄까요?"

 

 

오, 그럼 고맙지. 진영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기타를 찬식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또 침묵.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만난지 10분도 안 됐는데 무슨 말을 해..? 그러는 사이에 벌써 조율을 마친 찬식이 진영에게 기타를 돌려주었다. 동시에 선생님 한 분이 진영에게 다가왔다.

 

 

"아, 찬식이가 조율해줬니? 고맙다. 이쌤한테 가서 숙제검사 맡으면 돼."


"네."

 

 

어, 고맙단 말도 못했는데. 진영이 미처 말을 걸기도 전에 찬식은 교실을 나갔다.

 

 

"찬식이 잘생겼지? 이제 중학교 2학년 되는데,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겠지?"


"아, 네. 그렇겠죠 아마..."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시나요. 진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 찬식이 생각보다 어려 놀랐던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 말마따나 또래와 다르게 어른스러운 면 때문에. 항상 바보콤비만 보아왔던 진영에게 찬식은 생소함을 넘어 신기하기까지 한 아이였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자 수업이 한창이었다. 선생님 몰래 교과서를 펼친 진영이 자신을 깨우지 않은 동우 쪽으로 눈을 부라리며 뒤를 돌았다. 책상에 팔을 괴고 졸고 있는 동우의 모습에 다시 앞으로 돌렸지만. 연습생의 신분이라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으니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올리 없고, 자연히 쏟아지는 졸음에 결국 굴복한 동우였다. 연습하느라 피곤한 걸 아는 선생님도 동우를 그냥 내버려두었다.

 

 

누군 좋겠네. 수능 걱정 안하고 맘 편히 잘 수 있어서.

 

 

진영의 귀에 들릴 듯 말 듯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자고 있는 동우를 향한 게 아니라 방금 깬 자신을 향한 말임을 뒤늦게 깨달은 진영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허사였다. 기분이 나빠진 진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작곡 회사 다닌다고 수능 안 볼줄 아는 모양인데,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란 말이야. 사장님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학 못 가면 잘릴 거라고 협박받은 진영으로선 어이없는 시비였다. 잡히기만 하면...뭐라곤 못하겠네. 아오. A형의 소심기가 쓸데없이 발동해버린다. 이럴때만.

 

 


종례가 끝나고 연습실로 바로 가야 하는 동우와 인사를 나눈 진영은 혼자 덩그러니 자신을 기다리는 정환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선우랑 찬식이는 어디 있고 왜 너만 있어?"


"차선우는 점심시간에 나간 거 걸려서 도서관 청소고, 찬이는 급한 일 있다고 먼저 갔어."


"아, 그래?"


"엉. 근데 차선우 말이 소녀시대고 뭐고 없었다는데? 괜히 나갔다고 후회중이더라. 에으 븅신."

 

 

점심시간에 같이 나갈껄 하고 후회한게 누구더라...? 진영의 어이없는 표정을 캐치하지 못한 정환은 집으로 가는 내내  차선우가 얼마나 호구같은지에 대한 고찰을 길게 늘어놓았다. 그중의 삼분의 이는 자기도 해당되는 것이라는 걸 알려나 몰라. 쉬지 않고 종알종알 떠드는 정환의 모습이 마치 수다쟁이 오리 같아 진영은 튀어나온 정환의 입술을 주욱 잡아당겼다. 좀 조용히 하라는 의미도 담아서.

 

 

"웁우부웁웁!"


"너나 차선우나 별 다를거 없거든? 으이그."


"...형들 뭐해요?"


"으악 깜짝이야!"

 

 


갑자기 튀어나온 찬식 때문에 깜짝 놀란 진영이 쥐고 있던 정환의 입을 놓쳐버렸다.

 

 


"아우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어라? 찬이 너 오늘 급한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


"취소돼서 그냥 도로 왔어요. 선우 형은 어디갔어요?"


"차선우? 오늘 점심시간에 나간거 걸려서 도서관 벌청소."

 

 

아...찬식이 선우가 벌청소를 하게 된게 마치 자기 탓인양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정환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한 찬식이 화제를 돌렸다. 둘이 그러는 동안 진영은 찬식에게 물어보려고 다짐했던 것을 기억해내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왜 하필 찬식을 만난 지금 생각이 나지 않는지 답답할 따름이었다. 진영의 아파트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 드디어 기억해낸 진영이 찬식을 불러세웠다.

 

 

"맞어. 찬식아, 저번에 빌려간 내 헤드폰 언제 줄거야?"


"아, 맞다. 지금 갖다 줄게요! 집에 있으니까."


"지금은 회사 가봐야 되서 안되고, 오는 길에 너네 집 들를게."

 

 


알았어요. 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선배가 작년에 생일 선물로 준 꽤나 비싼 헤드폰이었다. 왜 안하고 다니냐고 핀잔 듣기 전에 미리 갖다놓는게 좋을 거라고 판단한 진영이었다. 그렇게 찬식과 정환과 헤어져 혼자 엘리베이터에 탄 진영이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찜찜한 기분 탓이었다. 헤드폰 얘기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맞나? 맞겠지 뭐. 아무렴 어때. 매사에 긍정적인 진영다운 결론이었다.

 

 

-------------------------------------------

어머나 세상에 분량이 똥이야!

몰래 올리는거라 어쩔 수가 없어요ㅠㅠㅠ

그래서 마무리도 이상함. 히히히힣히/실성/

어쨌든...즐겨주세요..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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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번편 독자1이예여~암호닉 신청해도되나여?된다면 나니로 신청할게여~!!
10년 전
독자2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 공영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보니깐 너무 재미있네요
앞으로도 많이 많이 써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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