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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황하 전체글ll조회 756l
TW: 속되고 저급한 언어 사용, 살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조직물, 그냥 좀 이상하고 어두운 요소가 있습니다. 






A. 물러터진 곰팡이를 씹어먹는 법






1.


세상의 최후는 장엄하지 못했다. 그간 예언되어 왔던 세계 멸망의 날이나 그 속에 짜여진 심도 있는 의미에 어긋나게도 지구는 시시하게 망했다. 속된 말로 하자면 정말이지 한순간에 좆됐다. 긴 가방끈이나 혓바닥 따위로는 하늘에 난 구멍을 동여매지 못했다. 도시도 문명도 인류가 이륙한 찬란한 이기도 죄 무너져 내렸다. 

디우는 그 아포칼립스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애였다. 저들을 둘러싼 빌딩의 콘크리트가 무너지든, 지구 내핵이 요동치든, 물이 거꾸로 솟고 땅이 엿가락처럼 울렁대든지간에 좆도 상관않고 붙어먹은 결과물이란 거다. 그래서인지 디우에게 교미는 언제나 라플레시아 같았다. 철퍽이고 찐득이고 온갖 구더기 벌레새끼들이 몰려들어 추잡하게 들러붙는 거. 그리고 섹스하는 팔다리보다 난잡하게 뒤얽힌 건 딱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인종이며 성별이며 국가며 죄다 찐득대며 엉킨 뒷골목.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집. 





2.


수백 각도로 점멸하는 다이아 샹들리에 가장 위에도 쥐새끼 꼬리가 감긴다. 언제나 펄떡이는 금빛 동맥에 기생하는 놈들은 많았고 그 기생하는 놈들의 땟가루 주워먹는 진짜 기생충들도 많았다. 개중에서 디우는 카펫트 끄트러미에 엉긴 먼지덩이나 주워먹고 살던 계집애였다. 열다섯까지만 해도 그 삐쩍 꼴은 배때지 가르면 고작해야 말라 비틀어진 위장 뿐일 게다. 그마저도 먹고 살겠다고 뭉그러진 쓰레기에 열띠게 소화액을 뱉는, 꿈틀꿈틀, 밟아 죽일래도 짜증나는 벌레 새끼.

용케 까막눈은 아니었다. 대가리가 빈 것도 아니었고. 그렇지만 디우는 검은색 강가에 휘감긴 판자촌에서 꾸역꾸역 숨죽이고 사는 계집애였다. 뭐가 나쁜지 아닌지 파악하는 건 사족보행하는 개새끼도 알았다. 중요한 건 이걸 먹고 뒤지는지 안 뒤지는지 알아내는 원초적 눈깔인 거였다. 가끔 이상한 걸 주워먹다 울컥 숨을 쉬면 석유처럼 시껌덩덩한 토악질이 일었다. 그럼 엄마는 연초를 빨아물고 연기로 혀를 꼬았다. 니는 왜 그렇게까지 사냐. 엄마는 늘 반만 구운 생선같이 애매모호한 비린내를 풍겼다. 버릴 거면 버리고 살릴 거면 살릴 것을, 연민 어린 동태 눈깔 같은 개쌉소리 같은 것들. 저래 놓고 뒤질 것처럼 골골 앓으면 석탄 쪼가리든 물러터져 흰 곰팡이 핀 토마토든 악다구니를 쓰며 제 딸 목구멍에 욱여넣었다. 니는 씨발 살아야지. 니 애비 돌아올 때까진 살아야지. 


디우는 그럼 멀개진 시야로 눈물방울 담으며 생각한다. 개-씨-발. 집 나간 애비 따위 내 알빤가.





3.


디우야. 넌 크면 뭐가 되고 싶어? 

여기서 우리가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지랄은 지랄이야. 되는 게 아니고 썩는 거지.  그거 있잖아. 니가 어제 쳐먹은 흰곰팡이 같은 거.

그래도 생각해 봐. 우린 늘 강을 싫어하지만 지금 저 까만 강도 밤에 보면 나름 예쁘잖아. 운치 있게 달빛도 예쁘게 번지구. 그런 것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뭔가 달라질 순 있지 않을까?

운치는 개뿔…, 좆까라 그래.


디우는 그 애가 그런 낭만적인 말을 할 때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면서도 남몰래 웃었다. 물론 쥐들이 뜯어먹고 간 것처럼 생긴 디이와 그 포식한 쥐가 쏟아낸 토사물 같은 디산이 그딴 말을 했다면 목뼈를 쥐어뜯었을 거였다. 그 애니까 그랬다. 커다랗게 쌍커풀진 눈은 디우가 이 동네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예뻤다. 눈도 동글 입술도 동글 코도 동글 얼굴도 동글. 보드랍게 웃는 입술 끝이 말려올라갈 때마다 토끼 앞니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럼 디우는 애써 얼굴 붉히지 않았다는 양 고개를 틀었다. 

탕, 탕, 탕-! 그 애가 예쁘다 칭한 강물 위로 벼락같은 파열음이 꽂혔다. 그 애는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러들었지만 디우는 여느 때처럼 무덤덤한 얼굴을 했다. 맞다. 낭만이고 사랑이고 로오-맨틱이고 뭐고 그딴 건 없다. 내일 밥이 없으면 그 애 팔뚝을 뜯어먹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디우는 그 애의 뺨자국 위 서린 핏빛 손톱 자국을 주욱 훑었다. 그래. 세상은 좆됐고 세상에 우리가 살 길은 없다. 그래도 뭐 어쩔 거야.


야. 그냥 좆까고 인정해. 우리가 이 시궁창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희망도 가지면 안 돼?

희망이고 나발이고, 너 존나 삐쩍 꼴았다. 누나 따라와. 꿍쳐 놓은 쓰레기 줄게.


디우에게 인생은 그런 거다. 버려짐에 순응하든지 아니면 씨발 좆까라 하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일어나든지.





4.


디우는 그 애를 토깽이라고 불렀다. 이름 같은 건 몰랐다. 애초에 디우도 제 이름 같은 걸 이름이랍시고 인정한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토끼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엄마는 어렸을 때 토끼를 키웠다고 했고, 엄마는 날 키우긴 키웠으니까. 제가 그 애를 키우다시피 먹여살리니 토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순된 헛소리의 굴곡짐은 금세 무시됐다. 디우는 한참을 앓는 그 애의 목 너머로 물을 넘기며 생각했다. 

거 참 드릅게 예쁘네.

그 애는 뒷골목 태생이 아니었다. 타 죽은 뼛가루 유해에서도 뒷골목 악취가 찌들 디우와는 달랐다. 그래서인지 똑같이 말라도 이상하게 곱고 이상하게 둥글었다. 모난 구석 없이 웃고 보드랍게 말했다. 죽이는 것과 죽는 것이 말라붙은 거죽 하나 차이인 곳에서 그런 온정은 불필요했지만, 디우는 이상하게도 그 애가 좋았다. 정정한다. 그 애의 얼굴이 좋았다.



야, 아프지 마.

……..

이번에는 좀 덜 썩은 걸로 가져왔어. 그래도 윗동네 양반들이 입이 짧아서 다행이야. 한입 먹고 쳐버린 것도 있더라구. 

……..

여기다 두고 갈게. 이제 아프지 말어. 응?


파리하니 창백한 얼굴이 웃었다. 나 안 아파. 뻐금대는 숨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개구라치지 마. 너 존나 아파 보이거든? 목구멍 아파서 말도 못 하는 게…

……..

됐어, 너 죽기 전에 내가 어떻게 뼈라도 고아서 먹일게. 길목 마디마디 뒤지면 정강이뼈 하나쯤은 나오겠지. 


그 애가 이런 말을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디우는 툴툴댔다. 모르겠고 내 입 막고 싶으면 빨리 낫든가 해. 천박한 비린내가 입천장에 멀겋게 고였다. 목구멍 주름이 게걸스레 움직여 욕지거리를 삼켰다. 괜히 저 처연한 눈만 봤다 하면 숨이 막혔다.







5.



야야 토깽아. 너 죽은 사람 몸 만져본 적 있어?

시체? 아니…, 아직.

그거 맨정신으로 만질 건 못 되겠드라. 아주 그냥 몸이 물때 낀 이끼 같아. 물렁물렁 까딱까딱. 특히 모가지가 그래. 힘 주는 법 모르는 갓난애처럼 막 무너질라 그러거든. 

…….

근데 그러다가 갑자기 굳는 거야. 막, 오 분도 안 됐나. 몰라. 그냥 해 떨어지기 전에 빨랑 주워먹을 거 있나 뒤지고 가야겠다 싶었지. 근데 그 우둘두툴한 척추뼈가 막 굳어. 손바닥 아래서 딱딱하게. 빳빳. 반듯. 그렇게…

……..

넘 잔인한가? 미안. 아무튼 그래서 좋은 건 내가 뭐 빤짝이는 거 몇개 주워 왔어. 아주 그냥 저승길까지 가져갈라고 지 바지 안에다가 엮어 놨드라니까? 이기적인 새끼. 뒤진 놈은 뒤지면 끝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거 장물 김씨가 환장할 종류 같다니…,

…….

야!! 좀 같이 가!! 아 씨발 말 곱게 할라니까 뒤지게 씨발 힘들게 하네 씨발...






6.


디우는 열여덟까지 총을 잡아 본 적은 없었다. 세상이 아직 그 정도로 좆창나지 않았다거나 그럴 깡이 없어서는 아니고, 그냥 돈이 없어서. 지구가 망하고도 꼴에 아포칼립스라는 양놈들의 언어를 빌리고 분홍색과 흙색 거적떼기들이 처지를 가르는 것과 같이 세상은 여전히 자본과 겉치레에 돌아 있었다. 그러니까. 이 고오-급진 신식 무기를 갖고 놀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지. 놀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걸 원한 건 아니다. 내가 곱게…, 는 아니어도 열심히 키운 토끼가 총 맞아 쓰러지고, 총 쏜 씹새끼를 쳐죽이는 상황 같은 거. 


야 이 개씨발놈아!!!!!


부러 거칠게 가래 끓는 숨이 응고했다. 디우는 뭣도 모르고 눈앞 배불뚝이의 아가리에 총구를 밀어넣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도 열감이 선연한 총구가 고상하게 인간의 살을 구웠다. 탕 탕 탕. 왜 그 소리가 안 나? 이미 대가리 속에서는 몇백 번이고 총구가 터졌지만 탄 없는 리볼버는 헛발질을 했다. 아 씨발…, 옥타브를 찢는 울음소리가 예민하게 신경을 긁었다. 탕 탕 탕이라고 씨발새끼야! 그녀가 조악한 파열음을 씹었다. 결국 껍데기뿐인 권총이 흙바닥에서 데구르르 굴렀다. 

디우는 희번득 눈을 까뒤집고 바지를 적신 남자의 배에 칼을 꽂았다. 부욱. 날붙이가 위아래로 움직여 장기를 끊는 감각이 선연했다. 피죽도 못 얻어먹은 열여덟 계집애에게서 가히 폭력적인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미친 것처럼 기름을 발라낼 때마다 정신 잃은 몸뚱이가 바르작댔다. 핏방울이 볼에 튀기며 발화점을 찾아 타올랐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디우 | 인스티즈


A. 물러터진 곰팡이를 씹어먹는 법






1.


세상의 최후는 장엄하지 못했다. 그간 예언되어 왔던 세계 멸망의 날이나 그 속에 짜여진 심도 있는 의미에 어긋나게도 지구는 시시하게 망했다. 속된 말로 하자면 정말이지 한순간에 좆됐다. 긴 가방끈이나 혓바닥 따위로는 하늘에 난 구멍을 동여매지 못했다. 도시도 문명도 인류가 이륙한 찬란한 이기도 죄 무너져 내렸다. 

디우는 그 아포칼립스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애였다. 저들을 둘러싼 빌딩의 콘크리트가 무너지든, 지구 내핵이 요동치든, 물이 거꾸로 솟고 땅이 엿가락처럼 울렁대든지간에 좆도 상관않고 붙어먹은 결과물이란 거다. 그래서인지 디우에게 교미는 언제나 라플레시아 같았다. 철퍽이고 찐득이고 온갖 구더기 벌레새끼들이 몰려들어 추잡하게 들러붙는 거. 그리고 섹스하는 팔다리보다 난잡하게 뒤얽힌 건 딱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인종이며 성별이며 국가며 죄다 찐득대며 엉킨 뒷골목.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집. 





2.


수백 각도로 점멸하는 다이아 샹들리에 가장 위에도 쥐새끼 꼬리가 감긴다. 언제나 펄떡이는 금빛 동맥에 기생하는 놈들은 많았고 그 기생하는 놈들의 땟가루 주워먹는 진짜 기생충들도 많았다. 개중에서 디우는 카펫트 끄트러미에 엉긴 먼지덩이나 주워먹고 살던 계집애였다. 열다섯까지만 해도 그 삐쩍 꼴은 배때지 가르면 고작해야 말라 비틀어진 위장 뿐일 게다. 그마저도 먹고 살겠다고 뭉그러진 쓰레기에 열띠게 소화액을 뱉는, 꿈틀꿈틀, 밟아 죽일래도 짜증나는 벌레 새끼.

용케 까막눈은 아니었다. 대가리가 빈 것도 아니었고. 그렇지만 디우는 검은색 강가에 휘감긴 판자촌에서 꾸역꾸역 숨죽이고 사는 계집애였다. 뭐가 나쁜지 아닌지 파악하는 건 사족보행하는 개새끼도 알았다. 중요한 건 이걸 먹고 뒤지는지 안 뒤지는지 알아내는 원초적 눈깔인 거였다. 가끔 이상한 걸 주워먹다 울컥 숨을 쉬면 석유처럼 시껌덩덩한 토악질이 일었다. 그럼 엄마는 연초를 빨아물고 연기로 혀를 꼬았다. 니는 왜 그렇게까지 사냐. 엄마는 늘 반만 구운 생선같이 애매모호한 비린내를 풍겼다. 버릴 거면 버리고 살릴 거면 살릴 것을, 연민 어린 동태 눈깔 같은 개쌉소리 같은 것들. 저래 놓고 뒤질 것처럼 골골 앓으면 석탄 쪼가리든 물러터져 흰 곰팡이 핀 토마토든 악다구니를 쓰며 제 딸 목구멍에 욱여넣었다. 니는 씨발 살아야지. 니 애비 돌아올 때까진 살아야지. 


디우는 그럼 멀개진 시야로 눈물방울 담으며 생각한다. 개-씨-발. 집 나간 애비 따위 내 알빤가.





3.


디우야. 넌 크면 뭐가 되고 싶어? 

여기서 우리가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지랄은 지랄이야. 되는 게 아니고 썩는 거지.  그거 있잖아. 니가 어제 쳐먹은 흰곰팡이 같은 거.

그래도 생각해 봐. 우린 늘 강을 싫어하지만 지금 저 까만 강도 밤에 보면 나름 예쁘잖아. 운치 있게 달빛도 예쁘게 번지구. 그런 것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뭔가 달라질 순 있지 않을까?

운치는 개뿔…, 좆까라 그래.


디우는 그 애가 그런 낭만적인 말을 할 때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면서도 남몰래 웃었다. 물론 쥐들이 뜯어먹고 간 것처럼 생긴 디이와 그 포식한 쥐가 쏟아낸 토사물 같은 디산이 그딴 말을 했다면 목뼈를 쥐어뜯었을 거였다. 그 애니까 그랬다. 커다랗게 쌍커풀진 눈은 디우가 이 동네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예뻤다. 눈도 동글 입술도 동글 코도 동글 얼굴도 동글. 보드랍게 웃는 입술 끝이 말려올라갈 때마다 토끼 앞니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럼 디우는 애써 얼굴 붉히지 않았다는 양 고개를 틀었다. 

탕, 탕, 탕-! 그 애가 예쁘다 칭한 강물 위로 벼락같은 파열음이 꽂혔다. 그 애는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러들었지만 디우는 여느 때처럼 무덤덤한 얼굴을 했다. 맞다. 낭만이고 사랑이고 로오-맨틱이고 뭐고 그딴 건 없다. 내일 밥이 없으면 그 애 팔뚝을 뜯어먹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디우는 그 애의 뺨자국 위 서린 핏빛 손톱 자국을 주욱 훑었다. 그래. 세상은 좆됐고 세상에 우리가 살 길은 없다. 그래도 뭐 어쩔 거야.


야. 그냥 좆까고 인정해. 우리가 이 시궁창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희망도 가지면 안 돼?

희망이고 나발이고, 너 존나 삐쩍 꼴았다. 누나 따라와. 꿍쳐 놓은 쓰레기 줄게.


디우에게 인생은 그런 거다. 버려짐에 순응하든지 아니면 씨발 좆까라 하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일어나든지.





4.


디우는 그 애를 토깽이라고 불렀다. 이름 같은 건 몰랐다. 애초에 디우도 제 이름 같은 걸 이름이랍시고 인정한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토끼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엄마는 어렸을 때 토끼를 키웠다고 했고, 엄마는 날 키우긴 키웠으니까. 제가 그 애를 키우다시피 먹여살리니 토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순된 헛소리의 굴곡짐은 금세 무시됐다. 디우는 한참을 앓는 그 애의 목 너머로 물을 넘기며 생각했다. 

거 참 드릅게 예쁘네.

그 애는 뒷골목 태생이 아니었다. 타 죽은 뼛가루 유해에서도 뒷골목 악취가 찌들 디우와는 달랐다. 그래서인지 똑같이 말라도 이상하게 곱고 이상하게 둥글었다. 모난 구석 없이 웃고 보드랍게 말했다. 죽이는 것과 죽는 것이 말라붙은 거죽 하나 차이인 곳에서 그런 온정은 불필요했지만, 디우는 이상하게도 그 애가 좋았다. 정정한다. 그 애의 얼굴이 좋았다.



야, 아프지 마.

……..

이번에는 좀 덜 썩은 걸로 가져왔어. 그래도 윗동네 양반들이 입이 짧아서 다행이야. 한입 먹고 쳐버린 것도 있더라구. 

……..

여기다 두고 갈게. 이제 아프지 말어. 응?


파리하니 창백한 얼굴이 웃었다. 나 안 아파. 뻐금대는 숨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개구라치지 마. 너 존나 아파 보이거든? 목구멍 아파서 말도 못 하는 게…

……..

됐어, 너 죽기 전에 내가 어떻게 뼈라도 고아서 먹일게. 길목 마디마디 뒤지면 정강이뼈 하나쯤은 나오겠지. 


그 애가 이런 말을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디우는 툴툴댔다. 모르겠고 내 입 막고 싶으면 빨리 낫든가 해. 천박한 비린내가 입천장에 멀겋게 고였다. 목구멍 주름이 게걸스레 움직여 욕지거리를 삼켰다. 괜히 저 처연한 눈만 봤다 하면 숨이 막혔다.







5.



야야 토깽아. 너 죽은 사람 몸 만져본 적 있어?

시체? 아니…, 아직.

그거 맨정신으로 만질 건 못 되겠드라. 아주 그냥 몸이 물때 낀 이끼 같아. 물렁물렁 까딱까딱. 특히 모가지가 그래. 힘 주는 법 모르는 갓난애처럼 막 무너질라 그러거든. 

…….

근데 그러다가 갑자기 굳는 거야. 막, 오 분도 안 됐나. 몰라. 그냥 해 떨어지기 전에 빨랑 주워먹을 거 있나 뒤지고 가야겠다 싶었지. 근데 그 우둘두툴한 척추뼈가 막 굳어. 손바닥 아래서 딱딱하게. 빳빳. 반듯. 그렇게…

……..

넘 잔인한가? 미안. 아무튼 그래서 좋은 건 내가 뭐 빤짝이는 거 몇개 주워 왔어. 아주 그냥 저승길까지 가져갈라고 지 바지 안에다가 엮어 놨드라니까? 이기적인 새끼. 뒤진 놈은 뒤지면 끝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거 장물 김씨가 환장할 종류 같다니…,

…….

야!! 좀 같이 가!! 아 씨발 말 곱게 할라니까 뒤지게 씨발 힘들게 하네 씨발...






6.


디우는 열여덟까지 총을 잡아 본 적은 없었다. 세상이 아직 그 정도로 좆창나지 않았다거나 그럴 깡이 없어서는 아니고, 그냥 돈이 없어서. 지구가 망하고도 꼴에 아포칼립스라는 양놈들의 언어를 빌리고 분홍색과 흙색 거적떼기들이 처지를 가르는 것과 같이 세상은 여전히 자본과 겉치레에 돌아 있었다. 그러니까. 이 고오-급진 신식 무기를 갖고 놀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지. 놀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걸 원한 건 아니다. 내가 곱게…, 는 아니어도 열심히 키운 토끼가 총 맞아 쓰러지고, 총 쏜 씹새끼를 쳐죽이는 상황 같은 거. 


야 이 개씨발놈아!!!!!


부러 거칠게 가래 끓는 숨이 응고했다. 디우는 뭣도 모르고 눈앞 배불뚝이의 아가리에 총구를 밀어넣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도 열감이 선연한 총구가 고상하게 인간의 살을 구웠다. 탕 탕 탕. 왜 그 소리가 안 나? 이미 대가리 속에서는 몇백 번이고 총구가 터졌지만 탄 없는 리볼버는 헛발질을 했다. 아 씨발…, 옥타브를 찢는 울음소리가 예민하게 신경을 긁었다. 탕 탕 탕이라고 씨발새끼야! 그녀가 조악한 파열음을 씹었다. 결국 껍데기뿐인 권총이 흙바닥에서 데구르르 굴렀다. 

디우는 희번득 눈을 까뒤집고 바지를 적신 남자의 배에 칼을 꽂았다. 부욱. 날붙이가 위아래로 움직여 장기를 끊는 감각이 선연했다. 피죽도 못 얻어먹은 열여덟 계집애에게서 가히 폭력적인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미친 것처럼 기름을 발라낼 때마다 정신 잃은 몸뚱이가 바르작댔다. 핏방울이 볼에 튀기며 발화점을 찾아 타올랐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디우 | 인스티즈


A. 물러터진 곰팡이를 씹어먹는 법






1.


세상의 최후는 장엄하지 못했다. 그간 예언되어 왔던 세계 멸망의 날이나 그 속에 짜여진 심도 있는 의미에 어긋나게도 지구는 시시하게 망했다. 속된 말로 하자면 정말이지 한순간에 좆됐다. 긴 가방끈이나 혓바닥 따위로는 하늘에 난 구멍을 동여매지 못했다. 도시도 문명도 인류가 이륙한 찬란한 이기도 죄 무너져 내렸다. 

디우는 그 아포칼립스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애였다. 저들을 둘러싼 빌딩의 콘크리트가 무너지든, 지구 내핵이 요동치든, 물이 거꾸로 솟고 땅이 엿가락처럼 울렁대든지간에 좆도 상관않고 붙어먹은 결과물이란 거다. 그래서인지 디우에게 교미는 언제나 라플레시아 같았다. 철퍽이고 찐득이고 온갖 구더기 벌레새끼들이 몰려들어 추잡하게 들러붙는 거. 그리고 섹스하는 팔다리보다 난잡하게 뒤얽힌 건 딱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인종이며 성별이며 국가며 죄다 찐득대며 엉킨 뒷골목.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집. 





2.


수백 각도로 점멸하는 다이아 샹들리에 가장 위에도 쥐새끼 꼬리가 감긴다. 언제나 펄떡이는 금빛 동맥에 기생하는 놈들은 많았고 그 기생하는 놈들의 땟가루 주워먹는 진짜 기생충들도 많았다. 개중에서 디우는 카펫트 끄트러미에 엉긴 먼지덩이나 주워먹고 살던 계집애였다. 열다섯까지만 해도 그 삐쩍 꼴은 배때지 가르면 고작해야 말라 비틀어진 위장 뿐일 게다. 그마저도 먹고 살겠다고 뭉그러진 쓰레기에 열띠게 소화액을 뱉는, 꿈틀꿈틀, 밟아 죽일래도 짜증나는 벌레 새끼.

용케 까막눈은 아니었다. 대가리가 빈 것도 아니었고. 그렇지만 디우는 검은색 강가에 휘감긴 판자촌에서 꾸역꾸역 숨죽이고 사는 계집애였다. 뭐가 나쁜지 아닌지 파악하는 건 사족보행하는 개새끼도 알았다. 중요한 건 이걸 먹고 뒤지는지 안 뒤지는지 알아내는 원초적 눈깔인 거였다. 가끔 이상한 걸 주워먹다 울컥 숨을 쉬면 석유처럼 시껌덩덩한 토악질이 일었다. 그럼 엄마는 연초를 빨아물고 연기로 혀를 꼬았다. 니는 왜 그렇게까지 사냐. 엄마는 늘 반만 구운 생선같이 애매모호한 비린내를 풍겼다. 버릴 거면 버리고 살릴 거면 살릴 것을, 연민 어린 동태 눈깔 같은 개쌉소리 같은 것들. 저래 놓고 뒤질 것처럼 골골 앓으면 석탄 쪼가리든 물러터져 흰 곰팡이 핀 토마토든 악다구니를 쓰며 제 딸 목구멍에 욱여넣었다. 니는 씨발 살아야지. 니 애비 돌아올 때까진 살아야지. 


디우는 그럼 멀개진 시야로 눈물방울 담으며 생각한다. 개-씨-발. 집 나간 애비 따위 내 알빤가.





3.


디우야. 넌 크면 뭐가 되고 싶어? 

여기서 우리가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지랄은 지랄이야. 되는 게 아니고 썩는 거지.  그거 있잖아. 니가 어제 쳐먹은 흰곰팡이 같은 거.

그래도 생각해 봐. 우린 늘 강을 싫어하지만 지금 저 까만 강도 밤에 보면 나름 예쁘잖아. 운치 있게 달빛도 예쁘게 번지구. 그런 것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뭔가 달라질 순 있지 않을까?

운치는 개뿔…, 좆까라 그래.


디우는 그 애가 그런 낭만적인 말을 할 때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면서도 남몰래 웃었다. 물론 쥐들이 뜯어먹고 간 것처럼 생긴 디이와 그 포식한 쥐가 쏟아낸 토사물 같은 디산이 그딴 말을 했다면 목뼈를 쥐어뜯었을 거였다. 그 애니까 그랬다. 커다랗게 쌍커풀진 눈은 디우가 이 동네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예뻤다. 눈도 동글 입술도 동글 코도 동글 얼굴도 동글. 보드랍게 웃는 입술 끝이 말려올라갈 때마다 토끼 앞니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럼 디우는 애써 얼굴 붉히지 않았다는 양 고개를 틀었다. 

탕, 탕, 탕-! 그 애가 예쁘다 칭한 강물 위로 벼락같은 파열음이 꽂혔다. 그 애는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러들었지만 디우는 여느 때처럼 무덤덤한 얼굴을 했다. 맞다. 낭만이고 사랑이고 로오-맨틱이고 뭐고 그딴 건 없다. 내일 밥이 없으면 그 애 팔뚝을 뜯어먹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디우는 그 애의 뺨자국 위 서린 핏빛 손톱 자국을 주욱 훑었다. 그래. 세상은 좆됐고 세상에 우리가 살 길은 없다. 그래도 뭐 어쩔 거야.


야. 그냥 좆까고 인정해. 우리가 이 시궁창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희망도 가지면 안 돼?

희망이고 나발이고, 너 존나 삐쩍 꼴았다. 누나 따라와. 꿍쳐 놓은 쓰레기 줄게.


디우에게 인생은 그런 거다. 버려짐에 순응하든지 아니면 씨발 좆까라 하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일어나든지.





4.


디우는 그 애를 토깽이라고 불렀다. 이름 같은 건 몰랐다. 애초에 디우도 제 이름 같은 걸 이름이랍시고 인정한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토끼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엄마는 어렸을 때 토끼를 키웠다고 했고, 엄마는 날 키우긴 키웠으니까. 제가 그 애를 키우다시피 먹여살리니 토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순된 헛소리의 굴곡짐은 금세 무시됐다. 디우는 한참을 앓는 그 애의 목 너머로 물을 넘기며 생각했다. 

거 참 드릅게 예쁘네.

그 애는 뒷골목 태생이 아니었다. 타 죽은 뼛가루 유해에서도 뒷골목 악취가 찌들 디우와는 달랐다. 그래서인지 똑같이 말라도 이상하게 곱고 이상하게 둥글었다. 모난 구석 없이 웃고 보드랍게 말했다. 죽이는 것과 죽는 것이 말라붙은 거죽 하나 차이인 곳에서 그런 온정은 불필요했지만, 디우는 이상하게도 그 애가 좋았다. 정정한다. 그 애의 얼굴이 좋았다.



야, 아프지 마.

……..

이번에는 좀 덜 썩은 걸로 가져왔어. 그래도 윗동네 양반들이 입이 짧아서 다행이야. 한입 먹고 쳐버린 것도 있더라구. 

……..

여기다 두고 갈게. 이제 아프지 말어. 응?


파리하니 창백한 얼굴이 웃었다. 나 안 아파. 뻐금대는 숨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개구라치지 마. 너 존나 아파 보이거든? 목구멍 아파서 말도 못 하는 게…

……..

됐어, 너 죽기 전에 내가 어떻게 뼈라도 고아서 먹일게. 길목 마디마디 뒤지면 정강이뼈 하나쯤은 나오겠지. 


그 애가 이런 말을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디우는 툴툴댔다. 모르겠고 내 입 막고 싶으면 빨리 낫든가 해. 천박한 비린내가 입천장에 멀겋게 고였다. 목구멍 주름이 게걸스레 움직여 욕지거리를 삼켰다. 괜히 저 처연한 눈만 봤다 하면 숨이 막혔다.







5.



야야 토깽아. 너 죽은 사람 몸 만져본 적 있어?

시체? 아니…, 아직.

그거 맨정신으로 만질 건 못 되겠드라. 아주 그냥 몸이 물때 낀 이끼 같아. 물렁물렁 까딱까딱. 특히 모가지가 그래. 힘 주는 법 모르는 갓난애처럼 막 무너질라 그러거든. 

…….

근데 그러다가 갑자기 굳는 거야. 막, 오 분도 안 됐나. 몰라. 그냥 해 떨어지기 전에 빨랑 주워먹을 거 있나 뒤지고 가야겠다 싶었지. 근데 그 우둘두툴한 척추뼈가 막 굳어. 손바닥 아래서 딱딱하게. 빳빳. 반듯. 그렇게…

……..

넘 잔인한가? 미안. 아무튼 그래서 좋은 건 내가 뭐 빤짝이는 거 몇개 주워 왔어. 아주 그냥 저승길까지 가져갈라고 지 바지 안에다가 엮어 놨드라니까? 이기적인 새끼. 뒤진 놈은 뒤지면 끝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거 장물 김씨가 환장할 종류 같다니…,

…….

야!! 좀 같이 가!! 아 씨발 말 곱게 할라니까 뒤지게 씨발 힘들게 하네 씨발...






6.


디우는 열여덟까지 총을 잡아 본 적은 없었다. 세상이 아직 그 정도로 좆창나지 않았다거나 그럴 깡이 없어서는 아니고, 그냥 돈이 없어서. 지구가 망하고도 꼴에 아포칼립스라는 양놈들의 언어를 빌리고 분홍색과 흙색 거적떼기들이 처지를 가르는 것과 같이 세상은 여전히 자본과 겉치레에 돌아 있었다. 그러니까. 이 고오-급진 신식 무기를 갖고 놀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지. 놀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걸 원한 건 아니다. 내가 곱게…, 는 아니어도 열심히 키운 토끼가 총 맞아 쓰러지고, 총 쏜 씹새끼를 쳐죽이는 상황 같은 거. 


야 이 개씨발놈아!!!!!


부러 거칠게 가래 끓는 숨이 응고했다. 디우는 뭣도 모르고 눈앞 배불뚝이의 아가리에 총구를 밀어넣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도 열감이 선연한 총구가 고상하게 인간의 살을 구웠다. 탕 탕 탕. 왜 그 소리가 안 나? 이미 대가리 속에서는 몇백 번이고 총구가 터졌지만 탄 없는 리볼버는 헛발질을 했다. 아 씨발…, 옥타브를 찢는 울음소리가 예민하게 신경을 긁었다. 탕 탕 탕이라고 씨발새끼야! 그녀가 조악한 파열음을 씹었다. 결국 껍데기뿐인 권총이 흙바닥에서 데구르르 굴렀다. 

디우는 희번득 눈을 까뒤집고 바지를 적신 남자의 배에 칼을 꽂았다. 부욱. 날붙이가 위아래로 움직여 장기를 끊는 감각이 선연했다. 피죽도 못 얻어먹은 열여덟 계집애에게서 가히 폭력적인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미친 것처럼 기름을 발라낼 때마다 정신 잃은 몸뚱이가 바르작댔다. 핏방울이 볼에 튀기며 발화점을 찾아 타올랐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디우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걔 이미 죽었어.


목소리가 전류처럼 관자놀이를 튀겼다. 디우는 더듬더듬 고개를 들어올렸다. 지령..., 목소리가 담은 건 지령이었다. 

마주한 건 한 쌍의 뱀 같은 눈이었다.

디우는 멍청하게 숨을 참았다. 남자가 가진 건 단순히 얇아진 동공이나 두 갈래로 갈라진 혀 따위가 아니었다. 디이가 혀며 눈썹이며 오만 곳에 피어싱을 하고 다닐 때의 싸구려 위압감과 달랐다. 애송이들이 고작 비늘 하나 박았다고 따라할 수 없을 서늘함이 흘렀다. 손아귀에서 마법같이 힘이 풀렸다. 디우는 땟국물로 목욕을 한 제 꼬라지가 처음으로 부끄러워졌다. 미물을 바라보는 눈이 피로 찌든 머리카락부터 칼을 쥔 손가락 마디마디를 훑어내렸다. 피식자에게 선천적으로 얽매인 공포감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숨통을 조였다. 

남자는 이상할 정도로 쉽게 디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역광을 받아 채 보이지 않던 그의 얼굴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점차 명확해졌다. 부러트린 숨통의 냄새가 망자의 마지막 발악과 같이 그의 발걸음에 들러붙었다. 남자가 들고 있는 라이플로 뒤진 놈의 아가리를 휘저었다.


미디움은 아니네. 좀 설익었다.


뭐 저런 개또라이가 다 있지? 


그런데 아직도 고개가 빳빳한 걸 봐서…., 네 대가리는 알맞게 돌았구나. 


남자는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서 디우의 무릎을 발로 차 넘어트렸다. 관절이 어긋나고 강제로 몸이 꿇려지는 순간에도 통각이 마비되어 멍멍했다. 이상하다. 뒤지는 순간에는 오히려 더 욕이 나올 것 같았는데 온몸에 독이 퍼진 양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마비된 짐승을 들어올린 남자가 눈을 맞췄다. 독사의 눈알에 허덕이는 먹잇감이 담겼다. 시가와 짙은 가죽의 냄새가 매캐하게 숨을 파고들었다. 


이름이 뭐니?

...디우…

어느 쪽?


디우는 벌벌 떨며 윗입술을 파르륵댔다. 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으면 뒤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남자가 웃을 때마다 윗동네의 바람 냄새가 풍겼다. 토끼에게 떠벌려 댔던 사후경직한 시체 꼬라지였다.


근데 니가 다섯째든 버려진 새끼든 어차피 나도는 놈 아냐.

…….

그럼 내가 주워가도 되겠네?



인생의 푸른 혈맥에 독니가 박혔다. 디우는 죽기 직전의 발악처럼 팔다리를 바르작댔다. 억 하고 응고된 핏물이 입안에 고였다. 저를 똑바로 응시하는 얼굴이 코브라의 비늘처럼 찬란한 역광을 뿜었다. 개-씨-발. 그녀는 마지막으로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종속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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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2.238
헐.....
압도되어 읽었어요...!!
혹시 키우던 토끼는 정국이인가요? 그런거겠죠?
아 현기증나요작가님 어서 이탄을....!!!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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