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7gqYT.jpg [exo/변백현/오세훈] 괜찮아, 착각이야 0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0150609/9/3/f/93f06f59b9eceaf0d800b96b374b02f2.jpg)
“야 오랜만에 둘이 술이나 마시자. 나와라.”
변백현의 통보와 같은 전화가 끊겼다. 집이었길 망정이지.
그 아이에게 카톡 한 개 남겨 두었다.
‘나 지금 나가. 변백현이 술 마시자고 나오라는데 나가도 되지?’
허락이 떨어지면 변백현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우리가 아직 그 어떤 사이도 못 되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괜히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는 게 그 아이가 안에서 조그마한 장난감용 망치하나 손에 들고 온 몸에 여기저기를 둥둥거리며 치는 것 같았다.
손목 깨가 두근거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
답장이 도착하는 알람소리가 울리자 나는 자리에 멈춰 섰다.
아 미리보기로 안 해놓은 것이 참 안타까웠다. 진작 좀 해놓을 걸
. 뭐라고 보내지. 내용을 확인도 안하고 그 다음 답장을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난 바본가.
카톡 방을 들어가는 손가락 하나하나에 내 마음 하나하나 넘치듯이 꾹꾹 눌러 담았다.
이걸 누르면 그대로 저 애에게 전송되어 내 마음을 다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고백 비슷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 거 보면 나는 참 사소한 거에 겁쟁이였다.
정작 고백은 너무 감당키 힘들었다. 분명 남이 하는 걸 봤을 때엔 그게 뭐라고 그렇게 호들갑이지? 싶었는데
아 그게 그럴 만하구나.
‘술? 빈속에 먹지 말고, 조금만 마셔. 알았지?’
알았지? 알았지? 끝이 물음표로 끝을 냈다. 이건 나한데 답장을 바라고 있는 건가?
조금만 마시래. 빈속에 먹지 마? 이거 나 신경써주는 거 맞지? 방 문 앞에서 한참 서서 실실 웃어댔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한번 씩 쳐다볼 거다. 쟤 나사 빠졌다고.
아 그래도 좋았다.
하늘에 불어오는 비눗방울이 이런 기분일까.
온통 세상이 그 아이로 가득 찼을 때엔 이미 바닥의 먼지 하나까지 아름다워 보였다.
헤실헤실 웃으면서 변백현에게 카톡 하나 보냈다.
‘어디서 만나냐? 나 좀만 마셔야 되는데, 소주 말고 맥주 먹자.’
조금만 마셔야지. 배를 몰로 채우지? 밥을 먹고 가야하나?
‘야 맥주는 배차잖아. 걍 소주 마셔 얘가 간이 콩알 만해졌네?’
행복한 고민이다.
-
그 애는 개강 첫날부터 눈에 띄었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아름답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예쁘다’라는 그릇에 저 아이를 담으면 분명 흘러넘칠 것이다.
그릇이 작아서 깨지거나. 그 정도로 그 아이는 아름다움이 하늘같았다.
나는 내가 그 아이와 ‘썸’이라는 것을 탈 줄은 몰랐다.
그냥 그건 또 다른 꿈이었고. 항상 깼으니까. 같은 과 같은 학번. 이라는 건 참 축복이었다.
2015년에 받을 복 한 번에 몰아 받은 기분이었다.
축복은 얇은 고리가 되고 나는 고리를 끊을 수 없는 새 빨간 줄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매일 밤새 허공에 얼굴을 그리고 잠에 들면 다시 그 아이가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고 항상 새 하얗게 사라졌다.
밤마다 침대 위에 누워서 창 밖에 시선이 끌릴 때, 또 우연히 그 시선의 끝에 밝은 달이 걸리면 나는 항상 그 아이 생각을 했다.
‘그 애가 제 것이 되게 해주세요.’
너는 꿈에도 모를 것이었다.
욕심을 부리니 우리의 고리가 조금씩 줄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른들은 욕심을 버리라고 말씀 하시는데 욕심은 부려야 한다.
과한 욕심은 나를 낭떠러지에 떨어질 약한 다리를 줄 수도 있고, 정상에 데려다 놓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줄 수 있다.
이대로 이 아이와 정상에 오르고 싶다. 정상에서 보는 아래는 어떨까.
-
변백현은 단 한마디로 나의 생각을 바꾸었다.
그 아이와 손을 잡고 오르려는 정상은 너무 험했다.
대게 사람들은 정상으로 가는 험한 길을 마주하면 두 가지를 떠올린다.
내려갈까. 올라갈까.
만일 그게 정상에 도달하기 직전의 문턱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입구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
변백현이 기어이 소주를 시키더니 연속으로 연거푸 마셔댔다.
“나 고백 받았어.”
그래. 고백 받았구나. 근데 그게 뭐 저렇게 들이 부을 일인가? 여자친구 때문에 그런가?
“그래? 그것 때문에 술 마시는 거냐?” 나는 그 애한데 어떻게 고백을 해야 할까. 아... 연애 하고 싶은데.
“아 어떻게 하냐. 나.”
“뭐 그냥 거절하면 되지 뭘 그렇게 고민해? 흔들려?” 여기까진 괜찮았다.
“아니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는데 갑자기 고백했어. 술 마시고. 나 걔랑 어떡하지?”
그래 여기서부터 표정관리가 영 안됐다. 나쁜 신경이 마구 곤두섰다. 뭘 하든 운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이리 불안한지 술 잔 하나를 제대로 잡는 것에도 잔뜩 힘을 실었다.
“내가 생각하는 얘 맞냐.”
아 다시 손목 깨가 쿵쾅쿵쾅 거렸다. 기분 나쁜 박동이었다.
마치 천둥이 치는 것과 같았다.
“엉. 그 애.”
아 정말 맑은 하늘에 천둥이 치려나.
“고백 했어? 걔가? 너 한데? 네가 좋대? 술 취해서 실수한 게 아니라?”
그럴 리가 없었다. 나랑 질긴 썸을 타는데. 왜 너 한데 좋다고 해?
“응. 아 어떻게 하냐. 취중진담이라잖아. 너는 뭐 친구한데 고백 받은 적 없냐? 나 걔 얼굴 어떻게 보냐. 미치겠네.”
말을 잃었다. 그냥 얼굴 보고 지내지 마. 아는 척도 하지 말라고 수 없이 변백현의 면전에 대고 말했다.
그게 마음속으로 한 말인 게 흠이었다. 우리는 아직 불안했다.
꽃밭의 꽃은 너무 가녀렸고, 하늘은 흑색으로 변하려 했다. 어느 구름이 우리가 있는 곳을 마음대로 들어오려 하나.
저 구름이 이곳에 비를 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아이는 내 눈 앞에 없어도, 있다. 그 아이는 내 눈 앞에 있어도, 없다.
둘의 차이는 작지만 매우 컸다.
항상 꿈을 꾸고 소원을 빌 때 에는 전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후자였다.
그 아이는 내 눈 앞에 있어도, 없다. 우리는 불안했다. 아닌가. 나 혼자 불안한 건가.
-
야 내려와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처음 네가 나에게 내려 준 것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아무런 말없이 술은 연거푸 들이켰다.
누가 누굴. 뭘 해?
변백현은 틀렸다.
너 변백현 좋아해? 그래서 고백 했어?
입 밖으로 모든 마음을 쏟듯이 이야기 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 속마음으로 빌듯이 외쳐댔다.
그 아이는 듣지 못할 말이었다.
아 정말 그 애는 내가 한 말 중에 그 아무 것도 듣지 못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우리는 불완전했다.
속 깊이 풀어보면 불완전이라는 말도 못 쓸 사이였다. 나 혼자 불안한 건가.
-
너 변백현 좋아해? 그래서 고백 했어?
우리는 연애를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누가 오세훈이 내게 쥐어 준 민들레 씨앗을 불어버렸을까.
나는 꽃밭에 오랫동안 있고 싶었다.
“응?”
“술 마시고 변백현한데 고백 했냐고.”
세훈이가 한 번 더 나에게 말을 했다. 내가?
“내가?”
“응 네가.”
세훈의 확신이 섞인 말에 잠시 입을 닫았다.
곰곰이 생각했다. 쟤가 어떻게 알았을까.
진짜 내가 변백현한데 고백을 했을까.
그래서 변백현이 나와 연락을 가위로 종이 자르듯 깔끔이 싹둑 하고 끊어 버린 것일까.
모든 게 끼워 맞춘 것 같았다.
그런데 끼워 맞춘다고 그게 또 맞춰지니.
나는 기억이 없었지만. 그 없는 기억 사이에서 백현이에게 고백을 했구나.
민들레 씨앗을 불어버린 건 나인가.
“말 해봐. 너 변백현 좋아해?”
그렇지만 이건 너무 쉬운 질문이었다.
“아니.”
저 아이의 목소리가 떨리는 구나.
손끝도 떨리고,
눈도 떨리고.
마음도 휘몰아치고 있겠지.
고작 그게 뭐라고.
나한데 너무 쉬운데,
왜 너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듯 보일까.
“아니야. 옛날에 잠깐 그랬어. 옛날에"
너니까 말 해주는 거야.
“정말 중학교 때 잠깐 그랬어. 그때 애들이 다 그렇잖아. 나는 주위에 남자라곤 걔밖에 없었으니까.”
중학교 때 잠깐은 아닌데 너 한데 처음으로 말 하는 거야.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지금까지 그러고 있겠어. 한심하게. 걔 여자친구도 있고. 뭐 나도 남자친구 만들 거고.”
너는 그러지 말라고. 걔처럼 영영 내 친구로 남지 말라고. 말 하는 건데,
“응?”
왜 또 넋이 나간 표정일까.
방금 전까지는 나한데 막 따지듯 물어댔으면서.
나 이제 고백 받을 때 된 것 같은데. 먹이를 마구 먹으라고 던져줘도 얘는 자기 먹이가 뭔지 모르는 건지.
이제 내가 원하는 말을 해봐. 세훈아.
나도 네가 원하는 대답을 마음껏 들려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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