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가족의 구성원이고 싶습니다만..?(끼어들기)
보통의 연애
아홉번째 페이지
♬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지만 정국이와 나 둘 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먼저 정신차린 내가 정국이에게 말을 건냈다.
" 다 씻었어? 몸은 어때 "
" 뭐 보고 있었어요? "
다 씻었냐며 몸은 괜찮냐고 묻는 내 대답에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하고 나에게 묻는다. 순간 내가 엄청난 실수를 한 것 처럼 느껴졌다. 정국이의 예상치 못 한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국이를 쳐다 봤다. 그 상황이 참 웃겼다. 그냥 학원책자 봤다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뭐 보고 있었냐는 정국이의 말에 나는 엄청난 비밀을 혼자 본 것 같은 기분에 꼭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 ... "
" ..뭐..보고 있었냐니까요 "
"..ㅇ..이..거.. "
여전히 정국이는 정색을 하며 나에게 한 번더 물었다. 아니 나는 왜 이 상황에서 대답을 못하는 거지.. 정국이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을때 촉촉한 머리칼과 함께 은은한 바디워시향을 풍기는 정국이가 나에게 좀 더 얼굴을 가까이 하며 물어봤다. 그때서야 나는 보고있던 학원책자로 정국이와 나 사이를 막으며 얘기했다.
" 나.. 뭐 잘못한거야? "
" ... "
솔직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이 학원책자가 뭐길래 전정국은 저렇게 정색을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 큰 실수한건가 싶어 잘못한거냐고 물으니 이번엔 전정국이 대답없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묘한 기분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을 뻔 했다.
" 왜 이렇게 겁먹은 표정이에요. 나 아무짓도 안했는데.. "
"..ㅇ..어? 화난 거 아니야? "
" 장난이에요. 장난ㅋㅋㅋ "
" 하 맞을래 너? "
".. 나 아파요..누나.. "
" 으휴- 아 이거 너 어떻게 가지고 있어 "
" 아 그거요.. 대학입시 준비하면서 도움될 거 있나 하고 학원에서 몇 개 가져왔어요 "
" 그래? 신기하네.. 나 고등학교때 나온거 다 가지고 있네 "
" 진짜요? 누나 우리 인연인가봐요 "
" 헛소리 하지 마. 근데 내 부분은 없어. 찢어져 있더라. "
" 어쩐지.. 누나 우리 학원 다녔다고 했는데 아무리봐도 없더라구요. 너무 못그려서 찢은거 아니에요? "
" 너 진짜 맞는다. 어? "
" 윽..너무 아프다 갑자기.. "
순간 어쩌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다 전정국의 연기였을꺼란 생각을 했다. 욕실에 나와 어두운 표정으로 날 응시할때 솔직히 많이 쫄아있었다. 나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며 딱딱한 말투로 말하는 전정국에 겁먹은 것도 사실이였다. 근데 이거 갑자기 웃더니 장난이라고 말한다. 순간 창피하고 쪽팔려서 때리는 시늉을 했더니 아픈척을 한다. 책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신경을 자꾸 건드려 또 때리는 시늉을 하니 내 옆에 풀썩 앉아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더니 아프다며 말한다. 이거 진짜 꾀병아니야? 그 순간에도 은은하게 퍼져오는 정국이의 샴푸향에 내 몸까지 노곤해졌다.
" 머리 치워. 무거워. "
" 누나는 가끔 너무 매정해요 "
" 그래서 "
" 그래서라니..나 상처받아요 누나 자꾸 그러면 "
" ... "
평소같았으면 전정국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한대 툭 치고 말았을텐데, 지금 상황에선 그럴 수 없었다. 전정국은 나에게 최대한의 관심을 표현했다. 나는 그걸 애써 모른척하며 정국이를 대하는 중이다. 상처받는 다는 정국이의 말에 괜히 미안해져 정국이의 머리를 감싸 다시 내 어깨에 올려놓았다. 그런 내 행동에 전정국은 웃음을 꾹 참으려는 듯 입술이 꿈틀꿈틀거린다. 순간 내가 한 행동에 나도 놀랐다. 미쳐 내색하진 못했지만 방금 내 행동이 꼭 나에게 했던 김태형의 행동과 별반 다를게 없을거라는 기분에 다시 전정국의 머리를 밀어 똑바로 세워 놓았다.
" 아! 왜요! 좋았는데.. "
" 시끄러. 너 이제 괜찮지? 나 다시 학교 가봐야 하니까 무슨 일 있음 또 전화..아니 알아서 해. 간다. "
" .. 누나! "
너무 까칠하게 얘기했나..정국이의 집에서 나오는 순간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다 김태형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비겁한 변명일 뿐이였다. 정국이의 날 부르는 소리에 무시하고 그냥 나왔다. 좋게 좋게 곧 수업있으니 이만 가보겠다며 나올 수 있었는데 순간 김태형이 나에게 했던 행동들이 떠올르며 괜히 정국이를 나처럼 헷갈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더 모질게 말을 하고 나왔다. 뒷 쪽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며 나를 돌려세우더니 그대로 품에 안았다. 정국이였다.
" 뭐야! "
" 내일 누나 공강이잖아요. 못보니까..보고싶을 거 같아서.. "
" 안 놔? "
" 누나가 아무리 나한테 상처주는 말해도 어쩔 수 없어. 누나 나간 그 짧은 순간 어찌나 보고싶던지. 이렇게라도 해야 겠어서 뛰어 왔는데.. 이것도 안돼요? "
" ... "
조금은 애처로울정도로 말하는 정국이에 나는 말없이 안겨있었다. 마음이 약해졌다. 절대로 김태형처럼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방금 전 생각했는데 정국이의 행동에 나 또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그렇게 짧게 마지막으로 나를 힘주어 꽉 안더니 놓아주는 정국이였다. 난 너무 미안해서 정국이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시선처리를 하고 있을때 내 이마위로 뭔가 닿았다 떨어졌다. 깜짝놀라 고개를 들어 정국이를 보니 개구진 표정으로 '진짜 잘가요 아미누나' 라고 말하며 빛의 속도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생각한게 맞다면..이건..뽀뽀다..정국이가 나한테..이마 뽀뽀를.. 솔직히 더한것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다. 드라마에서는 현실에서 나올 수 없을 법한 내용들로 매일 저녁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전정국은 고작 이마에 입을 맞춘 것 하나로 내가 더 미안해지게 만들었다.
" 김아미 "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기를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태형이 였다. 혹시나 붉어진 내 볼을 정신챘을까 쉽게 뒤 돌아 보지 못했다. 어느새 내 앞으로 온 김태형. 조금 진정이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마주보았다. 마냥 밉게만 보이고 너무 짜증났던 오늘의 김태형인데 왜 지금 김태형에게서 나의 모습이 겹쳐보이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김태형을 보니 왜 눈물이 나는 건지 조차 이해 할 수 없었다.
" 태형아.. 밥..먹었어? "
" 김아미 "
" 미안.. 아까 그냥 그렇게 가서.. "
" 아미야 "
" 흑..흐읍..미안해..태형아..하.. "
계속 김태형에게 미안하다는 말을하며 그렇게 쉴새없이 울었을까..날 폭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어느순간 미안하단 말이 나오지 않고 눈물도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나에게 알 수 없는 복잡하고 어지로운 이 상황을 준 하늘이 참 밉기도 하다. 울고있는 날 김태형은 몇번이고 토닥여주며 내가 말을 잇기를 기다려 주는 듯 했다. 분명 아침만해도 나는 김태형과 한 판 하려고 했는데.. 우선 따지고 보려고 했는데 지금 이 상황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김태형 품에 안겨있었다.
김태형은 저녁까지 먼저 연락이 없는 내가 걱정이되서 우리 집 근처에 혹시 와봤다고 했다. 몇 년 전 김태형에게 고백했던 그 공원 그 벤치에 앉아 둘은 아무 말 없이 누구 하나 먼저 이야기 꺼낼때 까지 기다리는 듯 했다. 김태형은 재촉하지 않았다. 왜 울었는지.. 왜 정국이에게 갔는지..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나 또한 묻지 않았다. 김태형에게 묻고 싶은게 그렇게나 많았는데 막상 판을 깔아주니 아무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 아미야 "
" 태형아 "
그렇게 또 무의미한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는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태형이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지우려고 해도 몇년 전 일은 내 머릿속에 반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이다. 제발 생각나지 말아라. 지금은 현재고, 그때는 과거다. 난 이만 헤어지잔 말을 하기 위해 태형이를 불렀다. 하지만 김태형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김태형이 내 이름을 왜 불렀는지 궁금해졌다.
" 아미 너 먼저 말해. "
" 아냐..너 부터 마..ㄹ.. "
" 술.. 먹을래? "
김태형의 입에선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아침일찍 학교에 가고 정국이로 인해 정신 없이 보낸 낮과 김태형과 보냈던 무의미한 시간이 벌써 저녁을 지나고 있었다. 내 말이 끝나지 않음과 동시에 김태형의 입에선 술을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금 쌩뚱맞기도 했다. 단 둘이 술을 먹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괜히 전정국과는 달리 김태형과 단 둘이 있으면 어색하진 않지만 무언가 진정되지 않는 떨림이 존재했다.
" 싫으면 안 먹어도.. "
" 그래. 가자. 술먹으러 "
김태형의 입에서 나온 술자리 제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걸 굳이 피하고 싶지 않았다. 좀 정신 없는 하루였지만 빨리 정리하고 결단내고 싶었다. 김태형과 내 사이를..
***
자리에 착석해 김태형은 나를 무척이나 배려했다. 등기댈 수 있는 곳에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했고, 안주부터 술까지 다 내 위주로 선택을 했다. 처음있는 일은 아니였지만 오랫만에 보는 옛날 김태형과 달라진게 없는 모습에 여전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은 진정되지 않는 떨림보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주문한 안주와 소주가 나오고 우리는 말 없이 짠도 하지 않은 채 서로의 잔에 술을 채워주며 시간 텀을 가지고 3잔을 마셨다. 멀쩡한 내 모습에 김태형은 날 뚫어져라 쳐다봤다.
" .. 더 마실 수 있어? "
" 응 "
" 세잔 먹었는데, 멀쩡하네.. "
" 늘었어 "
" 정수정이 물들어놨구만.. "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 소주 세병 반이 비워져가고 있을 동시에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너무 울어서 그런가.. 김태형도 완전히 취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였다. 하지만 앞으로 몇 병은 더 먹을 수 있는 김태형이였다.
" 잘 지냈어? "
" 빨리도 물어 본다. "
이 자식 이거 취했구만 왜 이래. 개강과 동시에 김태형이 복학을 했을때 김태형은 '오빠 왔다' 이 말 말곤 딱히 특별한 말이 없었다. 그 이후 같이 다닌 적 있었지만 김태형은 원래부터 우리와 쭉 3년을 같이 지냈던 것 처럼 행동하곤 했다. 1학년때에 비해 우리보다 박지민과 붙어다니는 시간이 많았지만.. 대뜸 뜬금없이 물어보는 '잘지냈어' 라는 말에 실소가 터졌다. 차라리 맨정신일때 보다 술취한 상태에서 김태형을 대하는게 오히려 편했다.
" 학교 생활은 어땟어? "
" 그걸 이제야 물어? "
" 정수정이 안괴롭혔어? "
" 수정이는 너만 괴롭ㅎ.. "
" 2학년 방학땐 뭐하고 지냈어? "
" 야 너자꾸 헛소ㄹ.. "
" 3학년 때는? "
" 야 김태형 "
" 정수정이 그러는데 미팅도 했다며 "
" ... "
" 나 안보고 싶었어? "
" 김태형 "
" 난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
턱을 괴고 내 눈을 쳐다보며 일방적으로 이야기 했다. 김태형이 혼자 홀짝거릴 동안 나는 절제를 했다. 김태형 앞에서 더 이상 취해 진상부리는 짓은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오늘 취하게 된다면 그 다음 일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 였다.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김태형의 마지막 말에 나는 김태형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였다. 내 대답은 애초부터 듣기 싫었던 건지 마지막 말을 끝낸 김태형이 내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소주 몇 잔을 더 비운다. 난 그모습을 지켜봤다. 뭐가 대체 힘들어서 너는 그러는 걸까.. 너와 내 사이에 힘든건 당연히 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 앞의 너는 너무나도 힘들고 위태로워 보였다. 내 예상과는 틀리게 김태형은 많이 약해져있었다. 술에 있어서도 감정에 있어서도, 눈이 풀린 김태형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 너..나 조..ㅎ아 했잖아.. "
잘 먹고 있던 술잔을 테이블에 탕!치며 내려 놓더니 풀린 눈으로 미소를 머금은채 날 향해 말한다. 술에 취해 어눌한 말투였지만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너 나 좋아했잖아' 그 말에 또 한 번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김태형은 대체 뭐길래 나한테 이러는지 모르겠다. 혹시나 나말고도 이렇게 대하는 여자가 있을까. 조금 전 힘들고 위태로워 보인다는 말은 취소하고 싶었다. 또 한번 기억하고 싶지 않던 일들이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것 같았다.
보통의 말
저..일찍 왔어요!!!
항상 새벽에 온 것 같은데 일찌기 왓슴미당ㅎㅎ
제가 전에도 말했듯이
과거와 번외가 이 글의 90프로는 차지하는 것 같아요!
다음 편 벌써 10편이네요!!!(두근)
10편 기념으로 태형이 번외들고 오려고 급하게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감도 있는데
좀 짧다고 생각이 드네요ㅠㅠㅠ죗옹합니다!
생각보다 많이들 사랑해주셔서 글쓸맛이 완전 나네요!!!!!행보캐여!!!!
태형이 번외보고 많이들 마음이 바뀌길 바라면서..ㅎ
제 이야기 결말 주인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까여!!
암튼, 전 오랫만에 일찍 자러 갈게용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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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ㄱ..감ㅅ..사해여!!!사릉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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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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