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캘리포니아 (이렇게 하는건가욤..??)
![[exo/변백현/오세훈] 괜찮아, 착각이야 1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0150613/8/d/e/8de1653c5043d750a94fc10261ad4188.jpg)
내 살 한 점 떼어 네가 아프지 않는다면 나는 뼈를 들어낼 수도 있었다. |
나는 평소와 같은 나날로 돌아갔다. 그 아이와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집도 놀러가고 전처럼 편한 친구로 되돌아갔다. 그게 네가 좋아했던 변백현의 모습이라면, 너는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매일같이 그 애가 오세훈을 만나러 갈 때면 별 핑계를 다 대면서 붙잡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옥동자 좀 사다줘. 그냥 계획 없이 찡찡대는 것뿐이었다. 자존심이 종잇장 구기듯 구겨져서 펴질 생각을 안했다. 아무리 다림질을 해봐도 자국이 남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존심이 구겨졌다. 오세훈이 부르면 아무 말 없이 나가면서. 나는 왜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거지.
울 것 같았다.
오세훈은 눈치가 빨랐다. 나는 나름 그 애에게 친구라는 이름, 속으론 그 얘가 좋아했던 변백현으로 돌아간 것 같았는데,
오세훈은 눈치가 빨랐다.
침대에 돌아누워 핸드폰 안에 있는 너의 사진을 돌려보았다. 햄버거를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난 후 다람쥐같이 통통해진 볼을 깨물고 싶었다. 찹쌀떡 같다. 매일같이 나는 이런 회상을 했다. 사진을 보고, 상상을 하고, 너의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을 사진에게 했다.
열시 전엔 들어가라. 옥동자 사 들고. 널 닮은 것이니까. 하얗고 핑크핑크한 것이 딱 너였다. 아마 나는 지금 세상을 가진 표정일 것이다. 점점 마음속으로 온 세상을 점령해 가고 있을 때에 사진이 사라졌다. 전화가 울렸다.
‘오세훈’ 뭐지. 힘들게 차지한 세상을 한 순간에 빼앗겨 버린 듯 했다.
나는 전화를 고민 없이 받았다. 너의 남자친구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나.
“야.” “왜.” 오세훈은 나에게 오늘 너와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듣는 이는 들을 생각이 없는데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핸드폰들 켜 둔 채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들을 자신이 없었다.
“야. 야. 자냐?”
말이 얼추 다 끝났을 것 같을 때 쯤 나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아니 좋았겠네. 좋았겠네. 부럽다. 나는 맨날 상상만 하는데, 너 한데는 미안하지만,
“그러니까 그만 해라 좀.”
핸드폰을 잡은 손이 놀랬다. 좀 더 세게 쥐어 잡았다. 이게 핵심이었구나.
“뭘?” “그만 둬. 걔랑 자주 만나지 마. 웬만하면 연락도 피해줘라. 나 신경 쓰인다.”
머리가 딩딩 울렸다. 이건 오세훈이 뒤에서 나를 치는 듯 보였다. 아. 경고야?
“남자친구는 나잖아. 이제 걔 신경 그만 쓰고, 내가 해줄 수 있으니까. 걱정마라. 너도 다시 연애 해야지. 걔 때문에 못하는 것 같아.”
아. 기분 참 개 같았다. 한 순간에 어퍼컷 여러 대 맞은 적은 처음이었고, 쟤가 말하는 게 다 사실이라 기분 참 개 같았다.
“그러니까 신경 꺼라.”
전화가 끊겼다. 나는 벙어리였나.
내 인생에 씨씨는 없을 줄 알았다. 같은 과 씨씨라는 게 헤어지면 학교와도 이별이니까. 나는 세훈이와 학교에서 최대한 조심조심 다녔다. 발소리도 나지 않게, 아무도 우리를 볼 수 없게,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났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남들에게 티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방학기간 중에 할 일을 계획 중이었다. 그것의 첫 번째는 과 게시판에 붙은 체험활동이었다. 외국인 학생들과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활동이었다. 무슨 결과물이 나올까. 나는 영어는 abcd밖에 모르지만, 바디랭기지는 능통했으니까 도전할 만 했다.
“뭘 해?” “그거 외국인 학생들이랑 같이 하는 거 작년에도 했다며. 그거 한 번 해보게.” 너도 같이. 나는 세훈이에게 소식을 알렸다. 어차피 방학 내내 붙어 있을 텐데 그거 한 번 해보자.
교수님을 찾았다. 계획을 하면 바로 실천을 해야 한다. 나중에 신청하라는 세훈이는 분명 이것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함께 해야 자신감과 의지가 마구 붙으니까.
나는 어른 공포증이 있다. 어른을 대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하 후하 여러 번 호흡을 마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버지와 같았다. 세상의 모든 근심을 감싸 안을 목소리였다.
“저, 저희 이거 참가하려고요.” 게시판에 그려졌던 공고와 같은 종이가 손에 들려있었다. 교수님에게 신청서를 받아 세훈이와 함께 작성하고 나가려 발걸음을 돌렸다.
‘똑똑’ 다시 한 번 문에서 소리가 울렸다. “교수님 들어갈 게요.” 우리가 갖고 온 종이와 같은 것을 들고 입장하는 여학생이었다.
경쟁자 생긴 건가. 탈락하면 어떻게 해. 밖으로 나와 세훈이에게 종알종알 거렸다. 저 얘도 이거 하나봐. 신청자 많은 거 아냐? 우리 안 되는 거 아냐? 어떻게 해? 종알종알 거렸다.
“그럼 우리 여행가자. 해외로. 홍콩 좋다던데,”
얘 스케일 봐. “중국 사람은 우리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세훈이 얕게 웃었다. “걔네 얼굴 보러 가는 거였어? 이름도 모르는 남자들?” 들켰다.
"얘 봐라." “그냥 나 봐 나 좀 이국적이라는 소리 많이 듣는데, 그럼 나를 봐. 실컷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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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연애를 하는 순간순간 불안감을 느끼면 상대방에게 끊임없는 확신을 받아내고 싶어 하고, 끊임없는 연락을 시도한다. '뭐해' '어디야?' '누구랑 통화했어?' '내일 만나자. 내일 모레도 만나고, 그 다음날도 만나자.' '사랑한다고 말해봐.'
오세훈이 그랬다. 나는 한 번도 그 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나는 말보단 행동이 더 쉬웠기 때문이었다. 대게 사람들도 고백하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해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다른게 있다면 사람들은 짝사랑하는 경우에서나 그렇지만, 나는 서로 사랑하는 경우에서 그랬을 뿐이다. 못된 것이라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내가 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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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지나가면서 나는 세훈이와 변백현이 전처럼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이제야 알아챈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둘의 모습이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앉았다. 자 이제 풀어봐야지. “세훈이랑 싸웠어?” 오랜만에 집에 온 변백현에게 물었다. 세훈이랑 요즘 싸웠어? “걔가 그래?” “아니 내가 느끼는 게 그래. 무슨 일인데? 말해봐 내가 해결할 수 있어. “ “넌 해결 못 해.” “왜? 말이라도 해봐. 세훈이 일인데.”
백현의 표정이 굳게 식었다. 야 아이스크림 앞에서 그러면 못써.
“니가 오세훈 편이잖아.” “야 편이 어디 있어.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거예요. 말 해봐.” 아이스크림을 크게 떠 입에 넣었다. 입안이 달달한 게 꼭 오세훈 같네.
“아 여하튼 넌 해결 못 해.” “안 알려준다고? 그럼 세훈이 한데 물어봐?” “그러든가.” 변백현은 온몸이 뒤틀려 있는 것 같다. 저렇게 꼬여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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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세훈을 무시했다. 연락을 하지 말라는 건 걔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우리사이에 니가 끼어 들 자리는 여전히 없다.
“세훈이랑 싸웠어?” 나에게 물었다. 내 앞에서 세훈이 세훈이 정말 오세훈만 말하는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나 한데는 변백현 이라고 하면서. 오세훈은 세훈이네.
“아니 내가 느끼는 게 그래. 무슨 일인데? 말해봐 내가 해결할 수 있어. “ 넌 해결 못한다. 니가 남자친구가 생겨서 이러는 건데, 너는 해결 못해.
“세훈이 일인데.” 결국 오세훈 때문에 나한데 물었던 거지? 오세훈한데 친구 한 명 없어질 까봐 나한데 물었던 거지? 내 걱정은 1도 안하지? 쏟아내고 싶었던 말들을 마음속에 꽉꽉 눌러 담았다. 이 이야기들은 꺼내면 안 돼. 자물쇠를 채울 대로 채워 나중에 꺼내려 해도 열쇠를 찾지 못해 못 꺼내게. 그렇게 닫아두었다.
“니가 오세훈 편이잖아.” 울 것 같았다. 밖으로 쏟지 못해 안에서 흘러내려 머리고 심장이고 온 몸이 물에 차 있었다. 이대로 혼수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훈이랑 너가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말 안한다니까 굳이 안 물을 건데, 그냥 웬만하면 화해해. 세훈이도 불편해 하는 것 같아.”
너한데 묻고 싶었다. 만일 나와 오세훈이 이대로 영영 안 본다고 한다면, 너는 나에게 어떻게 할까. 오세훈과 마찬가지로 나를 영영 안 보려나.
나는 그 아이를 빼 놓을 수 없다. 그 아이는 오세훈을 중심에 두고 뱅뱅 돌고 있었고, 나는 그 아이를 중심으로 뱅뱅 돌고 있었다. 결국엔 내 중심도 오세훈인 것이다. 기분 참 개 같다.
오세훈과 화해를 하려면 나는 너와 멀어져야 한다. 나는 너를 빼놓을 수 없는데, 너는 내 앞에서 오세훈과 화해를 하라네.
“힘드냐. 이러면?” “응.” “너 힘들어? 아파?” “응. 세훈이는 남자친구고 너는 내 친구 잖아. 힘들고 아파. 화해 해. 백현아.”
백현아. 그래 백현아. 그렇게 잘 부르는데 왜 이제까지는 안 불러줬어.
내 살 한 점 떼어 네가 아프지 않는다면 나는 뼈를 들어낼 수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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