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아, 나 봐봐. 으헤 ! 웃기지 ? "
평소같으면 다 받아줬을법만한 이창섭의 장난들도 오늘따라 짜증이 나고 귀찮게만 느껴졌다. 그럴만도 하지, 오늘은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마법의 날이니까.
그래서인지 네가 좋다며 장난치는 창섭이에게도 모질게만 대하였고 투정만 부려댔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도 순간순간의 내 반응들은 차갑기만 하였다.
" 야, 저리치워. "
" 으헤헤..., 나 좀 봐봐. "
" 저리치워라고, 좀 ! "
나의 고함소리가 나옴과 함께 그 뒤로 적막이 흘렀다. 싱글벙글 아기처럼 웃어대며 나를 쳐다보던 창섭이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창섭이가 정말로 화가 났을때 나오는, 가끔 나오는 표정이였다.
그 순간조차도 나에겐 짜증으로 다가왔다. 내가 잘 못한것이라는것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조차 나에게는 귀찮게 느껴졌다.
" ㄱ,그러길래 내가 하지말랬잖아 ! "
정말 뻔뻔하기도 짝이없는 말이였다. 오히려 화가 난 건 창섭이 일텐데, 알고는 있었지만 괜시리 짜증이 솓구쳐 책상에 엎드린채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조금 뒤, 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났다. 창섭이가 밖으로 나갔다.
싸운 후, 우리는 하루종일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으며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가끔 눈이 마주칠때도 곧바로 고개를 돌아 무시하였다. 창섭이와 싸운 후, 생리통이 점점 더 심해지는가 싶더니 약을 두알을 먹었음에도 바늘이 배를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에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린채 지내야했다.
수업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는대도 계속해서 아파오는 배때문에 종례를 마친 후에도 통증이 가실때까지 남아 엎드려있어야했다. 교실은 조용했다. 혼자남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통증이 악화되는것만 같았다.
그때 바로 앞자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 설아,,,. ' 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창섭이었다.
" 설아..., 많이 아팠으면...끄윽... 얘기를 하지이..., "
아기처럼 훌쩍훌쩍대며 우는 창섭이가 상상되, 고개를 들었더니 설아, 하고 나를 부등켜 안았다. 더럽지도 않은지 내 볼에 흐르는 식은 땀을 옷소매로 닦아주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곤 내 볼을 양손으로 잡더니 아기처럼 마냥 울던 창섭이가 진지한 표정을 하고선, 친구사이로는 낯간지러운, 어색한 말을 해왔다.
" 다음에 아프면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 알겟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