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03
bgm; 슈가볼 - 그런 사람 하나쯤은
w. 예하
추운 날 비를 맞은 것 때문에 나는 감기몸살에 시달렸다.
원래 감기가 잘 들고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좋지 않아 몸살은 꽤 오래 내 몸에 붙어있었다.
학교도 못가고 집에 가만히 누워만있다. 등교는 이창섭 혼자하나? 왜 연락도 없지...
지금 10년지기 친구가 아프다는데 걱정도 안되나!!
그때 이창섭한테서 카톡이 왔다.
[(음성메시지)]
[ㅋㅋ어때?]
기타연주와 함께 이창섭이 반주에 맞춰 흥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사 없이 허밍으로만.
[이거 무슨노래야?]
[무슨노래긴. 내가 만든 노래지]
[니가 작곡한거???]
[ㅇㅇ 쩔지 완전 좋지]
[야 완전좋아 헐 진짜 진짜좋아!!]
[오빠가 이런사람이야~ 앞으로 이창섭님이라고 불러라]
[또 오바한다 ㅋㅋ 근데 좋긴 좋다]
[성이름 근데 지금 가사가 없잖아. 너 꿈 작사가라며. 가사 좀 붙여봐]
[....내가?]
[ㅇㅇ 왜, 부담스러워?]
[아니아니 언제까지 하면 돼?]
[다음주 쯤? 너무 부담갖지 말고 ㅋㅋ 나도 처음 해보는거야]
[그래! 나 학교갈때 너한테 줄게]
[ㅇㅋㄷㅋ]
이창섭의 곡에 나의 가사가.
갑작스러워서 당황했다.
여러 생각이 치밀었다. 내가 가사 써도 되는건가? 한번도 써본 적 없는데? 무슨 주제로 써야하지? 아 어떡해
하루종일 고민이다.
괜히 한다고 그랬나?
"여보세요?"
"어 왜"
"야 나 가사 못쓰겠어"
"뭐래 그냥 써. 너 작사가가 꿈이라며"
"그렇긴한데... 그냥 못 쓰겠다니까 너무 어려워... 주제라도 던져주던가"
"그냥 멜로디 듣고 빡! 떠오르는 내용 없냐? 그정도 감은 있을거 아냐. 나 거창한거 안 바래. 그냥 솔직하게 장대하지않고 소박하게. 너무 부담 갖지말라니까~ 그냥 한번 써보는거지 ㅋㅋ 난 니가 솔직한게 담아낸게 제일 좋아"
"솔직하게?"
"응. 니 머릿속에 상상되는 그 느낌 그대로 솔직하게 꾸밈없이."
"...노력해볼게 잘 못써도 이해해라? 처음이니까."
"ㅋㅋ 알았어"
이어폰을 꽂고 이창섭이 보내준 곡을 재생시켰다.
기타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는 이창섭의 목소리는 꽤 달콤했다.
목소리 하나는 되게 좋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산뜻함을 유지하는 그 목소리, 분명 사랑받을 거다.
이창섭의 목소리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청량음료? 아니 그건 너무 발랄하다.
그 목소리엔 발랄함에 감춰진 신중함과 우울함이 공존한다.
이창섭의 허밍에 따라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기타를 잡고 음악에 심취해 눈을 감은채로 공중에 떠다니는 음표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표정.
이창섭은 마냥 강아지처럼 귀엽다가도 묵직한 카리스마가 있다.
자기 멋대로,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도 섣불리 행동한 적 없다.
이창섭은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발랄함 속에 감춰진 신중함이 이창섭의 매력 아닐까.
그리고 가사를 써내려갔다.
하루 더 쉬고, 이젠 열도 내리고 기침도 멎었다.
내일 가사를 주게 되겠지?
[이창섭 나 내일 학교가니까 기다리고있어]
[ㅇㅇ 이제 괜찮은가보네 낼보쟈ㅃㅃ]
가방을 챙기며 나의 첫 가사를 가방에 소중히 넣었다.
"오 성이름 컴백!"
"누나 보고싶어써요 창서비~?"
"어? 아직 아픈거 아니야? 그냥 오늘도 결석해 ㅋㅋㅋ"
"이게 확"
"아 미안. 근데 너 나한테 줄꺼 없어?"
"아 맞다"
허겁지겁 가방에서 종이를 꺼냈다.
"지금 읽지마 나중에 읽어"
"싫은데? 지금 읽을 껀데?"
"아 야 그냥 나중에 읽어 멍청아"
"지금 읽으나 나중에 읽으나 뭐가 달라"
"아 그냥 부끄러워서 그래 지금 읽지마 나 없을 때 읽어"
"ㅋㅋ 알았다 그래"
알았다며 이창섭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ㅋㅋ 마치고 보자"
그리곤 휙 가버린다.
하루종일 집중이 안됐다.
아직 살짝 남아있는 감기기운 때문이라고 하고싶지만, 사실은 가사 걱정에.
구절 하나하나가 신경쓰였다.
으으 너무 유치하게 썼나?
"이창섭!!!"
"야 빨리 좀 나와 추워죽겠어"
"아 미안~"
"너 가사 쓴거 읽어봤는ㄷ.."
"씁!! 가사 얘기 하지마 부끄러워 좀 유치하지? 나도 알아 사실 다시 쓰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그래서 어..그냥 맘에 안들면 니가 다른 가사써도 난 상관없어! 그냥 처음쓴거니까 아직 서툴러서 그래 알았지? 사실 다른 주제로 쓸까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고민도 많ㅇ.."
"너 잘썼어"
"어?"
"난 좋던데?"
"...그래?"
"응. 가사에서 니 마음이 느껴져서 좋아"
괜히 웃음이 슬쩍 나왔다. 칭찬 받아서 그런가.
"걱정했지? 못쓴거 같아서?"
"그냥 다시 쓰면 더 잘쓸 수 있을거같아서.. 좀 후회되는 것도 있고."
"다시 쓸수록, 고칠수록 예쁜 말을 찾게 되잖아. 그럼 너 자체가 드러나질 않아. 감정이 꾸며진다고. 난 있는 그대로 순수한 그 감정이 좋아. 예쁜 감정 말고. 살면서 예쁜 감정만 느끼고 사는 것도 아닌데 뭐. 좀 투박하면 어때 그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이쁜거야."
장난끼 가득하던 이창섭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내 마음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
우리 언제 이렇게 깊이 생각할 만큼 컸을까.
아니, 너만 큰 것 같아. 난 아직 어린거 같아서...
지금보다 더 어릴땐 내 지금 나이쯤 되면 이미 성숙하고 어른스러울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그 나이가 되보니까 알겠더라. 그래도 아직 어릴 뿐이라고.
너무 갑자기 혼자 커버리지는 마 이창섭. 난 같이 크고 싶어. 혼자 커가기엔 너무 외로울 것 같아.
난 옆에 내내 기대도 되는 사람이 필요해. 크다가 크다가 흔들리면 잡아줄 수 있게 말이야.
나를 너무 빨리 지나치지도 말고. 난 계속 같이 옆에서 걷고 싶어.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창섭이랑 여주가 같이 커야 할텐데요 ㅎㅎ...
그리고 가사내용 궁금하시죠!!!??? 안궁금하면 미얀ㅋㅋㅋㅋㅋ
뒷얘기가 궁금하다면 신!알!신! 해주세요!
그리고 구독료 원래 10포인트 였는데 20으로 올렸어요
왜냐면 저는 독자분들의 솔직한 의견을 받고싶거든요
거슬리는 부분이나 만족스러운 부분 언제나 솔직하게 댓 달아주시면 적극반영할게요 ㅎㅎ
처음으로 연재해보는거라 부족한 점이 많아섷ㅎㅎ
댓글 달고 구독료 반환하세용@@
<암호닉 확인>
돌하르방님
팔딱팔딱매운탕님
응멘님
암호닉분들 감사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