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김준면 빙의글]
독(毒)
written by.허니찬
본 글은 2013.02.03~2013.03.17까지 제 개인적인 공간에서 연재된 픽션입니다.
"집에 잘 들어갔어?"
"…."
"OO아."
"…."
수화기 너머의 남자의 목소리가 머리 속을 하얗게 물들였다. 네가 나를 지나쳐 방을 나가고나서 일어난 일이었다. 코트를 벗어두려 홀로 남아있던 방, 네가 매일 앉아있는 화장대에 시선이 꽂힌 것은. 방금 전, 네가 나갈 때 화장대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적막을 깨고 시끄럽게 진동을 울려대고 있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 애꿎은 옷장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으나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여지껏 그대로 남겨져있던 식탁의 그릇들을 치우려는듯 부엌에서 들리는 네 움직임에 조심스럽게 화장대로 다가섰다.
발신자는 김준면. 그러니까, 그녀의 오래된 친구라던 남자. 그가 아까 집으로 찾아왔을 때도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게 머물러있던 OO의 시선을 나눠가진 느낌. 오직 나만이 전부였던 너의 시야, 너의 세상에 제3자가 침입했다는 느낌. 그를 볼 때마다 항상 OO를 향한 소유욕이 일었고,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했다. 몹시 불쾌했다. OO의 친구로써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왜 대답이 없어. 혹시 통화하기 곤란해?"
"…."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나와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따스하고 포근한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 내가 너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상함. 그래서 너의 공허함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이전에는 미쳐 몰랐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와 너를 아프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많이 아팠을 너를, 매순간 내가 그리웠을 너를 따스히 안아주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나만을 눈에, 마음에 담았던 너의 시선이 닿아있는 김준면, 그를 향한 질투에 분노가 일렁였다.
"크리ㅅ…."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굳어진 표정으로 서있는 나를 보고 멈칫하는 너. 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이 상황을 알 리 없었다. 여자의 직감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너는 이미 내 표정에서 모든 상황을 다 읽어낸 듯 했고, 수화기 너머의 발신자가 누구인지도 알아챈 모양이었다.
* * *
"줘요."
"…."
"이리 달라구요."
놀라긴 했으나 이내 침착한 얼굴로 크리스를 마주했다. 딱딱하게 날이 선 내 목소리를 듣고 서있던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손으로 잡아챘다. 손 대지 말아요. 떨리는 손으로 빼앗아든 핸드폰을 꼭 쥐고 방을 빠져나왔다. 통화종료 버튼이 눌려 통화는 이미 끊긴 상태였기에 준면이 걱정할 것이 분명했다. 일그러진 크리스의 얼굴도 걱정이 되었으나 끊긴 전화에 홀로 불안해 할지도 모르는 준면이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OOO. 나를 쫓아 거실로 나온 크리스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허락도 없이 내 물건 만지지 말아요. 당신도 당신 서재 물건 마음대로 만지는 거 싫어하잖아. 나도 내 물건 만지는 거 싫어요. 한마디도 지지않고 말을 이었다. 다시 내 이름을 부르는 그의 눈빛이 차갑다. 늘 그랬다. 그의 시선에 내가 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저 그이의 시선에, 담겨지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것이 비록 차갑다 못해 시리다해도.
* * *
"OOO."
"…."
"내가 말했지."
조금이라도 따스해지려 노력하던 크리스의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날이 선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대꾸를 하던 OO의 곁에 성큼 다가서며 그녀를 거칠게 벽으로 밀쳐 가둔다. 이제서야 온전히 너를 향할 수 있게 됐는데, 갑자기 차갑게 변해버린 너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 네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팔로 가두곤 차가운 시선으로 말없는 너를 응시했다.
"만나는 건 상관 없어도 집까진 끌어들이지 말라고."
"크리, 스."
"그게 경고였어."
"…."
비켜요. 내 말을 막아서는 너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쥐었다.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너와 그런 너에게 단순히 친구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진 않은 남자의 대한 분노. 치가 떨리는 기분에 바닥으로 떨어진 시선은 핸드폰을 꼭 쥔, 너의 손에 닿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화면 속 발신자의 이름을 향해 있었다. 김준면. 끓어오르는 화에 얇디 얇은 너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어 핸드폰을 빼앗아들었다. 너의 눈 앞에 핸드폰을 보여주며 냉소를 띄운다.
"잠시 네 본분을 잊은 거 같아서 말해주는 건데. OOO."
"…."
"너, 결혼한 여자야."
"…."
"유부녀라고."
알아 들어? 핸드폰이 내는 진동 소음은 나로 하여금 굉장한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참지 못하고 들고있던 너의 핸드폰을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너만은 나를 버리지 않을 줄 알았다. 나는 은수를 버렸더라도, 너만은 나를 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너의 가녀린 어깨를 그제서야, 품에 넣었다. 한 번도 해줄 수 없었던, 아니 해주지 않았던 포옹.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 입은 너를 끌어안았던 그 날처럼.
* * *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외면해서 미안해. 네가 사랑이 아니길 바랬어. 진심으로 호소하는 크리스의 목소리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던 나는 말없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등을 토닥이는 이 순간에도 머리 속은 준면이의 음성으로 가득했다. 툭, 눈물을 떨궜다. 차라리 이게 진심이 아니기를. 그의 애원이 현실이 아니기를.
"크리스…."
"…."
"…나, 할 말 있어요."
무거운 내 음성이 그의 마음을 짓누를 것이다. 말을 내뱉은 나도, 말을 듣고있을 그도 아플 수 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온전치 못한 우리 사랑은 여기서 끝내야 맞는 거라고. 소리 없는 눈물을 억지로 삼켜내던 내 입술이 결국은 서러운 울음을 토해낸다. 말을 잇지 못하고 터져버린 내 울음에 그저 나를 꼭 끌어안아주는 그.
"크리스, 우리…."
"이혼해요."
품에 안은 채로 서로를 위로하던 우리를 감싸는 공허함. 한참동안이나 대답이 없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H O N E Y C H A N N N N ! 다시 한번 공지 해드리지만 본 픽션은 이미 완결이 나있는 상태의 글입니다. 지금 10편을 읽고 계시면 곧바로 마지막 편이 올라가있는 걸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암호닉은 마지막 편에서 다시 공지 드릴게요. 댓글 달아주실 땐 암호닉 꼭 밝혀주셨으면 좋겠어요T-T... 워낙 소수의 분들이라 제가 기억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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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박스오피스 폭주 중이라는 개봉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