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김준면 빙의글]
독(毒)
written by.허니찬
* * *
"…조심해서 가. 운전 조심하구."
"춥다. 얼른 들어가."
그의 애원 섞인 목소리는 결국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크리스 곁을 맴돌기만 하는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먹먹한 마음을 감추려 애를 쓰는 모습에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오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기다릴게. 네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나 더 기다릴게. 너의 그 한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저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10년을 견디고 버텼을 너였기에, 오직 나만을 기다렸을 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더는 너를 밀어낼 수 없었다.
조용히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서서히 멀어지는 그의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라도 크리스에 대한 마음을 접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크리스를 향해 닿아있는 이 지긋지긋한 미련을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었다.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나는 개의치 않은 채로, 내 아픔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크리스처럼, 당당해지고 싶었다.
저녁이 되자 더욱 매서워진 바람 앞에 몸을 잔뜩 움츠렸다. 입고 있던 코트를 더욱 여미고 현관 앞에 서서 도어락을 해제했다.
* * *
"이은수."
"같이 살잔 말 더는 안 할게. 그니까, 크리스…."
"…가자. 데려다 줄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낯선 여자의 신발이었다. 울먹이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애써 달래는 내 남자의 목소리. 신발도 벗지 못하고 현관 앞에 멈춰서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더 늦게 들어올 것을, 후회했다. 이은수, 크리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세 글자. 아마도 그녀는 크리스가 사랑한다던 첫사랑인 모양이었다. 한 번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다. 수려한 외모는 크리스가 반할만 했다.
"코트 챙겨서 나올게."
내게는 한 번도 들려주지 않았던 다정한 목소리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3년이란 시간에도 내가 크리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는, 서로 간의 벽을 좁히지 못했던 탓이었을까.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적어도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입술을 꼭 깨물고 숨 죽여 서있기만 하는 나. 뭐가 그리도 답답한지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은수라는 여자와 굳은 표정의 크리스까지. 우리는 한 공간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나와."
"이혼 하라고 조르지도 않을게."
"이은수. 제발 좀."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크리스의 손아귀 힘은 대단했다. 코트를 입고 은수의 가방까지 손에 쥔 크리스의 표정이 차갑다. 어린 아이가 떼를 부리듯 억지로 자신의 손을 뿌리치려하자 기어코 은수라는 여자의 뺨을 내려치는 그. 꽤 큰 마찰음과 함께 돌려진 고개, 은수가 얼얼해진 뺨을 제 손으로 감싼다.
"…크리스."
"내가 어디까지 더 나빠져야 돼. 내가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할까. 은수야. OO가 내 옆에서 얼마나 더 아파야 될까."
"왜 이래…."
"더이상 OO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
"미안해."
나는 더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 * *
크리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현관 앞에 선 나는 머리에 돌을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크리스와 그의 말에 서럽게 눈물을 떨어뜨리는 여자. 머리 속이 아찔해진다.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나가려 현관 쪽으로 시선을 돌린 크리스와 눈이 마주친 것도 그때였다. 크리스의 시선이 내게 와닿는다. 울고있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지 그녀의 큰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계속해서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감싸쥔 채, 넋이 나간듯한 표정에 알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 말없이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공간에 서있었으며, 같은 공간 안에 서있었다. 우리는, 결코 한 공간 안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일부러 들으려고 들었던 건 아니었어."
"…."
"일찍 올 줄 몰랐었는데."
"…."
"왔으면, 전화 하지 그랬어요."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내 쪽이었다. 비교적 담담한 얼굴로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내 모습에 놀란 것은 오히려 크리스 쪽이었으리라. 이은수, 그녀가 크리스와 나의 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큼이나 크리스의 이른 귀가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평소 이 시간이었다면 오늘도 늦을 거란 문자 하나만 남겨놓고 오지 않는 크리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 정반대였으니까. 내 말에 한참동안 대답을 머뭇거리던 크리스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같이 저녁, 먹으려고."
"…."
"갔다 올게."
기다리고 있어.
* * *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여자를 데리고나간 크리스의 뒷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서있었다. 나를 향한 따스한 눈빛, 처음 들려주는 다정한 목소리. 비록 차가운 모습이긴 했으나 아무래도 괜찮았다. 대충 외투를 벗어 소파 등받이에 걸쳐놓고 손을 씻었다. 에이프런을 둘러매는 내 손길이 평소보다 바쁘게 움직인다. 크리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저녁을 차릴 요량이었다.
식탁 위 음식이 하나하나 늘어갈수록 크리스가 오지 않을 거란 불안감은 자꾸만 커져갔다. 그녀와 함께 나갔으니까 내게 오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 생각보다 크게 슬플 것 같지도 않았지만 기다리란 크리스의 말을 바보같이 믿어버린 내 자신이 한심하고 우스워졌다. 돌아올 리가 없잖아. 어느 정도 체념한 뒤였지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둘렀던 에이프런을 벗었다. 벗어든 에이프런을 의자에 걸쳐두고 자리에 앉는다. 괜찮아, 혼자 먹어도 돼.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저를 집었을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크리스, 그였다.
"진짜 왔구나…."
"…."
식탁, 마주앉은 그의 얼굴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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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재정비 할게요. 안 보이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요. 업뎃 늦어지는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바쁜 것만 좀 지나면 달달물도 몇 개 들고올 수 있을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제 사랑 마구마구 담아가셔요S2 아참, 저 작가 이미지 달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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