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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클첸레] 어떤 꽃이 피었습니까? -07- (과거 이야기) | 인스티즈

  

-C

나는 군대를 갔다오고 혼자서 자취하는 방에서 이제 무얼 할지 고민했었다. 부모님은 어릴때 돌아가셔서 고모가 나를 키워주셨지만 졸업하자마자 얼른 자취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번쯤 여행해 보고싶은 중국에 유학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중국여행을 갔었다.

학교에서 배운 중국어 덕분에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했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다. 방을 구하고 아래에 있는 호텔에 내려가 식사를 하려고 하고있었다.

처음먹어보는 중국요리에 입 맛이 안 맞으면 어떡하나 했지만 식성 좋은 나는 금방 적응해 맛있게 밥을 먹고있었다.

그때 내 테이블 옆에 남자가 지나가면서 그 남자한테 손수건이 떨어졌었다. 나는 그 장면을 목격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한국인줄 알고 '저기요! 손수건 떨어트렸어요!'

라고 말해버렸다. 순간 한국말을 한거에 못 알아 들을까봐 아차 싶어 얼른 중국어로 말할려고 했지만 이 단어에 중국어가 생각 나지를 않았다.

 

그런데도 남자는 내 목소리를 들은 건지 가던길을 멈추고 제자리에 돌아 나를 봤다.

 

"아.."

 

순간 한국인이였나? 싶어서 얼굴을 쳐다봤다. 남자는 손수건을 줍고선 나에게 웃어보였다.

 

"고마워요."

 

"아.. 아니에요.."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한국어에 나는 한국 말을 할줄 아는 중국 사람이란걸 알았다. 그런데 남자는 손수건을 챙기고서도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계속 쳐다봤다. 입안에 음식물을 넣고 우물거리며 말하던 나는 순간 민망해서 얼른 삼키고는 계속 서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저..저기.."

 

"일부러 떨어트린거에요."

 

"네?"

 

"그쪽이 말 걸어주길 바랬거든요."

 

"....."

 

나는 많이 당황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작업건다? 인가...? 연애경험도 없고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가 나를 고백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 웃는게 잘생긴 남자가 남자인 나한테 작업을 걸고있다.

 

"어.. 저기.."

 

"레이에요."

 

"네?"

 

"제 이름이요 그 쪽은요?"

 

"....김..종대라고합니다."

 

얼떨결에 내 이름까지 말해버렸다.

 

 

 

**

 

 

"그럼 근처에 꽃 집 하시는거에요?"

 

"네. 종대씨는요?"

 

"아 저는..."

 

어느새 내가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아서 자기소개를 하는 레이라는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사실상 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걸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근데 막상 나에게 이렇게 호감 표시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해 나도 모르게 받아버린거 같다. 남자라는 것도 상관 안하고 말이다.

레이라는 사람은 이 호텔 근처에서 꽃 집을 한다고했다. 나에게 무얼 하냐고 물어봤을때 군대를 제대한지 얼마 안되 직업은 없었고 배운거라고는 2년제 대학에 들어가 바리스타를 공부했던거 뿐이였다.

 

"바리스타를.."

 

"아 바리스타."

 

한번도 남에게 직접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 보인적은 없지만 일단 바리스타라고 나를 소개했다. 이 남자는 나에게 더더욱 호감 표시를 보였다.

 

"이거 먹고 저랑 데이트 가실래요?"

 

"네?"

 

거침없이 말하는 이 남자의 멘트에 아 역시 인구가 많은 중국은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 선뜻 데이트 신청을 받지 못하는 내 모습에 잠시 웃어 보이더니 남자는 '조금 더 생각해도 괜찮아요.. 종대씨랑 오래 있는게 좋으니까' 라는 낯간지러운 말까지 했다. 나는 이미 부끄러울때로 부끄러웠다.

그렇게 나는 중국에 유학을 온 동안 레이형.. 알고보니 나보다 한 살 많았다. 레이형과 교제를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줘서 나는 또 그런 관심이 처음이여서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내 첫 연애는 여행 내내 행복했다.

 

한달 이 조금 넘었을때 나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됐었다. 그렇게 오래 머물생각이 없었던 중국에 물론 만날거란 예상도 못했던 레이형은 교제한지 얼마 안되서 가버리는 나에 말에 놀랐었다. 그래도 나는레이형에게는 중간 중간 곧 있으면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막상 내가 자기를 떠날 날이 다가오니 아쉬워 하는 듯 했다.

 

"....종대.."

 

"...여기서 살 수는 없잖아.."

 

"...."

 

"내가 또 올게 응? 그니까 레이형.."

 

"....헤어지기 싫어."

 

한국으로 돌아가기 일주일 전 레이형과 저녁을 먹던중 레이형은 내가 가는게 섭섭했던건지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내 앞에서 표현했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왠지 오늘따라 저녁이 맛이 없는거 같았다. 그렇게 지내는 내내 레이형은 일주일동안 내 앞에서 밝은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나도 슬펐지만 가는 사람한테 이렇게 대하는 레이형이 싫었다. 결국 나는 중국을 떠나기 하루 전에 레이형 이랑 싸우고 말았다.

끝까지 토라져있던 레이형에게 화를 내며 멀리 가는 사람한테 자꾸 그렇게 뚱하게 있을거냐며 소리쳤다. 레이형은 내가 화내는 모습을 처음봐서 그런지 많이 놀랐지만

나도 너무 서운해서 그랬던 행동이였고 결국 눈물을 터트렸었다.

 

 

 

내일이 되었을때는 짐 가방을 들고 공항을 향했다. 연락도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공항에서 시계를 확인했다. 2시 비행기였고 지금 시간은 1시가 넘었었다.

진짜 안오는거야..? 라고 혼자 생각하며 내 눈에 눈물이 맺힌게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나쁜놈 이라고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씨이.. 내가 다시 중국 오나봐라."

 

라고 말할때 내 앞을 지나가던 한 남자의 손수건이 떨어졌었다. 나는 얼른 눈을 비비고 떨어트린 남자를 향해 손수건이 떨어졌다고 말하자 가방에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가던 남자가 멈춰서 나를 돌아봤다. 나는 순간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남자는 웃으며 내 앞에 다가왔다.

 

"일부러 떨어트린거에요."

 

웃으며 말하는 레이형이 내 앞에있었다.

내가 들고있던 손수건을 받고선 자기 주머니에 넣고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특유의 미소를 계속 짓고있었다.

 

"아니.. 형.. 이 짐은 다 뭐야?"

 

"나? 종대 따라 한국 갈려고"

 

"어?"

 

"....우리 같이 살자."

 

"...."

 

"한국에 꽃집 열고 너랑 같이 살래 응?"

 

그렇게 말하고는 팔을 벌려서 안아달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너무 당황 스러워서 어찌할줄 모르고있었다. 레이형은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자기가 다가와 나를 자기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내 귀에 속삭이며 말했다.

 

"첸, 사랑해."

 

".....프로포즈 한거야 지금?"

 

"그런가봐."

 

".....그런가봐는 뭐야?"

 

".....그냥 사랑해~"

 

"....대책없다 형은 참."

 

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지 않아서..

그렇게 나는 레이형과 같이 한국으로 왔다. 원래 부터 돈이 많았던 레이형은 나와 함께 이곳 저곳 장소를 알아보다가 어쩌다 보니 내 사촌 동생 민석이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 건물을 사게 되었다. 그래서 민석이는 자연스레 이 꽃 집에 자주 들리게 되었고 절대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형들 뭐해...?"

 

"아.."

 

"어.. 민석아 그게..."

 

하지말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레이형은 그저 내가 귀엽다며 자꾸 장난으로 내 볼에 뽀뽀를 해왔었고 학교가 끝나고 잠시 놀러온 민석이는 당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져있었다. 너무 놀라서 레이형을 밀고는 민석이한테 다가가자 민석이가 살짝 웃으며 의자 앉고서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다.

 

"아... 민석아.."

 

"아무 말 하지마 형.. 나는 형이 게이여도 여전히 내 사촌 형이야."

 

"어?"

 

"....나 용돈이 좀 모자른데."

 

"....."

 

"내가 줄께 민석! 얼마가 필요해?!"

 

바로 민석이의 말을 듣고는 레이형은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여러장 꺼내 민석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다행이 자기 가족한테 말할 마음도 없었고 그냥 그려러니 내가 사귀는거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민석이는 더더욱 가게에 자주 놀러왔었고 내가 레이형과 싸우거나 다툰일이 있으면 오히려 자기가 나서서 화해하게 만들어줬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고있었다. 영원히 행복할줄 알았다.

1년이 조금 넘었을때 나는 배달을 갔다오다가 가게 문을 열때에 안에 레이형이 없는걸 알았다.

 

"어? 윗층에 있나?"

 

레이형이 윗층에 있을거라 생각하고 계단을 조금씩 걸어 올라갔다. 조심히 레이형의 이름을 부르며 형을 찾았다. 그때 화장실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 있구나 싶어서 천천히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는데 나는 순간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레이형의 모습에 나는 순간 숨을 죽여버렸다.

 

"쿨럭-"

 

"...."

 

변기를 붙잡고 머리를 숙이며 힘들게 토를 하고있던 레이형의 손에는 피가 뭍어있었다. 나는 순간 적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 못하고 그대로 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충격적인 모습에 나는 갈 길을 잃은채 하염없이 동네를 걸어다니기 시작했고 결국 날이 어두워져서야 나는 가게 다시 돌아올수가 있었다.

종소리가 울리며 가게 문을 열자 레이형은 나를 기다린건지 의자에 앉아있었다가 나를 보고 얼른 일어났다.

 

"배달 갔다 온댔으면서! 왜 이렇게 늦었어?! 걱정했잖아. 오늘은 더 늦었어!"

 

"....."

 

"걱정했어.."

 

"....."

 

형 어디 아파? 왜나한테 말 안한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 말이 나오지 않고 나는 고개를 아래로 떨군채 레이형의 눈을 피했다.

레이형은 그런 나를 보고 왜 그러냐며 묻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피곤하다며 윗층으로 올라갔다.

 

왜 말 안한거야..

 

 

-X

종대형과 레이형을 보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둘의 가게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대형은 없고 레이형만 있었다. '안녕!' 하고 밝게 인사를 하자 레이형은 웃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레이형을 볼때마다 마르는거 같았다.

 

"형? 다이어트해?"

 

"응? 아니 왜?"

 

"볼때마다 마르는거 같아.. 종대형이 못살게 구는구나?!"

 

".....저 민석아."

 

"응? 아 나 허브티 하나만 타주라~"

 

"그래."

 

내 농담에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길어질거 같은 예감에 나는 레이형에게 차를 타달라고했다. 레이형은 잠시 준비를 하다니 찻 잔 하나를 들고 내가 앉은 자리에 다가와 테이블 위에 올려주고는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잠시 뭔가 생각에 잠긴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할 말 있어? 레이형?"

 

".....응."

 

"뭔데? 말해봐 종대형이 역시 못살게 굴지?! 그렇지?!"

 

".....나 암이야."

 

"어?"

 

순간 허브티를 마시다가 목에 사례가 들뻔했다. 레이형의 저 말에 나는 들고있던 찻 잔을 내려놓고는 너무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뭐..뭐라고? 혀..형이 암이라고?"

 

"....어."

 

"장난 치는거지? 응? 나 이런 농담 재미없어..."

 

"....."

 

"많이 심각해...?"

 

"......응."

 

진짜 인가 보다 너무나도 진지하고 암울해진 레이형의 표정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종대형은 종대형은 알아?"

 

"몰라."

 

"왜 말 안했어?! 어?!"

 

"알리고 싶지 않았어."

 

"뭐..?"

 

"알았지? 종대한테는 비밀이야."

 

"....잠깐만 나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가.. 레이형.."

 

왜 이유없이 레이형은 이 일을 종대형한테 비밀로 하려는 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항상 밝게 웃기만 하던 레이형의 표정이 어두워 진걸 처음 본거 같았다.

레이형은 이내 한숨을 쉬어 지금의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들었다.

 

"형.."

 

"종대가 알면은 분명히 힘들어 할꺼야."

 

"나중에 알게 되면종대형이 더 힘들어 할텐데?"

 

".....지금은 싫어"

 

"...."

 

"종대가 나 때문에 울게 되는 거 싫어."

 

저 말을 듣고 나는 아직 사랑이란걸 해보지는 않았지만 레이형이 얼마나 종대형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았다.

 

"종대한테는 내일 헤어지자고 할꺼야."

 

"......"

 

"수술은 해보겠지만 소용없을거 같아."

 

".....레이형."

 

"알겠지? 너한테 마지막 까지 좋은 형으로 남고 싶어서 너한테 말한거야.. 다짜고짜 종대한테 헤어지자 그랬다면 너가 내 욕을 했을거 같아."

 

레이형의 말대로 아마 나는 이 상황도 모르고 레이형이 종대형에게 헤어지자는 말만 들으면 종대형을 위로한답시고 그 놈이 나쁜놈이네 라는 이야기를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안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부탁해."

 

저 말이 레이형이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이였다.

 

 

**

 

"왠일이야? 민석이가 밥을 다 사준다 하고?"

 

"어.. 그냥 형이랑 먹고싶어서."

 

종대형을 저녁시간에 전화해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 레이형의 지금 상태를 말해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도저히 해맑게 웃는 저 얼굴에 레이형이 암이라는 말을 도저히 뱉을수가 없었다. 괜히 맛있게 먹고있던 저녁이 체할거 같은 기분이였다. 나는 결국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집에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자며 종대형에게 말할 타이밍을 찾고있었다.

 

"아이스크림은 내가 살께."

 

"응.."

 

편의점에 들려서 아이스크림 두개를 꺼내 딸기맛을 나에게 건내주며 종대형과 나란히 걸으며 먹고있었다. 물론 나는 아이스크림이 목에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

언제 말해야 하지? 라고 고민하던 중 놀이터가 보였다. 나는 놀이터에서 조금 앉아서 먹자고 말하자 종대형은 알았다며 나와 함께 놀이터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어두워져서 놀이터에는 나랑 종대형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 딱 말하기 좋았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로써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저 종대형."

 

"응? 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선 내가 부르는 목소리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종대형을 잠시 눈을 맞췄다가 피했다. 도저히 눈을 마주보면서 말을 못하겠다.

 

"그.. 할 말이있는데."

 

"말해봐? 고민상담이야? 민석이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그런게 아니라..."

 

아씨.. 라고 작게 욕을 뱉어버렸다. 이미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은 녹아서 내 손에 흐르고있었다.

 

"너 아이스크림 녹겠다."

 

"....레이형에 관해서 할 말이있는데."

 

순간 맛있게 소리를 내가면서 먹던 종대형이 멈칫했다.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레이형이... 내일 형한테 헤어지자고 할꺼야."

 

".....그게 뭔 소리야."

 

"레이형이... 암이래."

 

"......"

 

레이형은 말하지 말랬지만 난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을 종대형한테 말했다 말을 하고나서 종대형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내가 예상한 반응과 다르게 종대형은 엄청 놀라서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하냐고 말하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내가 본 종대형의 반응은 다 알고있었다는 듯한 얼굴이였다.

 

".....형"

 

"레이형이 말했어?"

 

"....알고 있었어?"

 

"....응. 나 혼자만."

 

"어?"

 

"레이형은.. 나한테 말 안했어."

 

"....."

 

알고 있었다고? 근데.. 왜? 나는 잠시 이해가 되지가 않았다. 결국 반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바닥을 향해 떨어졌어고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서 가만히 앉아서 고개를 떨구고있는 종대형을 바라봤다.

 

"알고있었는데? 모르는척 하는거야? 왜?! 왜 그랬어 종대형!!"

 

"......"

 

".....왜."

 

"안 아픈척 하는데.."

 

"어?"

 

"내 앞에서는 아무 일 없는 척 하는데.. 변기를 붙잡고 피를 토해도 밤 마다 아파서 소리내는거 내가 들을까봐 산책하러 나간다고 하는데.. 내가 내가 어떻게 그래.. 일부러 내가 모르길 바라는거 같은데.."

 

종대형도 아이스크림을 먹다 말고 흐느끼며 말하고있었다. 레이형은 종대형에게 비밀이라고 했지만 종대형은 다 알고있었다.

하지만... 종대형도 레이형에게 아는 티를 내지않았던 거다. 왜?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었다.

 

"레이형은.. 내가 자기 때매 슬퍼하는걸 보기 싫은거야."

 

"......모르겠어."

 

"바보야 그 형은.. 그럼 내가 마음이 편할줄 알았나봐.."

 

그렇게 종대형이 어깨까지 들석여가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무말도 할 수는 없었다.

단지 이 둘이 서로 진심으로 많이 사랑하기에 서로가 슬퍼지는걸 막기 위해 애써 아닌척 했단 건가?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L

"우리 헤어지자 종대야."

 

"....."

 

"미안해"

 

"그래 헤어지자"

 

병원 수술하기 두 시간전에 나는 종대를 불러서 같이 의자에 마주보며 앉았다. 수술 하기 전에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말하고 난 후의 종대의 반응을 보고는 나는 마음속으로 쓸쓸하게 웃었다. 역시 민석이가 말했구나. 내 이 말에 종대가 내 상태를 알지 않는 이상 저렇게 반응할리 없었다.

 

"그럼 가게 잘 부탁해"

 

"....."

 

"좋은 사람 만나"

 

내가 내 뱉은 마지막 말은 진심 아닌 진심이였다. 나보다 더 좋은 사람만나서 행복해. 라고 말해야 했지만 목이 매여서 그 뒤에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는거 같은 종대를 안아주고 싶었고 달래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더이상 종대를 슬프게 하고싶지 않았으니까.. 정말 나를 잊고 좋은 사람만나길 바라며 가게에 문을 열었다.

맞은편에 민석이가 걸어오는게 보였다. 나는 민석이에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민석이도 나를 보고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레이형..."

 

"종대 잘 부탁해."

 

"....."

 

"민석아 안녕."

 

그렇게 나는 택시를 잡고 병원을 향했다.

 

-X

 

"종대형.."

 

"....흐으.."

 

레이형이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까지 보고 나는 종대형이 안에있을 가게에 들어갔다. 역시나 종대형은 울고있었다.

 

"형..."

 

"민석아.. 레이형 불쌍해서 어떡해?"

 

"형아.."

 

나는 그렇게 말하는 종대형에게 다가가 얼른 안아 주며 '괜찮아 괜찮아' 라고 달래주었다. 지금 내가 할 수있는것이 이 것뿐이였을까?

종대형이 나를 안으며 더 크게 울며 레이형을 불렀지만 울음소리 때문에 발음이 다 뭉개지게 들렸다.

 

"레이형.. 어떡해... 어떡해 그래.."

 

"형 울지마.. 응?"

 

내가 달래줄수 있는 한 최대한 종대형을 달래봤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버렸다.

왜 이 두 사람이 이렇게 슬프게 이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C

우는걸 진정하고 민석이도 집에 가봐야 한다면서 보낸 후 가게에 모든 불을 끄고 그냥 가게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원래 이 시간에 나와 레이형은 같이 무얼 먹을지 고민하며 지냈었는데... 너무 울어서 목이 말랐다. 나는 힘들게 의자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물통을 꺼내 컵에 물을 따르고 천천히 물을 마시는 도중 쓰레기통안에 흰 봉투를 발견했다. 못 보던 거라서 쓰레기통 쪽으로 가 그 봉투를 주워서 자세히보니 병원이름이 적힌 약 봉지였다.

레이 형이 처방받아서 먹던 약이겠구나 싶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레이형.. 나는 그 봉투를 보며 또 눈물이 나려고했다.

그때 나는 컵을 내려놓고 봉투에 적힌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게 문도 잠그지 않고 차를 타서 가야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냥 문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갑작스런 내 행동이 왜 그런지 몰랐지만 빨리 병원을 향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L

나는 병원에가 수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수술은 무의미 하다는 걸 알았다. 나는 마취를 시작하겠다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다.

 

캄캄했다. 마취에 잠드는 사이 종대와의 있던 일이 생각났다. 웃는 종대의 얼굴이라던가 가끔 토라져서는 입술을 삐쭉 내미는 모습이라던가 그런 모습들이 아련하게 보였다.

나는 그렇게 잠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레이형!!"

 

눈이 떠지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저 내 앞은 깜깜했다.

입으로는 종대야 라고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보호자 입니까?"

 

"네... 우리 레이형 수술.. 어떻게.."

 

"죄송합니다. 이미 암세포가 퍼질대로 퍼진지라.."

 

"그럼 죽는 건가요? 죽는 거에요?"

 

"환자분의 몸이 많이 약해져있어서 지금 이렇게 의식불명인것도 거의 기적입니다."

 

의사가 말하는 말로 인하면 난 지금 의식불명인거다. 하지만 이렇게 옆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움직여서 얼른 종대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레이형..."

 

종대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너 우는거 싫다니까..

니가 이렇게 슬퍼할까봐 말 안했던건데.. 민석이 말대로 나중에 알아도 슬퍼할꺼였다.

 

"형.. 가지마... 왜 나 두고 가는거야... 응..? 나 혼자 두지마.. 레이형..."

 

그게 살았을때의 내가 들은 종대의 마지막 말이였다.

 

그리고 듣기 싫은 삐- 소리의 기계음이 함께 들려왔다.

니 말..대로 나도 너 혼자 두기 싫어 종대야..

 

 

**

 

 

 

".....종대야."

 

침대에 엎어져서 울고있는 종대의 머리가 보였다. 나는 그런 종대를 불렀지만 종대는 그저 울고만있었다.

 

"종대야?"

 

나는 다시 한번 종대를 불렀다. 하지만 들리지 않았는지 계속 울고만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종대의 머리를 만지려고했지만 순간 나는 내 손이 종대의 머리를 만지지 못하고 스쳐버릴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이게.."

 

"유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의사는 내 쪽으로 다가와 하얀 이불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몸을 일으켜 현재의 상황을 지켜봤다.

의사가 사람이 누워있는 침대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줬다. 그 사이 나는 그 얼굴을 확인했다.

그 사람은 나였다.

 

"....종대야."

 

"레이형... 레이형.."

 

그저 울어가며 나를 부르는 종대를 안아주고싶었지만 만질수가 없었다. 그저 종대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C

레이형의 장례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대로 다시 한번 흐느끼며 울었다. 레이형의 물건을 도저히 버릴수가 없었다. 아직도 같이 있는 이 집에 형이 문을 열고 들어올거 같았는데

도저히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침이 되서야 나는 가게에 문을 열었다. 레이형의 말대로 나는 나 혼자서라도 이 꽃집에서 일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이 꽃집이 레이형과의 추억이 많이 있는 곳이니까

새로 청소를 해야지 라고 말해놓고는 물통을 꺼내기 위에 카운터 아래에 선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보인 꽃 다발을 보고 멈칫했다.

이게 왜 여깄지 라며 그 꽃 다발을 들고는 이리저리 둘러보자 꽃 다발 안에서 하얀 편지지가 떨어졌었다. 나는 떨어진 편지지를 주워서 그 편지지를 펼쳤다.

 

그리고 내 눈에서는 또 눈물이 흘러버렸다.

 

편지지에는 삐뚤 빼뚤한 서툰 한글로 '종대 울지마 행복해' 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레이형이 나에게 준 이 꽃 다발과 편지를 번갈아 보면서 결국 울음을 참을 수가없었다.

 

"이러면... 내가 어떻게 안 울어.. 바보야.."

 

얼른 나는 꽃 다발을 품에 안은채 뒷문을 열고 윗층으로 향했다. 레이형의 사진이 보고싶었다. 윗층에 올라가면 침대에서 자고 있을거 같은 레이형은 정말로 없다.

그냥 나는 레이형이 죽었다는게 지금은 실감나지가 않았다.

 

-L

잠시 눈을 감고 일어났을때 나는 우리 집에 있었다. 왜 여기에 있지? 아까 까지 병원이였는데 라고 혼자 생각하며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혹시 꿈인가 하고 계단을 내려가보니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종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얼른 종대를 불렀지만 종대는 역시나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종대는 또 울고 있었다.

 

"울지마 종대야.."

 

하지만 역시나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종대는 내가 나가기전 마지막에 숨겨놓은 꽃다발과 편지를 보고서는 울고있었다.

종대가 문을 완전히 열고 윗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물론 종대는 나의 몸을 그대로 관통한채로 스쳐지나가 버렸다.

 

내가 진짜로 유령인거에 실감을 느끼는 순간이였다. 잠시 고개를 떨군채로 있다가 종대를 따라 올라 가려고 했는데 창 밖에서 왠 남자가 여기를 쳐다보고있었다.

키가 크고 한국 사람이 아닌거 같았다. 나는 무시하고 윗층으로 향했다. 위에서 종대의 울음 소리가 들린거 같았다

 

 

 

 

 

 

-오타 지적 감사히 받아요 :)

-과거 이야기입니다 만나고서 부터 왜 레이가 유령이 되었는거 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다보니 굉장히 길어진거 같아요 ㄷㄷ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댓글도 정말 감사드려요^^~ 답글 못달아도 하나씩 읽으며 기뻐하고있습니다.

 


살짝 내용 정리?

살짝 내용을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은 레이가 유령이 된건 아마도 종대의 저 마지막 말을 듣고선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거랄까나..? 종대 말대로 옆에서 혼자 두기 싫었던건지 레이도 떠나지 않고 종대곁을 머물고 있었는데!!!!! 크리스 등장 ㅋ-ㅋ

딱히 커다란 의미를 두지않고 그냥 유령이 존재하는 판타지 물? 이라고 재밌게 봐주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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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파란달입니다! ㅜㅜㅜㅜ레이와 종대사이에 그런일이.. 보는내내 가슴이 먹먹해져서ㅜㅜ 레첸이들은 많이 예쁜 커플이였군요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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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팠군요 레이가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ㅠㅠㅠㅠㅠㅠㅠ 하늘도 무심하시지 ㅜㅜㅜㅜㅜ 우리 레첸이들 어떡하면 좋아여우ㅜㅜㅜㅜㅜㅜㅜㅜ 아픈레이를 알면서도 모르는척하는게 진짜 힘들텐데 종대 기특하네요ㅠㅠㅠ 잘읽었습니다 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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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비글이에요!클첸이들응원해주고싶지만 그러기에는 레첸이들이 너무 안쓰러워요ㅜㅠㅠ지켜보는민석이도저랑같은마음이었겠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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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레에가 암이라니ㅠㅠㅠㅠㅠ민서긔어른스럽다ㅠㅠㅠㅠㅠ종대에게행복으류ㅠㅠ잘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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