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만난 그대
"앉거라."
늦은 밤, 궁녀가 나를 잠시 불렀다.
무슨 일이냐고 물을 겨를도 없이, 왕의 침소에 들게 된 나다.
하루 종일 궁을 비웠던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가라 앉을 대로 가라 앉은 분위기에 침을 꼴깍 삼키고 자리에 앉았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
"......몇백년 뒤의, 조선에서 왔습니다."
사실 내가 여기에 어떻게 온 건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단지 늦은 밤, 울면서 엘리베이터에 탄 것 뿐이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내게 칼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과,
괴이한 눈빛으로 날 보는 왕이었다.
"......오늘은,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
"아, 아니. 제가 너무 주제 넘었나요. 그냥,"
"......."
"표정이...슬퍼 보이셔서요. 그뿐이에요."
슬픈 이는 슬픈 이를 알아볼 줄 안다.
아픈 이는 아픈 이를 위로해 주는 법을 안다.
그의 무거운 표정 뒤에 숨어 있는 슬픔이, 내 눈에는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
어렵사리 꺼낸 말이 단지 농이 아니었음을 왕이 알기를 바랐다.
"그대는 참 신기하네. 아는가?"
"......."
"이방인 주제에."
"......."
"내 마음을 어찌 그리도 훤히 꿰뚫어 보는지."
"......주제 넘다고 느끼."
"그래서 그대가 좋은 건가."
방 안에 흐르는 공기가 꽤나 무거웠다.
좋은 건가, 내게 말해 오는 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보였다.
애써 대화 주제를 돌리려고 이런 저런 잡다한 말들을 다 꺼내 보려고 머리를 굴렸다.
그러자 먼저 왕이 입을 떼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그냥, 책 읽었어요. 밥 먹고, 그냥. 늘 똑같죠, 뭐."
"그대가 왔던 곳이 그립지는 않고?"
"......아."
그 곳이 그리울 수가 없었는데, 그립네요.
"그대는 어떻게 이 곳에 왔지?"
"알고 싶습니다, 저도."
"돌아오는 길을 찾게 된다면."
"......"
"그대는 다시 돌아가겠지."
"......."
다시 돌아간다. 그 길을 난 찾았다. 그리고 가야만 한다.
그 도망쳐 온 일상에서의 해방감을 즐겼으면서도,
내가 왔던 그 곳을 그리워 하는 건 모순일까.
그리고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그를 더 마음에 품는 게 두려웠다.
그의 말에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등잔에서 촛농이 뚝뚝 떨어지고, 나도 고개를 떨궜다.
"대답하는 게 그리 어렵더냐."
"......아닙니다."
"날 어려워하지 말라고, 말했었잖아."
"......"
그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대가 좋네."
"......"
"난 뭐든지 가질 수 있어. 전부 다."
"......"
"그대도, 난 가지고 싶었네. 허나,"
"......"
"그대가 왔던 길,"
"......"
"다시 돌아가는 법을 찾거든 돌아가게."
가야한다는 걸 알았던 거에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 보자, 그는 거의 울고 있었다.
애써 차갑게 굳힌 표정 뒤의 어린 왕의 슬픈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 건 기분 탓일까.
그대가 좋네, 라는 말에 내 마음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내 마음도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댈 꼭 찾을 거야."
"......"
"그대가 그런 말을 했었지."
"......"
"운명을 믿느냐고."
"......"
"왔던 길이 있으면 가는 길도 있겠지."
우리.
"돌아 가야 한다는 거, 알고 있었네. 그러니."
"......."
"어서 떠나."
"......"
"그대를 위한, 내 마지막 양보일세."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야밤 중에 쓴 석민이 조각글이에요8ㅅ8......
석민쓰ㅠㅠㅠㅠㅠㅠ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곧 시험이지만 쿱데포르데를 빨리 쓰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에 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드려요! 굿밤~
안녕히 주무세븐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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