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가 너무 쪽팔린다.. 아.. 나 좀 죽여줘.. 저거 뭐야.. 흉물스러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어. 너징의 앞에 넓다란 등판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했고, 최근 자주 보는 누군가와 풍기는 향이 비슷했으니까.
너징이 괜스레 쿵덕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최대한 연약한 척을 해보려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귀뒤로 살짝 넘기면서 붉어진 볼을 쓸었어.
사실은 맞은게 억울해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겠다, 하던 너징이었는데 말이야.
그런 너징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징의 앞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던 넓다란 등판이 뒤로 돌아 너징과 얼굴을 마주했어.
그래, 언제나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는 타이밍 죽이는 얄미운 변백현 같으니라구.
너징은 고개를 내려 너징이 맞은곳을 살피는 백현의 집요한 시선에 맞지 않은 나머지 한쪽 볼까지 붉혔어.
아니, 근데 내가 왜? 변백현의 시선에 왜 내가 얼굴을 붉혀야 하지? 너징이 순간적으로 파도처럼 밀려드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어.
백현인 그런 너징의 표정이 불쾌해서 그런줄 알고 가까이 했던 고개를 흠칫, 하고 빼버렸지. 그리곤 말없이 너징의 붉어진 한쪽 뺨을 쓸었어.
너무도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로 걱정 비스무리한 말을 내뱉으며.
네가 뭘 잘못했는데 이딴 애들한테 맞고 있어, 너 바보야?
하는 등의 걱정 아닌 걱정을 해대는 백현에 너징은 혼란스러웠어. 가뜩이나 조금 전에 제가 왜 얼굴을 붉혔는가. 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는데
또 이렇게 백현이 걱정 아닌 걱정으로 너징을 흔들어놓으니 너징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을수밖에 없었지.
너징을 내려다 보는 백현이도 머릿속이 복잡했어. 제가 너징한테 준 상처들을 아는데, 그래서 더더욱 다가가면 안되는걸 아는데.
징어한테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자꾸 눈 앞에 보여서 그냥 지나칠수도, 다가가지 않을수가 없는 백현이었어. 오늘과 마찬가지로.
그런 백현이 징어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하다못해 사과 한마디 못하는 제 모습에도, 멍청하게 맞고만 서있는 징어의 모습에도 갑작스레 화가 나
목소리를 높여 징어에게 화를 내다 시피 했어. 너 바보냐고, 맞았으면 똑같이 때리든가 해야지 왜 멍청하게 서있냐고.
너징은 억울한 마음이 컸지. 너징은 전혀 잘못한것도 없고, 가만히 있을 생각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사람 속 뒤집어 놓기나 하고.
옛날과 같은 백현의 모습에 너징은 이제 서럽기까지 했어. 옛날부터 변백현은 나의 뭐가 그렇게 불만이고 싫어서
나한테 모진 말들만 잔뜩 쏟아내는지. 살을 빼면 달라질줄 알았는데 전혀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백현이가 무섭기까지 했어.
전에는 그래도 화를 내지는 않았는데. 나 지금은 하나도 잘못한거 없는데.
너징은 북받치려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려 입술을 꾹 물었어. 요 며칠 백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백현의 모습에
괜스레 불안해 너징이 아랫읿술을 아픈줄도 모르고 잘근잘근 씹었어. 그런 너징을 백현인 순간 격해진 감정때문에 가빠진 호흡을 내쉬며
너징을 내려봤어. 그런 너징과 백현이의 모습에 겁을 먹은 여학생 셋은 이미 떠나버린지 오래였고.
"오징어."
답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백현이 너징을 불렀어. 그래서 그런지, 너징은 억지로 참으려던 눈물이 고일대로 고여서 이제는 눈을 깜빡이기만 해도
주르륵, 하고 흘러내릴것같았어. 울지 말아야지, 내가 왜 울어. 하는 마음에 너징은 이를 악 물고 눈물을 참았지만 이번에는
낮지만 아까보다는 사뭇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너징을 한번 더 부르는 백현이의 목소리에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질수밖에 없었어.
"징어야."
백현의 입에서 나오는 너징의 이름이 이렇게 어색할수가 없었어.
백현의 입에서 나오는 너징의 이름이 이렇게 다정할수가 없었어.
백현의 입에서 나오는 너징의 이름이, 그렇게 벅찰수가 없어서.
왠지 모를 감정에 북받쳐 너징이 반년 가까이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어.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 고된 운동을 버티면서도.
과로로 쓰러져 수액 하나로 버티면서도 울지 않았던 너징이, 어린아이처럼 간간히 가쁜 숨을 터뜨려 가며 울고 있었어.
그런 너징을 달래지 못해 머리만 잔뜩 흩뜨리던 백현이, 주저 앉아 무릎을 끌어앉고 우는 너징에게 높이를 맞춰 앉았어.
"오징어."
"……."
"뭐가 그렇게 서럽냐."
"……."
"내가 너한테 했던 말들?"
"……."
"아니면, 저 기집애들 한대도 못때린게 억울해?"
"……."
"혹시라도 네가 내 말들 때문에 우는거면."
한참을 백현이는 말이 없었어. 너징은 그런 백현이 말 들으면서도 잔뜩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비집고 나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채 끅끅 대며 울기 바빴어. 우는 여자를 달래본적이 없는지 무슨말을 해야할까, 고민한 티가 여실히 드러나는 백현의 말 속에서도
감춰져 있던 온전한 너를 향한 감정이 비춰지는것같아서. 너징은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어.
"…미안하다."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결국 백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 네글자 뿐이었어. 미안하다, 하는 네글자.
너징은 그런 백현이에 더 애처럼 울어버렸지.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건 징어의 감정이지 내 감정이 아니라.
어찌됐건 백현이는 말을 끝내자 마자 더 울어대는 너징의 옆으로 가서 너징의 고개를 들게했어.
그리고는 약간은 어색한 손길로 너징의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게 해 답지 않은 조심스런 손길로 너징의 등을 토닥였어.
마치 그만 울라는듯, 제가 다 잘못했다는듯. 너징은 거짓말처럼 미안하다, 하는 백현의 말에 모든 감정이 풀려버린듯 했어.
말도 안되지만, 그간 했던 행동들이 못됐기 그지 없었지만 너징은 어렴풋이 알았으니까.
백현의 모진 말들에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는 백현의 얼굴이 못내 반가웠던건.
가시돋친 말들을 하는 입과는 달리, 혹여 큰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며 너의 눈치를 살피는 백현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모진 말을 하고 나서도 혹여 지울수 없이 너무나도 큰 상처를 준건 아닐까, 하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는 백현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side. 백현) 너는 몰랐을거야.
하루에 한번 너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혹여 큰 상처를 받진 않았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경수에게 네가 상처 받지 않게 잘 달래주라 부탁한 나를.
너와 어느새 꽤나 가까워진듯 한 경수에게 네가 나를 많이 싫어하게 되면 그때는 너를 좋아해달라, 나와 다르게 아껴달라 부탁한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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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행쇼는 언제 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