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Wednesday4
생크림을 동반한 딸기 키스는 너무도 달콤했다.
누구도 보지 않는 막힌 공간에서 나누는 키스는 짜릿했다.
이 가게 주인은 이럴 줄 알고 이런 메뉴를 만들어 낸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여기가 찻집이 아니라 집이었다면 이렇게 키스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농도 짙은 키스로 타액으로 젖은 턱과 흥분하고 있는 하체가 그 말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것은 쑨양도 불만스러웠는지 그의 매끈한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아쉬워요."
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불만어린 어조로 웅얼걸렸다.
그 진동에 간지러워서 움찔거리며 쑨양을 달래었다.
"어쩔 수 없죠. 찻집이니까."
"하아..."
그의 아쉬움 담긴 한숨 소리에 웃어버렸다.
키스에 열중하는 동안 녹아버린 생크림때문에 딸기주스가 너무 달아져버렸다.
다 마셔야할까 고민에 빠졌지만 쑨양의 것이니까 그가 먹겠지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내 몫의 허브티를 마셨다.
페퍼민트의 청량감이 입안으로 알싸하게 퍼졌다.
그러나 쑨양도 마셔보고 그 단맛에 인상을 찌푸리고 나에게 엉겨붙어 허브티를 나눠마시자고 애교를 피운다.
커다란 개 한마리가 흔들흔들 꼬리를 흔드는 모양새다.
"후후. 자 마셔요."
입안 헹굼용으로 허브차를 모두 들이킨 쑨양이 어서 일어나자고 말하며 먼저 일어난다.
허리를 깊게 숙여 밖으로 나가는 쑨양의 뒤를 따라 가게를 나섰다.
그가 손을 뻗어 산책로쪽으로 가르키며 산책하지 않겠냐고 의향을 묻는다.
좋다고 말하며 그의 손을 잡고 잘 닦아놓은 산책로를 걸었다.
울퉁불퉁한 나무판자의 형태가 신발 바닥에 그대로 느껴졌다. 자연을 밟는 기분이다.
대부분 산책로를 이용하기보다 찻집에 거의 있는 편이라 독점하다시피 쑨양과 둘이서 산책할 수 있었다.
"몸이 충전되는 기분인데요~"
"저도요. 산림욕이란 거 제법 좋은 것 같아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산책길은 나빴던 내몸을 치유하는 길인 것 같았다.
물론 병들때로 병든 몸이 치유될리는 없었지만 기분만큼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조금 더 가면 호수가 나온다니까 더 걸어보죠."
"좋아요....!"
쑨양의 의견에 동의하며 걷는데 순간 귀에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멈춰섰다.
그 소리를 들어보려고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가웃가웃거리다 착각했나 하고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멈춰섰고, 쑨양도 나를 따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래요. 태..."
"쉿."
쑨양의 입을 막고 다시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곧 후회했다.
그냥 이대로 걸어갈 것을 왜 멈추고 그 소리에 관심을 가진 내가 미워졌다. 젠장!
신음소리였다.
우리보다 먼저 산책로를 점령했던 커플이 급한 사정으로 산책로를 벗어난터라 다음에 온 우리가 몰랐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급한 사정은 자연을 벗삼아하는 섹스겠지. 내 짐작일 뿐이지만.
쑨양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얼굴이 조금 빨갛게 달아올랐다.
민망해진 우리는 더 빠르게 다리를 움직여 그곳을 벗어났다.
빠른 걸음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호수에 도착한 쑨양과 나는 한동안 뚫어지게 호수만 바라보았다.
화제 전환을 위해 내가 먼저 어색함을 담은 딱딱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호수가 참 아름답네요."
"그, 그렇죠. 추천할만 해요.하하."
조금 전까지도 찻집에서 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던 우리지만 어쩌면 섹스 중일지도 모를 타인의 소리를 듣자 난감해졌다.
흔히 사춘기때 접했던 AV동영상 등에서 들을 법한 신음소리가 깊은 산중에서 들리다니.
관음증 환자도 아니고 본인이 아닌 타인의 것은 듣던, 보던 간에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다.
분명히 붉어져 있을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그 소리를 떨쳐버렸다.
"후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차분해졌고 어서 되돌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그 소리를 다시 들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 때문에 이곳에서 계속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호숫가에 둘러싼 목책을 잡고 있는 쑨양의 팔을 붇잡았다.
"쑨양. 우리 이만 가요."
"아?! 네. 가야죠."
쑨양에게도 타인의 섹스 소리가 많이 충격이었나보다. 아직도 멍한 표정이 참 안쓰러웠다.
나보다 더 큰 그를 이끌고 산책로 다시 지나쳤다.
좀 전의 그 소리를 들었던 구간은 뛰다시피 지나쳤고 다행히도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산책로 입구가 보였고 좀 더 걸어가니 자갈 깔린 주차장도 눈에 들어왔다.
"이만 갈까요?"
"잠시만요. 저 화장실 갔다가요."
"기다릴게요."
쑨양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찻집 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입구 앞에 있어서 찾기도 쉬웠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씼었다.
오늘은 다행히 통증이 오지 않아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언제 발작할지 몰라서 걱정이었다.
혹시라도 쑨양의 차를 탔는데 틍증이 찾아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손을 씻고 핸드타올로 물기를 닦아내었다.
젖은 핸드타올을 휴지통에 버릴려고 하는 찰나, 갑자스럽게 가슴이 답답해졌다.
명치부터 시작된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겨우 삼켰다. 혹시라도 밖에서 쑨양이 들을지도 모르니까.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용 약통을 꺼내어 약을 꺼내 입안에 넣었다.
다행히 화장실에서 발작한 덕분에 세면대에서 곧장 물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익숙함과 익숙해지지 않음을 동시에 느끼며 고통으로 부들거리는 몸을 안정시켰다.
"하아. 하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어찌되었던 간에 쑨양이 없을 때 발작을 겪어서 다행이었다.
아직 그에게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대한 감추고 싶었다.
숨을 가다듬은 후 발작한 그 순간 쏟아진 식은땀으로 젖은 얼굴을 씻어내고 핸드타올로 닦아내었다.
가게문을 열고 나가니 차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는 그가 보였다.
그를 위해 최대한 환하게 웃었다.
혹시라도 그가 불안해하는 것은 싫었다.
-
차를 타고 되돌아가는 길은 편안했다.
쑨양이 과속을 하지 않은 덕분에 목숨의 위혐을 받지 않고서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근질근질하는 속을 겨우 참고 규정 속도대로 운전하고 있는 쑨양의 모습은 퍽이나 불안해보였다.
마약을 접하고 중독되어 하루라도 약이 없으면 금단증상으로 불안하고 괴로워하는 중독자와 비슷했다.
치솟아오르는 질주본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까와 같이 달리게 할 수는 없었다.
"빨리 달리고 싶어요?"
"아, 아니요. 태환.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니면 아닌 것이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은 무엇일까.
질주 욕구를 참느라 횡성수설하는 쑨양을 어이없게 쳐다보았다.
이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집까지 되돌아오는 동안 쑨양은 규정 속도 이상을 내지 못했고 그동안 좌불안석 상태로 보내었다.
낮에 비하면 천천히 달려온 샘이라 집에 도착하니 늦은 저녁이 되었다.
자동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문을 열고 나가려는 쑨양을 붙잡았다.
나와의 약속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속도를 내지 않은 그에게 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잠깐만요. 쑨양."
"?"
"싫어요?"
후드티셔츠를 들어올려 살갗을 노출하고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쑨양에게 추파를 던졌다.
쑨양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보고 좀 더 유혹스럽게 입꼬리를 말아 미소 지었다.
"아니요."
쑨양은 큰 몸을 움직여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내 몸 위로 올라타며 가볍게 입을 맞추고 뒷말을 이었다.
"좋아요. 무척."
나즈막한 쑨양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내려앉았다.
윗옷이 벗겨지고 깊은 키스가 뒤따랐다.
찻집에서 했던 키스의 연장선이었다.
늦은 밤인데다 짙은 썬팅으로 차안을 쉽게 볼 수 없다는 점때문에 용기를 내어 그를 유혹했다.
차안에서의 섹스는 어떤 느낌일지 우리는 경험해보기로 했다.
그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짜릿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
독자님들에게 음란마귀를 씌워드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냥 상상하세요ㅋㅋ 그들의 차안을..ㅋㅋ
그리고 달달했다가 가끔씩 태환의 병을 일깨워주는
제가 싫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ㅠㅠ
PS. 수요일 챕터의 피날레는 언제 올것인가!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