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조각과도 같은 생각이 문득 떠올라 씁니다.
사실 저는 모든 커플링을 다 파는 사람인데...
근데 이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이 장면이 너무 쓰고 싶어가지고...
그래서 씁니다.
그렇지만 짧음 주의.
머리 식히는 겸 그냥 쓰는거라 두서 없을 수도 있어요.
편하게 읽어주시고, 대형견썰은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금방 또 들고올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어느 여름날. (관악ver.)
여름은 더웠다.
방학식이 끝난 뒤 텅 빈 학교는 여름의 후덥지근한 열기와 시멘트의 어중간한 냉기를 동시에 품어 그만큼의 불쾌함을 일으켰다. 인기척 없는 복도를 걸어가자니 창문 밖에서는 이 더운 날에도 축구를 하는 제 또래들의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오는 게 오로지 뜨거운 열뿐이 아닌, 약간의 시원함을 달래주는 바람이라는 것이, 모래가 쓸리는 소리라는 것이, 또래들의 환호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가벼운 운동화가 움직이다 원하는 곳에 다다르자 그제야 걸음이 멈추었다. 닫혀진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자 안에 갇혀져있던 시원한 바람이 한 번에 제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가 흐트러져 고개를 흔들어 정리한 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문 틈으로 나가버린 냉기의 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열기를 막으려 문을 바로 닫았다.
"왔어?"
그리고 고개를 드니, 빈 책상에 앉아 다리를 달랑거리던, 얇은 하복차림의 네가 보였다.
아. 무더운 밖과 지나치게 이질감을 띄는 이 냉기는 너 때문이구나. 냉기의 정체를 알자 그제야 웅웅 거리는 에어컨의 소리가 들렸고, 그 뒤에야 네 말소리가 에어컨 바람과 함께 제게 퍼져왔다. 자신은 그저 두고 간 물건이 있어 하교하던 길 중간에 돌아온 것 뿐인데, 마치 너는 제가 올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걸며, 웃었다.
그 웃음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넌 왜 안 가고 있어?"
마른 입술을 축이고 다시 몸을 움직여 자신의 책상을 뒤적였다. 분명 평소처럼 교실이 꽉 차 있을 때면 서로가 있는지도 모를 거리임에도, 빈 교실은 네 숨결까지 하나하나 느껴지는 것 같아 더욱 저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더워서. 난 더위를 많이 타거든."
찾았다. 책상에 두고 간 핸드폰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마구잡이로 밀어넣은 프린트물 사이에서 네모난 핸드폰이 삐죽 튀어나온 것을 보고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아 꺼냈다. 자박거리는 걸음소리가 들린다고 생각될 즈음에 에어컨이 꺼졌다. 그리고 창문이 열리고, 아까는 나름 시원하다고 느꼈던 바람이 적당한 온기를 품은 채 들어와 너와 내 머리칼을 잔뜩 흩뜨리고 사라졌다.
"너 방학 끝나고 전학간댔나?"
"응. 정확히는 2주일 뒤에 이사 가."
사실 더워서 교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네 말은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 분명 제가 문을 열면서 마주쳤던 얼굴은 한없는 미련이었고, 그 미련의 대상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네가 남아있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을 해주었으니까. 창문 바로 옆의 나뭇잎이 바람에 부딫치면서 특유의 소리가 다시금 울렸다. 나뭇잎 틈으로 얼굴을 들이민 햇빛이 책상 아래로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그것을 의미 없이 내려보다 고개를 올려 너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간의 정적. 시선은 네가 웃으며 걸음을 옮기고, 네 책가방을 챙기는 것으로 끊어졌다. 나도 이만 집에 가야겠다. 핸드폰 배터리를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자 그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네가 문고리를 잡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스치듯 봤던 웃음이 지금 제 눈 앞에 또렷하게 새겨졌다.
처음으로 같은 남자애를 보고 웃는 게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눈꼬리가 묘하게도 휘어진다고 생각했다.
그 멍청한 생각이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네가 먼저 나를 불렀다.
"태형아."
분명 방금 전까지 서늘한 교실이었는데,
"나 너 좋아해."
언제 이렇게 더워지기 시작한걸까.
"방학 잘 보내."
너는 그렇게 교실을 떠났고, 이 교실 안에는 더운 여름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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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이 예전에 배우들이랑 일하고 후기 쓴거 여기에 조진웅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