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진도 나가자, 아그들... 아니, 랩슈들아.
네이비 (Navy) - First Love End / 첫 사랑이 끝날 무렵에는
남준이와 그 카페의 여자아이와의 관계는 여전히 계속 진행 되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집에 와서도 윤기와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보고 같이 책을 읽으면서 투닥거리다가도
어느새 핸드폰을 쥔 채 키득이면서 화면을 한참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기에게도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며 조언 아닌 조언을 구하거나
혹은 제 감정을 말해주었으면.
얘랑 이럴 때 좋은 것 같고,
얘가 그럴 때 귀여워 보이고.
얘가,
얘랑,
사귀게 될까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윤기는 가만히 침대에 기대어 앉아 제 긴 귀를 양 손으로 잡아 내려 쓸어내리면서
성의없는 대답을 내보였으면.
설령 마음이 담기지 않은 대답에 남준이가 섭섭하면서 삐쳐도
윤기는 모른척 그렇게 앉아만 있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혼자 밖에도 나갈 수 있고
심지어 간혹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가는 것을 본 남준이는 조금 안심했으면.
토끼의 세상이 오로지 제 원룸 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
자신이 모를 윤기의 세상에 윤기를 맡겨버렸으면 좋겠다.
그 세상이 얼마나 작은지,
얼마나 좁고,
얼마나 한정적이며
매번 윤기에게 열려있지 않는다는 걸
차마 몰랐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언제는 저녁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선잠에 들었다가 깬 윤기가 주린 배을 느끼고 그제야 시간을 확인했으면.
이미 시간은 넘어버렸는데 채워지지 않는 집안의 온기가 낯설어 몸을 웅크렸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생겼나?
길을 잃었나? 그럴 일은 없을텐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윤기가 저녁을 먹을 생각도 못 하고 가만히 시계를 바라봤으면.
제 귀를 쓸어내리다가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리다 예민한 귀에서 느껴지는 따끔함에 눈가를 찡그렸으면.
그 사이 조금 자란 손톱이 귀를 긁어버려 피는 나지 않지만 발갛게 물든 귀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선명한 손톱자국을 빤히 내려봤으면 좋겠다.
이거, 버릇 고친 줄 알았는데...
빈 공간에 제 목소리가 울리면 더 공허하게 흩어질까,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중얼거림은 싫어 속으로만 입술을 벙긋거렸리다 이로 꾹 깨물었으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귀와 꼬리를 감추고 외투를 챙겨 입고나서 현관을 나섰으면 좋겠다.
추운 바람과 딱 만나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막 코너를 도는 남준이의 모습을 봤으면.
얼른 몸을 돌려 이유도 모른 채
집으로 다시 돌아와 급하게 둘렀던 옷가지들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토끼로 변해 쿠션 위에 누워 담요를 뒤집었으면.
아, 진짜... 토끼야. 내가 밖에 나갔다 와서 옷 바닥에 던져놓지 말라고 했잖아요.
찬바람이 물씬 풍겨오지만 여전히 익숙한 체향 가운데 여러 음식 냄새와
낯설면서도 예전에 맡았던 기억이 나는
여자 향수냄새.
윤기는 천천히 담요를 내리고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너, 저녁...
아. 먹고 왔어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약속이 있었냐고 묻는 윤기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말을 안 했나 싶어 눈을 굴렸으면.
그 아이랑 먹고 왔다는 말에 윤기는 눈을 도륵, 굴리다 다시 고개를 끄덕끄덕.
혼자 챙겨 먹었죠?
이젠 앞으로 자주 저녁에 시간 맞춰서 못 들어올지도 몰라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아무 말 없이 토끼로 변했으면 좋겠다.
벌써 자냐는 말에 담요 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
잘 자요.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또 몸에 품고 있는 찬 바람과는 너무 달라서
윤기는 담요 속에 얼굴을 더 파묻었으면 좋겠다.
조용히,
제 손으로 하도 쓸어대어 붉어진 귀를 담요 안으로 감추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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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 감사합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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