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토끼썰은 내용상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대부분 길어도 3, 4편에서 끝나는 에피소드 형식인 대형견썰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전체적으로 이어지면서 길게 흘러가는 썰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는데,
전 역시 성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하핫.
네이비(Navy) - 첫 사랑이 끝날 무렵에는
일 언제 끝나세요? 잠깐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요.
태형의 말에 기어코 둘은 남준이가 일하는 곳이 아닌, 조금 더 떨어진 다른 곳에서 만나
마주보고 앉았으면 좋겠다.
그 때가 처음으로
남준이가 자신은 모르던 윤기의 세상에 맞닿은 때였으면.
제 이름은 김태형이고요.
아, 제 이름은 김남준입니다.
응. 그렇구나. 그리고 지금 윤기형과 같이 살고 있는 사람 맞죠?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태형이의 말에 남준이의 입술을 꾹 다물렸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강하게 제 가슴을 때려박는 말이었는지 생각했으면.
윤기형은 지금 저희 집에 있고요,
거기 있어요? 지금, 그럼...
그리고 아파요.
놀라 태형이에게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이 굴던 남준이가 그 말에 모든 행동을
뚝
멈췄으면.
토끼는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에요. 특히 윤기형은 원래 성격도 있어서 더 예민한 편이고요. 솔직하지도 않아요.
...
그렇지만 가끔 놀라울 정도로 무모하기도 해요.
...
윤기형은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해서, 이것저것 많이 서툴러요. 보니까, 남준씨도 그만큼 서툴러보여요.
아...
저랑 같이 제 집에 가실래요? 윤기형 데려가셔야죠.
태형이의 말에 선뜻 남준이는 알겠다고 말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진짜 그래도 될런지 몰라 제 머리를 헝클이며 어두워진 거리를 창을 통해 바라봤으면 좋겠다.
사실은 그 너머 무언가를 바라봤으면.
괜찮아요.
...
윤기형을 아프게 한 건 밉지만, 그래도 이제 잘 해줄거라고 믿어요.
도대체, 누구세요?
누구길래 우리가 감히 정의하지 못했던 것들을, 쉽게 손 뻗지 못했던 것을 그렇게 간단히 그려내버리냐고 의문을 던지는 남준이를
태형이는 씩 웃는 얼굴로 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토끼의 보호를 받던 늑대예요.
늑대?
지금은 도리어 어려진 토끼를 보호해주고 싶은 늑대죠. 윤기형은 나한테 정말 소중한 형이에요.
가족이 있었다면 이 형이 내 가족이구나, 싶을 정도로.
그러니까,
제발 아껴주세요.
서툰 우리 윤기형을.
열에 멍한 시야에 천천히 눈을 뜬 윤기가 본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으면 좋겠다.
익숙한 향이 퍼지는,
남준이의 집.
그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다가 무거운 머리에 비틀거려 침대에 다시 몸을 반쯤 묻은 채 일어나질 못하면
그런 윤기를 잡아 조심히 눕혀주는 손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 나, 왜.
미안해요.
...?
다, 미안해요. 책임을 져준다고 큰소리 쳤으면서 하나도 신경 안 써줬던 것도.
...
형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도. 그냥, 다 미안해요. 또 아프게해서 더.
야, 내가 아픈 건.
그냥 들어요. 지금 진짜 온 창피함과 어색함 끌어다가 하는 말이니까.
진지한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
사실 열이 오른 머리로 내내 머릿속에 그렸던 얼굴이 제 눈앞에 있는 것이 마냥 꿈처럼 다가와
멍하니 눈만 느릿하게 깜박였으면 좋겠다.
솔직히 아직 형이 말했던, 그때의 그 마음이란 거 잘 모르겠어요.
...
그렇지만 감당은 하려고 노력할게요. 형이 내보여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까, 서툴러도 봐주세요. 느려도, 최대한 빨리 뛰어가볼게요.
... 야.
열은 좀 떨어진 모양이네요. 그렇지만 아직 뜨겁다, 이마가.
부드럽게 윤기의 이마를 덮은 손이 새삼스럽게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윤기는 그 손길을 받으며
계속 남준이의 얼굴을, 목소리를, 손길을 받아내었으면 좋겠다.
따듯한 체온을 느끼면서,
제가 그리워했던 온기를 느끼면서,
아직 온전히 서로가 닿은 것 같지 않지만 우선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간 것에 만족하기로 하면서
제 손을 맞잡아주는 따듯함을 잔뜩 그러쥐었으면.
지난 밤 태형이가 이야기해줬던 것을 천천히 제 마음으로 감싸안았으면 좋겠다.
야, 김남준.
나는 이제 내 마음 알아.
왜 아픈지도 알아.
그 열이 너무나 뜨겁고, 뜨거워서 아픈거래.
근데 그걸 네가 진짜 감당해줄지는 모르겠어.
열에 다시 흐려지는 시야에서, 제게 물수건을 해줘야겠다며 일어나 걸어가는 남준이의 뒷모습을 보던 윤기의 입술이
벙긋거리며 솔직한 마음을 소리없이 허공에 그려냈으면 좋겠다.
좋아해.
열병의 뜨거움을 담은 그 고백이 언젠가 남준이에게 닿길 바라며
잠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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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 감사합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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