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어디라도 좋다.
찰랑 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수만 있다면
한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전정국이 온 뒤 우리 테이블은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어갔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 테이블에 와서 전정국은 힐끔 보기도 했고 종업원들은 전정국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흔한 모자하나 쓰지도 않고 온 전정국을 바라보며면 체 할 것만 같았다. 들어올 때부터 느낀 집요한 시선과 그 시선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메세지들. 그것들이 날 괴롭히고 있었다. 여전히 전정국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는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친구는 전정국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야, 너 스무 살 이후로 한 번도 안 왔으면서 웬 일이야?"
"...뭐 그냥"
전정국은 술잔을 기울이며 운을 뗐다. 그의 호흡 하나하나 거슬렸고, 전정국이 하는 행동 모두 신경쓰였다. 전정국은 왜 이 자리에 온 것일까.
"7년이라는 시간이"
"....."
"쉽게 흩날릴 세월은 아니니까"
"....."
목으로 넘어가는 술은 참 쓰고 따가웠다.
***
전정국이 참석한 동창회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고 동창들은 전정국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어깨를 으쓱였다. 전정국이 온 뒤 나는 그저 안주만 뒤적거릴 뿐이었고, 동창회에 참석하라며 나를 재촉하던 정수정도 내 눈치와 전정국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동창회는 아슬아슬했다. 바로 앞에 시한폭탄하나가 놓여져있는 것만 같았다. 눈을 마주치면 그간 모든 감정들이 폭팔해버릴 것만 같은 그런, 그런 애틋한 시한폭탄. 전정국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
전정국을 피하고 싶었다.
- 벌떡
"....."
"아, 나 내일 약속있어서 먼저 가야할 거 같다."
"벌써?"
"어...응"
"데려다줄까?"
정수정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전정국은 나를 바라봤고, 나도 그런 전정국을 바라봤다. 서로의 묘한 시선이 얽혔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반가웠어"
"....."
"다음에 만나고"
"....."
"잘 지내"
전정국.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킨 채 눈물 대신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친구들과 인사를 한 뒤 술집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가운 바람에 볼이 시려왔고, 숨을 내 쉴때마다 새하얀 입김에 시야가 흩어졌다. 술집에 있을 땐 몰랐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술에 취한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후 - 하고 숨을 내 뱉자 흩어진 입김들이 보였다.
"...춥다"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전정국을.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애써 외면한 뒤 집을 향해 걸었다. 조금 걷다 술집 옆에 있는 편의점으로 이끌리듯이 들어갔다. 편의점으로 들어가 달달한 초콜릿을 잡았다. 초콜릿을 계산하고 아무 생각엇이 초콜릿 한 덩어리를 입 안으로 넣었다. 그러곤 편의점 밖에 자리한 의자에 앉아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입 안으로 가득 퍼지는 초콜릿은 달달했다. 그런데 취한 걸까 초콜릿이 달달하긴 커녕 그저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전정국을 피하고 싶어 술자리에서 일찍 나왔는데 할 것도 없고, 그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만 같았다.
- 드르륵
"....?"
내 의자 끌리는 소리가 들렸고, 무심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자
의자에 앉은 전정국이 보였다. 전정국은 팔짱을 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만 사레가 걸릴 뻔 했다. 전정국은 언제 술자리에서 빠져나왔는 지. 태연한 표정을 내 앞에 자리했다. 전정국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전정국의 눈빛이 싫었다. 아니 .. 싫기보단 불편했다.
"오랜만이네"
"....."
"딱 4개월만이야."
"....."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 지 궁금하네"
"...전정국"
"....."
"얼굴만 하는 사이로 지내자고 했는데"
"얼굴만 아는 사이한테 말도 못해?"
"....."
전정국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그의 말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다. 왜인지 초콜릿이 내 목에 달라붙었는 지, 목에 돌멩이가 있는 건지 쉽사리 말은 뱉어내지 못했다. 전정국은 한숨을 쉬었고 한숨으로 인해 새하얀 입김들은 전정국의 얼굴을 가렸다.
"넌 잘 지냈어?"
"....."
"나는 잘 못 지냈어"
"....."
"하루에도 몇 번씩 헤어질 때 생각나고"
"....."
"몇 번씩은 화가 나기도 해"
"....."
우린 도대체 왜 헤어진 거야? 전정국의 물음에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게 왜 우리가 헤어졌지. 7년이란 그 긴 추억 속에 우리는 어쩜 그렇게 쉽게 갈라섰는 지. 전정국의 말은 우직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잠겨버릴 것 같이, 위태로웠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차마 보기 힘들었다. 깊게 가라앉은 그의 눈은 이미 상처로 가득했다.
"....이만 갈게"
"데려다줄게, 난 할 말 많아"
"나도 할 말 많아. 그런데"
"....."
"너한테 말 안 할거야. 그리고 듣지도 않을 거야"
".....야"
"우리 끝난 사이잖아. 끝난 사이고 나는 이제 너랑 엮기기 싫어"
"....."
"7년동안 너무 좋았고 행복했고 즐거웠어."
"....."
"근데 이제 추억으로 보내자"
"....."
잘 있어. 전정국. 그렇게 전정국을 외면한 게 걸었다. 힘이 빠지려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걸었다. 관자놀이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금방이라고 눈물은 터질 거 같았다. 잠시 후 뒤에서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내 팔은 누군가에 의해 잡혔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은 거친 숨을 내 뱉으며 말했다.
"나는 아직도 힘들어"
"....."
"오늘도 너 나왔다는 소식듣고 화보촬영 미루고 왔어"
"....."
"너 보려고"
"....전정,"
"그런데 넌 왜?"
"....."
"넌 왜 다 쉬운 건데?"
"....."
"자그마치 7년이야"
"....."
"7개월도 아닌 7년, 그 동안 내가 너를 모를 거 같아? 아니면 내가 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을 거 같아?"
"....."
"나는 하루하루 시들어가고 있어"
"....."
"4개월동안 차마 연락을 못하고 주위만 계속 맴돌았어"
"....."
"난, 아직도,"
"전정국"
"......"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
"7년이란 세월이 아무리 굵고 길었다해도 그걸로 끝이야"
"....."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마주치지 말아줘. 친구로서, 전 애인으로서 부탁하는 거야"
나는 전정국이 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손에 힘이 빠진 전정국은 그대로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상처받은 깊은 바다, 상처로 가득한 깊은 바다 속에 비치는 건 다름아닌 나였다. 그렇게 뒤 돌아 전정국을 다시 외면했다. 이제 정말 끝이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뒤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 다리에 힘이 풀렸고 눈물은 뚝뚝 하고 흘러나왔다. 7년이라는 시간에 우리는 사랑했고 아꼈으며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알았다. 그래서, 서로를 너무 잘 알기때문에, 내가 전정국을 너무 잘 알기때문에 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와의 추억이 떠오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하는 일이 많았다. 아직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의 공백은 7년이라는 추억을 잠재우지 못했다. 서로의 추억과 상처를 끊임없이 건들이며 서로를 그리워했고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하기에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전정국은 나와 같이 있으면 안되는 그런,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침대에 누우며 눈을 감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아니면 이대로 7년 전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전정국에게 다가가지도, 전정국을 밀어냈을 수 도 있었을텐데. 밤은 길었고 외로웠다. 너는, 너도 그럴까. 너도, 나처럼 밤이 길고 외로울까. 그럴까 정국아. 전정국.
* 작가의 말 *
피곤하네여... 그래도 저번 0화가 너무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마구마구 ㅠㅠㅠ 몽실몽실 ㅠㅠ
그래서 그냥 쌓아둔 1화 비축분도 그냥 풀었어요 하하ㅏㅏㅎ... 아련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무슨.. 그냥 싸우는 것처럼 보이네요.. 눙무리.. 8ㅅ8..
이제 점점 정국이가 모르는 여주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거에여.. 먼저 과거ㅇ호ㅣ상부터 해야겠죠... 이제 1화인데 소재고갈 쥬륵쥬륵
아 참 저는 3등까지 제 사랑과 함꼐 고라파덕을 드립니다 - 찡긋 - 매일 소통하고 싶은데 그럴 여건이 안돼서 너무 죄송할 따름이고... 항상 전해드리진 못해도 제 사랑은 매일 가득하다는 고...
그럼 다들 굿밤 - ♡
내 사랑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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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비회원분들은 아직 주르륵님께서 확인을 안해주셨더라고요 ㅠㅠ 제가 나중에 확인해서 추가해보겠습니당!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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