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몇 시간을 달려 부산 앞 바다까지 온 게 된 건 다름 아닌 김태형의 한 마디때문이었다. 티비에서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이 나왔고 그 모습을 본 나와 김태형은 홀린 듯 부산으로 달려왔다. 눈 앞에 펼쳐진 햇살과 바다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바다를 봐서 그런 지 나는 신이 나 있었고 김태형은 처음 본 바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건지 그저 먼 바다만 보고 있었을 뿐이다.
"와... 진짜 멋있어"
"그치? 오랜만에 바다 봐서 엄청 기분 좋다"
김태형은 내 어깨를 나는 김태형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노을을 머금고 있는 바다를 쳐다봤다. 문득 김태형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기 눈이 바다같다. 맑고 초롱초롱해. 나는 김태형의 말을 들으며 미소지었다. 너도, 태형이도 바다같이 깊어. 내 말에 김태형은 내 입술에 짧게 입 맞췄다.
"자기는 바다보다 예뻐"
김태형의 말에 나는 얼굴이 붉게 변했다. 항상 듣는 말이지만 매번 쑥스럽달까. 나는 김태형의 옷을 잡아끌며 '춥다, 안으로 들어가자' 라고 말했다. 김태형은 내 손을 잡았고 나는 손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에 미소를 지었다. 차가운 바람에 손이 시려울 지라도 우리가 맞잡은 손은 여전히 뜨거웠고 달달했다.
***
"네? 하나 밖에 없어요?"
"응 연말이라 그런가 딱 하나남았어. 어떻게 할거 에요?"
"....어떻게 하지?"
"그냥 같이 자자! 아줌마 그 방 지금 들어가도 되죠?"
....김태형 이 자식.. 김태형은 짐을 들고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나는 카운터에서 계산했다. 아줌마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가씨랑 잘 어울리네? 나는 그 말에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하지만 괜히 기분이 좋은 광대는 쉽게 내려가지 못했다. 계산을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김태형은 이미 침대에 누워있었다. 조금 피곤해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는 김태형은 일정한 숨을 내 뱉었다. 벌써 잠든 거야? 나는 침대에 앉으며 눈을 감은 김태형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흩날려진 김태형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자기 뭐해?"
"어, 어 자는 줄 알았는데"
"그냥.. 조금 피곤해서"
김태형은 느리게 눈을 뜨며 말했다. 그리고 내 허릴 감싸 안으며 나를 눕혔다. 내 머리위로 김태형의 숨소리가 들렸다. 김태형은 나를 안으며 잠시만 이러고 있자고 말했고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다시 김태형의 숨소리가 일정해지는 게 들렸다. 김태형의 품을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나도 김태형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렀을 까 작은 인기척에 눈을 느리게 뜨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김태형은 나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일어났어?"
"....응, 지금 몇 시야?"
"열 한시정도 됐어"
"벌써?"
얼마나 잠들었던 거야..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자 김태형도 따라 일어났다. 김태형을 잠시 창문 밖을 보더니 내게 말했다. 잠도 깰겸 다시 바다 보러갈래? 나는 김태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 편의점에 따뜻한 음료를 산 뒤 나와 김태형은 모래사장 가운데 돗자리를 깐 뒤 앉았다. 달빛을 머금은 바다는 아름다웠다. 내가 멍때리며 바다를 보고 있자 김태형은 내 목에 목소리를 감아주며 말했다.
"아까보다 더 좋은 거 같다."
"응... 엄청 예쁘다. 우리 다음에도 오자!"
"응 그래"
김태형은 내 손을 잡았다. 깍지까지 끼며 손을 잡는 김태형의 행동에 슬며시 미소가 나왔다. 항상 나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김태형의 모습에 괜히 울컥했다. 분위기에 취했는 지, 아니면 김태형에게 취했는 지.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바라보니, 김태형도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태형아"
"응"
"사랑해"
"....."
"진짜로 사랑해"
"....."
김태형은 내 말에 살짝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김태형은 빨개진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나도 사랑해. 언제나 듣던 김태형의 말이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달달한지, 그리고 왜 이렇게 울컥하는 지. 나도 내 감정을 알 지 못했다.
"탄소야"
"응...."
"평생 너랑 함께 하고 싶어"
"....."
"바다가 보고싶을 때 항상 너랑 같이 오고싶고, 일어날 때 항상 네 얼굴이 먼저 보였으면 좋겠어"
"....."
"그리고 우리도 신혼부부처럼"
"......"
"나도 너랑 같이 아이 손 잡고 길거리 걸어다니고 싶어"
"......"
"그렇게 너랑 평생 하고 싶어."
김태형은 볼에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줬다. 김태형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작은 상자를 바라보다 김태형에게 눈을 돌렸다. 김태형은 쑥쓰러운 지 뒷목을 긁적이며 '열어 봐'라고 말했다. 내가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심플한 디자인의 목걸이가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목걸이 한번, 김태형을 한번 바라봤다. 달빛에 비친 목걸이는 아름다웠다.
"...더 좋은 거 해주고 싶었는데"
"....."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
"아, 그, 그래도 민윤기랑 같이 엄청 고민하면서 골랐어!"
"....."
"...마, 마음에 들어?"
"...태형아"
"....."
"진짜 고마워"
"....."
"...나 이제 너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내 말에 김태형은 안아줬다. 없어질 걱정하지마. 김태형의 품에 안기니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 김태형은 바다같았다. 나를 품어줄 수 있는 그런 바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봄과 가을에도 따뜻한 온기로 나를 품어줄 수 있는 바다. 나는 어쩌면 그 바다로 인해 성장하고 이 차가운 세상에서 버티지 않았나 싶었다. 평생 함께 하고 싶었다. 김태형과. 김태형과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 매번 나를 품어주는 바다를, 이제는 내가 품어주고 싶었다. 항상 내게만 주고 비워져버린 김태형의 사랑을 내 사랑으로 대신 채워주고 싶었다. 그가 혼자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난, 김태형을.
당신 걸음마다 피어나는 안개꽃이
내 눈을 하이얗게 가립니다.
당신 생각에 이내 호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붙잡은 수련 줄기가
당신 손이었음 좋겠습니다
A few years later |
"....태형아"
"응?"
"여보...."
"왜요 여보"
"....."
"무슨 일 있어?"
"여보... 애기 태명은 뭐가 좋을까?"
"나는 태,"
"....."
"....여보"
"....태형아"
"......"
"나 임신했어"
"....."
"...우리 이제 엄마 아빠야"
"...탄소야"
"....."
"사랑해...와.."
"...나도"
"우리 진짜 엄마 아빠네..."
"....."
"내가 더 잘해줄게, 사랑해, 사랑해 탄소야"
|
- "이불 밖은 위험해! ;ㅅ;" 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작품을 바칩니다. -
* 작가의 말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네요 ㅠㅠㅠㅠ 이제 지민이, 윤기만 남았습니다 ㅠㅠㅠㅠ
처음에 그냥 문득 생각난 소재로 독방에서 조금씩 쓰다 이렇게 글잡으로 왔는데 정말 벅찬 사랑을 받아서 항상 감동입니다 ㅠㅠㅠㅠㅠ
그래서 항상 글을 쓸 때 웃으면서 썼던 거 같아요 ㅠㅠ 댓글 10개만 달려도 감동받았는데 ㅓ느덧 100개도 넘어가고 ㅠㅠ.. 정말 감사드립ㄴ다.
눈물이 날 거 같아요 ㅠㅠ 매번 긴 댓글과 사랑스러운 암호닉드릉ㄴ 주신 여러분 ㅠㅠ 너무 감사드려요! 마음같아서는 한 분 한 분 씩 다 뽀뽀해드리고 싶네요 ㅠㅠ
이불요정 태형이편 드디어 끝이네요 8ㅅ8...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조차 너무 부족하네요ㅠㅠ 사랑해요 ㅠㅠ
내 사랑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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