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아 오늘 나 조금 늦으니까 먼저 자고 있어 알겠지? 내 말에 김태형은 시무룩해지더니 내 목에 두른 목도리를 만지마 말했다. ...꼭 혼자 가야해? 나랑 같이 가면 안돼? 김태형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김태형은 짧은 한 숨을 내 뱉더니 알겠다며 내 어깨를 두어 번 토닥거렸다. 나는 김태형의 볼에 짧게 뽀뽀하곤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열며 김태형에게 인사하자 김태형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 자기 잘 다녀와!"
김태형의 환한 웃음을 끝으로 현관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은 만나는 거라 괜히 떨리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다. 설레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었다.
***
"탄소야! 완전 오랜만이야!"
"야 진짜 대박 얼마만이야!"
아직까지 연락을 이어가는 친구들과 함께 만나기로 한 카페에 기다리고 있다, 하나 둘씩 오는 친구들에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만나자마자 그동안 있었던 일, 교수 험담, 소캐팅, 미팅 이야기 등등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술집에 가서 서로 말 못할 이야기도 술술 꺼내놓았다.
"아, 김탄소 너 요즘 연애해?"
"...으응? 왜?"
"아니 너 카카오톡 프사 남친 아니야?"
"....나 프사 설정한 적 없는데?"
"뭐래 봐봐 한 번"
"어, 어"
내가 카카오톡을 들어가 내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탄식을 내 뱉었다. ....김태형 이 자식이.. 상태메세지는 더욱 가관이었다. '태형이 자기' 나는 헛웃음을 뱉으며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옆에 있던 친구가 내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야, 남친있으면 말을 했어야지! 친구의 말에 나는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야, 여기로 오게 하면 안돼?"
"어? 아 안돼..."
"아 왜에 잘생겼던데 한 번만 보게 해줘, 응?"
친구들의 말에 안된다며 고개를 저으니 고등학교 때부터 내게 날카롭게 말하는 친구가 입을 열었다. 야, 남친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너 설마 막 페북얼짱사진 프사로 해놨어? 친구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 내가 그럴 사람도 아니고, 여기 오면 곤란해질 거 같으니까 그렇지.
"야, 우리가 불편해? 곤란해?"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아 그럼 불러줘!"
시발 얘 불편하다니까. 목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키고 말했다. 그럼 나중에 데리러 와달라고 연락해볼게. 내 말에 친구들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목이 타는 느낌에 애꿎은 술만 마셔댔다. 점점 취기가 올라오는 느낌에 괜히 휴대폰을 만졌다. 김태형에게 온 연락은 없었고,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졌다. 괜히 김태형과 한 문자를 들여다보고, 카톡 채팅방을 들어가보기도 했다. 여전히 김태형에게서 온 연락은 보이지 않았다.
"저... 같이 합석하실래요?"
우리 테이블로 온 남자 한 명은 우리에게 합석을 요구했고 내가 거절하려고 입을 연 순간, 친구들은 좋다며 승낙했다. 나는 친구들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친구들은 이런 게 재미라며 꺄르르 웃어댔다. ...시발 저것들이 분명히 취했어.. 세 네명의 남자들은 우리 테이블에 합석했다. 나는 이런 상황이 불편해 그저 김태형과 한 카톡만 들여다 볼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네?"
"이름이 뭐에요?"
"......김탄손데요"
내 말에 내 옆에 앉은 한 남자는 싱긋 웃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예쁘시네요' 라고 말했다. 남자의 술냄새와 담배냄새가 약간 섞여 내 머리를 어지렵혔다. 내가 손을 치우며 인상을 찌푸리자 남자는 살짝 웃으며 내 술잔에 술을 따라줬다.
"드세요"
"...제가 왜요?"
"전 그쪽 마음에 드는데, 저 마음에 안 드세요?"
남자의 말에 저 남친있는데요 라고 말하며 김태형에게 '태형아 자?' 라고 문자를 보냈다. 남자는 은근히 내 어깨를 만지며 내게 말했다. 아... 저는 탄소씨 엄청 마음에 드는데.. 아쉽네요. 남자의 은근한 스킨쉽에 짜증이 난 나는 술잔에 있는 술을 입안에 털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자 친구들과 남자들 모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이만 갈게."
"야, 벌써 가? 조금 더 있다가자"
"아니 불편해서 그냥 집에 갈게"
내 말에 내 옆에 있던 남자도 일어나더니 '탄소씨 제가 데려다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는 남자의 말에 거절하며 테이블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가려고 발걸음을 떼었다.
"...어?"
내 눈이 잘 못된 건 아닌 지, 내 눈에 보이는 건 술집 안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태형아! 내가 김태형을 보고 소리치자 나를 발견한 김태형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내가 김태형의 손을 잡자마자 느껴지는 차가움에 김태형을 올려다 보자 김태형은 술에 취해 붉어진 내 볼을 만지며 웃었다.
"자기 얼굴이 빨개"
"태형아 너도 엄청 빨개.. 밖에 추운데.."
내 말에 김태형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어느새 내 옆으로 온 친구들은 나를 툭툭 치며 '남친?' 이라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은 김태형에게 인사했고 김태형은 똑같이 친구들에게 인사했다. 그러곤 김태형은 우리 테이블을 쳐다보더니 앉아이쓴 남자들을 발견하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탄소야, 남자랑 있었어?"
"어? 아니... 그게"
김태형은 내 팔을 끌어당겨 저의 쪽으로 오게 하며 입을 열었다. 시간이 많이 늦은 거 같네요. 탄소 좀 데리고 갈게요. 그 말을 끝으로 김태형은 내 손을 잡고 술집 밖으로 나왔다. 술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가운 바람에 술기운이 조금 깨는 느낌이 들었다. 김태형은 풀린 내 눈을 보며 말했다.
"눈이 풀렸어"
"....응 좀 마셨어"
내가 김태형의 허리을 안으니 김태형도 나를 안았다. 따뜻한 김태형의 품에 눈이 감겼다. 나느 김태형의 품에서 빠져나와 김태형의 손일 잡고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김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잡고 걸었고 나는 한팔로 김태형의 허리를 감쌌다. 김태형은 묵묵히 걷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남자들이랑 있었지?"
"...내가 하기싫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같이 앉자고 했어"
내 말에 김태형은 한 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걱정되잖아. 진짜. 미안해에... 내가 말꼬리를 늘리며 사과하자 김태형은 걸음을 멈추더니 내 어깨를 잡으며 내 눈높이를 맞췄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자 조금 더 가까워진 김태형의 얼굴이 보였다.
"걱정돼서 진짜 죽겠다. 누가 채갈까봐 조마조마하고."
"....."
"오늘 또 밤길 위험할까봐 나왔는데"
"....."
"무슨 상황이었어, 응?"
"...미안해에..."
"너한테 사과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김태형은 나를 포옥 안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볼 때는 어쩔 지 몰라도 내 눈에는 네가 제일 예뻐. 그래서 매일 걱정돼. 누구한테 뺐길까봐. 내 코는 김태형의 향기로운 냄새가 간지럽혔고, 내 귀는 김태형의 낮은 목소리가 맴돌았다. 김태형은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다 해줄게"
"....."
"친구든, 오빠든, 동생이든, 남친이든, 남편이든."
"....."
"그러니까 불안하게 좀 하지마"
"....."
"내가 다 해줄테니까"
항상 김태형을 보면서 생각했다. 김태형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를 아꼈고 사랑했다. 조금 기분이 안 좋아도 자신이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걱정해주며, 내가 조금 기분이 좋아도 자신이 더 기뻐했다. 그만큼 그는 날 사랑하며 아껴줬다. 나는 그런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저 김태형의 사랑만 받다 넘쳐 흐르는 그런 기분. 김태형의 사랑은 항상 벅찼다. 하지만 그 벅참이 내겐 삶의 이유였고 행복의 근원이었다.
술기운때문인지 그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왈칵 터질 것만 같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 작가의 말 *
우엉... 조금 늦었ㅈㅕ..? 차기작 준비랑 윤기, 지민이 번외 구상한다고 휴휴... 요즘 글이 너무 안 써지네여ㅠㅠㅠㅠㅠㅠ
슬퍼요 ㅡㅎ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여러분 사랑 먹고 힘낼게여 뀨규... 이제 완결까지 한편! 남았습니당.... 이런 눙무리... 8ㅅ8...
지민이 번외도 한편 많으면 두편 정도.. 윤기편외도 한편 남았네요 ㅠㅠ 총 세편정도 ㅠㅠㅠㅠㅠ 슬퍼요 ㅠㅠ 아끼는 작품인데 벌써 끝이 다가온다니 ㅠㅠ 휴ㅠ
번외까지 완결되면 바로 텍파 작성해야쥬... 쥬륵쥬륵 그럼 20000 총총...
내 사랑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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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국배우들이 진짜 수준이 높긴 한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