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주무시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글을 쓰는 이 모순.
그렇지만... 그렇지만... 지금 떠오른 걸 쓰지 않으면 또 까먹는 걸 어찌하란 말이요...!
전 이제 자러 갑니다. 혹여... 이 신알신을 실시간으로 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예... 얼른 주무시길 바라요.
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그러면 남준이는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집 주소를 알려주고,
윤기는 그 주소를 외우려고 중얼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남준이에게 확인을 받았으면.
외우는 게 편하겠지만 그 전에는 그냥 이걸 보라며
남준이가 결국 집주소를 포스트잇에 써서 윤기가 제일 시간을 보내는 노트북이 있는 책상에 붙여놨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소를 알려주고 며칠 뒤에
남준이가 우편함에서 낯선 편지봉투를 발견했으면.
형. 편지 왔어요.
어째서인지 옅은 하늘색의 편지봉투가 제 토끼에게 왔다는 것이 이질적이라,
그리고 도대체 누가 윤기를 알고 자신의 집주소로 편지를 보낸걸까
고민하다가
태형이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아, 그 늑대... 그 사람이 보낸건가.
혼자 중얼거리면서 신발을 벗는 사이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남준이가 들고 있던 하늘색 봉투는 금방 윤기의 손으로 옮겨갔으면 좋겠다.
초콜릿도 없는데 빠른 몸놀림을 보이는 윤기에 남준이가 잠시 어리둥절했으면.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데 자신에게는 짧은 인사만을 건네고
거실에 앉아 바스락바스락 편지봉투를 조심히 뜯는 윤기가 보고 싶다.
윤기는 봉투를 열어 그 안의 서너장 들어있는 편지지를 꺼냈으면.
남준이가 겉옷도 벗지 않고 제 옆에 앉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조금 큼직하지만 거침없는 글씨가 새겨진 종이들을 한참을 바라보며 천천히 편지를 읽었으면 좋겠다.
왜 자꾸 봐.
아니, 뭐. 궁금하잖아요.
내 편지야. 넌 저리 가서 씻기나 해. 그리고 저녁도. 나 배고파.
와, 하여튼 내가 토끼랑 사는건지, 아니면 부려먹는 계모랑 사는건지 모르겠네.
...
투덜거리던 남준이는 또 그 사이 편지에 집중했는지 아무 말도 없는 윤기를 힐끗 바라보다
입을 꾹 다물었으면 좋겠다.
그대로 일어나 평소보다 좀 더 시끄럽게 외투를 벗어 걸어둬도,
쿵쿵거리며 화장실로 향해도
눈길 하나 안 주는 윤기의 태도에 살짝 마음이 꽁해졌으면 좋겠다.
저 편지가 그리 좋은가.
설마 얼마 전에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던 것도 저 편지 때문인가.
그냥 알려주러 가는거면 이야기 다 하고 오지 굳이 편지를 써야하나.
별의 별 생각을 씻는 동안 남준이가 머릿속으로 떠올렸다가, 가라앉히기를 반복했으면 좋겠다.
제 감정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전에
그대로 휩쓸려 씻고 나와서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아직도 편지지를 붙들고 있는 윤기를 힐끔 바라봤으면 좋겠다.
한 장을 몇 번이나 곱씹어 읽는건지 이제야 마지막 장을 다 읽은 윤기가
천천히 봉투를 들고 그 안에 조심히 편지지를 접어 넣었으면.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저녁 준비가 다 된 것을 보고 멋쩍은 듯 제 귀를 한 번 쓸어내리고
냉장고에서 양배추와 당근을 꺼내와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남준이의 맞은 편에 앉았으면 좋겠다.
편지 다 읽었어요? 누구한테 온 거예요?
너한테 말해도... 아, 예전에 만났으려나.
그... 늑대. 김태형, 씨.
어. 맞아. 맞아. 태형이한테 온거야.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려 세모난 눈까지 접으며 입동굴을 보였으면 좋겠다.
해맑은 윤기의 웃음과는 반대로 남준이의 입꼬리를 살짝 내려갔으면.
아작아작 당근을 먹으면서 편지의 내용이 다시 생각났는지
부드러운 웃음을 보이는 윤기를 보면서 남준이는 다시 속에 들끓는 감정을 겨우 억눌렀으면 좋겠다.
토끼야,
내가 없는 네 세상에서
그렇게 웃는 게
나는 지금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그 뒤로 묘한 정적이 둘을 감쌌으면 좋겠다.
윤기가 살짝 남준이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어색한 저녁식사가 짧게 끝이 나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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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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