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가 들어가서 그런지 나는 변백현 손잡고 바로 잠들었어. 변백 입장에선 어이없었을듯..지가 먼저 손잡아놓고 픽 잠들어버렸으니까. 그러고 딱 일어났는데 잠들었던 자세 그대로 자고 있는거야. 그래서 변백현도 같이 잠들었나보다, 하고 위를 쳐다봤더니 변백현이 빨개진 눈으로 깼어? 이러는거야. "어응.." "열 다 내렸는데, 괜찮아?" "어. 근데 너 안잤어?" "나 너 쇼크먹은 줄 알고 쇼했잖아." 난 그냥 잠든 건데 변백현은 내가 열때문에 기절한줄 알고 맥 짚어보고 난리를 쳤다는거야. 그렇게 한바탕 놀라고 나니까 다시 잠을 못자겠더래. 그래서 꼴딱 밤을 샌거야. 내가 변백 불렀을때가 새벽 세시쯤이었으니까 거의 5시간을 저러고 있었다는거 아니야, 괜히 미안해져서 손만 꿈틀꿈틀거렸어. 변백현이 밥먹고 약 먹자면서 이불 속에서 빠져나가는데 뒷모습이 완전 피곤에 쩔어보였어. 그래서 밥은 내가한다고 난리치다가 결국 패배하고 변백이 해주는 밥 먹고 병원가서 억지로 약먹고 일했지 뭐, 우리는 병원 노동자였으니까. ㅡ 이건 조금 된 일인데, 변백현이랑 나랑 둘다 외과니까 마주칠 때가 되게 많아. 병원은 큰데 그게 부서를 나눠놓으면 되게 자잘하게 나눠져서 엄청 부닥치거든. 회진돌 때도 같이 돌 때 되게 많고, 그래서 변백현 혼나는것도 구경 되게 많이해. 신경 안쓰는척 구경하다가 나중에 톡으로 놀리고 막 그러거든. 당근 변백현도 나 혼나는거 되게 좋아해, 내가 혼날 때 쭈구리처럼 쭈굴쭈굴해진대. 무튼 내가 수술실 맡고 있을 때가 있었단 말이야. 근데 의사는 외과, 이비인후과, 이런 식으로 나뉘어져있는데 간호사는 수술실전담, 마취전담, 회복실 전담 이런 식으로 나뉘어져 있어. 내가 수술실 경험이 전혀 없어서 외과 있다가 수술실로 배치받았거든. 근데 외과병동에 있을 땐 변백현도 자주보고 병동 간호사들이랑 친해서 일 힘들어도 재미있었는데 수술실은 아닌거야. 거기가 되게 모든게 조심스러운 곳이라 대화도 적고. 또 수술 들어오는 의사 성향따라 다 맞춰줘야하고, 그래서 스트레스 쩔게 받고있었거든. 그 날은 정말 정말 쉬고 싶은 날이었는데 자리가 빵꾸가 나서 내가 연속으로 수술 2개를 들어갔어. 근데 진짜 수술 길게 하면 몇시간씩 하는데 2개 이어서 하려니까 다리도 아프고 죽을 것 같은거야. 수술실에서 일하면 앉을 곳이 별로 없거든. 그래도 어쩔수 없으니까 2번째 수술실 가서 소독처리 준비 해놓고 있는데 외과 교수님이 딱 들어오시는거야. 많이 봤으니까 알지, 개 싸이코란 말야. 변백현이 갈굼당하는 횟수 1위 등극한 사람일걸. 그래서 잔뜩 쫄아있는데 뒤로 변백현이 들어오는거야. 진짜 반가웠는데 티 낼 수도 없구 그냥 둘이 눈짓으로 인사했어. 변백현은 인턴이라서 그냥 참관하러 들어 온거니까 옆에 서서 보기만 하고 중간에 뭐 전달하거나, 이런거 간단히 거드는 것만 했거든. 근데 나는 항상 오른쪽에서 뭐 달라하면 뭐 주고 그래야하잖아. 진짜 쉴새 없이 움직이고 심박수랑 혈압같은거 계속 체크해야하니까 팔이랑 다리랑 부서질 것 같은거야ㅠㅠ 계속 기구같은거 들었다놨다 하니까 손목이 너무 아파서 다른 쪽 손으로 내 손목 계속 주물렀거든. 근데 변백현이 내 바로 옆에 뒷쪽에 있었어. 내가 계속 손목돌리니까 뒤에서 내 팔 잡더니 자기가 살살 주물러 주는거야. 배드때문에 반대쪽 인턴들한테는 가려져서 안보였을거야. 애가 손 힘이 세서 안마같은거 진짜 잘하거든. 시원해서 좋았는데 또 바로 뭐 시키고 시키고 해서 한 3분 주물러줬나. . 무튼 그래서 정신없이 움직이는데 심박수 체크 하러 잠깐 옆에 빠져있는 동안 교수님이 갑자기 석션 달래서 딱 드렸는데 드리고 나니까 내가 잘못 준겨..그래서 심장 쿵하고 죄송하다고 하려는 순간 교수님이 막 화내려는 몸짓..그거 알아? 막 눈 딱 쳐다보면서..근데 나랑 교수님 사이에 약간 뒤로빠져서 변백현이 서있었어. 근데 변백현이 교수님 얼굴 들자마자 나 옆으로 살짝 밀고 죄송하다고 그러는거야. 교수님은 당연 고개 숙이고 계셨으니까 누가 줬는지 모르지. 거기서 변백현이 죄송하다고 하니까 변백현이 잘못 준 줄 아신거야. 그래서 변백현 딱 째려보더니 이따 좀 보자고..그러는 거야ㅠㅠ 나는 옆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발만 동동 굴렀어.. 그리고 수술 끝나자마자 내가 변백현 잡고 뭐라 했거든. "야, 아까 왜 니가 죄송하다고 했어, 너 안그래도 저 교수님한테 많이 찍혔으면서 왜 미운털을 더 만들고 그래.." "저 교수 싸이코잖아, 걸리면 아작이야." "그거 아는 애가 그래?" "나는 하도 많이 갈궈대서 내성생겼잖냐, 너 걸리면 병원 관둔다고 할까봐 그랬다 왜." 저러고 교수님 쫓아서 가는 데 진짜 미안해서ㅠㅠ 둘 다 근무시간 안맞아서 거의 4일만에 보는 거였거든. 4일만에 그것도 잠깐 3시간 좀 안되게 봤는데 나때문에 까이게 생겼으니..퇴근해야하는데 맘이 너무 불편해서 옷도 안갈아입고 서성이고 있는데 교수님이 화내는 목소리가 나 있는 곳 까지 들리는거야. 저 교수 진짜 싸이코에다가 수술실에서는 예민함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인데 거기서 변백현이 딱 걸렸으니 어련하겠어.. 원래 서로 까이는거 보고 놀리던 애였는데 갑자기 내가 혼날거 지가 대신 나서서 혼나니까 미안함 곱하기 백이었지..그래서 퇴근 준비하면서 변백현한테 톡 날렸지. 걔도 옷 갈아입고 바로 퇴근이라길래 만나서 신나게 교수 까고 미안해서 내가 밥 샀어. 얘가 이때 부터 나 좋아해서 그런건지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좀 귀엽기도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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