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새벽에 그 난리치고 그랬더니 진짜 피곤한거야. 그래서 계속 눈 비비다가 변백현 깼나 싶어서 병실 가보니까 변백현은 자고있고 김민석이랑 김종대만 일어나서 수다떨고 있더라고. 김종대한테 변백현 아직 안일어났냐고하니까 아까 잠깐깨서 속쓰리다그러고 다시 잤대. 그렇게 속을 게워냈는데 속이 멀쩡한게 더 이상하지. 내가 변백현 침대에 걸터 앉으니까 김종대가 김민석 탁탁 치면서 내 소개 해 주는거야. "얘, 나랑 고등학교 동창." 이러면서 손가락으로 나 툭툭 침. 씨빨..내가 엄청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안녕? 했더니 김민석도 어색하게 안녕하고. "얘는 나랑 같이 근무하는애." "간호사?" "노노 의사." "의산데 무슨 같이 근무하는애라고 소개를하냐? " "의사는 무슨..얘도 돌팔이야, 맨날 깨짐. " 이러면서 그냥 잡담하고 있는데 변백현이 깼는지 뒤에서 뒤척거리는거야. 그래서 내가 깼어? 이러면서 앞머리 쓸어 넘겨주니까 눈 억지로 떠서 나 쳐다보고 씩 웃더니 목마르대서 물 떠다줬어. 어제 마취풀리고 금식하라그래서 밥도 못먹었는데 속도 다 토해내서 그런지 볼이 헬쓱해져있는거야. "좀 더 자." "몇신데?" "여덟시 반." "나 이따 열시에 출근해야해." "오늘?" "엉..쉬는 것도 눈치보여서."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너 실밥도 안풀었는데 일을 어떻게해? 내일 까지는 쉬어야 돼." "교수님 회진 돌 때마다 불편해서 그래, 그리고 이제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어제 수술했는데,진짜..." 나도 같이 병원에서 일하니까 변백현 입장도 이해가 가는거야. 병원은 인력이 절대 남아돌지 않거든. 그래서 한명이라도 부족하면 일손이 진짜 딸리는데 쟤가 교수님 보기 불편한 것도 나는 다 이해가 되니까 억지쓰면서 붙잡지도 못하겠고. 마음같아서는 한 일주일 입원시키고 싶은데, 그리고 원래 전신마취하면 기본 3일은 입원하는게 맞단말이야.. "그럼 밥이라도 먹고가, 어? 뭐 먹고싶은거 있어?" "준면이 형이랑 점심 같이먹기로 했어." "그건 점심이고," 나는 엄청 속타서 동동거리는데 변백현은 아직 속 안좋아서 아침은 먹기 싫다는거야.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변백현 출근하게 냅뒀어. 쟤 아직 수술한 곳에 붕대도 감고 있는데 그 상태로 보내려니 착잡하더라고. 당직실가서 옷 갈아입고 오더니 김종대한테 인사하고 바로 내려가는데 진심 잡고싶었어..ㅠㅠ 나도 일해야하니까 김종대한테 놀다가라하고 일하러 갔지. 하루에 한번씩 항생제 투여해야하는 환자들이 있거든? 변백현처럼 어디 절개하고 수술한 사람들은 염증생기면 큰일나니까. 근데 항생제가 주사로 들어가면 되게 뻐근하고 아프단 말야. 나도 수술했을때 맞아봐서 알거든. 그래서 특히 어린애들이 항생제맞을때 아플거 미리 알고 안맞는다고 떼쓰고 그러거든. 왜냐면 항생제는 약물이 노란색이라 애들도 아픈주사라고 알아버려...☆★그 변백현이랑 김민석 병동에 있던 꼬마 여자애 있잖아, 걔는 보호자가 아빠밖에 없어서 남자병실에 들어가있어. 근데 걔가 항상 주사 맞을때마다 한바탕 난리를 친단말이야.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지. "아이, 민서 주사 잘 맞으면 주려고 언니가 사탕가져왔는데! 민서 이거 먹을까?" 구슬러도 싫다고 울고불고..처음엔 아빠가 민서 딱 잡아서 내가 얼릉 놨는데, 얘가 수술을 한두번하는 애가 아니고 수시로 하는 애라서 항상 그렇게 주사를 놓을 수가 없는거야. 애들도 스트레스 받잖아, 그러면 회복속도도 더뎌지고. 그래서 사탕까지 동원해서 달래는데도 계속 우는거야. 저러다 탈진할것 같아서 결국 내가 안아들고 주사 안놓겠다고 약속했어.... 하는 수 없이 나중에 놔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나왔지. 시간 확인해보니까 점심시간이길래 점심먹으러 가려는데 오늘 뭔가 병원밥 너무 먹기 싫은거야. 그래서 아까 변백현이랑 준면오빠 같이 밥먹기로했다는거 생각나서 꼽사리 끼려고 변백현한테 전화했지. "어디야?" "어.? 나? 밥먹으러 왔는데.." "준면이오빠 만났어? 같이 먹자, 오늘 식단 거지같아." "아..준면이형, 못만났어." "왜? 바쁘대? 나 지금 내려간다?" "나, 그게," "그게 뭐?" "이지은이랑 같이 있어." 어쩐지 계속 더듬거린다 했더니, 이지은이랑 같이 있었던거야. 딱히 화낼만한 상황도 아니고 고작 밥먹는거 가지고 뭐라하려니 약간 이상하고. 근데 또 이지은이랑 둘이 밥먹고 있다는 생각하니까 기분이 엄청 안좋아지는거야. 그래서 그냥 전화 툭 끊었어. 변백현한테 계속 전화오는데 그냥 계속 씹었어. 한 5분 간격으로 진동 계속 울리는데 주머니에서 확인도 안했지. 기분 완전 다운되서 데스크 앉아가지고 손장난 치다가 휴대폰 또 울리길래 무심코 폰을 딱 들었는데 수쌤인거야. "어, 수쌤! ㅇㅇㅇ이예요." "너 전화 왜 안받아? 너 민서 오늘 항생제 투여했어, 안했어?" "민서요?..아, 민서 아까 너무 울어서 못 했.." "민서 어제 수술했는데 항생제를 안넣으면 어쩌자는거야?" 수쌤이 막 화내시길래 내가 전화하면서 민서있는 병실로 뛰어갔더니 쌤이 나보고 나가라고 손짓하는거야. 나 완전 울컥해가지고 전화끊고 폰 확인해보니까 수쌤한테도 전화 엄청 와있었어. 나는 변백현인줄 알고 다 안받았었잖아. 수쌤 나오셔가지고 나 거의 1시간 동안 혼났지. 수쌤한테 혼나는 것도 되게 간만이라 그런지 괜히 서럽고 그런거야. 그래서 쌤 앞에서 그냥 완전 펑펑 울었어. 괜히 변백현 더 미워지고. 그래서 눈 벌게져서 민서 항생제 놓으러 다시 감..쌤이 아까 염증생긴거 의사쌤이 드레싱 새로 하고 가셨다고 두시간 뒤에 항생제 다시 놓으랬거든. 아 완전 두려움에 가득 차서 갔지. 역시나 민서가 주사기 보자마자 울어제끼는거야. 근데 나도 지쳐서 달랠 힘도 없고 어째야 하나 하고 있는데 김종대랑 김민석이 와서 막 달랬어. 근데 김종대는 애를 달래는게 아니라 놀리고, 김민석은 애 다룰줄을 모르는것 같고. 그래서 걍 가라하고 내가 막 달랬지. "민서야, 이거 민서 원래 아야하던거랑 다른거야.." 애가 퍽이나 믿겠다. 진짜 되도않는 말 조용조용 내뱉으면서 힘 쭉쭉빼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변백현이 슥 나타난거야. 그러더니 민서 안아들고 자기 눈높이에 딱 맞추더니 어르고 달래더라. "민서, 선생님 알지?" "선샘님...?" "선생님도 어제 저거 아야, 할 줄 알고 안맞았어." "민서도 아야해서 안맞으꺼야.." "선생님 어제 저거 안맞아서 밤에 더 아야아야했잖아, 민서 봤지? 그래서 선생님 왕주사 3개나 맞았다?" "짐짜?.." "그러엄! 민서 주사 잘 맞으면 선생님이 민서 손에 곰돌이 그려주지." 변백현이 민서 손 잡고 반창고 위에다 곰돌이 그려주면서 나한테 눈짓히길래 얼른 주사 놓고 나왔지. 힘들어서 화장실가서 세수하고 나왔는데 변백현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거야. 이지은때문에 그러는것 같은데 어차피 난 화낼 생각도 없었거든.변백현이 내 얼굴 쳐다보더니 울었냐면서 손가락으로 눈가를 만지는거야.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손 탁쳤어. 그니까 두손으로 내 어깨 짚더니 눈 마주치고 말하더라고. "울었어?" "아니." "눈 빨간데?" "피곤해서 그래." 변백현이 내 팔목 잡았는데 내가 그냥 툭 치고 갔거든 그러니까 다시 뒤에서 팔 잡고 머뭇거리는거야. "아니, 그게. 이지은이랑 원래 밥먹기로 한게아니라.." "나 화 안났어, 가서 일해." "근데 왜 이러는데.." "피곤해서 그래, 아까 민서랑 실랑이 하는거 봤잖아." "이지은은 진짜, 그게 준면이 형이.." "변백현," "어?" "이지은 상관없어. 내가 신경쓸 일 아니잖아, 안그래도 신경쓸 일 충분히 많아." 내가 딱 저랬는데 변백현이 표정이 딱 굳는거야. 나는 그냥 너무 피곤하고 울어서 얼굴에 열도 나고 얼른 앉고 싶은데 변백현이 자꾸 잡으니까 짜증이 났어. 근데 그게 얼굴에 다 보였던 모양이야. "니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안 그래도 많다고 했잖," "그럼 누가 신경써야하는데?" 표정 딱 굳히고 저렇게 말하고 나 지나쳐서 먼저 걸어가버렸어. 나 완전 벙져서 변백현 뒷모습 쳐다보는데 걷다가 수술한 곳 아픈지 계속 손으로 짚는거야. 가서 봐줄까 하다가 알아서 하겠지, 지도 의산데. 싶어서 그냥 냅두고 데스크로 갔지. 그때까지도 쟤가 왜 저러고 가버렸는지 몰랐어.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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