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출근하는데 김종대한테 전화가 온거야. 원래 얘랑 나랑 연락 진짜 안하거든?서로 바빠서. 아, 김종대는 고등학교때 변백현이랑 나랑 또 다른 여자애 한명해서 되게 친했던 애야. 얘도 간호학과 갔는데..왜 가게됐냐면, 애가 공부를 진짜 잘했어. 근데 하고싶은 것도 가고싶은 대학도 없다는거야. 그 때 한창 수시쓸때였는데 나 담임쌤이랑 상담하고 있을때 김종대가 뒤에서 훔쳐보더니 지도 나랑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쓰겠대. 그래서 같이 붙음. 나는 성적 좀 모자라서 예비로 붙고 쟤는 수석 장학금타고 들어갔어 시브럴. 그렇게 김종대는 과탑을 달리며 서울대병원에 들어갔지..병원도 나 쫓아오겠다고 난리쳤는데 서울대붙고 나 지금 있는 곳은 면접에서 떨어짐ㅋㅋㅋ이유는 불가사의야. 아무도 몰라. 무튼 김종대가 전화로 엄청 급하게 얘기를 해. "야야야, 너네 병동에 김민석있지?" "몰라, 차트 봐야 알지." "아, 그 왜 있잖아! 얼굴 허얘가지고 마른애!" "병원에서 제일 흔한게 허얘가지고 마른 사람이다, 이자식아." "아! 걔 내친군데!" "니 친구 이 병원에 한두번 왔냐? 내 친구도 니네 병원에 입원해있음." "이뻐?..아, 이게 아니라. 무튼 걔가 어제 니가 지 살려줬다던데." "살리는 건 변백현이 하는거고." "그 돌팔이새끼 잘 지내냐? 아, 이게아니라. 어제 걔 쓰러진애! 기억 안나? 아 붕어대갈아!" "쓰러진애? 어.., 어! 알아. 토 빼내느라 고생했다." "어 맞아, 걔. 걔가 니 이름도 알더라?" 어제 그 사람때문에 스펙타클한 하루를 보냈단다. 종대야..말하면서 계속 딴 얘기로 새고 아, 이게 아니라 이 말만 몇번 되풀이하는 김종대의 전화는 언제 받아도 정신사나워. 무튼 결론은 어제 쓰러진 그 사람이 김종대 친구라는거야. 김종대 친구들 우리 병원 왔던거 한두번이 아닌데 유독 난리를 쳐. 지랑 엄청나게 친한 친구라고, 이따 병문안 갈테니까 얼굴 좀 보자는게 전화의 목적이었지. 전화하다 늦어서 얼른 준비하고 출근했는데 나 손 다쳐서 앉아서 있기만 했잖아. 근데 오늘 간호사 한명이 몸이 너무 안좋다고 안온거야. 근데 진짜 간호사실은 한명 빵꾸나는 순간 테러당하거든, 거기다가 나는 손다쳐서 앉아있고. 나도 막 앉아서 애들 바쁘게 돌아다니는거 보고있으려니 미안하고 가시방석인거야. 그래서 내가 좀 거든다고 했거든. 엄지랑 검지 사이가 찢어진거라 어느정도 손 쓸수는 있어서 같이 거들었지. 왜 하필 이런 날 퇴원수속 밟는 환자가 많은지 ㅠㅠ 퇴원하려면 간수치랑 이것저것 확인해야해서 채혈을 3통을 해야해. 그게 정상이 나와야 퇴원하는 거거든. 근데 그게 공복상태에서 채혈을 해야하는거라 대부분 새벽에 끝내거든? 근데 난 오늘 근무가 데이였고, 새벽에 간호병력 미친듯이 부족했고..게다가 나는 채혈을 엄청잘하는게 아냐..환자가 아파하는게 보여...하..그래서 새벽부터 변백현 불렀지, 걔 당직실에서 잔댔거든. "잠깐 병동 올라와봐, 빨리 빨리." "..아,왜. 나 오늘 오후근무.." 진짜 목소리 꽉 잠겨있는데 미안했어. 근데 뭐 오후근무니까 좀 더 잘수 있잖..ㅠ..무튼 변백현 여느때와 같이 머리에 까치집집고 가운 엉망으로 입고 올라온거야. 눈은 팅팅 부어서 졸음이 가득차있고. "왜 불렀는데." "나 채혈 연습 한번만 하자, 어?" "아...싫어." "나 오늘 채혈 엄청 해야돼, 아 혼나기 싫단말이야.." "니 친구 시키면 되잖아, 걔 잘한다며. 나 어제도 뽑혔어.." "한번만, 어? 제발 한번만..백현아.." 저러면 넘어옴ㅋ 무튼 그렇게 변백현은 팔 걷어올리고 피 뽑혔지. 남자들이 핏줄이 딱딱 도드라져서 진짜 채혈하고 싶은 팔이거든. 근데 내가 채혈을 하도 못하니까 지도 아플거라는 걸 알어. 그래서 애가 은근 긴장한단 말이야. 내가 끈으로 팔 묶고 알콜솜으로 문지르면 긴장해서 팔에 힘 쫙들어가는데 그게 또 재밌어서 계속 문지르고.. "ㅇㅇㅇ, 진짜 막손이다. 막손. 안 짤리는게 신기함." "어? 왜? 오늘 되게 잘 뽑혔는데." "새벽부터 니 남자친구 피 뽑아대고 싶냐?" "..어? 아, 뭐래." 갑자기 남자친구라니까 뭔가 민망해서 내가 주먹으로 변백현 배 쳐버렸어. 진짜 순간적으로 나간거라 나도 당황하고..변백현은 나보고 못되쳐먹었다고, 피뽑고 폭력 행사한다고 미친듯이 욕했어. 여덟시 되자마자 퇴원할 환자들 채혈하러가는데 변백현이 같이 가 준다는거야. 나 못믿는다고. 그래서 나야 좋지, 하고 같이 감. 차트보면서 어디먼저 갈지 정하는데, 원래 젊은 남자가 1순위거든. 어린애들이나 노인분들은 일찍 깨우는게 좀 그러니까. 그래서 찾는데 아까 김종대가 말한 김민석이라는 사람도 채혈환자에 있는거야. 퇴원하나 싶어서 봤더니 퇴원하는건 아냐. 아까 김종대도 병문안 온댔으니까. "야, 이사람 김종대 친구." "김종대친구? 니가 어떻게 알어, 어, 이사람 어제 응급실. 야, 그 쓰러졌던 사람. 맞지?" "어, 나 안다고 그랬음." 잡담하면서 병실 들어갔지. 6인실인데 옆침대 할부지 어제 퇴원하셔서 꼬마애 한명이랑 둘이 쓰고있는 병실이야. 가서 깨우려고 커텐쳤더니 이미 일어나있더라고. "오늘 채혈하시는거 알고 계셨죠? 채혈 좀 할게요." "아, 간호사쌤 , 어제 감사했어요. 맞죠? 엘레베이터. " "기억하시네요, 괜찮으세요?" "네, 수술한 곳이 갑자기 놀래서 그랬나봐요. 김종대 친구 맞으시죠?" 완전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데 진짜 얼굴이 완전 애기애기 한거야. 피뽑는 내내 나한테 말거는데 중간에 아픈지 인상 찡그림..이렇게 김간 자신감 급 하락. 오늘 채혈의 스타트였는데. 무튼 계속 김종대얘기 하는데 갑자기 변백현이 말을 뚝 끊는거야. "야, 바쁘다면서. 안가냐?" "..어? 어. 가야지. 종대친구래, 인사해 너도." "안녕? 수술하고 음식물섭취 하지말라고 그랬을텐데 음식 먹고 달리기까지 하신 환자분. " "야, 너 왜그.." "오늘은 포도당 맞으시면서 침대에 얌전히 누워 계세요. 배도 안고플텐데 왜 떡를 먹어, 종대친구. 니 덕분에 어제 주치의쌤한테 한시간동안 까였어요. " 변백현이 잔뜩 삐딱하게 내뱉는 말에 김종대친구가 완전 개구지게 웃는거야. "의사선생님도 종대 친군가봐요?" "아뇨, 김종대를 친구로 둔 적 없습니다." "이야, 역시 김종대친구 답다." 이러고 또 혼자 웃기다고 웃음.. 근데 변백현이 개정색하고 있길래 민망해서 내가 얼른 인사하고 빠져나왔거든. 그리고 왜 그러냐고 다그쳤지 막. "야 넌 김종대 친구라는데 삐딱하게 왜그래?" "너는 무슨 피 뽑는데 팔을 그렇게 만지작거려? 원래그래?" "뭐?" "너 아까 내 피 뽑을때는 무식하게 하더니.." "야, 완전 정성들여서 한거거든?" "쟤는 채혈하고 팔도 문질러줬잖아." "야.." "나는 그냥 밴드붙여주고 끝이었잖아." "진짜 왜이러냐.." "나도 엄청 아팠는데." 와 진짜 변백현이 입 삐죽이면서 저러는데 귀여워죽겠는거야. 눈 부운거는 여전하고 까치집도 그대로 지은채로 저러니까 무슨 땡깡부리는 애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아이, 우리백현이 아팠어?~이러면서 엉덩이 톡톡 두드리니까 기겁하면서 지 엉덩이 보호하더라. 그리고 삐져서 당직실 가버림. 이따 풀어주러 가야지.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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