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게님, 에스켈라님, 소금소금님, 옹키님, 엘리님, 소유물님, 짤랑이님, 홍초녀님
덕분에 글 써요, 사랑해요
1. 러시안 룰렛
기성용, 25
"오빠아, 아잉, 한 번만 해, 응? 오빠 혼자 못 있잖아."
슬슬 짜증이 나고 있었다. 구자철의 염장은 끝났지만, 이제 지성이 형이 문제였다. 꼭 누굴 만나는 것 같단 말이지.
카톡 대화명이 '감정' 뭐 이런 건데, 틀림 없다. 지성이 형은 태생이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다. 뻔-하지.
그래서 눈에 보이는 여자 아무나 번호를 눌러 바에 나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리 달라붙고 저리 달라붙고.
애석하게도 전혀 흥분은 되지 않는다. 이 여자도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 또 외로움은 극대화된다. 괜히 불렀나?
"그만해. 짜증나."
"에이…, 오빠도 참. 나 잠시만 화장실 갔다올게, 오빠 그 사이에 가면 나 진짜…."
"아, 그냥 갔다 와."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듣기 싫어 빨리 보냈다. 요즘 왜 이렇게 외롭지.
오늘도 술이나 진탕 마시고 술 기운에 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선 외로워서 잠도 못 자니까. 눈물나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잔을 비우고, 또 비우고.
"술 그렇게 마시면 몸 상해요. 여자친구가 말썽인가 봐?"
술을 한 잔 더 마시려는데 갑자기 누가 탁-하고 술잔을 채가서 봤더니 여자다. 헉 소리 나게 매력 있는 여자.
뭘 하려나, 계속 쳐다보니 실실 웃는데 무언가 야시시한 것이 본능을 깨운다. 왜 야하지?
술잔에 든 술을 입가에 가져대더니 꼴깍꼴깍 원샷을 해버린다.
"맛있네요."
"……."
"여자친구가 말썽일 때, 뭐가 제일 효과적인 줄 알아요?"
또 눈웃음을 짓더니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화장품 냄새도 아니고, 향수 냄새도 아닌데, 무언가 선명한 그녀만의 향기가 훅 끼친다.
그녀가 귓속에 작게 바람을 부는데, 으스스 소름이 돋는 것이다. 왜 이렇게 야한지.
"바람."
2. 꼬맹아
이용대, 25
아는 동생의 부탁으로 소개팅에 나왔다. 아, 소개팅은 하기 싫은데.
아는 동생이 붙잡고 울며 불며 부탁을 하는데 안 들어줄 수가 없었다. 뭐, 내가 싫게 행동할 수 밖에.
이용대가 왔다며 난리가 난 종업원을 진정시키고 룸카페에 들어와 조용히 기다리는데 서비스가 몇 번을 들어왔는지.
벌써 테이블에 음식이 꽉 찼다. 얜 왜 이렇게 안 와, 하고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어떤 애기가 들어온다.
"진짜 이용대 맞아요? 이용대…. 우와. 이용대가 이렇게 생겼구나."
"……."
이럴 수가. 지금 나한테 이렇게 어린 애기를 소개…. 머리가 지끈거린다. 놀라서 말도 못하고 있으니 씨익 웃는데, 완전 애기잖아.
"얼굴 만져봐도 돼요?"
"ㄴ…네."
네, 라는 소리를 하자마자 작은 손으로 볼을 쓰다듬는다. 또 쓰다듬었다고 실실 웃는 게 귀엽지만 애기는 사절이라.
말도 안 하고 계속 있으니 애기가 살짝 째려보면서 용대씨…, 하고 부른다.
"애프터 신청 안 하면 미영이언니 또 못 살게 굴 거예요."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다.
3. 러브 온 파이어
구자철, 25
그녀와 헤어지고 두 달이 됐나? 그 쯤 된 것 같다. 그녀에게 연락이 끊긴 지는 한, 한 달 됐나?
그녀가 술을 진탕 먹고 전화하고, 그녀가 폐인처럼 산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에게 미련이 남았지만
사랑은 불 같은 것이고, 헤어진 여자는 이미 불씨가 꺼져 살릴 수 없다는 나름의 철칙이 있으니 잡지 않았다.
그렇게 근 60일을 버텨왔다. 이 쯤이면 클럽을 갈 때도 됐지. 지금까지 클럽에 가지 않은 것은 그녀에 대한 예의였으니까.
오랜만이었다. 여기저기 널린 술과 담배. 여자들. 그녀와 만나기 전까지는 천국이라고 생각했었다. 불 같은 곳.
지금은… 지금도 천국이라고 쳐 두지, 뭐.
한참을 놀다 보니 옆에 기성용과 김주영이 없었다. 이 새끼들은 어디 간 거야, 날 두고.
몸이 달아 올라 있는 상태라 술이라도 먹어서 좀 식히자, 하는 마음으로 바에 앉았다.
오, 뒷태 봐라.
바에 앉아 칵테일 '섹스 온 더 비치'를 한 모금 마시며 클럽을 둘러 보고 있는데 레이더망에 걸린 뒷태.
미니 드레스에 긴 웨이브. 예쁘다.
조금 더 마시고 지켜보자, 하고 또 한 번 칵테일을 마셨는데,
하마터면 뿜을 뻔 했다. 왜 니가 여기 있어.
나를 보고 또각또각- 걸어오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져있다. 좋은 쪽으로. 너 왜 이렇게….
"오랜만이네."
"응, 오랜만이네, 오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클럽의 모든 소리가 정지된 듯 정적 속에 그녀와 나만 있는 듯. 왜 저렇게 예뻐진 거야.
가슴골이 파인 미니드레스에 스모키 화장까지. 많이 컸다, ㅇㅇㅇ. 클럽의 온 남자들이 다 너만 봐.
"잘 지내나봐?"
"응. 나야 뭐."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살짝 웃으며 대답을 하는데 시발, 존나게 섹시하다.
4.쿨워터
박태환, 24
연재에게 부탁하고 부탁해서 얻은 소중한 소개팅. 연재가 눈물 나게 고마웠다. 부탁에 흔쾌히 들어준 게 얼마나 예쁘던지.
「연재야 고맙다ㅜㅜ 오빠 맘 알지?」
「잘안되면오빠죽일거니까알아서해!ㅋㅋ」-손연재
뭔가 떨리는 게, 기분이 간질거린다. 모태솔로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연아가 착해서 여자를 못 만난다고 했으니,
이번엔 여자들이 죽고 못 산다는 나쁜 남자로 가볼까? 아니. 아니다. 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지.
연애 못 해본 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한심해져 기분 좋게 홀드 키를 누르고는 그녀를 기다렸다.
"죄송해요, 많이 늦었죠."
우와…. 스타일 괜찮네. 씨익 웃는데, 그 순간 연재한테 일억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역시 손연재.
아니예요-, 하고 웃으며 대답하니 다시 한 번 웃어준다. 아, 왜 이렇게 설레지. 여자 친구들 말고 진지하게 여자를 만나서 그런가?
"밥은 드셨어요? 제가 늦었으니까 밥 쏠게요."
"ㅇ…에? 그래도 데이트 처음인데, 제가 쏴야ㅈ…."
"아니요, 제가 쏠게요. 저 20분이나 늦었잖아요."
착하기까지 착하다. 아이씨, 설레.
5. 러브 온 배틀
김주영, 25
으으. 클럽 공기. 며칠 연습만 죽어라 한다고 못 갔더니, 들어오자 마자 훅 끼치는 클럽 공기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다.
구자철 이 새끼는 또 그 여자랑 있나? 해피 바이러스. 구자철은 툭하면 트위터에 해피 바이러스, 라고 올리곤 했다.
나 연애한다-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여자가 악플 받고 상처 받으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몰라.
여하튼 구자철이 연애하고 나서는 축구선수 친구들 사이에서 그 새끼 별명이 해피 바이러스로 바뀌었다.
뭐, 부럽긴 하다. 인정은 하는데 존심이 상할 뿐.
"헐, 야. 쟤네 죽인다. 나 쟤네하고 좀 진득하게 놀래."
"너 가면 절교다. 가면 절교라고 했어."
"응, 절교하자."
이런 절교할 새끼. 지금 우정보다 여자가 중요하냐? 살기 띈 표정으로 기성용을 쳐다보니
기성용만의 눈웃음-여자들은 죽고 못 살지만 우리들은 역겹다고 하는-을 짓고는 메롱-하며 그 곳으로 가버린다.
저런 나쁜 새끼. 여자들한테 버림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지. 에라이, 나쁜 새끼.
춤을 열정적으로 추다가 오늘은 건질 여자가 없구만, 하고 바로 향했다.
바에는 꽤나 사람이 적었다. 하긴, 지금쯤이면 다들 춤 출 때지. 바텐더에게 칵테일 아무거나 주세요, 하고 주문하자 금방 손을 놀리더니 칵테일을 내온다.
스팅거라는 칵테일인데, 씁쓸한 맛이 특징이라며 내온 칵테일은 먹을 만 했다.
칵테일을 홀짝이며 바를 쓰윽 둘러봤는데 누군가와 딱 마주쳤다.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여자.
발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말도 안 되게 도도해서 허,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이 없는 웃음은 아니고, 감탄도 아니고, 뭐랄까. 스파크가 터지는 느낌에서 오는 웃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 여자를 보았을 때 스파크가 터지는 기분이었다.
시발, 왜 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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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글은 왜 이렇게 잘 써지지?ㅠ.ㅠ 관계같이 무거운 글이 아니라서 그런가?
다음 시즌에 원하는 분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