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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흰둥이입니다^^
오늘 저녁에 일이 생겨 잠시 나갈것 같아서...
아홉번째 이야기 얼른 정리해서 올리고 가렵니다~
저 이쁘죠? 힛-
이번편도 전개가 빠릅니다.
두 남자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나오기때문에..
천천히..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애타게 이야기를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인사는 짧게!
이야기는 길~게!
시작합니다...
"아이고....아이고......."
서늘한 가을 밤... 가슴 시리는 곡 소리에 새들 마저 울음을 삼킨다.
끊임 없이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리다가 자꾸만 힘이 풀리는 다리 때문에 그가 어두운 한쪽 구석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
삼삼오오 모여 어르신에 대한 추억을 곱씹으며 술 한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대문 안에 들어서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자네가 쑨양인가."
처음 뵙는 어른이었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그가 누군지 쑨양은 알 것 같았다.
오래 전 자신을 바라보는 따스하고 다정한 눈빛이 지금 눈앞에 서있는 남자에게도 느껴진 탓이다.
선한 눈매에 가득 담긴 슬픔.
쑨양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고는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자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이제야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되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쑨양의 어깨를 두드리며 엷은 미소를 지은 남자는 그를 지나쳐 어르신이 모셔진 방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다시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자네가 지낼 만한 곳을 찾고 있네. 정해지면 다시 연락을 주겠네."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란듯 커다래진 눈으로 남자만 바라보는 쑨양을 향해 그가 살며시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살아 생전 아버님이 꼭 부탁 하신 일일세. 기쁘게 받아주어야 가시는 길이 편안하실걸세."
대답 대신 고개만 숙여보이는 쑨양의 팔뚝을 살짝 두드리고는 남자는 방으로 향했다.
그가 사라진 뒤 쑨양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대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로등 밑에 선 그는 인기척 하나 없는 어두운 길을 바라보다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 생전 태환을 꼭 보고 싶어하셨던 어르신의 마지막 가는 길에 그가 오기를 바랬다.
내심..그가 그립고 보고 싶었던 쑨양의 마음이기도 했다.
전봇대에 기대어 주르륵- 바닥으로 내려 앉은 그는... 옛날 소년과 함께 올려다보던 까만 밤하늘로 시선을 두었다.
수많은 별도...스산한 가을 바람도 그대로 인데.
훌쩍 커버린 아이와... 그 곁에 소년이 없다는 것이 다를뿐이다.
상을 치르고 며칠이 지난 후,
집 살림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났다.
모두 떠나고 난 커다란 집에 혼자 남은 쑨양은 어젯 밤 태환의 아버지에게서 연락을 받고 자신의 짐을 꾸렸다.
인기척 하나 없는 조용하고 어두운 대청마루에 앉아 작은 전깃불 하나에 의지해 집 안 곳곳을 훑어보는 그의 쓸쓸한 시선.
어릴적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이 집이 그리워질것을 알기에...그 감촉이라도 더 느끼려 차가워 손이 시려오는
대청마루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이곳에 있어야 그가 돌아올 수 있을텐데..자신이 떠나고 나면 그가 나를 찾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태환의 아버지가 왔던 그날 밤.
몇번이고 그의 연락처를 물을까 고민하던 쑨양은 혹시나 그의 아버지가 달가워하지 않을까봐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참을 마루 바닥을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는 다 떨어지고 몇개 남지 않은 감나무 밑으로 걸음을 옮겼다.
까치밥을 주라며 몇개 남겨 놓은 감중에 제일 못생긴 것을 하나 따 손바닥에 슥슥- 닦아내고는 한 입 베어 물었다.
분명 며칠 전 어르신과 먹던 감은 너무나 달고 맛있었는데...
지금 이 밤... 자신의 입에 들어온 감 한조각에 짜고 쓴 맛이 느껴진다.
입가에 젖어오는 짜디 짠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삼키고.. 입에 넣은 감을 오물거렸다.
그러고는 홀로이 남아 마지막이 될 이곳을 가슴에 담고..또 담았다.
그날 이후,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가슴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서라도 더욱 집중해서 공부에만 매달렸다.
살아 생전 어르신의 부탁을 들어 태환의 아버지가 마련해주신 자그마한 집에서 홀로 모든 생활을 해갔다.
전에 살던 곳과 한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에... 가끔 옛 집을 둘러 보고 산소에 어르신을 찾아뵈러 가는
시간들이 조금씩 빠듯해졌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거나 머리가 복잡해지면 항상 그곳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그곳만이..그가 유일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었고..마음의 위안처였다.
자그마한 마당 한구석에 흙을 주워다 작은 텃밭을 만들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 꽃들을 많이 심어뒀다.
벌써 2년째...
봄이면 새싹이 올라와 여름이 다가오면 예쁜 꽃들이 만발했다.
툇마루에 앉아 바람에 살랑이며 좋은 향을 내는 꽃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생각나는 이가 하나 있다.
꽃잎에 코끝을 대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시린 옆모습.
그를 따라 그 잎에 손끝을 대면 여리고 보드라운 꽃잎의 느낌이 마치... 그의 하얀 뺨에 손을 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꽃잎을 매만지던 쑨양은 살풋 웃어버리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눈앞에 생생한 그의 모습에...
가슴이 따끔거렸다.
"당신은...어디쯤에 있을까요..."
대답 없는 물음만이...그의 입속을 맴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오래 비워진 집은 그만큼 빨리 늙어가기도 한다.
쓸고 닦아줘야 할 주인이 떠난지 2년이나 지난 집은 오래 전 그 모습은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휑하고 쓸쓸해보였다.
뽀얗게 하얀 먼지가 쌓인 대청마루를 손수건으로 슥- 닦아내고는 살포시 그 위에 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
"흠~"
자신이 변한 만큼 늙어버린 집 구석 구석을 눈으로 훑다가 살며시 열린 문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
오래 전 이곳에 놀러와 묶었던 그 방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빈방이었지만 오랜 만에 마주한 이곳이 반가웠는지 그가 신발을 신은채 방안으로 들어섰다.
"이야...그대로이네."
먼지만 쌓여있을뿐 여전히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에 그는 살풋 웃어보였다.
방 한가운데에 서서 눈으로 구석 구석을 훑던 그는 한쪽 벽에 붙여진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떼었다.
상체를 수그려 눈을 맞추자 그의 시선 끝에 노란 나뭇잎 몇개가 잘 말려진채 벽에 붙어있다.
가느다란 손끝으로 나뭇잎을 매만지던 그의 입술을 비집고...
오래된 기억 속에 담겨져 있던 이름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쑨양........"
눈앞에 그려지는 그의 얼굴을 되짚어보다...자꾸만 흐려지는 기억에 태환은 고개를 젓고는 두 눈을 감아버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점점 바래지는 기억에 자신을 바라보던 아이의 눈빛과 쑥쓰럽게 웃던 모습이 사라지려고 한다.
기억을 붙잡아보려 두 눈을 꼭 감은채 아이의 얼굴을 그려보던 태환은 가물거리는 눈앞 잔상을 가슴에 담고는
벽을 짚어 몸을 일으켰다.
학교 운동장 구석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가만히 책장을 넘기던 쑨양은 누군가 다가온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까만 긴 생머리를 양쪽으로 단정히 묶고 깨끗이 다려진 교복을 입고 서있는 여학생.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에 누구지...라며 빤히 쳐다보자 그녀의 하얀 뺨이 홍조를 띄우며 눈길을 피해버린다.
그는 읽던 책을 덮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슨...할 말이라도.."
조용히 건넨 한마디에 그녀가 뒤에 감추고 있던 뭔가를 눈앞에 내놓았다.
"별건 아니고요.....바람이 차가워져서.....그냥..받아주시면 안될까요..?"
붉은색 실로 정성스럽게 짠 목도리.
수줍게 내밀고 있는 그녀의 작은 손에 미세한 떨림이 보인다.
자꾸만 앞으로 내어보이는 그녀의 손이 민망할까 쑨양은 당황한 표정으로 받아들었지만...
붉은색 목도리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은 딱딱하고 차갑기만 하다.
"오늘 아이들 다과회 모임 한다던데.....나올거죠?"
반 모임이라는 그녀의 말에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
나와 함께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는 사람.
양손을 맞잡고 수줍은 듯 웃어보이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던 그는 손에 들린 붉은색 목도리를
슥 내려보고는 다시 그녀에게 내보였다.
"이건..받을 수 없어."
차가운 말투였지만...그의 눈에는 미안함이 서려있었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준 것인지 알기에 그는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아......부담 갖지 않으셔도....."
"아니...받지 않는게 맞는 것 같아."
단호한 그의 거절에 그녀의 눈가가 붉어져온다.
맞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당장이라도 울것만 같은 그녀를 바라보다 쑨양은 조용히 벤치에 목도리를 두고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몇 발자국 멀어지고 나서야 들려오는 울음 소리.
쑨양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채 그녀에게서 멀어져갔다.
낯선 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은 썩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누구나 그를 보면 호감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왔지만...쑨양은 마음을 열지 못했다.
가벼운 친분을 쌓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지만..그의 마음을 바라는 이들에겐 쑨양은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었다.
몇 사람 남지 않은 운동장을 가로 질러 나가는 그의 짙은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는 제법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가을 바람.
그의 목을 감싼 하얀 셔츠의 깃이 바람에 날려... 목을 자꾸만 간질인다.
"아버지가 이쯤이라 하셨는데..."
굽이 굽이 좁은 산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그가 저멀리 보이는 비석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돌아가신 후 2년 만에 찾은 할아버지의 묘.
태환은 미리 찾아 뵙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워 할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묘지를 손으로 쓰다듬고는 절을 올렸다.
반배까지 마치고 고개를 든 태환의 눈에 아까는 미처 보지 못한 비석 뒤의 하얀 국화꽃 한송이를 발견하고는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고보니 누가 손질해 놓은 듯한 깨끗한 봉분에... 먼지 없이 반짝 반짝 빛이 나는 비석까지.
혹- 누가 다녀간 것일까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돌아보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몇번이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태환은 흠-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비석에 기대어 풀밭에 주저앉았다.
깊어진 가을 하늘에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
눈이 부신듯 양손 끝을 모아 빛을 가리고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던 그가 나지막이 할아버지를 불러본다.
"할아버지.....그 아이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요. 그동안 잘해주셨어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그런지...
자꾸만 그 아이가 잊혀져가요. 요즘처럼 그때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었다면 한장 남겨 놓을 것을...
12년이나 지난 지금....길을 가다가 마주쳐도..우린 모르는 사람인양 스쳐 지나가게 되겠죠........"
말끝을 흐리던 그는 먹먹해지는 가슴에 후- 크게 숨을 내뱉고는 우울해지는 기분을 애써 달래려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어디에 있든...건강할 수 있게 할아버지가 그 아이 지켜주세요. 물론 저도 지켜주시고요~"
샐쭉 웃으며 반질 반질 윤이 나는 비석을 정성스럽게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는 그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드렸다.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는 먼 이국땅에서 늘 그리워했던 그 장소를 찾아 기억을 더듬어 걸음을 옮긴다.
언제 찾아왔는지 주변을 맴돌며 예쁜 노래를 부르는 새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고는 푸른 풀밭을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이쯤인가...."
풀과 흙내음이 가득한 산속 길을 걷던 태환은 곧이어 눈앞에 펼쳐진 낯익은 풍경에 얼굴 가득 반가움을 내비쳤다.
사람의 손이 많이 닿지 않아 여전히 아름답기만한 그 곳에...예전 아이와 함께 화관을 만들던 야생화 만발한 꽃밭도 그대로 남아있다.
물기 가득 머금은 비탈을 조심히 걸어내려가 붉은 꽃잎에 코끝을 대니 잊혀져가려던 그 날의 추억이 물씬 풍겨온다.
손끝으로 여린 잎을 한없이 매만지다 시원하게 울려퍼지는 물소리에 이끌리듯 징검다리로 걸음을 옮겼다.
어릴적엔 그리도 크고 웅장해보이던 징검다리가 성인이 된 태환에게는 아담하고 작게 느껴진다.
돌 위에 말라붙은 젖은 나뭇잎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을 앞장서 길을 내주던 작은 등자락이 떠올라 가슴이 따끔거렸다.
"읏차-"
출발 신호를 보내듯 작게 중얼거린 그가 미끄러운 돌 위에 발을 딛었다.
한발 한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 위를 걷던 그가 언제 풀렸는지 늘어진 신발끈을 밟고는 몸을 휘청거리다 급히 몸을 낮춰 앉았다.
깜짝 놀라 터져나오는 한숨을 푹- 쉬고는 물에 빠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풀어진 끈을 잡아 단단히 묶기 시작했다.
"아... 또 넘어질 뻔 했네."
어릴적 이곳에서 다쳤던 발목이 괜히 아파오는 느낌에 잔뜩 미간을 찌푸린 태환은 다 묶인 신발끈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몸을 일으키려다 그대로 멈춰버렸다.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그의 눈앞에 들어온 하얀 운동화 한쌍.
자신이 신고 있는 모양과 비슷한 운동화를 신기한 듯 물끄러미 바라만보다가 그에게 선의를 베풀려는 듯
눈앞에 내밀어진 커다란 손에 시선을 옮겼다.
하얗고 고운 손등에 남겨진 작은 흉터 자국...
그 상처를 발견한 태환의 동그란 두 눈이 크게 떠지며 숨이 턱- 하고 막혀옴을 느꼈다.
...오래 전...달빛 아래 마주 앉아 퉁퉁 부은 손에 약을 바르며 서럽게 울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태환의 가슴에 깊이 파고든다.
***
벌써 아홉번째 이야기가 끝났네요...
하얀 운동화에 정이 들었는지...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한편 한편 끝날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네요ㅠㅠㅠㅠ
자식 떠나보내는 기분이예요...
아직 자식도 없는데..!!!
드디어!
다음화가 마지막이랍니다.
오늘 너무 얄미운곳에서 글 끊어서 죄송해요~
이런 밀당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욬ㅋㅋㅋ
기다려주실거죠~?
두 남자의 가을을 담은 마지막이야기 들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제 글 읽어주시고... 함께 느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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