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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흰둥이입니다!
급작으로 적었던 '쉬어 가는 이야기' 에
좋은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해요♡
자꾸 좋다고 해주시면........
너무 기뻐 죽을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히히
오늘은 여덟번째 이야기입니다.
벌써....벌써....하아...
점점 하얀 운동화도 끝을 향해 달려가네요.
이번화부터 시간이 휙-휙 지나갑니다.
천천히....읽으시며 따라오세욧!
일단..
시작해볼까요?
어느새 바짝 마른 꽃잎들을 손끝으로 매만지던 소년이 그 끝에 코를 가져다대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직 잔잔하게 남아 있는 향에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 말려둔 노란색 나뭇잎도 책 사이에 끼워 가방 안에 살포시 담고는 화관을 손에 들고 방을 나섰다.
어수선해진 집안 분위기에 급히 서울로 돌려 보내려는 할아버지때문에 있기로 했던 시간을 당겨 떠나기로 했다.
아이와 헤어지는게 못내 아쉬워 좀 더 있겠다 고집을 부리고 싶었지만...
아이에게도... 본인에게도... 좋은 일은 아닐 거라 느낀 태환은 아쉬운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서울로 떠나는 도련님을 배웅하려 마당에 모인 사람들 틈에 고개를 푹- 숙인채 낡은 옷자락만 쥐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할아버지께 잠시만요...양해를 구하고 아이의 손을 잡아 대문 밖을 나섰다.
담장을 따라 집 근처를 조금 벗어나서야 꽉 쥐고 있던 아이의 손목을 풀고는 여전히 고개만 숙인채
입술만 잘근 잘근 깨무는 아이의 어깨를 꼭 감싸 쥐었다.
"쑨양. 이제.....널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일은 없을거야."
살풋 웃으며 속삭이는 소년의 목소리에 잔뜩 붉어진 눈으로 아이가 그를 바라본다.
"넌 곧 학교에 다니게 될 거야. 할아버지가 그리 해준다 약속하셨어."
학교라는 말에 놀란 아이의 눈을 마주하며 태환은 자신이 더 기쁜 듯 활짝 웃어보였다.
"지금처럼 힘든 일을 하거나 굶지 않아도 돼. 할아버지가 잘해주실거야. 알았지?"
"하...하지만......"
말끝을 흐리며 다시 고개를 숙이는 아이의 작은 두손을 모아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
착하기만 한 그에게 이런 선물을 주고 갈 수 있음에 태환은 너무 기뻤다.
자신이 없는 동안 힘든 일을 겪거나 배를 곯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태환은 뛸 듯이 기뻤다.
자신을 위해 너무나 많은 희생을 해야 했던 작고 작은 아이는 어쩌면 이제야 그 착한 심성에 보답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의 손을 꼭 쥐고 있던 손을 풀고는 태환은 상체를 숙였다.
천천히 운동화에 묶인 매듭을 푸는 그의 손끝을 아이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 이건 내 선물.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어느새 신발을 벗어내 아이 앞에 밀어놓고는 활짝 웃는다.
그 모습에 아이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자 태환이 자꾸만 손을 끌며 신어보라 재촉했다.
"신던거라...미안해. 하지만 내가 아끼는 신발이야. 다음에 올때는 공책이랑 연필이랑...선물~ 이~~~만큼 가지고
올께."
양팔을 크게 벌려 커다란 원을 그려보이고는 헤헤-웃는다.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아이의 발에서 낡은 고무신을 빼앗아 신은 태환은 보지 못하는 동안 널 기억할 선물이라며 좋아했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쑨양과...검은 고무신을 신은 태환.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 찾아올 그리움을 더해 두 아이는 서로의 마음을 바꿔 신었다.
자꾸만 눈물을 삼키려는 아이를 다독이며 다시 돌아올거라고..금방 올거라고 태환이 웃어보였다.
마주 건 새끼손가락에 약속을 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서로를 위해 웃는 얼굴을 보이기로 했다.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는 두 아이의 곁으로 계절을 잊은 따스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다음에 만날때.....그땐 꼭 형이라고 불러야해~! 약속..!!]
여러 해가 지나 다시 찾아 온 가을 어느 날.
대청 마루 끝에 걸터 앉은 그가 불어 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바라 보고 있다.
살랑이는 바람에 노란 나뭇잎 하나가 허공에 매달려 춤을 추는 듯 흔들리더니 어느새 날아와 그의 허벅지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가을 향기를 가득 머금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기다란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쑨양아. 이리 좀 와 보려므나."
그에게 손짓을 하며 부르는 어르신 곁에 다가간 쑨양은 잘 익은 감을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눈을 돌렸다.
깊어진 가을에 빨갛게 익은 감이 대롱 대롱 매달려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맛 좀 보자며 그를 재촉하는 어르신께 밝게 웃어보이고는 바구니 하나를 들고 와 긴 팔을 뻗어 그 중 제일 예쁜 몇 놈을 골라 담았다.
"음...올해는 더욱 단맛이 많이 들었구나. 너도 맛보렴."
조용히 감을 깎아 내는 그를 바라보다 작은 조각을 하나 집어 입에 넣어주신다.
아- 하고 입을 벌려 달달한 감 한 조각을 받아 문 쑨양은 자신도 조각 하나를 집어 어르신께 건네 드렸다.
"녀석도 참 많이 좋아 하던 것인데...잘 지내고 있을런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쓸쓸한 눈빛을 내비친 어르신은 단감 한 조각에 누군가 떠올랐는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선물을 사들고 다시 오겠다던 소년은..
그 이후로 만날 수 없었다.
안좋은 일을 겪고 마음이 상했을 그를 위해 부모는 나쁜 기억을 지워내겠다며 소년을 데리고 먼 나라로 떠나버렸다.
그 이후로 가끔 어르신께 연락이 왔을 뿐.
아이도...어르신도 소년의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몇번이고 바뀌는 가을을 만날때마다.. 쑨양은 그 어릴 적 날들이 눈앞에 생생히 떠올라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가 가져오겠다는 선물 보다 그가 오는 것이 더 큰 선물이었던 어린 아이는 오지 않는 그를 늘 기다렸다.
집앞을 지나는 차소리에 놀라 뛰어 나가보기도 했고..시간이 날때마다 그와 걷던 길이며 풍경을 다시 눈에 담았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그리움은 쉬이 가라 앉지 않았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환경에 하루 하루가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비어져 버린 마음 한쪽 구석은 채울 도리가 없었다.
"도련님은 언제쯤 오신데요?"
늘 어르신에게 이야기만 전해 들었지...단 한번도 그에 대해 질문을 한 적 없던 쑨양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질문에 그저 작은 한숨만 내쉬고는 작게 고개를 저으신다.
"글쎄다...이제 제법 컸으니 자기 생활에 많이 바쁘겠지. 나 죽기 전에는 볼 수 있으려나..."
쓸쓸한 어르신의 말에 쑨양은 별 말 없이 그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쑨양의 깊은 마음이 느껴지셨는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따스한 손을 마주 잡아 보이신다.
"태환이 대신 늘 내곁에서 웃음을 줘서 고맙다. 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점점 차가워지는 가을 바람에 이제는 연세가 지긋하셔 쇠약해진 어르신의 몸이 상할까
얼른 방으로 모셔다드리고는 쑨양은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예전 소년이 머물던 그 모습 그대로인 방.
그가 덮던 이불..그가 책을 올려 놓고 보던 작은 상까지 그대로이다.
어르신의 크나큰 배려로 이 좋은 방에 머물며 잠도 자고 공부도 했다.
자신의 행복을 빌며 큰 선물을 남기고 간 소년을 위해서라도 쑨양은 더욱 열심히 책을 읽고 노력했다.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면 당신 덕분에 내가 이리 되었다고...당신이 나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주었다고...
두렵고 무서웠던 상황에서 자신을 상처내 날 지켜낸 은인에게 큰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상에 놓인 책 몇장을 넘겨보던 쑨양은 벽에 기대어 놓인 운동화 한쌍에 시선을 맞췄다.
이제는 훌쩍 커버려 자신의 손보다도 작아진 신발.
그 옛날 자신에게 남기고 갔던 소년의 예쁜 마음이 여전히 곁에 남아 있다.
"아주머니 이리 주세요."
커다란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이고 오는 아주머니를 발견하고는 대청마루에 앉아 책을 읽던 그가
대문으로 급히 달려가 그녀의 머리에서 양동이를 받아 들었다.
고맙다며 웃는 그녀에게 작은 미소로 답한 쑨양은 어디에 둘지 물은 후 걸음을 떼었다.
"아...아이고..어르신!!!!!!!"
점심 상을 들이러 어르신의 방에 들어간 아주머니 한분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목소리에 양동이를 들고 서있던 그가 걸음을 멈췄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쑨양을 급하게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와 손짓.
머리 속을 스치는 날카로운 느낌에 그의 두 손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물과 함께 양동이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급하게 뛰어 들어간 방안에 조용히 눈을 감으신 채 누워 계신 어르신의 모습이 보였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그 곁에 다가가자 주름진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남기시고는 아무 말이 없으시다.
평소같으면 쑨양아..라고 부르셨을텐데...
다시 그 부름을 듣고 싶어 쑨양은 어르신의 곁에 다가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이미 차가워진 손을 꼭 쥔 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손자를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신 어르신을 바라보다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에
흡- 하고 숨을 참았다.
받은 것이 너무 많은데...아직 그 무엇 하나 해드린것이 없는데.
인사 없이 떠난 어르신께 너무 죄스럽고 부끄러워 쑨양은 그저 눈물만 삼켰다.
조용히 잠들어 있는 어르신의 가슴에 이마를 대고...죄송하다고..감사하다고...몇번을 속삭이며
그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또 흘렸다.
소년을 떠나보내고 난...
10년 뒤 어느 깊은 가을날이었다.
***
시간이 훌쩍 지나...다시 가을이 찾아왔군요.
이제 이 이야기의 끝도 머지 않았네요.
끝까지 함께 해주실거죠??
늘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감사합니다.
아! 그리고ㅋㅋㅋ 오늘 오그라지는 '귀여워'
호응 감사드리고요ㅋㅋㅋ
태환 시점만 있으면 쑨양이 섭섭할까봐.....;;;
그의 시선으로 하나 더 적어봤답니다ㅋ
손이 오그라들어도...
즐겨주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한 밤...편안함 밤 되시길...
아홉번째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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