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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흰둥이입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헙..
오늘은 드디어...
하얀 운동화의 마지막이야기...입니다.
일단...가슴 졸이며 기다리셨던 독자님들을 위해!
이야기 시작할께요~
준비되셨나요...?
아무 말도...아무 미동도 없이 내밀어진 하얀 손만 바라보던 태환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의 검은 교복 바지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걷어 올려진 하얀 소매...단단해보이는 가슴....두개 정도 풀린 단추까지.
하나 하나 천천히 눈으로 따라가며 위를 올려다보자 가을 햇살이 물들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만이예요. 형."
자신을 형이라 부르는 낮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묻어난 웃음기 가득한 울림에 태환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바람에 살랑이는 짙은 머리카락 아래에..
어릴적 자신을 바라보던 차갑고 서늘한 눈빛이 아닌...어른스럽고 깊어진 눈매를 가진 그가 태환을 바라보고 있다.
자꾸만 잊혀져가는게 두려워 기억해내려 애썼던 그리웠던 얼굴.
지금도 자신보다 두뼘은 더 커보이는 그가 까만 두 눈만 꿈벅이며 입만 벙긋거리는 태환을 향해 살풋이 웃어보인다.
"이젠 절 지켜줄만큼 많이 컸네요."
얼른 커서 지켜주겠다 약속했던 달빛 아래 그 밤이 떠올라...태환의 두 눈가가 뜨거워져온다.
반가운 기색으로 악수를 건네는 그의 손을 잡는 대신... 태환은 비져 나오려는 눈물을 감추려는듯
그의 단단한 목을 끌어안고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솨아아아아-------
때마침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나뭇가지에 힘없이 매달린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린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품을 파고 들어 온 그의 행동에 놀라 머뭇거리던 쑨양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등을 가까이 당겨 안았다.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른다.
가을을 닮은...꽃보다 더 향기로운...그리웠던 그의 포근한 냄새에 쑨양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는 가슴에 닿아 오는 그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보같다...너무 바보같아서 눈물이 나왔다.
기억속에서 흐려지는 아이를 붙잡으려 무던히도 애썼다.
혹여나 길을 걷다 마주치면 알아보지 못할까 두렵기도 했었다.
하지만..나를 형이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어찌 이 아이를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지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등에 닿아 오는 커다랗고 다정한 손길.
어느새 이만큼 자라 날 한품에 안아주는 그는...어릴적 젖비린내가 아닌 성숙한 향을 가지고 있다.
깨끗히 잘 다려진 그의 하얀 셔츠에 눈물 자국이 남으려 하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그의 심장소리에...다시 만났다는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어...
흐르는 눈물을 차마 멈출 수가 없다.
.....늘 그가 잊혀질까 두려웠지만.....난 그를 잊지 못했었다.]
"기다려~금방 올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그가 커피를 사오겠다며 쑨양을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혀 놓고 저멀리 뛰어간다.
나풀 나풀 여린 몸이 밝은 햇살에 흐려질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양 팔을 벌려 벤치에 기대고는 노랗게 물든 가을 들판을 바라봤다.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풍경에 태환과 밤을 구워 먹던 너른 들판이 어디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해진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던 그는 갑작스럽게 불어 온 바람에 태환이 두고 간 책장이 촤르르- 펼쳐지자 혹 바람에 날아갈까 급히 붙잡았다.
"아..."
펼쳐진 책 사이에 빼곰히 얼굴을 내민 낯익은 무엇.
망가질까 걱정되어 투명한 코팅을 해둔 노란 나뭇잎 하나가 그의 손 끝에 닿았다.
천천히 들어올리자 햇살에 비친 반대편에 검은 글자 몇개가 비쳐 보인다.
[박태환..그리고 쑨양]
추억을 잊지 않으려는 듯 펜으로 꾹꾹 눌러 쓴 두 사람의 이름에 쑨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한참을 실없는 웃음만 흘리며 나뭇잎을 보던 그가 늘 가슴에 담아두었던 예전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난생 처음 본 하얗고 예쁜 서울 소년과의 첫 만남.
그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눈앞에 그려지듯 떠오른다.
하얀 얼굴 가득 함박 웃음을 지으며 그의 이름을 부르던 사랑스러운 소년.
[쑨양-]
[쑨양---]
[쑤~~~~우우운~~~!!]
아무도 불러주지 않던 내 이름을 큰 목소리로 외치며 손목을 붙들던 그의 따스했던 손...................
자신에게 닿아오던 그의 체온이 떠오르는 순간.
가슴이 욱신- 거리며...두근 두근 뛰기 시작하는 심장때문에..쑨양은 당황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쑨양~~~쑤~~~~우우운~~~!!"
저 멀리서 그가 달려온다.
그날 처럼 이름의 끝을 애교스럽게도 늘려 부르는 변치 않은 목소리.
그가 부를 때... 특별하게 다가오는 나의 이름.
저멀리서 달려오며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에...쑨양은 저려오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늘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감정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느새 다가와 바람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쑨양의 눈앞에 커피캔을 내미는 그의 하얀 손.
받지 않고 그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에게 다시 캔을 내미는 순간, 쑨양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쥐고 있던 팔을 뻗었다.
그러고는 그의 손목을 당겨 자신의 품안에 가뒀다.
왜그래..라며 나지막히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아오자 쑨양의 심장이 폭발할듯 뛰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이 터져 나와 버린 이 순간.
머리속이 어지럽게 뒤엉켜 아무런 생각도... 말도 할수가 없다.
그가 곁에 없던 오랜 시간을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고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었는데...
내 눈앞에 그가 나타난 지금.
...눈빛에...얼굴에... 가득 드러나버린 그를 향한 마음을 들킬 수 없다.
어정쩡한 자세로 쑨양의 어깨에 기대어 서있던 태환이 몸을 비틀어 벗어나려하자 그는 조금 더 힘을 줘 그를 안았다.
"왜그래.....어디 아픈거야...?"
가까스로 입술을 깨물어 울음을 참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태환이 조심히 물었다.
하얀 손을 들어 그의 이마를 짚어보는 다정한 손길에...눈을 감아내리는 쑨양의 속눈썹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스며나온다.
[나는...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그렸던 그 옛날 추억의 시간에..
당신은 날 우정이라 기억했지만.
난 당신을 사랑이라 간직했나봅니다.]
이제야 알아버린 마음.
수많은 시간을 홀로 그를 기다리며 그리워했던 마음.
그 마음의 진실의 끝에 다다르자...태환을 안는 것 밖에는 그는 아무 것도 생각할수가 없어서..
오랜 시간을...그리워하고...기다리고...사랑했던......
아니...사랑하는 그를.......
쑨양은 오래도록 안고 있었다.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안거든
그에게 온 몸을 내맡기라.
비록 그 날개 안에 숨은 칼이 그대를 상처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할 때는 그 말을 신뢰하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 듯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뒤흔들어 놓을지라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네요.
원래는 열린 결말을 위해 번외편 없이 가려고 했는데...
이대로 끝내기에 너무 아쉬운 제 마음과...
너무 감사하게도 '하얀 운동화' 를 사랑해주셨던
독자분들을 위해
길진 않지만..앞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짐작해볼수 있는
번외편을 적어볼까 합니다.
번외편까지 기다려주실거죠...?
그러실거라 믿고..또 믿어봅니다~
마지막 인사는 번외편 끝나고 할께요~^~^
늘 감사하고...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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