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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둘정상인하나 전체글ll조회 1082l 1
인터뷰를 끝내고 스튜디오를 나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조금 비틀거리며 차에 올라탄 후 거울을 꺼내 보았다. 아, 이 추한모습. 모처럼 공들여 해놓은 화장이 전부 번져 버렸다. 쪽팔림이 몰려온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어버렸으니...게다가 첫사랑 얘기를 하면서! 그 상대가 남자였다는 걸 알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나도 참 대책없는 짓을 저질러버렸다. 첫사랑 얘기 따위, 그냥 거짓말로 둘러대면 될것을.. 

 

선탠처리된 창 밖을 바라보다가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남자를 봤다. 지금으로선 제일 보고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이진기.." 

 

"아, 이진기네. 노래 되게 잘 부르지 않냐? 여친이 쟤 좋다고 난리도 아니야. 쯧..너 쟤랑 친해?" 

 

앞 칸에 타있던 매니저형이 말했다. 친하냐니, 3년 전만 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가슴 구석이 자꾸 지릿지릿해서, 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였다.  

 

"친하긴...말도 안해봤지." 

"그럼 이번 기회에 친해져봐! 둘이 한 살 차이도 안나던데?" 

"응?" 

"이번에 너, 음악 프로그램 엠씨 잡혔어. 이진기랑 둘이." 

 

 

 

 

머리가 돌아버리겠다. 끙끙 싸매고 있는 날 매니저형이 들고 이송해서 차에 집어넣을 때까지 내 머리속은 포화상태였다. 미치겠네 진짜. 그렇게 어색하게 헤어지고나서 한번도 그와 인사해본 적 없다. 나는 진기형이 졸업한 후 바로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고, 그는 연락이 없었다. 나는 조그만 잡지에서 특이한 컨셉의 화보를 중심으로 찍어나갔다. 3년동안 숨쉴 틈도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때론 기었다. 덕분에 나는 지금 훨훨 날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마주친 건 1년 전 방송국에서 였다. 나는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진기형은, 그냥 내 눈을 마주치고 조금 당황하더니, 그대로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 지나가버렸다. 많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날 모른척 하던 것 뿐이 아니라, 공부만 하느라 관리에는 소홀했던 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바뀐 것이 놀라웠다. 그 때는 무슨 일로 방송국에 온 건지 궁금했는데 조금 뒤 티비를 보다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진기형이 신인가수로 데뷔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있었더니 금방 방송국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한걸음 한걸음 걷기 싫어 무거운 발을 억지로 움직였다. 힘들다. 이건 정신노동이다. 그냥 여기서 도망쳐버릴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난 하라면 해야하는 직장인이나 마찬가지. 분장실까지 느릿느릿 걷다가, 시간이 없다고 날 잡아 끄는 코디 누나들의 손에 나도 바쁜것처럼 뛰어다녔다.  

 

"형.." 

"어? 왜." 

"나 진짜 이거 나가야돼?" 

"참 나.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왜, 엠씨는 처음이라 긴장돼? 너 말 잘한다고 뽑힌 거 아냐. 그것도 아니면 왜그래?" 

"아니 그냥.." 

"어휴, 됐어 됐어 이놈아! 인지도 높이기 좋은 프로니까 잘하고 오자. 대사도 다 대본이니까 별로 할 거 없어." 

"알았어..." 

 

 

무대화장은 익숙하다. 스튜디오로 들어가니, 어떻게 알고 찾아온 몇 명의 팬들이 소리를 지른다. 오빠, 오빠 하는 소리들이 반가워서 조금 긴장이 풀렸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자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굳은 몸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풀자 옆에서 또다른 엠씨가 등장한다. 이진기였다. 더 큰 함성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오빠ㅡ도 있었지만, 간혹 형ㅡ하는 목소리도 들려 신기했다. 내 팬은 여자밖에 없는데. 굵은 목소리로 지르는 함성이 재밌어서 조금 웃었더니 진기형이 나를 쳐다본다. 그 시선을 느끼고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진한 화장에 렌즈를 끼고 쫙 빼입은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 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큼큼." 

"...! 아..!" 

"안녕하세요, 김기범씨." 

 

처음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앞에서나 짓곤했던 대외용 미소. 눈은 무표정한, 차가운 미소. 처음본다는 듯이. 나를. 

 

"김기범씨?" 

"아! 네. 네....이진기..씨. 오랜, 아니, 처음뵙겠습니다." 

 

그의 눈빛이 차가워진다. 목소리도 그대로, 얼굴도 그대로고, 키도 그대론데 왜 이렇게 달라져보일까. 옷을 대충 정리하고 마이크를 들고 하나 둘. 하나 둘. 해보며 괜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제가 한살 윈데, 기범씨가 2년 선배잖아요. 그쵸?" 

"..그러네요.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제발 날 그때처럼 불러주세요, 하는 생각으로 땅을 바라보며 그 말을 했다. 진기형은 잠시 조용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 아직은 역시. 기범씨라고 부를게요. 그게 편하네요." 

 

 

 

 

녹화가 끝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그를 마주하는 것은 많이 힘들었지만 방송은 오히려 더 잘되었다. 서로를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외적으론 처음 본 사이지만 속에서 우러나오는 부분이 있었나보다. 피디님이 둘이 처음인데 어떻게 그렇게 호흡이 잘 맞냐며 칭찬해주셨다. 나도 마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사이 좋은듯이 말을 주고 받고, 나에게 웃어주고, 나도 웃어주고. 그러나 녹화가 끝난 뒤 그는 수고했다는 말만 남긴 채 횡하니 사라졌다.  

 

진기형의 무대를 라이브로 본 것은 처음이다. 정말 저런 데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던 만큼,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했을 만큼 설레게 하는 목소리였다. 음원으론 백번도 들어본 노래일텐데...  

 

"기범아! 너 이진기랑 호흡 좋더라. 둘이 아는 사이 아냐? 오늘 처음봤어?" 

"아! 처음봤다니까! 형 나 피곤해. 스케줄 남은 거 있었나? 없지? 우리 술 마시러 가자." 

"새끼가 미쳤나! 저녁도 안먹고 술이야? 지금 7시야! 그리고 어딜 가긴 가냐? 그렇게 화려하게 입어놓고." 

"아~~~한번만~~! 이 앞에 포장마차. 응? 내가 살게. 응?" 

 

온갖 아양을 떨며 팔을 잡아 끌자 매니저 형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따라 온다. 참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만큼은 비밀이 없고 싶었지만,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비밀도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술이 땡긴다. 그냥 다 잊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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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련하고 너무좋아요 ㅠㅠㅠㅠㅠ신알신할게용
10년 전
바보둘정상인하나
감사해요ㅎㅎ앞편은 제 첫사랑이요? 라는 글이에요 봐주시면 이해가 잘될듯 싶어요ㅎㅎ
10년 전
독자2
그것도읽었어요 ㅠㅠㅠ온키정말 너무 좋아하는데 항상 온키글이 흔치않아서 슬펐는데 오랜만에 너무 좋은글읽어서 기분이좋네용 감사합니다♥
10년 전
바보둘정상인하나
ㅠㅠ부족한 글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온키글 많이 들고 오겠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3
암호닝해도되나요??된다면 크롱으로신청할게용...
10년 전
바보둘정상인하나
3에게
크롱님!! 암호닉은 처음 받아봐서 떨리네요ㅠㅜ 시간이 늦었네요ㅠㅜ 안녕히 주무시고 곧 후편 들고 오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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