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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유] 오, 나의 브룩클린

뽐이가 씀

~13.11.26







진기1



스물. 대학교에 가서 풋풋한 캠퍼스 냄새를 풍겨야할 그 꽃다운 나이에, 회색빛 공장 안에 들어가 눅눅한 곰팡이 냄새만 풍겼다. 진기는 자신의 그런 처지에 불평하지 않았다. 그것은 진기가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었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랜 가난과 오랜 고난을 통해 얻은 ‘체념’ 때문이었다. 체념하고, 포기를 하니 모든 것이 수월해졌다.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불평도 줄었고,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하는 생각들도 끝을 맺기 시작했다. 우울증 비슷한 것들도 조금은 사라졌고, 눈물 젖은 밤을 보내는 것도 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더 울적해지고,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할 의욕마저 감퇴하기 시작했다. 그것 또한 체념이 가져다 준 하나의 결과이기도 했다. 진기는 그저 오늘 하루 먹고 살려고 일을 했고, 살려고 숨을 쉬었다. 진기의 모든 일들은 그저 살아가기 위한 생존본능일 뿐이었다.


잠이 들기 전, 눈을 감기 전, 진기는 항상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구나.’ 하고 중얼거린 후 잠이 들었다. 그것은 오늘 하루 잘 보낸 자신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으며, 의미 없는 이 시간을 잘 견뎌낸 자신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고, 잘 버틴 자신에게 하는 수고의 말이기도 했다. 그러다 아주 가끔, 찔끔 눈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곁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없는 것에 대한 사실 확인 같아서.



종현1



삐뚠 삶이었다. 애초부터 종현의 삶의 선은 삐뚤빼뚤하게 그린 것만 같았다.


종현의 어머니는 동네 작은 술집에서 웃음을 파는 여자였다. 그녀는 종현의 아버지의 여자가 아니었다. 동네 모든 남자들의 여자이기도 했고, 그 누구의 여자가 아니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고, 웃음을 팔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적성과도 맞았다. 적성이라고 말하기 그랬지만, 어쨌든 그녀와 제법 잘 맞는 일이었다. 쾌락을 좋아했고, 돈도 좋아했고, 남자도 많이 좋아했다. 그녀는 남자를 돈 만큼 좋아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그녀의 남성편력이 얼마나 심한 지 알 수 있었다.


종현이 4살쯤 그녀는 술에 잔뜩 취해 종현을 붙잡고 그리 얘기 했다. 너희 아빠가 사실은 진짜 아빠가 아니라고. 사실은 네가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겠다고. 콘돔 끼고 하는 게 얼마나 불쾌한 지 아냐고. 그래서 자신은 계산을 해서 콘돔 없이 남자들과 뒹구는데, 계산에 착오가 있었다고. 씨이-발. 그녀는 거친 욕을 끝으로 비틀비틀 이불 위로 엎어졌다. 4살 종현이가 알아듣기엔 많이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여태 알고 있던 자신의 아버지가 제 친 아버지가 아닌 것은 똑똑히 알아들었다. 그리 어려운 말도 아니었다. “네 아버지, 진짜 네 아빠 아냐.”


종현이 좀 더 나이를 먹고, 키도 4살 때보다 크고, 교복을 입을 때가 됐을 때, 제 어미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 달동네의 ‘걸레’인 제 엄마와 그 엄마의 반쪽인 종현을 거둔 제 아빠의 바보 같은 순정도 알게 됐다. 단지 사랑해서, 남자들에게 다리 벌려주는 것을 즐기는 제 엄마를 위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의 대부분을 그녀에게 다 쓰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씨도 아닌 종현을 거둔 이유도 그녀의 씨이기도 하니까, 이었으니 종현의 아버지, 그의 순정이 얼마나 대단하고 바보 같은지를 알 수 있었다.

평생을 그녀를 위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막노동판을 구른 그였다. 종현은 그가 불쌍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좋았다. 종현에게 쏟아 붓는 정이 비단 그녀의 씨라는 이유에서 붓는 정과는 달랐다. 종현은 진짜 아버지도 아닌 그에게서 부정을 느꼈다. 아버지의 발소리가 좋았다. 굳은살로 뒤덮인 큰 손도 좋았다. 충청도 사투리 어감이 묻어나오는 그 말투도 좋았다. 그녀 없이, 그하고 백년만년 살고 싶었다. 돈도 많이 벌어서 힘들게 사는 그에게 두 다리 뻗고 자게하고 싶었다. 그러나 종현의 인생은 삐뚤빼뚤한 선의 연속이었다.


삐뚤빼뚤한 선으로 연결된 인생임을 알리는 그 발단은 종현이 열다섯 살 때였다. 제 어미와 뒹굴었다며 반에서 저속한 농담을 하고 있는 같은 반 학우를 때렸다. 퍽, 하고 제법 큰 소리가 삐뚠 인생의 제대로 된 시작을 알렸다. 그 아이는 공부 못하는 꼴통이나, 집이 제법 잘 사는 도련님이었다. 종현은 그 아이의 집안 배경을 알고 나자 어이없게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꼭 삼류영화의 시작과 같아서. 그것이 꼭 제 인생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슬프고, 웃기고, 어이없고, 그래서.


그 집에서는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 제법 얌전하게 학교를 다닌 아이니 선처를 부탁한다는 담임선생님의 부탁에도, 아버지가 무릎을 꿇어도, 자존심을 접고 사과를 열 번, 스무 번을 해도 그 아이의 어미의 화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암담했다. 우울했다. 슬펐다. 소년원을 가야한다는 경찰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매일 같이 상상 속에서 그리던 그 꿈이 한 순간에 날라 간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집에서 두 다리 뻗고 낮잠을 주무시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 종현의 꿈은 정말 쉽게도 부서져 내렸다. 어차피 모래성과 같이 부실하고, 허망한 꿈이었다. 파도 한 번에, 바람 한 번에 쉽게 무너져 내릴, 가망 없는 꿈이었다. 그래서 종현은 그 날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진기2



진기는 고아원 출신이었다. 태어나기를 거기서 태어났다. 한 미혼모가 거기서 혼자 힘겹게 아이를 낳고 버리고 떠났으니, 태생도 고아원 출신도 고아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기는 혼자 살고, 혼자 지내고 곁에 아무도 없을 운명인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세상에 혼자 동 떨어진 아이들이 모인 그곳에서 진기는 태어나고 자랐다.


“낳으려면 좀 제대로 된 고아원에서 낳지.”

그것은 진기의 첫 불평이었다.



그곳은 간판만 고아원인 그곳은 사실 아이들을 앵벌이를 시키고, 후원자들의 돈을 가져가는 검고, 더러운 손이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진기에게 유일한 세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린 진기에겐 세상은 더럽고 냉정하고, 무서운 곳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세상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아, 등교 대신 항상 지하철역으로, 기차역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많이 아픕니다. 조금만 도와주세요.’ 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목에 걸고 껌을 팔거나, 바구니 하나만 들고 사람들을 붙잡았다. 어릴 땐 어린 아이가 딱해, 사람들이 한두 푼씩 주던 것들이 나이가 먹고, 키가 자라자 그것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벌어오는 돈이 적으면 원장님에게 맞았는데, 맞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진기는 억울했다. 자신은 여전히 어린 아인데. 고작 열다섯인데. 여전히 사회의 배려 속에서 커야하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 큰 애가 한심하게 쯧쯧” 하고 혀를 찼고, 매정하게 지나치기 일쑤였다. 진기에게 세상은 여전히 차갑고 냉정했다.


우연히 진기가 열일곱이 되던 해, 누군가의 고발로 그 고아원의 실체가 벗겨졌다. 사람들은 진기의 고아원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관심만큼 동정도 많았다. 사람들의 많은 ‘사랑의 손길’이 이어졌다.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후원도 끊이지 않았다. 진기는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늘 지하철역에서, 기차역에서 앵벌이를 하던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그러니 역겨웠다. 사람들은 학대당한 고아원의 실체에만 관심 있었지, 그 아이들이 모두 자신들이 무시하던 그 앵벌이 소년, 소녀들인 것에는 관심 없었다. 지금도 지하철역에 나가 앵벌이를 한다면 차가운 시선과 가슴 아픈 말들을 서슴지 않을 것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차가웠고, 냉정했다.



종현2



소년원에서의 생활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규칙에 맞게 지내다보면 하루는 금방 갔다. 일이 바빠 자주 찾아오진 못해도, 종현의 아버지께서는 가끔 찾아오시기도 했다. 처음엔 눈물로 지새웠던 면회시간은 어느 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기까지 했다. 그들 사이에 투명한 벽이 있어 더욱 그립긴 했지만, 종현은 아버지와의 면회시간이 퍽 즐거웠다.


종현의 아버지가 면회를 올 때 하는 얘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뭐가 먹고 싶다, 밥이 맛이 없다 같은 투정도 있었고, 소년원에서 나오면 아버지와 하고 싶은 일들, 아버지가 종현과 하고 싶은 일들을 나누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종현은 소년원에서 나와 아버지와 하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면 즐거웠고, 종현의 아버지도 그랬다. 그래서 그 두 부자(父子) 사이에는 항상 행복한 미소가 입에 걸려있었다. 삐뚠 인생의 시작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종현은 막연하게 앞으로는 괜찮을 거야. 라고 생각했더랬다. 아직은 순수한 열다섯이었다.


그러나 점점 아버지가 면회 오는 그 텀이 길어졌다. 길어지고, 길어지고, 그냥 계속 길어졌다. 종현은 이상했다. 집에 전화를 걸어도 항상 부재중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일을 나가니 집에 없고, 어머니는 항상 몸을 팔러 가시니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한동안은 못 올겨. 밑에 내려가서 일을 하거든. 거기서 돈을 좀 많이 준다기에, 가기로 했어. 당분간 못 와도 걱정은 하지도 말어.” 마지막 면회를 하던 그 날, 아버지가 말하던 그 ‘당분간’이 너무 길다, 라고 생각했을 쯤, 종현은 소년원에서 나갈 수 있게 됐다. 종현이 열일곱이 되던 해였다.



소년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으나,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종현은 늘 무시했던 그 불안함을 꺼내봤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불안함은 점차 부피를 키워갔다. 심장이 뛰고, 온 몸의 신경이란 신경은 다 곤두서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어떤 예상도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래서 종현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냥 빨리 집으로 가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종현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좁은 마당에 주저앉았다. 2년 사이에 키가 자라 들어올 때 입었던 바지가 짧아져 차가운 바닥이 그대로 발목에 닿았다. 소름이 끼쳤다. 발목에 스며드는 냉기가 비단 초겨울의 차가운 냉기가 아니어서. 사람의 기운 하나 느껴지지 않는 집에서 풍겨져 나오는 냉기여서. 이 집이 너무 추워서.


아이고. 종현학생 아녀? 왜 여깄는겨? 설마 느이 어미가 뭐라고 안 한겨? 느이 아부지 죽고, 느이 어미도 이 집을 떠나기에 너한테는 말하고 간 줄 알았는디…….


한참을 마당에 주저앉아 집을 보며 울고 있는 종현을, 지나가던 한 동네 주민이 종현에게 무서운 진실을 말했다. 커져가던 불안함은 종현을 먹어 삼키고 있었고, 옆에서 같이 부피를 키워가던 두려움은 느릿하게 종현을 좀먹어갔다.

종현은 동네주민의 말을 듣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두려움과 불안함이 자신을 먹어치우는 그 순간에도. 그저 아아……. 하고 힘없고 바보 같은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춥다. 세상이.



진기3



진기가 지냈던 고아원은 문을 닫았고, 진기는 열일곱 살이 돼서야 드디어 세상에 이름을 등록할 수 있었다. 이, 진, 기.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서류 몇 장에 세상에 등록되는 것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리 쉽게 등록이 되는 거였으면, 등록 좀 해주지. 참 징그럽게 오래도록 비싸게 굴었네. 원장에 대한 원망도 잠깐 흘러나왔다.



“전 안 갈래요.”



세상에 등록이 되던 날, 진기는 새로 옮겨지는 고아원에서 나왔다. 이 고아원은 그런 나쁜 곳이 아니라고 설득하는 사회복지사의 말에도 진기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고아원이라면 지긋지긋했다. 세상과 동떨어진 아이들이 모인 그곳에 있다면, 진기는 영원히 혼자서만 지낼 것 같았다. 세상은 여전히 냉정하고 추웠지만, 적어도 자신과 함께할 사람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기는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이진기는 참으로 순진했던 때였다.


여기저기 정처 없이 지내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때로는 사람들의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던 때도 있었다. 사랑도 조금 했다. 그러나 그 온정도, 사랑도 금방 식어갔다. 진기는 여전히 따스한 온정을 그들에게 베풀었고, 사랑도 해주었으나 그들은 진기에게 그러지 못했다. 모든 것은 한 순간이었다. 그제야 진기는 영원한 것은 없음을 알게 됐다. 영원한 것은 단 두 가지였다. 영원히 혼자라는 것, 영원히 가난하다는 것. 그 두 가지였다. 진기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일을 하고, 사람을 찾기 위해서, 사람의 온정을 얻기 위해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냥 살기 위한 생존본능만을 남겨두고, 모두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진기가 스물이 되던 그 해, 한 곳에 정착하게 됐고, 풋풋한 스무 살의 냄새가 풍기는 대학교가 아닌 눅눅하고 습한 회색 공장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종현3



종현이 마지막으로 본 그 날, 종현의 아비는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고 했다. 5중충돌인지, 4중충돌인지 뭔지 큰 교통사고라 뉴스에서까지 신나게 떠들었던 교통사고였다. 그렇게 큰 사고를 종현만 몰랐다. 세상 사람들 다 알고 있었을 때, 종현 혼자 몰랐다. 바보같이 아버지와 함께할 그 날을 꿈을 꾸고 있었다. 아버지가 피를 흘리고, 눈을 감았을 그 때, 허황된 꿈만 꾸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종현은 스스로가 너무나도 저주스러웠다. 조금만 뉴스채널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그 뉴스를 누군가가 얘기할 때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종현의 어머니는 장례절차도 생략하고 바로 화장을 시켰다고 한다. 평생 그녀를 위해서 돈을 벌고, 그녀 웃는 모습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발악하던 그를 조촐한 장례식 한 번 열지 않고, 그 뜨거운 불가마 안에 집어넣었다고 했다. 화장을 하고, 강가에 뿌린 뒤 그녀는 그의 보험금을 챙겨 이곳을 떠났다고 했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종현은 그 어떤 것도 몰랐다. 아버지가 어떤 강가에 뿌려졌는지, 마지막 말이 무엇인지, 어디서 화장을 했는지조차도.



“우윽…흐으윽……”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그리워서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 미안해서 울음소리도 낼 수 없었다. 꾸역꾸역 눈물을 삼켜내며 어금니를 꽉 물어, 그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흐느낌소리 밖에 낼 수 없었다.



종현3-1



종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아가 됐다. 혼자가 되는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이었다. 그 아이를 때린 대가가 소년원에 들어가서 벌을 받는 것이 아닌, 제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잃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종현은 하루 종일 울었고, 하루 종일 마당 그 어딘가에 시선을 두고 그곳만 멍하니 쳐다보기도 했다. 밥도 안 먹고, 그렇게 하루 종일.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지만, 아무도 이 집에 찾아오는 이가 없기에 종현은 무엇을 기다리는 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바보같이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고, 도망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죽음을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물을 마시는 것 빼곤 종현의 입으로 들어가는 건 산소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녹슨 초록색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죽음이었으면, 하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종현은 그제야 내가 죽음을 기다리는 거구나, 하고 알았더랬다. 그렇게 하염없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죽음의 그림자 대신 모르는 이들 몇 명이 종현의 집을 찾아왔다. 종현의 곁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지만, 종현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주변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서류처럼 보이는 종이 하나를 마룻바닥 위에 올려두고 이것저것을 가리키는 한 여자의 손가락만 바라봤다. 소의 눈처럼 느릿하게 깜박이며 들리지도 않은 소리에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라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저 그들이 빨리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그들이 형광펜으로 칠해둔 칸에 입력해야할 사항만 대충 펜으로 휘갈겨 써서 주었다. 종현은 그게 무슨 서류인지 판단할 그런 사고가 아니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녹슨 초록색 대문을 열고 그들이 다시 방문했고, 그 때가 돼서야 종현은 그 때 그들이 방문한 이유가 ‘고아원’에 들어가기 위한 간단한 서류절차였음을 뒤늦게 알았더랬다. 그러나 종현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직접 작성한 서류도 서류였지만,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하기 싫고 같은 의사를 표현할 기력도, 그럴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그들이 이끄는 대로 가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종현의 무기력증은 한동안 계속됐다.



종현 3-2



종현이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고아원 원장이 종현을 붙잡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네가 그러면 얼마나 힘들어하시겠어. 감은 눈 다시 떠서 강 아래에서 뜬 눈으로 밤새시며, 우실 거야.” 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 어쩌면 조금은 뻔 한 위로의 말이었지만, 종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에 무기력한 몸을 추스르는 데 힘을 얻었다. 정말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걱정을 하실까봐. 죽어서는 편안하셨으면 하는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


종현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잘 먹지 않던 밥까지 먹었다. 금방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회복하기 시작했다. 종현이 꽤 괜찮아졌다 싶었을 때, 다시 학교를 가기 시작했다. 중학교 검정고사도 준비했고, 모든 일에 열심히 했다. 종현이 중학교 검정고시에 무난한 성적으로 통과하자, 원장은 종현을 다시 학교에 보내고자 했다. 그 때가 종현이 18살이 되던 해였다.



종현 3-3



이전에 다녔던 학교와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는 학교였다. 소년원 출신임을 숨겨주기 위한 원장의 배려이기도 했다. 종현은 그 배려에 맞게 조용히 학교생활을 끝내고 싶었다. 누가 말을 걸어도 무시로 일관했다. 그것이 조용히 학교에서 지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소년원 출신이라며?”



쉬는 시간에 책상 위에 엎어져 잠을 자고 있는 종현을 누군가 깨워 그리 물었다. 종현은 잠이 덜 깬 눈을 깜박이며 그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자신이 소년원을 갔다 온 것을 알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종현은 일부러 원래 다녔던 학교와 한참 떨어진 학교로 왔다. 등교시간 8시까지 맞춰서 가려면 집에서는 5시에 출발해야 할 정도로 먼 학교였다. 그런데 그런 학교에 왜 자신의 소문이 도는 것인지 종현은 이해할 수도, 알 수도 없었고, 종현이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소문은 순식간이었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가만히 있는 종현의 태도가 오히려 그 소문에 발을 달게 해주었다. 무언의 긍정. 아이들은 종현의 무언이 긍정의 대답이라고 여겼다. 발 달린 소문은 그 어떤 속도보다 빠르게 퍼졌고, 그 부피가 점점 더 커져갔다.


처음엔 소년원에 갔다는 것으로 출발한 그 소문은 어느새 종현이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으로 변질됐고, 종현의 사생활마저 다 까발려졌다.


지긋지긋한 가난함, 종현의 어머니가 하셨던 일, 아버지의 죽음. 혼자가 된 종현에겐 곱지 않은 시선들이 쏟아졌다. 좋지 않은 말들도 수없이 많이 쏟아졌지만, 종현은 견딜 수 있었다.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종현보다 더 어린 열일곱이었다. 그들 모두 불완전했고, 불안한 나이였다. 선을 모르고, 끝을 모르고, ‘적당히’라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계속해서 종현을 건드렸고, 괴롭혔다. 종현이 소년원 출신이라는 것은 고작 열일곱들에겐, 특히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오늘날 열일곱들에겐 대단한 것이기도 했고, 무서운 것이기도 했지만, 종현은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고, 그들의 조롱거리도, 주먹질도 모두 받아들이니 대단하고, 무서운 김종현을 때려눕힌 승리감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더 ‘적당히’라는 것을 몰랐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종현도 고작 열여덟이었고, 종현 또한 불완전했다.



종현 3-4



평소보다 심한 주먹질과 조롱거리였다. 종현뿐만 아니라 종현의 부모님까지 욕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팔더라도, 자신을 버렸더라도 제 어미는 어미인지, 걸레라고 욕을 하며 그녀의 몸을 잡고 뒤에서 박는 시늉을 내는 그들의 모습은 역겹고, 더럽고, 기분 나빴다. 그러나 종현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참을 수 있었다. 그 정도는 쉽게 받아왔던 조롱거리 같은 것이었으니, 괜찮다고, 이정도면 괜찮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들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 열일곱이었고, 종현의 아버지까지 조롱할 재료로 삼았다.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을 망설임도 없이 쳐내는 것처럼 잔인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재연했고, 종현이 보지 못한 뉴스 속 처참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으며, 종현도 보지 못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우습게 표현했다. 종현은 제 아버지를 우습게 표현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들이 제 아버지를 도마 위에 두고 잔인하게 목을 자르고, 팔을 자르고, 또 그것을 비웃는 것을 망설이지 않은 것처럼 종현도 망설임 없이, 그들의 얼굴을, 다리를, 팔을, 끝내 목까지 졸랐다. 그들 모두를 죽일 생각인 것 같았다. 종현의 눈엔 불완전한 그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 보였고, 조금의 이성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모두들 숨을 죽이며 종현의 모습을 지켜봤다.



-여기 보세요~



누군가가 휴대폰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는 모양인지, 동영상 촬영음이 무거운 침묵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종현은 그 소리에 어떤 한 녀석의 목에 쥔 손아귀 힘을 풀었다.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니라 이 학교가 미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재밌었던 것일까? 여기 보세요, 라니. 헛웃음이 다 나왔다. 자신의 부모님을 욕보이는 녀석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제 모습이 그리 웃기고, 재밌고……



종현 3-5



또 다시 소년원이었다. 이번엔 죽일 작정으로 목까지 졸랐으니,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더군다나 종현은 고아가 아니었던가. 그 누구도 종현을 보호해주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고, 대신 변명을 해주지도 않았고, 종현 대신 사과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종현은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다. 너무, 너무.


그를 만나러 목을 매고 싶을 정도로.



종현 3-6



종현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소년원에 들어갔다. 삐뚠 인생을 마주하니,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곳곳에 놓인 장애물들은 계속해서 종현을 괴롭혔고, 한번 구부러진 길은 필 수 없었다. 종현은 그것이 제 인생이라 여겼고, 그것은 또 사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인생대로 살아주자, 했다. 뒤늦은 반항심 같은 거였다. 질이 나쁜 애들을 만나고, 크고 작은 사고를 쳤으며, 주먹 쓰는 것에 자제하지도 않았다.



진기 4

진기는 종종 오전근무가 끝이 나면, 집에 가지 않고 대학가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대학가로 가는 날엔 칙칙한 회색빛 작업복이 아닌, 섬유유연제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공장에서 나왔다. 마치 대학생들처럼. 스무 살 그 나이 또래처럼.

공장 근처엔 모든 색이 죽고, 소리도 죽어 괴롭다 소리치는 울음소리 밖에 나지 않는데, 대학가는 항상 활기가 넘쳤고, 청춘들이 노래를 불렀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색이란 색은 모두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엔 밝고, 풋풋한 청춘들에게만 모이는 달짝지근한 냄새도 났다. 비릿한 쇠 냄새와 기름 냄새만 진동하는 회색공장과는 달랐다. 진기도 그들 사이에 슬쩍 들어가 있으면, 자신도 그들과 같아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

대충 짜놓은 스토리라인은 심플하다 못해 뻔한데,

점점 길어지고, 지루해지고, 쓰는게 힘들어진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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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짱잼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하고 갈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헐 현유라니ㅠㅠㅠㅠㅠ심알신하고가여!!
10년 전
독자3
ㅠㅠㅠㅠ세상에ㅜㅠㅠㅜ지루하다니여ㅠㅜㅠㅠㅠㅠ읽는독자는햄보캄니다..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아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거기다 제가 앓다 주글 혀뉴ㅠㅠㅠ 왜 이 글을 이제야 봤을까요!! 신알신 하고 갑니다 다음 편 기다릴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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