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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전체글ll조회 589


그 날 이후로 우린 더욱 서먹해졌다. 아니. 서먹이라기엔 너무 먼 사이였다. 그 날 이후로 무슨 자격지심이었는지 나도 백현이에게 가지 않았고 백현이는 여전히 나에게 오지 않았다. 아침부터 학교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우린 서로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어쩌다 찬열이와 얘기하고 있을 때면 내 옆에 있었지만 찬열이와만 이야기했다. 물론 나도 그랬다.     

     

나만 빚진 기분이었다. 가끔씩 무뚝뚝하던 백현이 성격 때문에 언제나 내가 먼저 말을 걸었고 백현이의 입에서 말이 나오도록 이끌었다.     

     

점점 변해가던 백현이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도 나였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하기 싫다.     

     

남자다워서 좋았던 무뚝뚝함도 헤어진 것도 아닌데 서로 투명인간 아니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것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늘도 홀로 자리에 앉아 과학책이나 훑어보고 있는 나의 앞자리에 찬열이가 와 앉았다. 나는 찬열이를 무심히 바라보며     

     

"왜?"     

     

하고 말하고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야야. 너 지금 이거 볼 때가 아니야. 네 서방께서 바람을 피운다던데?"     

     

뭐? 바람이라고? 변백현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무슨 소리야. 누가 봤데? 확실하데?"     

     

"어. 확실하데 키스하는 것도 봤다던데?"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내가 안 본건 안 믿는다."     

     

라고 말했지만 내심 요즘들어 차가워지고는 변명과 핑계만 늘어놓는 백현이의 모습이 떠올라 찬열이의 말에 혹하게 했다.      

     

"야, 솔직히 너희 요즘 무언의 이별중인거 아니야? 남자들이 이러는데는 여러가지가있지만 확실한건 역시 바람 아니겠어?"     

     

"됐어.. 그나저나 누가 봤데? 볼 사람이.. 설마 오세훈 아니지?"     

     

"오 왠일이냐 눈치코치 없는 도경수가 이럴 댄 촉이 딱 맞네. 여자의 직감인가?"     

     

하며 혼자 큰 소리로 웃는 통에 반 아이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봤고 백현이도 잠시 책에서 시선을 떼고 우리를 쳐다보더니 금새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나쁜 자식.     

     

"오세훈이나 너나 믿을 놈들이 못되."     

     

"못 믿겠음 직접 확인해. 너 그거 좋아하잖아?"     

     

"직접? 뭘 어떻게. 미행이라도 하라고?"     

     

"뭐 어때. 가만히 서방님 믿다가 혼자 마음 정리도 못하고 까이는 것보다 네가 시원하게 까."     

     

"이게 미쳤나. 맞고싶어? 뭘 까이고 뭘 까.짜증나게. 입다물고 공부나해."     

     

그 때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오세훈이 우리 교실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괜히 보기 싫었다. 거짓말인 것을 알지만 듣기 싫었다.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알기에.     

     

"야 나 화장실 갔다고해."     

     

하고 찬열이에게 말하고는 뒷문으로 빠져나와 무작정 반대편으로 복도를 활보했다. 결국 복도가 끝이나고 계단으로 내려가려하는 순간      

     

"아. 깜짝이야."     

     

오세훈과 박찬열이 내 눈 앞에 있었다. 범인은 박찬열일께 뻔했다. 한 번 흘깃 째려보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왜 피해. 오세훈이 할 말 있데."     

     

"내가 언제 피했어. 화장실 간다고 했잖아."     

     

"화장실 반 쪽에 있는데. 형은 삼년 다니시면서 화장실도 못가요?"     

     

하며 지들끼리 신났다. 아주.     

     

"오세훈, 박찬열. 둘 다 맞을래?"     

     

"아니요. 제가 형 한테 맞을리가요."     

"내가 너한테 맞을리가."     

     

하며 서로 마주보며 낄낄거리는 둘의 정강이를 한 대씩 차주고는 교실로 돌아가려 했는데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았고 나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     

     

"형 할 말 있다니까요. 죄송해요. 아무튼 형 나 진짜로 봤어요. 음.. 어제 조금 둘이 대화하는거 들었는데 오늘 다시 만나는 것 같던데. 의심가면 형이 직접 확인해봐요. 형이 까이면 두 배로 속상하잖아요. 바람 핀 서방님이 이혼하자고 이혼 서류 들이밀면 형은 위자료도 못받는데."     

     

"그래. 김종인이래. 걔 댄스부. 내가 같이 가줄께. 어때? 좋지?"     

     

그 말에 눈 앞에 하얘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김종인... 잠시 멍하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서있었고 종이 쳐 찬열이와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생각해 볼께..."     

     

지루했던 수학 시간이 끝났고 점심시간이 왔다. 같이 먹지는 않았지만 반대편 줄 맞은편에 백현이가 서있었다.     

     

그저 내 뒤에서 떠드는 박찬열의 목소리와 웅성거리며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을 때 김종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야 박찬열. 쟤지? 니가 말한 종인이가."     

     

끝도 없이 떠들던 박찬열이 잠시 집중해 바라보더니     

     

"어 쟤다 쟤."     

     

하는 말이 끝나자 나는 그 둘의 행동을 더 유심히 살폈다. 가꺼워진 둘은 서로 마주보며 인사했고 은근슬쩍 백현이 뒤에 서는 김종인이었다.     

     

"야 거봐. 저것들 뭐 있다니까?"     

     

눈 앞이 또 하얘였다. 진짜일까. 마지막까지 널 믿고 싶었는데. 아니지?     

     

"야 박찬열.. 나 좀 도와줘.."     

     

     

     

     

     

     

     

     

     

드디어 사건이 터졌네용? ㅎㅎㅎ 뻔할까요 뻔하지 않을까요? ㅋㅋ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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