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타님, 리로님 감사합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17
W.여우
"호원학생, 잘 들어가요!"
"동우도 잘 들어가, 집에 들어가면 꼭 전화하고! 알겠지?"
동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원은 생긋 웃어주며 동우의 차가 멀어질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동우는 철없이 어린 그의 모습에 도무지 웃음이 가시지 않는 듯 백미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호원이 사라지면 다시 그가 있던 잔상을 그리며 혼자 실실대었다. 동우……, 동우……. 동우는 그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형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달콤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자신의 이름이 너무나 좋았다. 동우는 알아들을 수 없이 소리로 킁킁대며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표현했다. 꼭 강아지 한 마리가 차 안에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동우는 자신의 건물로 차를 들이밀었다. 미끄러지듯 개인 차고로 차가 들어갔다. 동우는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차문을 잠그고 차고를 빠져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시리웠다. 아……, 추워라……. 동우는 방금 전까지 안겨있던 자신을 생각하며 얼굴을 붉혔다. 오늘은 성규랑 소맥이라도 한 잔 말아야겠다!……. 동우는 재잘재잘 떠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막- 건물로 올라가려는 참이었다. 건물 앞에 쭈그려앉아 무릎속에 고개를 파묻은 사람이 보였다. 동우는 웬 노숙자가 이 추운 날씨에 앉아 있나 싶은 마음에 말을 걸었다.
"저기요, 아저씨……. 여기 계시면 얼어죽어요. 건물 안에 계단에서라도 주무세요, 네?"
"……하으……."
"아저……씨이……?"
동우는 아저씨라는 말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누가 본다면 아저씨가 아저씨를 부르는 입장이니, 얼마나 웃길까 싶었지만 동우는 아직도 자신이 어린아이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분명한 같은 나이대였다.동우의 시선사이로 정장 안쪽에 적힌 'DOLCE&GABBANA'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뭐야, 거지도 아니고……. 동우는 아무래도 술 취한 사람이 정신줄을 놓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동우는 얼른 일어서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라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어서, 가세요! 하지만 남자는 꿈쩍도 않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결국 동우가 성규를 부르기 위해 전화기를 든 찰나, 술 취한 이상한 아저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우는 놀란 마음에 움찔- 뒤로 물러섰다. 동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휴대폰화면을 꺼버렸다. 이제 갈 건가 보네……. 동우가 안심하며 건물로 들어서려했다. 그 순간, 남자가 동우의 손목을 붙잡았다. 동우는 화들짝 놀라 손을 뿌리쳤다.
"아, 아저씨 왜 이래요!"
"……우야."
"……남, 남우현이야?"
동우의 옷소매를 붙잡은 남자는 우현이었다. 동우는 뿌리친 손을 덜덜 떨며 우현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두툼한 옷 사이로 우현의 몸이 만져졌다. 우현은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한참을 운 듯한 표정으로 동우를 바라보았다. 흰자는 충혈된 채, 검은자에게까지 빨간 실핏줄을 보내고 있었다. 동우는 놀란 마음에 우현을 꼭 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무, 무슨 일이야……, 응? 동우의 질문에도 우현은 그저 꺽꺽대며 울고만 있었다. 동우는 우현의 마음을 알길이 없어 그저 아무말 없이 꼬옥 안아주었다. 우현은 지금 당장 안아주는 동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슬프고 슬퍼서. 서럽고 서러워서 우는 것 같았다. 엄마 잃은 아이가 안아주는 누군가에게 기대어 편안히 울음을 그치는 것처럼. 우현은 지금 복받치는 설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하나 둘 툭툭- 떨어져 나오자 주체할 수 없이 그 소리가 커져버렸다. 한참이나 우현을 다독이던 동우가 결국 그 품을 떨어뜨리고 우현을 바라보았다. 우현은 겨우 호흡하면서 동우를 바라보았다.
"……우현아, 나랑 술 한잔 할래?"
* * * * *
"이모, 여기- 소주 세 병하고 골뱅이!"
동우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동우는 아무래도 마시다 죽어버릴 예정이었는지 이미 조금 취한 사람과 자신을 합쳐 세병이나 주문했다. 동우는 포장마차 한 구석에 자리잡았다. 껄끄러히 발을 들인 우현도 천천히 동우의 맞은 편에 착석했다. 엉덩이가 시리웠다. 아무래도 한참동안 비워져 있던 자리인 것 같았다. 주인 이모가 소주 세 병과 안주를 가져다주자, 동우가 탁- 하고 나무젓가락을 떼내었다. 우현은 그런 동우를 멍하니 바라보다 찌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소주병을 땄다. 꼴꼴꼴-. 듣기 좋은 맑은 소리가 우현의 잔에 담겼다. 동우는 한 차례 골뱅이를 집어 먹다가 이내 자작하고 있는 우현에게서 병을 뺏어왔다. 평생 솔로 된다, 미친 놈아!. 동우의 어이없는 말주변에 우현이 픽- 하고 웃어버렸다. 지금 버려진 것도 서러운데 평생 솔로라니……. 우현은 영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반밖에 따르지 않은 소주잔을 깊게 들이켰다. 우현은 포차 내를 둘러보았다. 작다, 작아……, 김성규 속처럼 아주 좁아 터졌네……. 동우는 이런 우현을 아는 지 모르는지, 어서 자신에게도 한 잔 따라달라며 찡찡대었다. 우현은 깊게 한숨을 쉬며, 동우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다.
"근데 왜 그러고 있었어?"
"……김성규 생각나서."
"그 여자한테 차였어?"
……여자라. 우현이 마시던 잔을 세게 내려놓았다. 다들 자신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대체 어떻게 알아서, 어떻게 알아 왔으며, 지금까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한건지……. 우현은 머리를 감싸매었다. 나도 몰라, 모른다고……. 있지도 않은 여자는 어느새 우현의 옆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고, 보고 싶다는 한 마디는 만나지도 않은 여자와의 결별을 의미했다. 우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마음같아서는 저 소주 한 병을 머리위로 세차게 부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화끈거리는 와중에 아픈 머리가 식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우현은 다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해명하기에도 무엇할까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그저, 한 순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들 그 한마디가 부족해서 이리꼬이고 저리꼬이고, 아파서 죽으려하고-. 말을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홀로 놓여져 있는 초록색 병이 눈에 들어왔다. 우현은 병을 집어 입에 대고는 꼴깍꼴깍 삼켜버렸다. 사레라도 들세라, 꾸역꾸역- 곱씹어 삼켜버렸다. 첫 잔은 꽤 달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새 알코올이 다 날아간 것인지 쓴 물덩어리만 남겨져있었다. 목구멍이 뜨끈하고 화끈거렸다. 머리도- 징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김성규는 나 없이 못살아."
"야! 이 미친놈아. 무슨 술을 병째로 먹어!"
"……우리 성규가 15년전으로 가고 싶대. 근데……나도 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나 가슴이 이상해. 15년전처럼 막 두근대고 떨려……. 누가 먼저 가져갈까봐 불안하고, 무섭고……. 하루라도 빨리 고백해버리고 싶어……. ……내가 그랬어. 권태기라고, 챙겨주지도 않고……. 맨날 혼자 침대에 뉘여놨어.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어. 결국 내가 다 그렇게 만든거라고……. 내가, 내가 다 잘못했단 말이야……. 동우야, 나 어떡하냐? 응? 나 어떻게 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당당하게 고백하고 네 집으로 끌고 가면 될 거 아냐!"
"……김성규는 나 없이 잘 살아. 나는 김성규 없이 못 사는데……."
우현은 또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혹은 술인지 알 길이 없었다. 우현은 숨을 껄떡이며 말을 이었다. 바람이 아니었다고, 한 순간의 오해였다고……. 동우는 우현의 말을 듣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현은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는 잔을 씹어먹다 못해 소주 한 병을 더 따더니, 이내 쫄쫄- 대며 다 흡입해버렸다. 동우는 아무 생각없이 골뱅이를 골라먹다, 깜짝놀라 병을 뺏어버렸다. 하지만 이미, 한 병은 우현의 위 속으로 모조리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이런, 개나무새끼가……, 아오!. 동우는 나오는 욕설을 참지 않고 폭포수처럼 뿌렸다. 우현은 그런 동우가 들리지도 않는지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 천천히 잠들어버렸다. 야야, 자? 자냐고!. 동우는 화가 난 나머지 우현의 뒤통수를 세게 가격했다. 한다리 건너 테이블에까지 들릴만한 빡- 소리가 들렸지만, 우현은 깊게 취한 듯 눈을 뜨지 않았다. 동우는 단단히 화가 난 듯, 우현을 버리고 나오려다, 이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낯익은 목소리가 수화음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내 동우는 포차를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했다. 두툼한 가디건 하나를 걸친 성규가 덜덜 떨며 포차안으로 들어왔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너 얘 좀 데려다 줘."
"……하아-, 미치겠다. 진짜."
"갔다와서 나랑 얘기 좀 해……, 할 말이 많아."
동우의 한 마디에 성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동우야-. 동우는 괜찮다는 듯 어개를 으쓱이고는 먼저 가보겠다며 포차를 나가버렸다. 성규는 한참동안 우현을 바라보다가 우현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렇게 보드랍던 머리칼이 많이 푸석해진 것 같기도 했다. 하아……. 성규는 우현을 일으켜 포차밖으로 빠져나왔다. 한숨을 쉬자, 뿌옇게 김이 져버렸다. 성규는 우현을 부축해 터벅터벅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주머니를 뒤지니, 익숙한 차키가 나왔다. 성규는 우현을 산뜻히 움직여 차에 실었다. 운전석에 앉으니, 우현의 향기가 자꾸만 스스로를 자극했다. 남우현……은 향기도 참 안 변하네……. 성규는 괜히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았다. 우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걸린 시동은 자연스럽게 건물마당을 빠져나왔다. 성규는 혹시나 우현이 추울까 자신이 입고 온 가디건까지 벗어 챙겨주며 집으로 향했다.
* * * * *
성규는 천천히 우현의 옷을 갈아입혀 침대에 눕혀주었다. 집은 또 왜이렇게 엉망인건지, 속이 상해도 너무 상해버렸다. 성규는 천천히 우현의 집을 정리했다. 싱크대는 물 한 방울 없이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못살아 진짜, 밥도 못먹고 다니나봐……. 냉장고를 열어보아도 성규가 해 준 그대로였다. 성규는 먼지쌓인 집안을 이리쓸고, 저리 닦아내었다. 한결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그래도 마음이 편해졌다. 성규는 천천히 우현이 잠든 방으로 들어갔다. 넓은 사이즈의 침대가 편안해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던 곳이었다. 성규는 왠지 모를 이끌림에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이불을 걷어올려 침대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우현의 품이 따뜻했다. 지난 한 달간 홀로 침대에 누워있으니, 얼마나 몸이 시렸는지 모른다. 은은한 우현의 향과 따스한 체온이 합쳐졌다. 아……, 남우현이다……. 성규는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눈을 떴다.
"……으읏?"
성규의 위에서 우현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성규가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우현이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살짝 꺾은 고개가 아름다웠다. 성규는 목울대에서부터 무언가 울컥 올라왔다. 아……, 우현아……. 부르지 못하는 이름이 안타까웠다. 우현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천천히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서로의 감정이었다. 뜨거운 타액이 오가고, 숨이 격하게 진동했다. 주인을 만난 침대는 제 구실을 하듯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둘을 감싸안았다. 성규는 천천히 눈을 감고 우현을 느끼었다. 그래, 이것이었다…….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부질없는 이 감성이 성규를 자극했다. 성규는 아랫입술을 핥아올리는 우현에 의해 천천히 눈을 떴다. 우현은 울고 있었다. 어린 아이처럼 뚝뚝-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입술을 한없이 물어뜯고 있었다. 성규는 손을 들어올려 우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우현을 제 옆으로 눕히고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안녕, 안녕 우현아."
우현이 누워있는 침실에 불이 나갔다. 딸깍이는 스위치가 반대편으로 움직이고, 성규는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감추어 방을 나섰다. 제대로 신지 못한 운동화는 질질, 아스팔트를 끌었다. 성규는 끅끅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거리로 나와버렸다. 택시를 잡아 타는 그 순간에도 눈물이 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아흐……윽, 모르겠어, 성규야……, 김성규야……, 너 왜 그러니……. 잠잠해지려고만 하면 자꾸 소용돌이가 일었다.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욱- 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성규는 홀로 침대에 누워 울고 있을 우현이 보고싶었다. 지금이라도 택시를 돌리고 싶었지만, 이미 끝난 마음들이었다. 성규는 잔잔히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에 울음을 묻혀버렸다.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오늘 두번째로 오는 여우입니다.
아 정말, 저는 무슨.. 흡, 아잌 벌써 17화네여, 엉엉 눈물나여
어휴, 사실 지금 18화도 다 써 놨어요. 근데 오늘 올릴까, 아님 내일 올릴까 생각중이에요.
사실 평일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야해서요 ㅠㅠ < 집은 저에게 자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므니다 ㅠㅠ
그렇다 보면 하루에 한 편 밖에 못 올리거든요. 그럼 당연히 18.19.20화 해서 월, 화, 수 까지 날짜가 늦어지게 되요.
그러면 너무 늦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흐, 열봄텍파도 지금 거의 처음 부분밖에 손 못댄 상황이고, 핫핫님께 글도 받아논 상태라서 어휴 미치겠네요, 정말
ㅠㅠ 엉엉, 저를 어떻게 좀 해주세요, 저 뭐에요? 엉엉. 아 정말 미치겠어요, 정말 ㅠㅠ 어떻게 해야해요?
어헣헣, 우선 그럼 이것저것 머리를 정리시켜야겠어요. 원래 10월 마지막날까지 다 정리하려고 했는데, 엉엉 죄송해요.
어흐흐, 그럼 아마 11월 11일, 혹은 11월 10일까지는 여기 있어야 겠네요.. ㅠㅠ 어험. 20화까지 완결때리고, 열봄은 같이 첫째주까지 전송해드리공, 음음 걱정이 많군요.
그리고 준비한 조각글 하나 해드리고, 그래야겠어요. 12월 25일에 아무래도 조직물 하나 내놓고 또 사라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충 제 예상은 이래요.
아마 그럼 올해가 마지막 제 글잡작가시절이 되겠네요. 엉엉,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공지는 따로 목요일날 혹은 수요일날 올리겠습니다.
+) 헿, 그대들.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까요?
궁금해요? 진짜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은 후라이구연
저 사실, 사실 쿡, 비밀.// 마지막 화에서 공개해버릴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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