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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오르비스 7





7.





  종인의 생각은 그랬다. 딱히 경수가 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였지만, 찬열에 대한 것만 종알대며 물어보는데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왜? 그 이유는 패스. 찬열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그땐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경수가 어떤 답변을 내놓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임에도 그 짧은 시간에 신경이 쓰였다.


 '아니!'라는 경수의 말을 듣자마자 깊은 안쪽의 어딘가에서 잔뜩 꼬여있던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히려 이젠 경수의 당황한 표정에 웃음이 나올지경이였다. 그때 종인은 풉, 하고 웃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입밖으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마 헬멧에 가려서 경수는 제가 지금 웃었는지도 모를거였다. 자신이 화가 나있는 상태였을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종인은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높게 일렁였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파도치지 않는 바다처럼 잠잠해졌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종인은 아마 단순히 경수가 남자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놀라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했다. 멀쩡한 남자애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부터가 말이 되질 않았다. 그래… 그래서 그런거겠지. 종인은 워낙 단순한 성격탓에 복잡하고 생각하는 걸 싫어했다. 지금 이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정말 복잡하고, 파고들수록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인은 머리아픈 생각따윈 머릿속 어딘가에 묻어두고 넘어가기로 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할리가 없잖아.



아주 간단하고 단순하며, 당연한 결정이였다.





 찬열이 멀리서부터 보이는 종인에게 손을 흔들었다. 종인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천천히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왔다. 먼저 정류장에 줄을 서있던 찬열의 뒤로 종인이 찬열의 손바닥을 짝, 치며 슬쩍 들어왔다. 뒷터치 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종인의 행동에 찬열이 픽, 웃었다. 날로 먹네 진짜. 찬열이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기위해 뒤를 돌았다. 종인은 아직도 쏟아지는 졸음에 하품을 했다.



 " 오늘은 왜 오토바이 안타고 버스? "

 " 어제 너무 돌아다니느라 기름이 없어. "



 종인은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찬열은 아, 하며 주머니의 있는 핸드폰을 종인에게 꺼내 보여주었다.



 " 맞아, 어제 이거 갖다주러 우리집 왔었다며. 대체 어디서 찾았어? "

 " 어떤 애가 주워서 단축번호로 나한테 전화걸었어. "

 " 와,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다. 고마워. "

 " 내가 아니라, 걔한테 고마워해야지. "


 " 그러게,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




찬열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며 만지작거렸다. 뒤집어보기도 하고 손으로 쓸어보기도 했다. 종인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 귀엽더라. "



 종인의 말과 동시에 커다란 버스가 정류장 앞에 멈춰섰다. 줄을 선 순서대로 차례차례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지금도 충분히 꽉차는 만원버스에 사람들이 구겨넣어지듯 들어갔다. 찬열이 버스에 밀려들어가듯이 올라타는 와중에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 뭐, 귀엽다고? 여자애야? "

 " …….. "



 종인은 알 수없는 애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표정에 찬열은 그 사람의 정체에 대해 더 궁금해져버렸다. 얼굴은 예뻐? 몇 살 같아보여? 혹시 번호도 땄냐? 찬열이 계속 물을 때마다 종인은 입을 닫고 피식 웃기만했다. 등교길 만원버스에 낑겨 들어가면서도 찬열은 계속 쉼없이 투덜댔다. 아 진짜 부러워! 재수도 좋은 놈. 


 사람들이 다 타자 무거워진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종인은 이런 만원버스가 참 오랜만이였다. 항상 찬열과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를 가다가 이렇게 꽉 낑기는 버스를 타니 죽을 맛이였다. 그나마 키가 큰탓에 숨은 제대로 쉴수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쑥 솟구쳐 튀어나온 찬열의 머리가 웃겼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손잡이를 꽉 잡은채로 종인은 킥킥 웃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갑자기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경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키가 작아서 버스나 제대로 탈 수 있으려나. 사람들에게 파묻히지는 않을까. 종인은 밀려 넘어지지 않을세라, 버스 손잡이를 꽉 잡고 안간힘을 쓰는 경수를 상상했다. 커브길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그 작은 몸도.


 그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고고하게 떠다니는 찬열의 머리통보다 웃길 것 같았다. 종인은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고있었다. 찬열이 그의 흐뭇한 미소를 보았지만, 일부러 고개를 돌려 보지 않은 척 했다. 종인의 실실 웃는 모습은 흔치 않았기에, 지켜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번호 딴애한테 데이트 신청이라도 왔나. 찬열이 보기에 종인은 평소와는 조금 이상했지만, 정말로 흐뭇해보였다. 마치 사랑에라도 빠진 인간처럼. 




 


*







 사월의 시작이였다. 꽃샘추위를 뚫고 봄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고삼들의 삼월은 그야말로 공부였다. 모든 아이들이 모두 공부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3월 모의고사는 정말 열심히 보았지만 노력에 비해 망한애들이 비일비재했다. 경수도 그에 속했다. 매일 독서실에 다니며 정말 공부만 했는데 등급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그야말로 죽쒀서 개준꼴이였다. 시작부터 슬럼프인가. 손에 샤프를 들고, 문제집을 펴놓아도 자꾸만 다른 생각이 났다. 고운 모래 사이에서 파묻혀 발을 찌르는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머릿속을 헤집었다. 아님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와 비슷한 걸까. 




 경수가 바라본 창문 밖에는 구름이 정갈하고 아름답게 하늘에 떠있었다. 포토샵 브러쉬로 찍어놓은 것만 같았다. 경수는 바람에 조금씩 천천히 이동하는 구름을 보았다. 역시나 책상에는 문제집이 펴져있고, 손에는 샤프가 들려있었다. 십분동안 경수는 3번문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운 긴 영어지문에 가야할 시선은 창밖에 향해있었다. 4월 1일의 아침자습시간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모두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책상위에는 무언가 올려져 있었다. 그 문제집들은 누군가의 평생의 꿈이거나, 바위처럼 무거운 부담감이거나, 의지없는 의무감일지도 몰랐다.



 창밖만 멍하니 보고있던 경수가 찬열에게로 눈을 돌렸다. 대각선에 앉은 찬열의 단단한 뒷모습과, 조금씩 나와있는 옆모습이 보였다. 찬열은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있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며, 쉼없이 답을 적어내려갔다. 그리고 이내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스르륵. 몇 분동안 계속해서 멈춰있는 경수의 페이지와 크게 대조되었다. 



 찬열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샤프 끝을 입에 물었다.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할때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였다. 경수는 찬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보는게 흥미로웠다. 계속 보다보면 찬열의 사소한 습관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방금 전에 했던 샤프를 입에 무는 버릇. 그런 것. 계속 찬열의 옆모습을 보느라 경수는 시간가는줄 몰랐다. 처음에는 힐끔힐끔 몰래 눈을 돌리다 지금은 아예 시선고정이 되어버렸다.


 평소 경수가 짧게나마 지켜봐온 바로는, 찬열은 항상 공부에는 열심이였다.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 등 공부하는 시간에는 절대 노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아마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있는 것 같았다. 집중하는 찬열의 모습에 경수도 조금씩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지금은 이럴때가 아니였다. 정신차려. 경수가 이러면 안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문제집으로 눈을 돌렸다.


 

  길게 알파벳을 늘여놓은 영어 지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경수는 보기만 해도 막막하게 긴 문장들을 샤프로 끊어가며 천천히 해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였다. 갑자기 영어지문위로 방금전 보았던 창밖의 구름모습이 보였다.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모습. 너무 높이 있어서 잡을 수는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수증기의 집합. 찬열도 똑같았다. 가질 수는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되지도 않을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으니, 경수는 그걸로 만족했다. 항상 올려다만 보아도 좋으니, 올려다본 자리에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는 것. 그게 다였다.



 경수가 고개를 숙여 영어 지문을 보는 동안, 옆에 앉은 종인의 고개가 자기 쪽으로 돌려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창밖을 보고있는 것 같았다. 종인은 창밖의 무얼 보고있을지 궁금했다. 하늘? 운동장? 아니면 아무생각 없이 그냥 내다보고 싶은 걸까? 경수는 계속해서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종인이 자꾸만 이쪽 방향을 쳐다보고 있어, 좀처럼 집중이 되질 않았다. 경수는 뜻을 모르는채로 본문에 밑줄을 그으며, 읽고 또 읽었다. 종인이 다시 자신의 문제집으로 돌릴때까지 그럴셈이였다. 



 좀처럼 종인은 창문쪽으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종인이 무엇을 보고있는지 바라보고 싶었지만, 돌아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경수는 조금더 문제집 쪽으로 고개를 파고들었다. 샤프를 잡은 손에 조금 땀이 찼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은 신경쓰여 죽을 것 같았다.     



  경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대체 종인이 무얼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경수가 손에 잡은 샤프를 내려놓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종인쪽으로 돌렸다.




 그 순간 서로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경수는 놀란 듯 몸을 살짝 뒤로 뺐다. 힉,  나른하게 풀려있던 종인의 눈도 조금 커졌다. 종인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창밖을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눈을 마주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마치…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을 보고있었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부딪힘이였다.


 눈이 마주친 이후, 둘은 말없이 계속 서로를 마주보았다. 서로의 벙찐 얼굴에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아­…. 

그러다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경수였다. 경수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밑으로 내리깔며 말했다. 종인이 아직도 자신을 보고있을지, 아니면 시선을 돌렸을지는 보이지 않았다. 



  " 아…… 깜짝이야. "



경수가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입밖으로 나오는 말도 의도치않게 절로 더듬어져 나왔다. 경수는 조금 창피해져 손을 꼼지락거렸다. 좀처럼 종인이 말을 하지 않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경수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위해 말을 걸었다. 




 " 계속 창밖에 보고 있길래…, 혹시 하늘 보는거 좋아해? "

 " 응. "

" 그럼 자리 바꿔줄까? 그럼 더 편하게 볼 수있을 것 같은데……. "




 경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종인은 오른손으로 턱을 괸채로 경수를 보고있었다. 눈동자를 굴리면 창밖도 동시에 볼 수있었다. 종인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아니, 여기가 더 좋아. "

 " 아..그렇구나…. "



 

 경수는 눈치보듯이 종인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문제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전 보았던 종인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른한 눈매와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기분좋아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종인을 기분좋게 만든 것은 확실했다. 경수는 그 무언가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았다. 창밖을 내다보는 걸 정말로 좋아하는 걸까. 그런데 어째서 훨씬 잘보이는 자신의 자리와 바꾸지 않은 걸까? 


 경수는 또다시 종인의 고개가 창밖으로 돌아가있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나 신경이 쓰였지만, 다시 고개를 돌릴 용기가 없었다. 그저 문제집에 고개를 박을 뿐이였다. 만약 또다시 눈을 마주친다면 그땐 정말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였다.







 

*





 경수는 매점에서 사온 쭈쭈바를 입에 물고 구령대 앞으로 빠르게 걸었다. 지나가다 마주친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키느라 조금 늦어버렸다. 점심시간을 틈타 운동장에서는 남자애들의 축구경기가 한창이였다. 경기는 이미 시작한지 오랜 것 같았다. 점심시간에 구경하러 나오라는 찬열의 말에 경수는 약속을 지키려 운동장으로 나왔다. 주변에는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열댓명 정도 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여자애들이였다. 다들 누굴 보려고 온 걸까.


 오후의 햇빛이 걸러짐 없이 바로 비춰졌다. 경수는 따가운 햇빛때문에 손으로 그늘을 만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부셔 뜰수가 없었다. 화창한 봄날씨속에서 공을 따라 이리저리 달리는 사람들은 평화로웠다. 경수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찬열을 찾았다. 골대 근처에 서있는 찬열은 역시나 큰 키 때문에 한눈에 띄었다. 태양빛을 머금은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더 밝은 갈색을 띄었다. 경수는 혼자 씩 웃으며 스탠드에 가서 앉았다. 그냥 서서 보기에는 햇빛이 너무 강렬했다.


 찬열은 수비수였다. 그래서인지 골대 주변에서만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공이 자기쪽 골대로 올때마다 부지런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은 반대편 골대에서만 공이 돌아다니기 바빴다. 그래서 가만히 서있는 시간이 많았다.  잠시 서있던 찬열은 더운지 교복 카라 깃을 펄럭거렸다. 찬열이 입고있는 베스트가 오늘따라 더 더워보였다. 

 

 

 " 물이라도 사올걸 그랬나…. "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에 찬열의 앞머리가 갈라졌다. 아직도 긴팔을 입고다녀야 하는 날씨이긴 하지만 저렇게 뛰어다니면 당연히 더울 것이다. 땀이라도 닦아주고 싶다. 그래도 땀에 젖어 뛰어다니는 찬열을 보는 것도 흔한 기회는 아닐 것이다. 찬열은 종인의 말대로 운동을 잘 못하는 것 같았다. 찬열은 그저 가벼운 패스를 해주거나, 이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걷어내는 일만 했다. 가끔가다 헛발질을 해서 민망하게 웃기도 했다. 그러나 경수는 찬열이 무엇을 하던 멋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어딘가 부족한 모습이 인간적으로 보였다. 조금씩 부는 바람에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카락과, 민망하게 웃는 얼굴을 볼때면 마음이 간질거렸다. 가벼운 두근거림에 기분이 좋았다.

 

 경수는 잠시 찬열을 지켜보는 걸 멈추고 반대편 골대를 보았다. 반대편 골대쪽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우글우글 모여 뛰어다니기 바빴다. 공을 리드하는 사람의 중심으로 수비수들이 골문을 막았다. 그러나 그는 공을 빼앗기지 않고, 현란한 발놀림으로 수비수들을 돌파했다. 아, 하고 감탄이 나올정도로 대단한 기술이였다.

 

 와….

 

 경수는 저도모르게 입에 물고있던 쭈쭈바를 빼고 소리를 냈다. 과연 누굴까? 그는 보통의 예사로운 실력이 아니였다. 계속 뒤를 돌고만 있던 그가 몸을 돌려 상대편의 태클을 피했다. 경수는 그 틈에 그의 얼굴을 보았다. 익숙한 얼굴이였다. 김종인?

 

 정말로 의외였다. 놀란 경수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종인을 지켜보았다. 종인은 그 많은 상대편의 수비수들을 가볍게 제치고 홀로 골대쪽으로 공을 리드하며 뛰었다. 달리는 속도도 속도였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은 부드럽지만 상대를 속이기 딱 제격이였다. 마침내 종인은 골문 바로 앞까지 공을 끌고 왔다. 바로 골키퍼와의 일대일 정면돌파였다. 1초도 안되는 시간에 종인은 망설임이란 하나도 없이 공을 찼다. 깔끔한 오른발 슈팅이였다.  슛은 빠르고 날카롭게 바람을 갈랐다. 골키퍼가 몸을 날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날아온 공은 먼저 골대 망을 흔들었다.




 같은 팀 아이들이 구름처럼 종인에게로 모여들었다. 야, 대박이다. 역시 우리팀 에이스는 너다 임마! 몰려든 친구들의 말에 종인이 쑥쓰럽다는 듯 웃었다. 골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찬열도 손을 흔들며 종인을 치켜세웠다. 경수는 넋을 놓은채로 둘러쌓여있는 종인을 쳐다보았다. 제옆에서 창밖만 바라보던 김종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김종인! '

' 종인아! ' 



 종인은 여러곳에서 부르는 자신의 이름에 통 정신이 없었다. 귀가 멍멍했다. 게다가 흐르듯 내리는 땀에 사람들이 달라붙어 끈적거려 불편했다. 아무생각 없이 종인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저멀리 스탠드에 앉아있는 경수가 보였다. 종인은 순간 멈칫했다. 경수도 종인을 보고있었다. 멀리있어서 정확히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이쪽을 보고있는건 확실했다. 종인은 땀에 젖은 앞머리를 넘기며, 얼굴을 찌푸렸다. 햇빛때문에 경수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언제부터... 보고있던거지? 혹시 골을 넣는 것도 보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제 자신이 뿌듯해졌다. 종인은 분위기에 휩쓸려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일종의 부담감이였다. 더 잘하고싶고, 더 잘보이고 싶었다. 과연 이번에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상황이 정리되고 경기가 다시 시작되기 전이였다. 종인은 마지막으로 경수를 한번 쳐다보았다. 이번엔 경수는 반대편의 다른쪽을 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간에 저 시선을 자신에게로 가져오고 싶었다. 다시 뺏어오고 싶었다. 종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편한 마음으로 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뻣뻣하게 긴장을 하고 있었다. 종인은 발목을 돌리며 다시 뛸준비를 했다. 


 

 시원한 바람이 운동장을 쓸고 지나갔다. 잔디부터, 나무, 모든 아이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람은 아이들의 뜨거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조금이나마 식혀주었다. 뻥. 골키퍼가 공을 차는 소리가 운동장에 크게 울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은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가로챘다. 경수도, 찬열도 그리고 종인도 고개를 들어 하늘에 가까워진 공을 보았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잡담


요즘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새삼 느껴요

벌써 2012년이 한달 조금 넘게 남았다니

많이 슬프고ㅜㅜ


항상 즐겁게 봐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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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진짜재밌어여ㅠㅠㅠㅠㅠ저맨날보고있어요ㅠㅠ댓글도항상달고이써영..ㅠㅠ짱재밌네여 종인ㅇㅣ가점점귀여워지네요ㅋㅋㅋㅋㅋ짜식ㅋㅋㅋ행쇼~~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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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재밌어요♥ 항상 잘보구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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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종인이가 자신의마음을알고 경수도 종인이맘을알아줬으면좋갯어요퓨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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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ㅡ미완성오르비스를 보면 되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에요... 다시 경기가시작되었다는 건 찬열이와 종인이의 경기스타트인걸까요?...ㅎㅎ 나름의추측..!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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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BGM 완전 살랑살랑한게 글이랑 잘 어울려요! 오늘도 잘 감상하고 갑니다!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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