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3248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렁넝 전체글ll조회 1286










中.


 
나는 다음 날 강의가 끝나는대로 바로 학교앞 아이스크림 가게로 몸을 돌렸다. 나도 몇 번 가본적이 있는 가게이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항상 올 때마다 한 두명씩 사람이 있는 가게였다. 혹시나 도경수가 나를 생각해
낼 수 있게,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날, 지하철에서 입었던 귤 색 카라티를 다시 입었다. 혹시 나를 기억할까?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아
이스크림 가게에 발을 들였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처음 들어서서 본 광경은 2,3명 정도의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하며 아이스
크림을 퍼먹고 있었고, 알바생이 나에게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했다. 인공적인 에어콘 바람이 옷사이로 스며들어 시원했다. 나는 설
렘 반, 두려움 반으로 얼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어느 곳에도 도경수는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꼭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 건 어쩔수 없었다. 나는 한숨
을 쉬었다. 가게 알바생이 가만히 망부석처럼 서있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꼭 아이스크림을 빨리 고르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나는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한참을 아이스크림 진열대 앞에서 서있었다. 31가지의 
아이스크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진열대 앞에 서있었다. 뭘 골라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종류가 다양한건 알겠는데 
무슨 맛이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계속해서 진열대 앞에만 서있었다. 몇 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무슨 아이스
크림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도경수가 안오면 어떡하지? 만약 내가 간 후에 왔거나, 내가 오기전에 왔다간건 아닐까. 
이런 생각만 들었다. 

랫동안 앞에만 서있자, 직원이 나를 쳐다보며 살짝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손님…? 뭐 필요한거 있
으신가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그런 뒤, 나는 직원에게 여기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뭐냐고 물을 계획이였다. 그리고 입을 뗐
다.
 
 
 “ 저기, 여기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뭐예….”
 “ 슈팅스타 주세요. 콘으로요. ”
 
 
 누군가 내 말을 가로챘다. 나는 무의식중에 말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심장이 멎었다. 도경수였다
. 나는 한참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입도 살짝 벌어진 것 같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내 얼
굴을 보고 도경수가 기겁을 할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언제 들어온거지? 아마 내가 진열대 앞에서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들어온 것 
같았다. 도경수는 검정색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깜찍한 고양이가 프린트 되어있는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다리가 길고, 말
라서 그런지 대충 입어도 옷발이 살았다. 또, 야구모자에 조그만 머리가 쑥 들어가 머리는 물론, 얼굴도 가려졌다. 내가 그를 보는 사
이, 가게 직원은 도경수가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콘에 담았다.
 
 도경수가 내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그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무심한 표정이었다. 그는 눈알만 굴려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큰 눈망울이 위아래로 도로록 굴러갔다. 나는 그 눈의 움직임을 정신없이 관찰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조
금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경수가 주문시킨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도경수는 나를 바라보던 고개를 아무런 미련없이 
돌리고, 아이스크림 콘을 받아들었다. 파랑색과, 하양색, 빨간 잼, 그리고 조그만 알맹이들이 섞여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도경수는 아이스크림을 받으며, 살짝 웃었다. 아니, 아이스크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지금까지 내가 봐온 그로써는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짓는 도경수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나
는 그의 미소를 보며 또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잠시뿐이었지만, 그의 미소는 세상을 환히 밝힐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빛났다. 
나는 그것 앞에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그를 형용할 수 있는 것은 없을 정도로 그의 미소를 본 나는 정신이 혼미했다. 그의 미소는 잠
시뿐이었지만, 그만큼 적고, 귀중한 만큼 너무나도 예뻤다. 누가 내 눈을 바라본다면 핑크빛 하트가 퐁퐁 발사되는 느낌을 받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나는 도경수에게 반했다. 그가 달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한 번. 지금 그의 옅은 미소를 보았을 때, 두 번.
 
 도경수는 이내 아이스크림을 완전히 건네받고 다시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를 한 번 다시 돌아보았다. 나는 흠칫, 
하며 떨었다. 혹시 나를 찌질한 애로 보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도경수는 특유의 그저그런 표정으로 말했다.
 
 
 “ 아이스크림 딱히 먹을거 없으면, ”
 “ ……. ”
 “ 슈팅스타 맛있어요. ”
 
 
  도경수는 건네받은 아이스크림을 한 번 핥아먹었다. 나는 나를 쳐다보는 도경수를 의식하며 침을 꿀꺽 한번 삼켰다. 아마 경수는 
나를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이 겠지만, 나는 그래도 긴장이 되었다. 나는 경수를 한번 흘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 아, 저도 슈팅스타 주세요. ”
 
 
 가게 직원은 멍하니 가만히 있다가, 모르는 남자의 추천으로 아이스크림을 쉽게 고른 나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내 의심을 지우고 직원은 아이스크림통에서 아이스크림을 푸기 시작했다. 도경수는 아이스크림을 푸는 것을 몇 초 바라보다, 아이스
크림을 다시 한 번 핥고 가게에서 나갔다. 나는 갑자기 나가버린 도경수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느릿느릿하게 푸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서 직원을 재촉했다.
 
 
 “ 빨리요, 빨리퍼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
 “ 네, 네? ”
 “ 빨리요, 아까 나간애 잡아야되요. ”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오늘 눈 때문에 여러사람 놀래키네. 직원은 당황한듯 하다, 이내 빠르게 아이스크림을 긁어냈다. 나는 
빨리 아이스크림을 받아내고, 계산을 대충 하고 가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저 멀리 인도로, 도경수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
이스크림이 쏟아지지 않게 조심하며, 최대한 빨리 달렸다. 점점 도경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달렸다. 나는 도
경수! 하고 나오려는 소리가 턱까지 찼지만, 내뱉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경수에게 도달해서 그의 팔을 턱 하고 잡았다. 나는 숨이 
차서 헉헉거렸다. 내 손은 흐물흐물한 파란색 아이스크림으로 범벅이 되었다. 손이 끈적끈적했지만 나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도
경수, 도경수으로 모든게 정신 없었다. 도경수는 살짝 놀란듯 눈이 커진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표정이 되돌아왔다

. 나는 도경수의 팔을 꽉 잡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나는 헉헉 대고 있었다.
 
 
 “ 헉헉, 도경수. ”
 
 
 나는 경수를 불렀다. 그러자 경수의 눈이 커졌다. 왠지모르게 날이 선 눈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 제 이름 어떻게 아세요? ”
 “ 다 아는 법이 있어. 잠깐 얘기 좀…. ”
 “ 이거 아파요. ”
 
 경수는 내 말을 끊으며 내가 꽉 잡고 있던 팔을 가리키며 아프다며 말했다. 나는 아차, 하며 빨리 팔을 놓았다. 도경수는 의외로 웃지않으면  
날카로워서 누구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도경수는 그런 얼굴로 또 다시 나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걸었다.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하나도 먹지 않고 칠칠 맞게 손에 다 묻히고 다니는 나를 꼴사납게 볼지도 몰랐다.
 
 
 “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
 “ 그래요. ”
 
 
 도경수는 흔쾌히 말했다. 나는 마음이 안도되어, 해맑게 웃었다. 한편으로는, 얘가 너무 쉽게 허락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
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갑자기 이름도 말하고, 팔을 턱하니 붙잡고 얘기 좀 하자면, 의심부터 해야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고 나는 도경수와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 도경수와 나는 그늘이 져있는 벤치에 앉았다. 도경수는 미간을 살짝 찡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아이스크림을 할짝였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 무슨 용건 있어요? 박찬열 선배.”
 “ 나, 나를 알아? ”
 “ 우리 학교에서, 선배 잘생긴걸로 유명하잖아요. ”
 
 
 나는 내가 학교에서 유명한지도 몰랐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중요한건 도경수가 지금 나를 안다는 소리였다. 나는 정말 깜짝놀
랐다. 나를 알고있을 줄이야. 그래서 얘기 좀 하자는 말에 아무 거리낌 없이 따라온 것 일지도 몰랐다. 나는 놀랐지만 태연한 척 대답
했다. 그러나 나는 말하는 내 목소리가 떨고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 그,그래? ”
 “ 근데 전 선배가 잘생긴지 잘 모르겠던데 남들은 뭐가 좋다고 그러는지 잘 모르겠네요. ”
 
 
경수의 말을 듣고 나는 가슴에 화살이 푹, 하고 꽃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윽. 경수는 특이한 성격답게 솔직했다. 너무나도 솔직
해서 탈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또 다시 태연한 척 했지만, 표정관리가 안된 것 같기도 하다. 도경수는 내 가슴에 비수를 꽃고는 
앞을 쳐다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제 반쯤 먹은 것 같다. 나는 내 손에 들린 거의 다 녹은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을 보았다. 돈이 
좀 아깝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벤치 옆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때, 아! 하는 탄성이 들렸다. 아마 경수가 지른 것 같
았다. 나는 경수를 돌아보았다. 경수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이미 쓰레기통으로 처박힌 아이스크림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원망스런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봤다. 나는 또 뜨끔 했지만, 그런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경수가 너무나도 귀여웠다. 경수는 나를 몇 초 쳐
다보더니 체념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경수를 미소지으며 바라보았다. 내리깐 속눈썹이 위아래
로 흔들렸다.
 
 
 “ 슈팅스타를 먹으면 우주를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 ”
 “ 아… 뭐?”
 “ 그리고 우주 밖에 있는 조그만 폭발들을 느낄 수 있어요. 그쵸? ”
 “ 어, 그, 그렇치.”
 
 
 나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경수는 계속해서 슈팅스타에 관련된 이상한 헛소리를 줄줄이 늘어 놓
았다. 나는 무슨소린지는 도통 모르겠다. 아마 경수가 늘어놓는 말의 요점은 자신이 슈팅스타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 인것 같
았다. 나는 정말로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경수가 조목조목 말하는 얼굴이 너무나도 좋아 계속 흐뭇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말
할때 움직이는 입술과, 여드름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 위아래고 깜박여지는 눈과 속눈썹등이 조화롭게 어울려졌다. 그리고 가끔가
다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도경수의 헛소리가 다 끝난 후, 경수는 나에게 물었다.
 
 
 “ 근데 용건이 뭐예요? ”
 
 
 나는 급작스런 경수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아, 용건…. 나는 처음 경수를 잡았을 때 부터 결심했다. 처음부터 쭉 밀고 나가기로. 나
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경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찍어. 경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 핸드폰을 받아들고 터치화면
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로 돌려주었다. 나는 혹시나 다른사람 번호나 이상한 번호를 찍었을까봐 통화 버튼을 눌렀
다. 그리고 스피커에서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역시나, 도경수는 아무 번호나 찍어 나에게 준 
것이었다. 나는 고갤 들어 얼굴을 찌푸리고 경수를 쳐다보았다. 경수는 쳇, 하며 내눈을 피하며 눈을 밑으로 내리깔았다. 나는 다시 
경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경수는 또다시 번호를 찍고 이번엔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내 경수의 주머

니에서 진동이 울리는 것을 본 후, 나는 다시 핸드폰을 건네 받았다. 나는 경수를 불렀다.
 
 
 “ 경수아. ”
 “ ……. ”
 
 
 경수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 나, 너 좋아해. 첫눈에 반했어. ”
 
 
 나는 쾌남처럼 이를 드러내며 살며시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경수에게 고백을 하는 나에게서 마치 핑크빛 하트가 뿅뿅 하고 발사되
는 느낌이 드는 것만 같았다. 나뭇잎도 핑크빛이고, 햇살도 핑크빛인 핑크빛 로맨스의 시작…. 그러나 도경수는 그런 나의 환상을 무
참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 근데요? ”
 “ …뭐? ”
 “ 전 별로 관심 없는데요. ”
 
 경수는 어느새 아이스크림을 다먹은 것 같았다. 그는 다먹은 아이스크림 콘에 껴져있는 종이를 땅바닥에 휙 하고 버렸다. 그리고 그
가 신고있는 운동화로 꾹 하고 짓밟았다. 나는 그의 돌발행동에 눈이 커졌다. 아이스크림 종이는 경수의 신발로 짓이겨져 더러워지
고 구겨져 있었다. 도경수에게 밟혀있는 저 종이가 마치 내 심장이 된 것만 같았다. 꾸욱, 짓밟힌. 나는 그렇게 짜게 식어갔다. 도경
수는 일어선 채로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용건 끝났죠? ”
 “ ……. ”
 “ 선배하고 사귀느니 뽀로로랑 사귀는게 낫겠네요. ”
 
 
 뽀로로라니. 무슨 소리인가. 내가 뽀로로만도 못하단 소린가?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도경수를 쳐다보았다. 도경수는 아무런 표
정이 없었지만 나는 경수가 나를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경수는 나를 지나쳐 보통 걸음으로 
걸어갔다. 나는 경수가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경수가 사라지고 난 후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나는 차였지만 별로 상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대한 의욕이 더욱 샘솟았다. 나
는 정말로 도경수를 갖고싶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나는 박찬열이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박찬열이기에 여기서 포기하면 안된
다. 준면 선배에게 선포를 놓았던 것처럼 그렇게 만들고 말겠다.
 
 도경수가 나를 안 좋아한다면 좋아하게 만들면 된다. 무슨일이 있어도.
 
 
***
 
 
 그 날로부터, 세 달, 하도고 몇 주가 지났다. 나는 그 날, 도경수에게 차인 이후로 도경수를 따라 다녔다. 그리고는 만날 때마다 좋아
한다고 말했다. 그럴때마다 도경수는 나를 무관심으로 응답했다. 매일 다니는 아이스크림 가게부터 시작해서, 그가 학교오는 날과, 
자주 가는 서점, 카페 등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매일 따라다니다 보니 도경수의 강의 시간표나, 스케줄, 몇 안되는 도경수의 가장 친
한 친구 한명 등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자세한 성격이나, 취향, 집주소도 알게되었다. 또, 캠퍼스에는 내가 도경수를 매
일 따라 다닌다는 소문이 쫙 펴졌다. 덕분에 내 이름과 도경수의 이름은 항상 붙어다녔다. 준면 선배는 이마를 잡으며 한탄했고, 동
기들이나 선배들은 대놓고 피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다녔다. 
 
 
 내가 도경수를 따라다닌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도경수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나는 좋아라 하고 도경수의 집으로 들어갔
다. 그의 집은 심플했다. 그야말로 있을 것만 딱딱 있는, 쓸데없는 가구따위들은 없었다. 4차원적인 경수와는 조금 동떨어져있는 분
위기 인 것 같았지만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경수는 나에게 줄 것이 있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냥 가만히 거실에 서있었다. 
경수는 자신의 방에서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나는 경수가 들고 나온 물건을 보면서 매우 깜짝 놀랐다. 
진짜 소를 10분의 1로 축소 시켜놓은 것 같은 소 모형을 들고 나왔다. 소 모형의 눈은 까맣게 반짝거리고 털도 정말 진짜 소털 같았다
. 물론 진짜 털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정말 현실성 있는 모형이었다. 경수는 이 소를 내 팔에 옮겨 주었다.
 
 
 “ 선배 닮아서 주고 싶었어요. ”
 “ 이게? 날 닮았다고? ”
 “ 선배는 눈이 참 송아지 닮았어요. ”
 
 
  경수는 그 말을 하며 킥킥 웃었다. 칭찬인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를 받아내었다. 약간 좀 징그럽기도 하고, 진짜 살아있
는 소가 내 손에서 꿈틀 거리는 느낌같기도 했다. 나는 그런 느낌이 들수록 소를 휙 하고 버리고 싶었지만, 앞에 경수가 있어 그러지
도 못하고 소를 들고 있어야만 했다. 경수는 어째서 이런 걸 갖고있을까. 이런거 얻어내기도 쉽지 않을텐데. 나는 새삼 도경수의 4차
원에 놀랐다. 이어서 경수는 다시 말을 했다.
 
 
 “ 선배, 내가 그렇게 좋아요? ”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응.
 
 “ 근데 난 아직도 마음 없는데. ”
 “ ....”
 
 경수는 킥킥 거리면서 소 모형을 쓰다듬었다. 나는 소를 쓰다듬는 도경수를 바라보았다. 도경수는 소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더니 허
리를 피며 기지개를 쭉 폈다. 아이구야, 아이구. 도경수는 냉장고로 터벅터벅 걸어가 환타 한 캔을 따서 혼자만 꿀꺽꿀꺽 마셨다. 경수는 나를 다시 보았다.
 
 
 “ 포기할 거면 지금해요. 괜히 뒤에서 수근거리잖아요. 가뜩이나 선배 같이 인기많은 사람들은 더. 물론 나는 상관 없지만. ”
 “ ...아니, 난 죽어도 포기 안 해. ”
 “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아요. ”
 “ 그런거 절대 안 해. ”
 
 

 나는 또 다시 쾌남 같이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들고 있는 소도 들썩들썩하고 위 아래로 들었다 내
렸다 했다. 경수는 피식 하고 웃으며, 내 등을 현관문 쪽으로 쭉쭉 밀었다. 네. 그럼 안녕히가세요. 저는 개념 없는 애라서 손님한테 
차 같은거 안 내줘요. 나는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현관문 밖으로 밀쳐졌고, 그대로 현관문은 쾅! 하고 닫혔다. 나는 눈 깜짝할 
새, 도경수의 집에서 쫒겨났고 그 이후로 한번도 도경수의 집에 들어가 본적이 없다.
 
 
 
 
 그 날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그 때, 지나가는 도경수를 보게 되었다. 나는 도경수에게로 뛰어갔다. 뛰어가던 도중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뻔도 했지만, 나는 팔을 휘적거리며 다시 중심을 잡고 경수에게로 뛰어갔다. 경수는 똥씹은 표정으로 병신같이 휘적
거리는 나를 보았다. 도경수도 이제 나에게 조금씩 적응 해가는 것 같았다.
 
 
 “ 도경수! ”
 “ 선배는 정말 질리지도 않나봐요. 참. ”
 
 
  도경수가 한심하다는듯 말했다.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고 대답했다.
 
 
 “ 난 너가 받아줄 때까지 쫒아다닌다니까? ”
 “ 난 선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어요. 진짜. ”
 “ 그럼 스트레스 안받고 나랑 만나면 되잖아. ”
 
 
 나는 경수에게 어깨동무를 걸며 히히 웃으며 말했다. 경수는 내가 한 어깨동무를 푸르는 것 조차 귀찮은지 가만히 있었다. 경수는 
똥씹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 말했다.
 
 
 “ 난 선배가 별로라니까요. ”
 “ 난 네가 좋다니깐? ”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어깨동무를 풀렀다. 날씨가 너무 덥고, 따가운 햇빛이 우릴 쪼이고 있었다. 나는 도경수의 얼굴이 푹 하고 
익을 까봐 걱정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쓰던 모자를 경수의 머리에 푹 하고 씌워주었다. 나보다 키가 조금 작은 경수는 나를 살짝 
올려다 보았다. 머리가 작아서 모자가 푹 들어갔다. 얼굴이 많이 가려졌다. 나는 만족스러웠다. 경수는 날카롭게 말했다. 뭐예요? 나
는 웃으며 말했다.
 
 
 “ 오늘은 얼굴 봤으니까 됐어. ”
 “ 별일이네요. 평소에는 끈덕지게 따라다니더니. ”
 “ 그냥. ”
 
 
 나는 캡모자의 모자챙을 아래로 푹 씌워주면서 말했다. 잘가. 경수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어리둥절하게 한번 올려다 보고는 다시 뒤
돌아 앞을 보고 걸어갔다. 시무룩해보였기도 했지만 내 착각인 것 같다. 내가 씌워준 모자가 영원히 도경수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햇빛이든 무엇이든. 나는 걸어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는, 나도 뒤돌아 캠퍼스로 걸어갔다. 점점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간다. 그럴수록 의욕이 넘쳐난다. 정말로 도경수와 내가 핑크빛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경수으로 바뀐 것으로도 
큰 발전이 있었으니까,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가능 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씌워졌던 모자가 사라진 머리가 허전해 슥슥 만져
보았다.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것같은 햇빛이 따가운 여름이었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

중편입니다^0^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작가님 저 치약이에요 치약 어휴 진짜 찬디 정말 달달하네요 진심으로 이래서 좋습니다 찬디가.. 물론 작가님의 필력도 한몫! 투표 열심히 하고있는데 쪽지와서 보니까 작가님글이네요 이거 읽고 마저 투표하러 가야겠어요 작가님도 열투~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감좌임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좋아용ㅎㅎㅎㅎㅎ 경수랑 찬열이 조타조탛ㅎㅎㅎ 작가님 사랑해용 달달해랗ㅎㅎ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됴경자에요!경수..시크돋네욤 찬디찬디친디사랑합니다 차녀리 포모남♥♥♥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으... 좋아요 ㅠㅠㅠㅠㅜㅠㅠㅜㅠㅜㅠㅠ저 암호닉 할게요!! 뽀리에요! ㅎㅎㅎ 찬열이 성격이 정말 맘에 들어요 ㅎㅎㅎ 오늘 잘 보고 가요~ 다음편 기다릴게요~ ㅎㅎ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2
11.24 21:10 l 유치원생
[차승원/김종인] 미성년자15
11.24 21:05 l 잉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
11.24 20:51 l 엘총호총남총이진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3
11.24 20:43 l 돌림떡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6
11.24 20:31 l 짱철
[exo/카디] 아랍에서 온 전학생15
11.24 20:22 l 됴르륵
헐 춰럭글50
11.24 20:20 l 뮤턴트
제발....제발 현성소재좀 물어가쥬떼여 금손님들...14
11.24 19:50 l 규찌
[슈퍼스타K4/로이준영] 슈퍼스타K14
11.24 19:45 l 리얼낸시
[B.A.P/코믹물] 우리동네에 이상한 인간들 살아요 42
11.24 19:27 l 쿡..티비
[블락비/박경지코] 환영8
11.24 19:24 l 동산
[EXO/세디백/루민] 새콤달콤 01. (부제 ; 파티쉐 VS 상위1%)20
11.24 19:18 l A.na
[찬열/경수] crazy love 中4
11.24 18:44 l 렁넝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5
11.24 18:27 l 오투육투
[인피니트/호야성규] 이상사 와의 관계 0 611
11.24 17:59 l 낫베
동성 연애 이야기! (동성주의)29
11.24 17:45 l 막둥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8
11.24 17:35 l 12UNITED
[블락비/아고물/피코] 의사와 양아치25
11.24 17:21 l 제이에이
[인피니트/현성] 우리집규토끼 99999999999929
11.24 17:15 l 음란마귀로불태워
[블락비/코일] 찌질이 두 마리11
11.24 17:14
[B.A.P/코믹물] 우리동네에 이상한 인간들 살아요 32
11.24 17:13 l 쿡..티비
[EXO/카디] 낙화(落花) : 떨어져 버린 마음3
11.24 17:05
[BTOB/육훈] 아는동생이있는데 아까 나좋다고 문자왔어157
11.24 15:29 l 일더하기훈은?
[EXO/카디] red bloom part.05 뿌리칠 수 없는 손길8
11.24 14:27 l 쿠우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8
11.24 14:08 l 흰블링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8
11.24 14:03 l 우지호친구
찐따가 일진한테 코코아 권하는 글 517
11.24 13:54 l 찌따


처음이전9411942943944945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