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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별 8화
written by.테픈








08.




 
 벚꽃놀이를 마치고 돌아온 그 날 이후로도 매일같이 편의점을 찾는 종대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게 바나나 우유를 내밀었다. 대체 왜 매일 찾아오는지도 , 왜 바나나우유를 제게 주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이제는 많이 귀찮았다.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은지 빨대를 꽂아 우유를 마시면서 제 옆에서 쉬지 않고 말하는 그에 민석은 아주 짧게 대답해 줄 뿐이였다.




"희야, 저왔어요!"


 

  그랬던 그가 한 이틀 오지 않는 것 같더니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처음 보는 두 사람을 데리고.




"어서 오세..."
"대박 힘들어!"
"안녕하세요!"



  
  앞에 들어온 키가 큰 남자는 저보다 먼저 들어온 종대를 따라갔고, 그 뒤에 따라 들어온 강아지상의 남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금방 저 둘을 따라가겠지 하고 제 할일을 하던 민석은 마치 민석을 아는 것마냥 자신의 앞에 서서 웃고있는 그에 고개를 들었고, 눈이 마주쳤다. 씨익, 입이 네모꼴이 되도록 환하게 웃는 그에 민석이 갸우뚱하고 하고 있을 때, 오늘도 역시나 종대가 바나나 우유를 들고와 내려놓았다. 그리고 종대를 따라갔던 키 큰 남자 역시 손에 프렌치카페 두개를 들고와 내려놓았다. 




"같이 계산하시는 거예요?"
"아니여, 이것.."
"같이 해주세여!"




 종대 니가 사주는 거제?, 뻔뻔하게 주머니에 손을 꽂고 묻는 키큰 남자에 종대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니 돈주고 사묵으라, 희야 우유만 계산해주세여"
"종따이 니때문에 여기까지 온건데 좀 사도"
"내가 따라오라캤나, 니들이 따라왔자나"
"네가 자꾸 사라지니까 카지"
"어쨌든 니 돈주고 사묵으라."
"치사한놈, 변백 니가 사도"
"난 안마실건데?"




  강아지 상의 남자의 대답에 입술을 삐죽이는 키큰 남자는 그를 변백이라고 불렀다. 이름이 변백인가, 민석은 또한번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계속 되는 그들의 대화에 한숨을 푹 쉬었다. 처음 보는 거지만 이 둘도 종대만큼이나 귀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할까요? 따로 해드려요?"




  결국 민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종대가 그냥 같이 해주세여,라고 대답했다. 고마워, 종따이!, 아까까지만 해도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금방 환하게 웃으며 종대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 손을 쳐낸 종대가 익숙하게 계산을 하고 프렌치카페를 둘에게 던져줬다. 




"니네 다신 내 따라오지마래이"




  제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한 종대가 민석을 돌아보며 팔자눈썹이 더 내려갈 정도로 웃으며 그에게 바나나우유를 건넸다. 평소처럼 그것을 받아든 민석이였지만 오늘따라 이 우유를 받고 싶지 않았다. 제 친구들에게는 자기 돈으로 사먹으라고 말하는 종대가 왜 자신한테는 매일같이 우유를 사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 손의 우유를 내려다보던 민석은 결국 빨대껍질을 뜯고 있는 종대와 그의 친구들 앞으로 다시 내밀었다. 그에 막 빨대를 꽂아 입으로 가져가던 종대가 의아한 눈으로 민석을 보았다.




"안 마셔"
"희야?"
"...."
"지겨워서 그래여? 다른 거 마실래여?"
"야"
"네"
"이거 왜 사줘?"




  무엇이 화가난건지 알리 없는 종대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묻는 민석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거 왜 사주냐구, 다시 한번 대답을 요구하며 묻는 질문은 평소보다 더 냉정함이 묻어난 것이였다. 짜증이 묻어난 표정의 민석과 어쩔 줄 몰라 멈춰버린 종대를 바라보던 찬열과 백현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먼저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저 희야 완전 무서운데?"
"갑자기 왜 저러시지?"




  편의점 앞에서 제 친구를 기다리며 찬열과 백현은 바닥을 발로 탁탁 쳐냈다. 입에는 종대가 사준 프렌치카페를 물은 채로 말이다.




  찬열과 백현이 나가는 것을 힐끔 확인한 종대는 다시 민석의 차가운 눈과 마주했다. 




"나만 마시기 뭐해서"
"그럼 여기 안오면 되잖아"
"희야 보러 오는건데"
"날 보러 왜 오는데?"
"옆집 희야니까"
"그게 이유니"
"...?"
"솔직히 말해줄까, 진짜 귀찮아. 맨날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데 난 피곤하기만 해. 대체 왜 오는거야?"





  민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종대는 마시던 바나나우유를 탁, 소리가 나게 카운터에 내려 놓았다. 매일 찾아오는 자신이 귀찮을 수 있었고,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니였다. 하지만 옆집에 살고 있는 민석과 친해지고 싶어서 찾아온 것인데 자신을 귀찮다고 말하는 민석에 조금 서운했다. 




"희야는 무슨 이유가 그렇게 필요해요?"
"뭐?"




  결국 그것은 종대의 맘을 상하게 만들었다. 무슨 행동하나하나에 이유가 저렇게 많이 필요할까.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인데, 그래서 자꾸 말도 걸고 우유도 사준건데, 꼭 저렇게까지 말해야하는 걸까.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거예여,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데, 난 희야랑 친해지고 싶고 그러니까 찾아오는 거죠"
"대체 왜 나랑 친해지고 싶은거야?"
"그것도 이유가 필요해요?"




  됐어요, 희야가 귀찮았으면 미안해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 종대는 민석의 말이 더이상 듣기 싫은듯  그대로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자신도 이렇게까지 찾아갈 생각은 아니였지만 민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들뜨고, 짧은 대답만 들을지라도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마치 길고양이들처럼 자신을 경계하며 털을 세우는 민석에 화가 난다. 




"얼른 드가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제 친구들을 지나쳐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종대의 말에 찬열과 백현이 그의 옆에 붙어 섰다. 양쪽에서 프렌치 카페를 마시는 친구들을 돌아본 종대는 마시다 만 바나나우유가 생각났다. 이 와중에 엄청 아깝네. 








  홀로 남은 민석 역시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기 마음대로 귀찮게 찾아와놓고 왜 자기가 더 화를 내는 것인가. 그러니까 친구들도 있는데 왜 자신과 친해지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었다. 카운터에 놓여 있는 종대가 마시다 만 바나나우유를 빤히 쳐다보다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제 것이라고 받았던 새 바나나우유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조용히 구석에 챙겨 두었다.









-








  한달에 한번 받는 정기검진날이다. 정기검진이 끝날 때까지는 약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만일을 대비하여 크리스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시시때때로 맥박을 확인하고,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추위에도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몇개의 담요로 준면을 감쌌다. 준면 역시 최대한 말을 아끼며 그가 하는 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차를 몰고 1시간이 넘게 달려 김선배가 일하고 있는 큰 병원으로 갔다. 심전도 검사 및 흉부 X-선 검사 등 총 9개의 검사를 했기 때문에 달려온 시간보다 더 오래 검진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한번 검진을 하고 나면 준면은 병실에 누워 약을 투여 받았다. 준면의 팔에 굵은 바늘이 꽂혀 있는 것을 바라보다가 이불을 정리해주고는 김선배의 사무실로 향했다. 

 



"왔니?"
"선배, 어때?"
"이리 와봐"




  크리스는 김선배가 보고 있던 X-ray 사진과 화면을 번갈아 들여다 보았다. 군데군데 검은 구멍이 보이는 것이 여전히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예전 자료와 비교해 보아도 변함이 없는 혈류의 상태였다. 더 좋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그런 상태. 역시 수술밖에 없구나. 




"더 나아질 수는 없는건가"
"수술 전까지 이 상태만 유지하자"
"수술은 할 수 있는거야?"
"노력해 봐야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김선배의 사무실을 나온 크리스는 그대로 다시 준면이 누워 있을 병실로 향했다. 준면의 몸으로 들어가야 하는 약이 아직도 병의 반이상 남아 있었다. 혹여 잠이라도 깰까 조심스럽게 다가간 크리스는 링겔을 맞고 있지 않은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얼마나 그렇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잠시 잠이 들었던 준면이 어느새 눈을 뜨고 자신을 올려다 봄에 아까의 걱정스러움은 잊고 미소를 짓는 크리스였다.




"나..어떻대?"
"뭐가"
"오늘 검진결과말야."
"똑같아. 변함없어"




  그의 웃음이 그다지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쯤 준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준면은 행복했다. 그의 얼굴을 마주보고, 그의 손길을 느끼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뿐이라면 아픈 것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행이네"
"준면.."
"더 나빠지지 않은거잖아. 그러면 된거야."




 
  장시간 검사로 인해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준면의 말에 크리스는 그의 손을 더욱 꼭 잡아 왔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그 모습은 처음 봤던 그날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








"한국에서 온 환자라고?"
"네, 선생님"
"지금 입원수속중인가요?"
"네, 305호로 배정받아 있습니다."
"오후 회진이 끝나고 바로 진료를 볼테니 그전에 필요한 자료와 한국의 진료차트를 정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가 크리스에게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빠져 나갔다. 캐나다 PMH병원 4층, 흉부외과 의사들의 진료실로 가득한 그 층에 크리스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일하게 된지도 벌써 7년이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기간동안 이 병원에서 다양한 일들도 겪고, 다양한 환자들도 만났다. 준면이 그러했다.





  준면과의 만남은 약속대로 오후 회진이 끝나고 나서였다. 한국에서 온 준면의 진료차트를 읽으며 그의 병실에 들어선 순간, 크리스는 어쩐지 낯선 느낌을 받아야 했다. 병마와의 싸움에 힘들어 하고 세상이 다 끝나버린 듯한 표정의 환자들로 가득했던 병실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낯선 병실 안에는 새하얀 환자복을 입고도 제 앞의 여자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준면이 그 누구보다 밝게 웃고 있었다. 크리스는 제손의 진료차트를 한번 더 읽어 내려갔다. 




"이곳에서 환자분의 담당을 맡게 된 크리스라고 합니다."




  크리스가 그들의 앞에 다가서서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김준면 환자 맞으시죠?, 그의 질문에 그들이 크리스를 돌아봤다. 침대에 누워서 크리스쪽으로 고개를 돌린 준면은 그 잠깐의 움직임에도 힘이 부치는지 거친 숨을 내뱉는다. 크리스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그의 옆으로 걸어가 청진기를 그의 가슴으로 가져다 대었다. 급하다할정도로 뛰고 있지만 규칙적이지는 못한 심장박동으로 본 그의 상태는 차트에 적힌대로였다. 청진기를 귀에서 빼내고는 손을 들어 준면의 심장 주변을 이곳저곳 눌러본다.




"일단은 몇일간 검사 몇개를 더 실시할 겁니다. 한국에서 했던 검사 결과는 내일이면 도착할 것 같으니 검사결과가 수합되면 다시 설명해드릴게요."
"네"
"한동안은 먹을 것에 유의해주시고, 이틀에 한번은 산책도 해주시면 좋습니다. 다만 너무 무리하면 오늘처럼 조금만 무리해도 숨이 벅찰 수도 있으니 10분 정도로 지켜주세요"





  크리스의 설명을 들으며 준면의 어머니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니 오늘은 쉬시라는 말을 남긴채 크리스가 병실을 빠져나왔다. 어머니를 닮았구나, 크리스는 그녀를 닮아서 새하얀 얼굴과 짙은 쌍커풀을 가졌던 준면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아픈 몸으로도 밝게 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예쁘다고 생각을 하며 다른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









  낯선 사람으로의 낯선 두근거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1차로 행해졌던 검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날, 준면은 크리스의 말대로 이틀에 한번씩 산책을 나갔다. 혹시나 하는 위험때문에 준면의 어머니가 늘 같이 나가던 산책이였는데 캐나다에서의 치료를 위해 끝내야할 서류때문에 준면의 어머니가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쯤 산책을 쉬어도 될텐데 준면은 굳이 산책을 나가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때마침 준면의 병실을 들렸던 크리스가 그 모습을 보고는 혼자는 위험하다며 결국 그의 산책길을 따라 나섰다. 의사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준면의 발걸음에 맞춰 따라 걸었다.





"선생님, 바쁘신거 아니예요?"





  괜히 저때문에 크리스가 따라 나선 것 같아 걸음을 더 천천히 하며 물었다. 그 질문에 크리스가 준면을 돌아보았다. 봐야할 서류도 있었고, 진료도 봐야 했고, 연구해야할 과제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준면을 따라 나왔다.생각해보면 아무리 위험해도 간호사를 대동하여 보내도 됬을텐데 왜 굳이 제가 따라온 것인지 저도 모르겠다. 크리스의 눈으로 얼굴 한가득 미안함을 담고 있는 준면이 들어왔다.




"안 바쁩니다."
"..아"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혼자 보내는 것보다는 이것이 맞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때 갑자기 준면이 제자리에 멈춰 섰고 크리스도 그를 따라 멈춰섰다. 준면이 크리스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천천히 몸을 숙였다.




"고마워요, 선생님"




  같이 나와줘서요, 뒤이은 그 말에 크리스는 조금 놀랐다. 제게 고맙다고 말하는 환자는 드물었다. 다들 죽을 것 같은 자신의 아픔에 그런 고마움을 전할 시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좀처럼 살갑게 굴지 못하는 크리스였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막상 이런 말을 들으니 어쩔 줄 몰랐다. 




"네"




  그때문에 딱딱하게 대답이 나가고 말았다. 딱딱한 크리스의 대답에 준면이 어색한건지 더이상 말을 걸지 못하고 다시 움직이지도 못한 채로 그대로 서있었다. 크리스도 자신이 너무 단호하게 대답했나 싶어 큼큼, 하고 기침을 하고는 이번엔 자신이 그에게 물었다.




"움직이는데 불편한거 없습니까?"
"네?"
"움직일 때마다 가슴쪽이 저리던지"
"아,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요"




  준면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 대답을 끝으로 다시 한번 침묵이 찾아왔다. 어색함을 피하고자 물었는데 또 어색해지는 것 같다. 괜시리 코도 만져보고 머리도 쓸어보는 크리스였다.




"쿡."
"?"
"선생님"




  그런 제 옆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쳐다보자 처음 봤던 날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선생님하고 자신을 부른 준면이 뒷말을 이어 말했다. 




"너무 귀여우세요~"




  그 말은 크리스를 더 어떤 말도 그에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섰다. 키도 187에, 손도 크고 어깨도 넓고 진한 외모에 남자답다는 말은 들었어도 귀엽다는 말은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놀라서 크게 뜬 눈으로 준면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또 귀여워 준면이 더 웃어보였다. 그에 더 당황스러운 크리스였지만, 어쩐지 준면의 웃음을 따라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







  그로부터 일주일, 정말로 종대는 찾아오지 않았다. 정말로 종대가 귀찮고 부담스러웠던 민석이였기 때문에 2~3일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오는 조용함이 좋을 뿐이였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한 것은 미안했지만 돌려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퇴근 전 가게 청소를 하고 있던 민석의 앞에 그가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강아지처럼 귀여운 외모를 가진 백현이 민석의 앞에 섰다. 딱 한번 봤지만 민석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종대 친구다, 민석은 그저 그가 무언가를 사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닌지 청소를 하고 있는 민석 옆에 서있을 뿐이였다. 결국 청소를 하던 움직임을 멈춘 민석이 백현을 쳐다봤다.




"무슨 할말 있어요?"




  아무래도 제친구 종대와 제가 큰소리를 내며 싸웠던 일때문에 온 것 같다. 제 물음에 헉, 하고 놀란 백현이 금새 일단 희야라고 불러도 되냐며 물어왔다.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였기에 그러라고 대답하자 머뭇머뭇 거리며 입을 열었다.





"종대가 귀찮게 한건 정말 죄송해여~"





  예상치 못한 백현의 사과에 민석이 오히려 놀라서 아니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런 민석의 반응에도 정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던 백현은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희야, 종대는 진심이예여"
"네?"
"종대는 형이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 진심이라구여"
"무슨 말인지..."
"종대 참 외로운 아이예여"





  백현이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걸음을 옮겨 카운터에 살짝 몸을 기댔다. 민석도 그를 따라 몸을 돌렸다. 




"종대가 사는 그 마을에 종대 나이또래가 한명도 없어여. 원래는 저도 찬열이도.. 아 그 키 큰 녀석 있잖아여, 시끄럽고."




  민석은 그날 종대의 옆에 서있던 키 큰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학생이 찬열이구나. 민석이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걔랑 나랑 둘다, 아니 좀 더 많은 친구들이 초등학교 때까지는 종대 사는 그 마을에  살았었어여. 그러다가 중학교 가면서 학교 근처에 새 아파트도 들어서고 해서 우리 둘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다 이사를 했고."
"....."
"그런데 종대 부모님은 이 마을에서 벗어나기 싫다고 절대로 이사를 하지 않았거든여"




  그러고보니 마을에는 온통 할머니할아버지만 보였고 종대의 집과 자신의 집이 마을에 살고있는 사람들 중에 젊은 편이였다. 




"그래서 그 마을에 종대 친구는 아무도 없어여."




 지금이야 늦게까지 같이 야자하고 집에 가지만 중학교 때는 학교 마치면 마을까지 가는 버스시간도 있고 해서 늦게까지 놀 수도 없었다고 했다. 집에 가서 게임하는 것이 다였다고. 어느날 등교를 한 종대가 너무 말이 하고 싶었다며 엄청나게 말을 꺼낸 적이 있다는 백현은 그 때가 생각난건지 피식하고 웃었다. 부모님이랑 하는 대화는 대화같지가 않다나 뭐래나. 




"형이 이사온다고 했을 때 종대 엄청 들떴었거든여. 옆집에 서울대학생 희야 온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
"아마 오랜만에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사람을 만나서 기뻤던 것 같아여.희야 보러 점심시간마다 나가는 거 보면서 엄청 외로웠구나 했거든여. 그러니까 종대가 찾아왔던 것 때문에 너무 걔 미워하지는 마세여. 그 외로움을 너무 잘 아니까 타지에서 온 희야가 혹여나 외로울까봐 더 챙기는 것 같아여. 종대가 정말로 희야 좋아해여"
"...."
"종대는 형제도 없거든여"
"..아."




  게다가 외동아들이라고 했다. 백현의 이야기가 끝나자 어쩐지 종대의 말이 떠올랐다.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거예여'.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냐며, 자신은 단지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거라던 종대의 말이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겉으로는 밝은 척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가, 사실은 외로움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 만났을 때 유난스럽게 반기던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롤 저를 찾아온 것도, 다 오랜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니 그에게 너무 크게 화를 내고, 심한 말을 내뱉었던 자신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말 하러 왔어여, 아무래도 말해주고 싶어서여. 조용히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민석에게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는 백현이 가보겠다며 꾸벅 인사를 하고는 편의점을 빠져 나갔다. 나와서 돌아본 편의점안에는 무슨 생각에 빠진 듯한 민석이 보였다. 











 
  며칠 뒤, 백현,찬열과 함께 종대가 다시 편의점에 나타났다. 백현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계속 종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민석은 종대에게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고 사과를 하고 싶었다. 그 미안함은 하루하루 지날 수록 더 커져 가는데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몰랐다.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찾아가 사과하기도 그랬고, 종대의 말처럼 찾아오지 않으면 그와 마주칠 시간도 없었다. 미안함때문일까. 왜인지 모르게 보이지 않는 그가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12시가 넘으면 혹시 종대가 오지 않을까 몇번이고 밖을 내다보던 민석이였다. 그렇게 자주 오더니 이제 바나나우유 안 마시나. 자신의 손에 바나나우유를 든채로 다시 한번 밖을 쳐다보던  민석의 시선 안으로 드디어 종대가 나타났다. 




  먼저 편의점을 들어선 백현이 민석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그뒤를 따라 찬열과 투닥투닥 거리며 들어오던 종대가 민석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늘 그렇듯 바나나우유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치, 그렇다고 저렇게 사람을 지나치나. 괜시리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민석이 그래도 이제라도 나타나준 종대에게 사과를 하러 몸을 일으켰다. 그런 민석을 보던 백현이 종대 옆에 서있는 찬열의 이름을 불렀다.




"야, 박찬열, 과자 사줄게 이리 온나"
"헐, 변백. 진심이가?"




  찬열이 백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종대는 혼자가 되었다. 그것이 민석때문인지 모르는 종대는 그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채 바나나우유에 손을 뻗고 있었다. 그 때 제 눈 앞으로 작은 손 하나가 들어 왔다. 그 손 안에는 바나나우유가 들려 있었다. 종대가 놀라서 옆을 보니 민석이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뭐하는 거지. 우유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저를 바라보기만 하는 종대에 민석이 다른 한손으로 주머니에 꽂혀 있던 종대의 손을 잡아 당겼다. 쉽게 제 앞으로 당겨진 그 손 위로 바나나우유를 올려놓고는 손을 뗐다. 제 손 위로 올려진 우유를 내려다본 종대가 다시 민석을 보자 그 고양이같은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미안해"





  그리고 그의 입에서 생각치도 못했던 말이 나왔다. 미안하다는 그말. 





"그 날은 말이 너무 심했어."
"...."
"사실이긴 했지만, 귀찮다고 말할 것까진 없었는데. 미안해"
"..저.."




  그렇게 자신이 귀찮다며 화를 내던 민석의 사과에 종대가 당황했지만, 그의 눈은 진심으로 미안함을 가득 담고 있어서 종대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있지."
"..."
"나 여기와서 잘 모르는게 많아"
"..네?"
"그러니까 네가 나 좀 많이 도와줘"
"희야?"
"너 이장아들이라며? 도와줄거지?"




  민석의 마지막 말에 결국 종대의 눈이 휘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연하져!, 예전처럼 웃으며 대답하는 종대를 따라 민석도 정말 오랜만에 그만의 입동굴까지 만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와 함께 그들의 뒷편에 있던 백현도 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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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쌍둥이별 오랜만에 왔네요...ㅠㅠㅠ 
원래 8화 내용을 어느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름 일하는 여자라 퇴근하면 피곤해서
한두줄 쓰고 잠들고, 게다가 제가 언어표현능력이 부족해서 그 몇줄 쓰는 것도 엄청 걸려서요 ㅠㅠ
죄송합니다. 자꾸 늦게 오는 쌍둥이별이네요 ㅠㅠ 기다려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단 말씀밖에 ㅠ
그래서 나름 길게 써오려고 헀는데, 분량도 그다지 ! ㅋㅋㅋㅋ 
하튼 주말에 사진들도 올리고 이런저런 떡밥도 올리고 급하게 글을 써서 이제야 올리고 갑니다.
이제 또 9화는 언제써서 올릴지요 ㅎ 아 그리고 지금 단편 두개도 쓰고 있어요 :)
(아마 그것때문에 더 늦어진걸지도 몰라요,..) 크리스마스에는 올리고 싶은 겨울단편인데,
그것도 다음주 내로 다 써야하는데, 속도가 느리네요 !! 제게 힘을 주세요!!!
그럼 저는 이 늦은 밤 몰래 망글을 투척하고 도망가렵니다 !! 
아 그리고 왜 사투리를 썼다 안썼다 하냐고 물으시면, 존댓말할 때는 생각보다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고
저 지방인은 당당히 말하고 싶네요 으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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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ㅠㅠ오랜만이네요ㅠㅠ매번 잘 보고 있어요ㅠㅠ민석이 까칠까칠ㅠㅠ그래도 사과해서 다행이네요ㅠㅠ다음화 기대할게요!!
10년 전
테픈
감사드려요 ㅎㅎㅎ 매번 봐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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