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리니까 학교에서는 아는 척하지 말자. 쪽팔리니까, 쪽팔리니까…. 같은 학교에 합격했다고 신이 나서 말하는 너징에게
인어가 가차 없이 내뱉은 말이었어. 멍하니 앉아 바닥만 바라보는 너징의 귓가에는 차갑던 인어의 말이 생생히 맴돌았어. 그래, 그렇지.
나도 내가 쪽팔리는데, 언니는 어땠겠어. 예쁘다고 소문난 우리 언니, 동생이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소문나면 또 얼마나 쪽팔리겠어.
너징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합리화를 했어. 내가 뚱뚱한 게 사실이니까, 그래. 뭐. 나였어도 내 동생이 나 같았으면 그랬겠다.
너징은 아무렇지 않은 척 살짝 미소 지었어. 아니, 지으려고 했어. 살에 파묻혀 잔뜩 작아진 너징의 눈에 한가득 고인 눈물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아아, 왜 또 눈물이 나고 그러냐. 이런 적이 한두번도 아니고…. 너징이 작게 중얼거리자 너징의 문 밖에 기대 서있던 인어가 제 머리를 헝클어트렸어.
인어의 '쪽팔리니까' 발언 이후로 큰 변화가 있을 것만 같던 너징과 인어의 사이는 평소와 별다름이 없었어.
신입생 환영회 때까지도 별다름이 없었지. 너징의 속은 곪아 터지고 있는데, 겉으로 표현을 안 하니 인어도 별수가 있나.
인어는 그동안 너징을 알게 모르게 챙겼어.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다이어트에 관련된 제품들을 많이 알아보기도 하고, 지방분해주사라던가
지방 흡입이라던가.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긴 했지만 징어가 잘 따라줄까, 하는 생각에 아직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어.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신입생 환영회 날이 왔어. 너징은 그래도 동기들이나, 선배들을 처음 만나는 거니까
최대한 깔끔하게 옷을 입고 집을 나섰어. 너징이 집을 나서 버스를 탈 때까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여전히 사람들은 너징을 보고 수군거리기 바빴어.
환영회를 어디서 한다고 했더라, 너징은 최대한 수군거리는 소리들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문자로 받은 호프집을 찾아 두리번거렸어,
아, 찾았다! 호프집 건물을 찾은 너징이 살짝 웃음 짓고 걸음을 옮겼어.
너징이 호프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호프집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너징에게로 쏠렸어.
웅성웅성. 순간적으로 붕 뜬 가게 분위기에 너징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어. 과대표 선배가 호프집 통째로 빌렸다고 했었지 아마….
너징은 너징을 바라보는 과 동기, 선배들의 노골적인 시선에 고개를 숙였어. 지금 내 모습이, 내 몸이, 내 얼굴이, 쪽팔려 죽어버리고 싶다.
너징이 문 앞에서 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너징의 어깨를 두드렸어.
"…신입생? 환영회 온거야?"
"……."
"그럼 들어가야지,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너징에 친절히 너징이 앉아야 할 자리로 이끄는 남자였어. 여기서 뭐 하고 있어. 꽤나 다정했던 목소리에
너징이 손을 꼼지락거렸어. 누굴까. 창피하다고 얼굴도 못 들었네.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될 것 같은데….
너징이 살짝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살폈어. 그리곤 난생처음으로 너무 잘생겨서 당황스럽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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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언니가 방금 내 글에 언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있다는 카톡을 보고
내 글을 읽고 와서는 저렇게 싸가지없는게 혹시 나는 아니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한데 맞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