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뇽토리] 취중진담
w 여신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큰 시계바늘은 3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지용이형은 들어온 것 같지 않았다. 깜빡 잠이 들었던 쇼파에 그대로 남겨진 짐짝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쩐지 쑤시는 어깨를 툭툭 치며 짐을 들어 거실 쪽으로 향했다. 요즘 형은 참 바쁜 것 같았다. 일쪽으로 바쁜건지 노느라 바쁜건지, 어쨌건 바쁘다는 사실 하나는 정확했다. 난 더 무거워진 것 같은 짐을 질질 끌며, 마지막으로 우리의 집이였던 공간을 둘러 보았다. 뭐 빠진 물건은 없을까…. 대체 내가 왜 이렇게 늦장을 부리는지 내 심술을 모르겠다. 그리고 왜 한편으로는 형 방에 내 물건을 남겨두고 싶은 건지도, 도통 모르겠다. 어쩐지 또 눈물이 새어 나올 것 같은 기분에 시선을 치우고 현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을 때 쯤,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난 짐을 든 손에 힘을 더욱 꽉 주고 스르르 열리는 현관문을 바라 보았다.
“어…? 승현이네?”
“…형 술 마셨어요?”
“우리 애기 나 기다린거야? 이뻐라….”
형은 마치 헤어지기 전의 권지용처럼 굴었다. 뭐지, 술에 취해서 다 까먹은 건가? 난 당황스러워져 입을 내밀고 다가오는 형을 살짝 피했다. 또 술 깨면 모르는 사람 처럼 대할 거면서, 왜 또 저러는지…. 난 어느새 내 목을 끌어 안고 수염을 얼굴에 들이미는 형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어쩐지 형의 너무 당연한듯한 행동에, 나까지도 이별을 잊은 사람 처럼 굴고 싶어졌다. 어차피 형은 기억도 못할 텐데…. 술만 마시면 술기운이 있을 때의 기억이 리셋 되는 형을 생각하며 난 술냄새를 풍기며 볼에 입을 맞추는 형의 허리를 꽉 끌어 안았다. 술 냄새가 강했지만 그 보다 더욱 강한 형의 냄새의 눈물이 세어 나올 것 같았다.
“형….”
“우리 애기 오늘 사람 흥분되게 왜 이래? 막 물어 뜯고 싶다.”
형 특유의 술 마시면 나오는 말투도 그대로였다. 어쩐지 정말로 이별을 격기 전의 우리로 돌아간 것 같아 난 형을 더욱 꽉 끌어 안았다. 술냄새가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형에게 다시 애기라고 불려질 수 있다는 사실에 난 진심으로 감격했다. 술을 마신 사람은 더 힘이 쎄 진다는데,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형은 꽤 무게가 나가는 나를 들쳐 안고는 침대가 있는 형 방으로 날 끌고 들어갔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져 침대로 곧바로 넘어져 버렸고, 형은 술냄새를 한껏 풍기며 내 볼에 연이어 입을 맞췄다.
“술 먹어서 그런가? 더 이뻐 보이네.”
“무슨…. 형 때문에 피곤해서 다크서클이 턱 까지 내려올 것 같구만.”
“좋아해 승현아.”
난 갑작스런 형의 고백에 숨을 멈췄다. 예전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말이였지만, 헤어지고 난 후 지금의 상황에는 달랐다. 고작 취한 사람의 주정에 불과한 말이였겠지만 말이다. 난 고백과 같은 말과 동시에 나를 깔고 위에 올라 타는 형의 눈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나 너 안을꺼야.”
“형?”
“거짓말 아니야. 나 너 못잊어.”
“뭐라구요?”
“피하지마.”
못잊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고는 형은 술냄새 풍기는 입술로 내 목을 햝았다. 난 정말 완강한 기세로 내 다리를 벌려오는 형을 보고 그냥 눈을 꾹 감았다
-
눈을 떳을 때는 다행이도 꿈도 아니였고, 형도 도망가지 않고 내 옆에 꼭 붙어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난 대체 어젯밤일이 어떤 것이였는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우리는 잤다. 그래, 그 사실 하나는 확실하지. 그런데 정말 그저 술주정에 불과한 장난이였다면 어떡하지…. 밀려오는 걱정에 나를 꽉 끌어 안고 애기처럼 눈을 감고 잠을 자는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수가지의 추측이 나왔지만, 시선은 형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난 그냥 생각을 접고 그간 마음 놓고 보질 못했던 형의 얼굴을 관찰했다. 어느 부분 하나 그립지 않았던 적이 한 순간도 없었다. 어차피 기억도 못할 형이겠지만, 아직 눈을 감고 있으니 괜찮은 거겠지? 난 내 자신에게 세뇌를 시키며 형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형이 정신을 차리고, 술에 깨면 나를 다시 못 본 사람 취급을 해도 상관 없었다. 비록 조금 슬플 것 같긴 하지만, 어제만큼은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였으니깐. 난 그나마 이 생각은 제발 착각이 아니였길 빌며 형의 품으로 다시 파고 들었다.
“으….”
“…….”
“이승현….”
나는 알몸으로 옆에 꼭 붙어 있는 전 애인을 확인하고 놀란 얼굴을 하는 형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그래도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역시나…. 어색하게 올려진 손을 내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제발 울지 않기를 빌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형의 입에서 대체 어떤 말이 나올지, 어제밤은 대체 어떤 종류였는지, 별 추측을 다 하고 있던 나를 형이 다시 별안간 꽉 끌어 안았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내 멍한 얼굴을 또 다시 바라보고는 살짝 웃었다. 난 형의 그 익숙한 웃음에 심장과 머리가 멈춘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형?”
“꿈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어제 기억…나요?”
“내가 병신이냐…. 그것도 기억 안 나게?”
“진짜로 기억 다 나요? 형 술 마시면 다 기억 못 하잖아요.”
“내가 언제 술 마셨다고? 술 안 마셨어. 마신 척 한거지.”
“에? 읏, 지…진짜요?”
나는 다시 나를 꽉 끌어 안고 입을 쪽쪽 맞추는 형의 얼굴을 잡고 정말이냐고 제차 물었다. 정말이에요? 정말 진심이였어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인 내 허리를 형이 다시 꽈악 끌어 안더니, 속고만 살았냐며 웃었다. 혹시 지금 이 상황이 꿈인가, 싶어 얼굴을 쭈욱 늘려 보았지만 다행이도 꿈은 아니였다.
“너가 피하면 어쩌지 하고 엄청 고민했었어….”
“내가 왜 피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나의 고백에 형은 환하게 웃더니, 다시 나를 깔고 앉았다. 다리도 아팠고, 허리도 아팠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난 쉴 세 없이 입을 맞춰 오는 형의 얼굴을 부여 잡으며 꿈이 아닌것에 감사를 전했다.
-
올ㅋ 쓰다가 급하게 마무리...
그냥 별 생각 없이 조각글이라도 업뎃 하려고 쓰다가 길어져서 올려 봅니다..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 같아서 조금 그렇지만 .. 그래도 봐주신 분들 스릉해요 아주마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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