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싸이트 토끼-두근두근
(맨밑의 글 읽어주세요!)
지금 종인은 여러모로 난감했다. 첫째는 자신의 친누나인 혜인이 출장을 간다는 핑계로 자신의 아들인 세훈을 놓고 간거였고 두번째는 세훈의 땡깡 때문이였다. 그래, 맨처음에는 말썽도 안부리고 조용히 있어서 좋았다. 참 요즘애들 같지가 않아, 아직 초등학생인데 말이야. 커피를 마시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종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동물원에 가자는 소리였는데 종인은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싫어하는 편이였다. 거기다가 날씨가 너무 추운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1월 초반인데다가 아침에 뉴스에서 나온 내용은 삼십년만에 한파+건조 주의보랬다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친 종인은 먼저 차분히 세훈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세훈아, 지금은 너~~~무 추워서 동물들도 쿨쿨 자고 있을거예요, 근데 세훈이가 가면 추워서 있는짜증 없는 짜증 다 부릴텐데 갈거예요? 뭔가 끝말이 어린아이에게 하기 어긋난 느낌이 들었지만 어쩌랴, 너무 나가기 싫은걸.
맨 처음에는 뭔가 알아들은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듣던 세훈은 종인의 말이 끝나자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보자 아까의 어른스러움은 어디로 간건지 역시 애같다며 소리 죽여 웃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들려온 세훈의 이야기는....
"삼촌 그냥 데려가주면 안되여? 너무 가고 싶은데..."
종인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앞니가 빠져 밍숭맹숭한 발음으로 울먹이기 까지 하는데, 자신의 아들을 울리면 죽이겠다던 누나가 떠올라서-차마 무섭다는 말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대답은 세훈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그래 가자가..."
*
세훈과 저가 온갖 무장을 하고 도착한 서울 대공원은 꽤나 한적했다. 이거봐... 별로 없잖아... 좌절스러운(물론 속으로만)마음에 표정이 살짝 안좋았는데 이걸 본 세훈은 삼촌 웃어!라며 나를 쳐댔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이거 꼬맹이가 무서워서 어디 표정 피겠나.... 그래도 어린아이라고 신난 세훈을 진정시키며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다. 서울대공원 진짜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온게 고등학생 때였나. 그래도 이왕 왔으니 여기저기 둘러보며 추억에 잠겼다. 여기서는 박찬열이랑 틱틱댔고 저기서는 변백현이랑 말싸움....잠깐 왜 싸운 기억밖에 없는거야 나 놀이공원가서 파이터 근성만 불태우고 온거야??? 별 쓸모 없는 추억에 머리를 털며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저가 생각하고 있던 그 사이에 이미 저만치 뛰어간 세훈을 잡으려고 뛰고 있었는데 누군가와 부딪쳐버렸다. 아니 그냥 부딪친거면 몰라 하필 그 사람은 뭘 들고 있었는지 꽤나 화려한 소리와 함께 저와 그 사람의 옷에 묻어버리기까지 했다. 아 진짜 재수가 없네!!!
"어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제가 먼저 못본게 죄송하죠.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옷에 뭐 묻었잖아요..."
재수 없다는 말 취소. 세게 부딪쳐서 상대방 얼굴을 확인하려고 상대방을 쳐다봤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은 내 이상형을 쏙 빼닮은 큰눈과 하얀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순간 작업을 걸며 추태를 부릴 뻔한 저에게 남자야!!! 남자라고!!!라며 소리치며(정말 속으로만) 정신줄을 부여잡았다. 후하후하 순간 한예슬 누나를 버릴뻔 했어.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채 괜찮냐는 나의 물음에 괜찮다며 환하게 웃어주는데....지져스 크라이스트 제 이상형은 이제 남자고 뭐고 저 사람입니다. 한예슬 누나 미안해요. 웃는 모습에 넋이 나간 나를 보고 옷 때문에 이러는 줄 아는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세탁소에서 세탁하시고 나서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라며 저의 폰번호를 내미는 그의 모습에 현기증이 났다. 천사다 천사가 틀림없어. 부들거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나의 폰번호를 알려주니 살짝 웃으며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남자. 여기 사육산지 옷에는 도경수라는 명찰이 박혀 있었고 그 명찰을 멍하니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세훈이가 삼촌 빨리와!!!라고 말해주지 않았으면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계속 봤을 것이다. 세훈의 목소리때문에 정신을 차린 나는 그럼 연락 드릴께요... 라며 자리를 먼저 떴고 진짜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남자도 금세 자리를 떠버렸다. 세훈에게로 가니 왜 이렇게 안왔냐며 칭얼거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오직 머릿속에는 도경수 생각 뿐이였다. 아니 여자도 곧잘 사귀고 그랬는데 왜 반한건지... 머릿속에 의문을 품어봤지만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냥, 좋았다. 그 큰눈이고 하얀피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
겨울이라고 펭귄이나 곰등을 보러가자고 할 줄 알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곤충류 쪽으로 끌고 가는 세훈이였다. 곤충류는 동물중에서 제일 싫은데...! 순간 팔에 소름이 나 팔을 쓱쓱 쓰다듬었다. 뭐 어쩌겠어 참고 봐야지...★☆ 마침내 안으로 들어갔고,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신난 세훈이와 다르게 난 유체이탈을 하는 듯 한 기분이였다. 지옥이 있다면 여기일까...살려주세요....
나에게는 지옥이지만 세훈이에게는 천국과도 다름 없었던 곤충류 구경이 끝나고 곧장 호랑이를 보러 가자며 끌고 가는 세훈이였다. 너 이자식 누나 닮아서 천하장사구나... 누나가 들었으면 저를 한대 칠법한 말을 하며 끌려갔다. 내게는 선택권 따위는 없구나... 눈물을 머금고 들어간 맹수사는 생각 보다 멀고 힘들었다. 세훈이 얘는 정말 집착이 심하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리였으니 할말 다했다. 맹수사는 그나마 덜 무서워하는 나여서-...?뭔가 이상하다.- 곤충류 구경하러 갈 때보다는 덜 떨면서 들어갔다. 마침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육사가 있어 흥미로운 얼굴로 구경하고 있는데 그 얼굴이 어디서 익숙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는데 그 익숙한 사람은 도경수가 맞았다. 오 세상에 지저스.
| 꼭 읽어주세요!! |
늑대와 나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삘 꽂혀서 쪄온 카디 글입니다!ㅋㅋㅋ 저번의 글과는 다르게 밝고 두근두근한 글로 써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글쎄요(...)제 필력으로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열심히 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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