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죽었어.”
내 앞에 놓인 발자국이 말했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광이 도는 듯 마는 듯 흐리멍텅하게 빛나는 검은 구두가 한 발짝 더 다가오며 물었다.
“이번 생은 어땠어?”
“별로였던 것 같아. 너를 만나지 못해서.”
누군가 대답했다. 아마 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구둣발 앞에 놓인 건 오롯이 나뿐이었으니.
후후, 어린 아이를 보듯이 웃음지은 그는 내 볼에서부터 턱까지를 둥글게, 그리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내렸다.
“그랬구나. 고생했어. 이제 다신 안 떠나면 돼. 내가 살렸으니까.”
나는 죽고, 또 살았다. 몇 번째의 삶과 죽음을 돌아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지금 죽어 있는 나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그의 곁에 돌아왔다는 것뿐이다.
짧고도 길었던 삶의 기간 동안 늘 내 곁을 맴돌았던 그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벌로 이 재회는 늦어졌다.
계속해서, 내 곁에 찾아왔던 그를 잊고 또 잊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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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풀입니당.
고인 물 2부 아닙니다! 새로운 글이에요ㅜㅜ
아무쪼록 이 글도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네요 :)